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부분, 핵심만 골라 읽는 대충 독서법 - 심플하게, 스마트하게, 스피드하게 읽어라!
김충만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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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좋지 않은 편이다. '대충'이라는 단어가 '꼼꼼하다'와 대척점에 있는 단어이기 때문인데, '대충'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대강을 추리는 정도로'라고 나와 있다. 좀 설명이 부족한 것 같아 뜻에 포함된 단어인 유의어 '대강'을 찾아봤다. '대강'은 '자세하지 않게 기본적인 부분만 들어 보이는 정도로.'라는 뜻이다. 이렇게 보니 대충의 뜻을 알 수 있는 듯 하다. 

사실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대충했다고 하면, 그것이 의도했든 아니든 받아들이는 사람쪽에서는 무언가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절대로 행해지면 안되는 일로 치부되어 왔다. "공부 대충 했어.", "계산 대충 했어", "대충하지 뭐." 등등, 일상 속에서 '줄거리를 요약해서 말하는 것'을 제외한 이야기 속 '대충'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부사로 쓰인다. 하지만 이 책 <대충 독서법>은 책은 대충 읽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스마트한 시대에 발맞춰 책을 스마트하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눈이 확 가는 대목이었다.

책에 대해 사람들의 행동은 대게 둘로 나뉜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자꾸만 사 놓기는 하는데, 정작 그 책들을 모두 읽어낼 수는 없는 경우다. 멀리서 찾을 것 없이 바로 나같은 경우가 그렇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은 있지만, 시간과 체력과 여러 여건상 욕심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책을 좋아하지 못하는(않는) 이들은 책이 낯설어서, 다가가기 어려워서, 책을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책을 아예 멀리한다. 극과 극으로 나뉘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아마도 <대충 독서법>의 저자는 두 부류 모두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묘하게 둘 모두 책을 가까이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충 독서법>이라는 책 제목을 들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 그 생각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저자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이야기들을 곁들여서 '대충 독서법'이 어떤 독서법인지 설명한다. 그리고 그 독서법을 어떻게 활용을 하는 게 좋은지, 책을 정독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그것으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한다. 총 5개의 파트로 나눠진 책은 1부에 대충 독서법에 대한 대강의 설명들을, 2부에 자신에게 알맞은 책을 선별하는 방법들을 , 3부에는 대충 독서법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들이 담겼다. 4부와 5부엔 대충 독서법의 활용 확장에 대해 다뤘다. 
대충 독서법에 대한 내용이지만 책이 그다지 두껍지 않았고, 솔직히 궁금증과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던지라 나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기 시작했다. (물론 이 또한 책을 읽는 와중에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결코 지식이 많은 것은 아니다. 정보를 단순히 아는 단계를 넘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재료는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그 재료를 조화롭게 섞을 수 있어야 한다.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사물을 그냥 연결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늘 아래 새것이 없다."라는 말처럼 기존의 것들을 잘 연결시키고 조합하는 창의적인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14쪽

책을 재미가 아닌 의무로 시작하면, 처음부터 책에게 기선을 제압당한다. 이 책을 언제 다 볼까 하는 부담감, 보다가 중단하면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좌절감과 실망감, 결국 '예전에도 다 못 봤는데 이번이라고 다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책 읽기를 지레 포기한다. 22쪽

대충 독서법은 책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바꿔놓고 시작한다. 책은 무조건 읽어야 할 대상이 아니며, 읽기 싫다면 한켠에 밀쳐 뒀다가 다시 볼 수 있는 가벼운 존재라는 것. 책 속에 들어 있는 정보들은 각각 우리에게 유용한 것들이겠지만 정작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다면 쓸모없다는 것. 하이퍼 장르들의 성공으로 장르의 결합 등 여러 방면으로 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할 때에 정보 하나에만 몰두하는 것은 너무 시간을 잘못 쓰고 있다는 것. 책은 전반적으로 이런 것들을 이야기 해 준다. 처음부터 책을 읽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문학 종류가 아닌 다음에야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책 읽기의 차이는 '속도의 차이'가 아니라 '목적의 차이'다. 그래서 책에 따라 읽는 방법도 모두 달라야 한다. 문학 작품들은 감상하면서 읽는 것이 옳다. 비즈니스, 교양서적의 경우라면 부분적인 읽기로도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40쪽

