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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세계사 - 지금의 세계지도와 역사를 결정한 59가지 전쟁 이야기
김성남 지음, 진선규 그림 / 뜨인돌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국지전적이긴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지역에서는 그칠날이 없이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모두에게 절망만을 안겨주는 전쟁이건만 인류는 끊임없이 싸움의 역사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인류 스스로가 전쟁이 모두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종식시키지 못하는 전쟁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전쟁이 인간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다는데서 그 연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즉, 인간의 역사는 역사 그 이전시대부터 적극적인 힘의 논리가 인간사회를 지배해 왔다고 볼 수 있으며, 힘을 가진자가 집단의 우두머리로 나타나고 그 집단은 힘의 대결에서 주위의 다른 집단을 정복해 나가는 그 모든 과정이 전쟁의 역사이고 바로 힘의 논리 그것이었다. 또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의 모든 분야가 집약된 대결의 장이 전쟁이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쟁은 세계를 놀라게 하였고, 놀라운 충격을 주었고, 더욱 놀라운 발전을 이룩케 하였다. 인류 역사상 전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시대를 앞서간 장비 못지 않은 전쟁영웅의 출현이다. 그것은 전쟁이 영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웅이 전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일면에서 신화를 남긴 사람들이 바로 전쟁 영웅이며, 수천 년의 긴 전쟁의 인간의 역사 중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영웅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책 <전쟁 세계사>는 그러한 전쟁에 관한 각종 이야기거리를 망라한 책이다. 이를테면 전쟁에 관한 기네스북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는 책인 것이다. 일곱 개의 장으로 나뉜 책 속에는 전쟁하는 사람들부터 전쟁의 도구, 전쟁하는 법 그리고 졸병과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 그리고 인류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은 전투에 대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각각의 장에는 그간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전쟁의 흥미로운 숨겨진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또한 서양사 위주의 기술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국과 한국사는 물론 신대륙인 아메리카 대륙에서 벌어졌던 전쟁까지 적절히 분배하여 알기 쉽게 전쟁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익살스런 삽화들은 사뭇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들을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수 있도록 인도하는 작가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전쟁은 물론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그 양상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듯 하다. 로마는 현대 민주주의의 모태가 되었던 의회 만큼이나 군 역시 현대적인 체계를 갖추었던 것 같다. 그것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투철한 직업의식에서 시작한 로마군단의 힘이 바로 로마가 막강한 제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였으며, 십자군이 그토록 오랜 기간 용맹히 싸웠던 힘이 천국에 대한 그들의 확고한 믿음이었고, 에스파냐군이 적은 병력으로도 아즈텍을 정복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전쟁의 형태였던 것이다. 무기는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커다란 요소중의 하나일 것이다. 원시 그대로의 돌부터 시작된 무기의 발전은 활과 화약 그리고 총을 거치면서 병력의 많고 적음으로 갈리는 전쟁의 기본 원칙을 깨어 버리고 만다. 항공모함과 스텔스기는 현대적인 무기의 위력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전술 역시 전쟁에서 빠질 수 없다. 역사상 빛나는 전투에는 그때까지 없었던 획기적인 전술이 도입되며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4장의 '전쟁사 속의 졸병일기'일 것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기록될만한 전투에 동원되었던 일개 병사의 흔적은 극히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전쟁영웅 뒤에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준 병사들이 존재했을 것이며 또한 모든 전쟁에 있어 그 실제 그 주도자는 병사들임이 분명할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그러한 배경에서 졸병일기를 끌어낸 모양이다.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에 동원된 병사와 막강했던 로마군단의 병사, 세계 최강의 군대 몽골 기마병, 미국 독립 전쟁시의 미국병사 그리고 이순신 장군 휘하의 조선 수병까지 전쟁을 앞두거나 힘들기만한 일상을 보내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은 그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으며, 결코 그들은 이름없는 병사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전쟁의 역사만큼이나 전쟁에 관한 연구 또한 오랫동안 인류의 커다란 관심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연구로도 전쟁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과연 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 내지는 못했다. 결국 지금까지 그래왔듯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아마도 우리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는 전쟁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 피해를 줄여 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전쟁이 무엇이고 어떠한 형태로 계속되어 왔으며, 그러한 전쟁이 우리 인류에게 과연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