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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여행의 묘미는 무엇보다 여행이란 이름이 주는 것처럼 그 이미지에서 맨먼저 느껴지는 자유로움일 것이다. 여행을 통한 자유는 정형화된 일상과 규범에 길들여진 현대 도시인들에게 어쩌면 가장 쉬운 선택인 동시에 유일한 탈출구가 될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 뿐만 아니라 실제 여행을 통한 값진 경험들은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생활하는데 커다란 에너지원이 되어주기에 우리는 주저할 것 없이 여행이란 자유를 선택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틀에 박힌 지루한 일상이라도 그것은 우리가 생활해나아가는 터전이며 또한 우리의 생활을 유지시켜주는 일터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그 틀을 깨는 것은 물론 깨지는 것 조차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다카하시 아유무는 진정한 자유인이 무엇인가를 이 책 <러브 앤 프리>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로서의 이력이나 생활인으로서의 그의 이력은 평범한 이의 그것과는 모는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학을 중퇴했고, 제대로 된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으며, 자신의 글을 실어줄 출판사가 없자 직접 출판사를 차리기도 하는 등 그의 행보는 계속되는 파격의 연속이다. 결혼과 함께 그는 그마저도 모두 버리고 스스로 방랑의 길을 시작한다. 아내 샤이키와 함께 떠난 신혼여행은 무려 1년 8개월동안 계속 이어졌고, 그는 전세계를 다니며 그가 보고 듣고 체험한 기록을 사진과 함께 이 책에 담아냈다.
"타인을 안다는 것은 나를 안다는 것이기도 하다."
<러브 앤 프리>를 통해 보여지는 아유무의 여행기는 절경이나 명소를 소개하고 그곳에서 느낀 감정을 기록하는 기존의 전형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그것은 다시말해 적어도 이 책은 어떤 여행지를 소개하거나 독자를 그곳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의 수많은 사진 가운데 다른 여행기속에 흔히 볼 수 있는 명소의 사진을 찾아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물 여섯의 아유무는 여행을 통해 수십 개 나라를 다닌다. 하지만 생소한 경치를 보고 감탄하기보다는 그곳에 사는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그 안에서 파생되는 아픔을 보다 소중히 여기려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는 질문들을 토해 낸다. 남극에서 북극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행속에서 그것은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 여행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오늘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가올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여기며 살아가곤 한다. 하지만 아유무는 그러한 일반적인 통념을 깨고 오늘의 자신에게 충실할 것을 권유하는듯 하다. 그것은 오늘 내가 겪는 일상과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체험이라는 것을 그는 강조한다.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답답함을 토로하기 보다는 활기차게, 자유를 부르짖기보다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척 자유롭게 살아가면 된다는 그의 말이 그가 가진 진정한 자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여행의 본질적인 목적이 조금씩 성장하고 무엇인가 깨닫는 삶의 한단계라 한다면 그러한 모든 선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자신의 몫이다. 꼭 여행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기 자신을 너무나 모르고 있지는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지만 행복한 방랑자 다카하시 아유무의 <러브 앤 프리>를 통해 너무나도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