더불어 책은 어떻게 하면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지, 나와 맞는 책은 어떻게 고를 수 있는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도 같이 구해주려 노력한다.(2부에서) 책에 서툰 사람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서점 이용 방법, 광고와 베스트셀러에 유혹당하지 않는 방법 등 자신이 혹은 남들이 책을 고르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서재 공간을 개편한다거나 손이 닿는 공간(보디존)에 책을 두는 것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맞는 책을 읽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 앞에서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남을 위한 책 읽기가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을 위한 책 읽기가 되어야 한다. 30쪽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말해준다. 나의 서재는 나의 관심사와 생각을 통째로 보여준다. "서가는 그 주인을 비춰주는 거울이다."라는 일본 격언처럼 책장은 한 사람의 내면세계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70쪽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방법 = 끌리는 제목의 책 / 책의 목차를 봤을 때 읽고 싶은 대목이 3개 이상인 책 / 서점에 가서 두 번 보게 된 책. 96쪽

대충 독서법은 속독법이 아니다. 이 책을 책을 빨리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 책은 그런 류의 독서법이 아니다. 취사선택. 대충 독서법을 다른 말로 하자면 취사선택일 것이다. "대충 독서법은 단순히 글자를 빨리 읽는 독서법이 아니다. 책을 가볍게 훑어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을 찾고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는 기술이다. 41쪽" 책의 한 부분밖에 관심을 가지지 못할 지라도, 그 부분을 읽고 무언가를 느꼈다면(깨달았다면) 그것은 충분한 독서가 된다고도 이야기한다. 이는 작가가 독서는 책 한권을 읽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의 선입견에 쩍하고 금을 그었다.

하지만 작가는 대충 독서법을 단순히 '대충 읽는 책읽기'로 끝내지 않는다. 대충 독서법을 확장시켜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독서를 이끄는 방법에 대해서도 담았다. 책 구석에 밑줄+메모를 치거나, 마음에 드는 문장은 따로 적어두거나 필사하거나, 어떤 질문을 통해 독서를 다른 분야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거나, 책 속에 언급된 다른 책을 찾아볼 수 있다거나. 여러 방법들을 통해 책읽기의 확장성까지 고려했다. (꽤 치밀한 뼈대가 아닐 수 없다.)

대충 독서법이 대충 읽는 것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 관심이 있는 부분만을 찾아 읽는 취사선택의 책 읽기이기 때문에, 한 가지를 보게 되더라도 관심있게 지켜볼 수 있는 것이 대충 독서법의 가장 큰 장점이다. 관심부분을 읽다 다른 부분에도 관심이 생기면 전체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게 야금야금 자신의 관심사를 늘려가며 나를 발전시키는 데 유용한 독서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창의성은 그냥 연결시키는 것이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되새길 수 있는,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쓸데없는 매칭을 시켜 새롭지 않지만 전혀 새로운 느낌을 찾아내는 놀이 아닌 놀이 방법도 책에 등장하니, 관심이 있다면 책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우리가 책을 보는 것은 있어빌리티(있어보인다+Ability의 합성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책 속에 잠깐 등장하는 단어인데, 왜인지 모르게 이 단어가 정감이 가더니만, 위에서 찾아본 '대강'의 뜻과도 연관이 되니, 있어빌리티와 대충독서법의 만남은 필연인가 싶다. 누군가에게 있어보이기 위한 책읽기라면 단연 대충 독서법이 답이다. 지대넓얕 같은 팟캐스트와 책이 흥하고, 인문학 붐이 있으며, 이런 저런 강의들을 듣기 좋아하는 있어빌리티가 있는 당신이라면, 이 책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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