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2007년 대한민국은 학력위조파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현상을 맞이했다. 어느 한 개인의 신상문제에서 시작된 진위논쟁은 걷잡을수 없는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고 공공연히 감추어졌던 비밀은 봇물 터지듯 연이어 모든 언론을 장식했다.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이들을 비롯해 언제나 대중의 시선속에서 살아가는 연예인들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도덕적 해이는 우리 사회의 현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속이고 개인의 양심을 파는 것에 우리는 분노했지만 우리 역시도 그러한 모습에서 그리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에도 어느 정도의 허위와 가식 혹은 위선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 사회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며 모든 분야에서 리더임을 자처하는 미국에서도 그러한 모습은 이미 만연해있는 사회적 병폐이기도 하다. 미국의 공공정책 연구기관에 재직중인 데이비드 캘러헌은 자신의 책 <치팅 컬쳐>를 통해 거짓과 편법이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오늘을 진단한다.

 

허위진단, 뇌물공여, 학력위조, 불법 다운로드, 작가들의 표절. 저자는 미국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각종 속임수를 들춰내며 그것이 이미 자연스런 문화의 하나가 되었다며 책의 서두를 연다. 또한 그러한 속임수에 대해 누구도 그 의미를 밝히려 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어느 경우든 속임수를 쓰면서도 부끄럽다는 생각마저도 갖지 않는다 이야기 한다. 저자는 2차대전 이후 자유로운 개척정신들이 서서히 사라지며 나타난 개인주의가 그러한 생각의 연원이 되었으며, 70년대 이후 극단적인 자본주의 시대는 더더욱 그것을 부추겼다 이야기 한다. 결국 경쟁이라는 현대사회의 대세앞에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의 사고방식은 물질만능주의와 상대방에 대한 시기로 나타났고 그 모든 것들은 탐욕으로 변질되어 간 것이다. 즉,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세상에서 물질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도덕적으로도 우월하다는 그릇된 문화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의 거짓과 편법이 고발된다. 저자는 보다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며 미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다. 불특정한 사회의 어떤 부분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의 실명이나 기업의 이름이 거론되며 그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대중을 속이고 자신의 사욕을 채웠는가에 대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그를 통해 저자는 이만큼 미국을 키워온 자유시장이 그 하나임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다. 호황은 수많은 신규사업을 탄생시켰고 성과에 의한 소득분배는 많은 부를 창출해냈다. 하지만 능력과 지위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던 소득은 어느새 엄청난 격차를 보이며 시대에 역행해 왔고 그 결과는 극심한 빈부격차로 나타났다. 실제 책에는 현재 미국 상위 1퍼센트 가구가 전체 가구중 40퍼센트의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그것은 그들의 부가 하위 90퍼센트 가구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결국 그러한 불평등의 심화가 미국 사회를 문화적, 지리적으로 갈라놓는 무엇보다 큰 요인이 된 것이다.

 

저자는 속임수의 증가로 개인주의가 극심한 이기주의로 바뀌었고, 돈이 사람보다 중요해졌으며,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진 반면 약자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줄어드는 세가지 변화가 나타났다 진단한다. 부를 가진 자들 중심으로 세상이 흘러가면서 정치권 역시도 부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그들은 탈세를 일삼고도 무사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고 자신들의 자녀를 편법으로 명문인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시킨다.
"부유한 사람들은 조금씩이나마 더 행복해지는데 비해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슬퍼하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재정상태와 직업에 대해 갈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데 비해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 반대다." 
결국 그것이 중산층의 사소한 거짓을 불러온 것이다. 직장에서 지급하는 볼펜을 아무 거리낌없이 집에 가져오고, 자동차 보험료를 줄이기위해 다른 가족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하고, 인터넷상에 떠도는 음원을 대가없이 다운로드하는 등의 행위는 이제 거짓으로조차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결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계약의 적법성이 깨어져 버린 것이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때로 정직성을 희생해야 하기도 한다."
속임수는 이제 세상에서 뒤쳐지지 않는 자연스런 생활양식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컨닝으로 점수를 올려 대학에 진학해 거짓이 담긴 이력서로 좋은 직장에 들어가 교묘한 계획으로 고객이나 투자자를 속여 자신의 잇속을 챙긴다. 설령 적발되더라도 경미한 수준의 경제적 처벌만을 받는다. 오히려 정직하게 사는 것이 부정을 일삼아 사는 것 보다 못한 삶이 되었다.

 

저자는 그러한 속임수의 문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일한 만큼의 대가가 따르는 건강한 사회를 이야기한다. 즉 균등한 소득의 분배인 것이다. 그것은 결국 현대의 자유 시장 논리로는 암울한 미래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책의 모든 내용에 있어 우리 사회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휠씬 더 내부적으로 곪아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좀더 적극적인 정부의 압력과 기업 내부의 체질개선 역시도 당연히 그리해야 하겠지만 성과주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현대 자유 시장논리는 어느날 갑자기 태어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모든 이가 서로 믿고 다같이 잘 사는 사회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모습이 조금은 막연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상의 세계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이루어지기 힘든 이유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인간의 이성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조금은 애처로워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그때문에 저자가 호소하는 인식의 전환이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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