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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돈의 역사 ㅣ 두레아이들 교양서 2
벳시 마에스트로 글, 줄리오 마에스트로 그림, 이문희 옮김 / 두레아이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새로 발행된 5만 원권의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이 새겨진 5천 원권에 언제봐도 자랑스러운 세종대왕의 만 원권까지 우리 돈이 가득 채워진 앞표지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돈의 역사'라는 제목에 요즘 쉽게 만날 수 있는 정보 가득 담긴 책이려니 했다. '역사'란 원래 알아야 할 것이 워낙 많은 탓에 말이다.
막상 책장을 넘겨보면 '아니 이게 뭐야?'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전반적으로 바탕 가득 그림이 차지하고 있고 이야기하듯 풀어내고 있는 본문에 다소 뜨아~하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의 정보 책이 얼마나 차고 넘치는 정보들로 가득한데...이렇게 헐렁하게(?) 돈의 역사를 풀어내고 있단 말이야...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나의 섣부른 실망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아주 먼 옛날, 최초의 인류는 단순한 생활탓에 돈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없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는 방식이 변함에 따라 물물교환을 시작하게 되고,또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 정착생활을 하고 도시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직업이 생겨났다는 것까지....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일반적인 인류의 역사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과 필요한 것을 맞바꾸는 원시적인 형태의 물물교환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거래에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자 비로소 원시적인 형태의 돈(화폐)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소금이나 찻잎, 조개껍질, 깃털, 동물 이빨, 담배, 담요같은 것이다.
또 오늘날 중동인 고대 수메르에서는 보리가 돈의 역할을 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된다.
소금이나 보리같은 것이야 돈의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깃털이니 동물 이빨이니 하는 것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어떻게 그것들을 화폐로 쓸 생각을 했는지?? 하긴 소금도 녹아버리는 단점이 있으니 그것 역시 마찬가지로 의문이다.
그러다 마침내 가치가 높은 은을 사용함으로써 세계 최초의 금속 화폐를 발명한 수메르 사람들, 바퀴와 돛배도 발명하여 더 먼 곳으로까지 물건을 교환하게 됨에 따라 거래 수단인 은이 확대되는 결과가 되었다고.......
주화가 처음으로 정부의 공식 화폐로 쓰인 것은 약 2700년 전으로 오늘날 터키에 위치했던 고대 왕국 리디아가 화폐 제도를 발명하여, 호박금과 은을 혼합하여 리디아 왕의 상징인 사자의 머리가 찍힌 주화를 거래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사용에 편리한 주화는 고대 그리스와 페르시아 제국은 물론 로마 제국에 이르기까지 거래 수단이 된다.
실물 사진이 아니어서 다소 아쉽지만(역사적인 자료는 무엇보다 사실적인 것이라야 더 설득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교적 세세한 그림의 다양한 주화들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준다.
새로이 놀라운 사실은 종이돈은 종이와 인쇄 기술이 앞섰던 중국에서 유럽보다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 게다가 중국 정부의 막강한 힘때문에 중국의 모든 지역에서 종이 화폐를 사용하였다니 이 역시 놀라운 사실이다.
유럽에서 종이돈을 최초로 인쇄한 나라는 1500년대 초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여 엄청난 금과 은을 소유하게 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가 된 스페인으로 당시 공식화폐로 채택된 '스페인 달러'와 잔돈으로 쓰인 조각난 돈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북아메리카 식민지의 원주민들이 물고기나 모피, 목재를 주고 유럽의 물건과 돈을 얻고, 그렇게 얻은 유럽의 돈으로 물품을 사기도 했다니 다소 아이러니가 아닐 수없다. 게다가 옥수수나 담배, 물고기, 밀은 그렇다치더라도 손톱으로 물건 값을 지불했다니... 오호~ 놀라워라.
주화와 지폐를 찍어내는 방법과 낡거나 오래된, 혹은 손상을 입은 지폐는 불에 태우고 그만큼 새 지폐를 인쇄하고, 주화는 녹여서 새 주화를 만든다는 것과 오늘날 거의 모든 나라에는 자기 나라만의 공식 화폐가 있다는 것까지 두루두루 돈의 역사를 들려주는 이 책이 어느새 진국처럼 다가온다.
무엇보다 번역서가 가진 단점을 충분하게 보완하고 있는 <우리나라 돈의 역사>와 <돈에 대한 그밖의 정보들>까지 만족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우리나라 돈의 역사를 제대로 엿볼 수 있는 사진자료가 마음에 썩 드는데, 조선 시대에 전국적으로 유통된 최초의 엽전인 상평통보의 종류가 무려 3천 종이 넘었다니, 이거야말로 서프라이즈!가 아닐까....
빈 말이 아닌듯 당일전, 당이전, 당백전, 당오전, 중형전과 같은 상평통보의 분류와 천자문 순, 오행 순, 숫자 순, 부호 순 등의 상평통보의 종류를 보여주는 사진에 새삼 놀라게 된다.
고조선 시대의 철로 만든 '자모전'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 발행된 2009년 6월의 오만 원권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도 참으로 유구함을 알려주는 이 책, 첫 인상과 달리 제대로 우러난 진국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