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바다가 노래한다. 저자 김훈이 들려주는 삶에 대한 단상은 아득히 품은 감정의 오롯한 기억저편을 되살린다. 드러낸 것과 드러내지 않은 것의 경계에서의 사유와 헛헛이 쌓이는 삶에 대한 근원적 물음들에 공감하게 되고 그 수고스러움에 감동의 여운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울리게 한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품은 시대적 격동의 풍파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감내하며 겪은 삶에 대한 원형적인 통찰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읊조린다. 시대가 배출한 태생적 암흑 속에서 표현치 못해 묻어 두어 명멸하지 하지 못한 채 오그라든 아픔의 기억들을 되뇐다. 인생의 무상함을 남가일몽에 실어 자연에 빗대오며 흐르듯 휘적휘적 흘러간다.


참으로 저자의 상념이 뜨겁고 수많은 여운의 가지를 뻗어 나게 한다. 아무런 동질감이 없어 보이는 무채색의 실체 없는 것들에 대한 저자의 단상들이 하나의 큰 틀 속에 묶여 움직일 수 없는 현실적 번민의 무게감으로 반영한다.


지극히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로 짧으나마 오래도록 감정의 끄트머리를 거머쥐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 이상 그만의 이야기가 아닌 독자들의 마음으로 온전히 전해 퍼져 오는 우리의 이야기가 됨을 말이다.


이로서 저자는 습관처럼 기록된 감정의 단조로움을 무수한 표현의 바다로 이끌며 생명에 대한 개별성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사물에 대한 단편적 시선을 시각적 다양화를 통해 새로운 익지 않은 날것의 원형적 모습으로 변모하게 한다.


이렇듯 글이나 말로 표현된 사물에 대한 고착화된 이미지의 틈바구니에서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게 한다. 더불어 사실로 인식된 것들에 대한 의견으로의 인식과 의견으로 불완전한 의미를 사실로 명명하는 잘못된 언어적 습관을 통렬히 비판하고 하릴없는 수사적 조사의 남용의 허무함을 비판한다.


그 언어가, 이 사회적 담론이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에,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이 사회의 지배적 언론과 담론들이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해버리는 거예요.(p-135)


저자는 신념의 언어 즉, 정서적 수용의 언어적 관점을 경계할 것을 일갈하고 주변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힘을 기를 것을 요구한다. 이는 정서적 인식의 근원적인 형태인 이분법적인 편 가르기식 사고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를 일깨우기 위한 커다란 가르침의 근원일 것이다.


언어가 가져다주는 -특히 우리나라 말의 기술적 특성상- 모호함이 우선시 되어 그 자연적 아름다움이 반감되며 표현이 주는 의뭉스러운 속내의 경계를 파악하기 힘든 기술적 한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렇듯 저자는 영미문학의 서정주의적 아름다움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지는 과정에서 그 순수 이상향을 추구하는 감성적 기저의 근원적 본성이 퇴색되게 되고 그 변모하는 감정의 기복들을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임을 갈파한다.



저자는 우리말이 아직 덜 체계화되고 발전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나 일면 수사적 조사의 발달이 거추장스러운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저 두리 뭉실 묻혀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못내 안타까워하는 주관적 감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언어적 한계에 대한 저자의 불편한 주관적 진실에 대한 담론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 아님을 알게 한다. 언어가 시간을 표현치 못하고 언어가 포착할 수 없는 과학적 규정이 수없이 많음에 동조하게 되고 동어반복에 의한 익숙한 반복에 지나지 않음을 진실은 저자의 이면을 그대로 대변한다.


바다가 들려 준 소식은 그 깊은 심연의 밑바닥으로부터 저자를 통해 우리의 것으로 함께 어우러지게 한다. 초로에 접어 든 저자의 반듯한 상념들이 동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참됨과 올바름을 구별하는 인식의 영역을 확장시켜 주고 사실과 의견의 구별로부터 자유로운 사변적 세계의 커다란 즐거움을 선사할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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