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패턴 - 루스 베네딕트 서거 60주년 기념, 새롭게 탄생한 문화인류학의 고전
루스 베네딕트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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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네딕트는 인류학이라는 분야가 아직 제대로 된 학문으로 정립하기 이전인 1919년에 인류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입문하게 된다. 베네딕트의 제자이기도 한 마거릿 미드가 쓴 그녀의 전기에 따르면 그녀가 인류학을 선택하게 된에는 여러가지 개인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여러가지 주변 환경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화의 조각들을 발견해 가면서 조금씩 인류학에 빠져들었고 마침내 문화적 가치의 상대성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녀는 자신의 첫 단행본으로 문화적 통합형태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원시문화든 현대문화든 문화연구 그 자체가 인류학이라는 범위 자체를 넘어서는 중요한 주제임을 알려주는 그녀의 대표작 <문화의 패턴>은 탄생하게 된다.

 

이 책 <문화의 패턴>은 세 개의 원시부족의 문화와 생활상의 전반적인 고찰을 통해 문화의 상대성과 문화가 개인의 성격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문화의 다양성과 함께 그러한 다양한 문화와 관습을 이해함으로서 당시 팽배하던 민족주의와 인종 우월주의를 비판하며 보다 합리적인 사회질서를 추진하자는 노력의 시작이기도 하다. 실제 이 책이 쓰여졌던 1934년은 1차 세계대전이후 강대국들의 민족주의가 심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그녀는 제도화된 문화의 특성들이 그 문화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그를 위해서 베네딕트는 인성의 확대(personality writ large)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그것은 문화라는 자체가 여러 세대를 거쳐오면서 각 문화별로 이용 가능한 형태들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또한 버리기도 하며 그것을 자신들의 것으로 개조하여 왔기에 그것은 지금 현재의 문화에서도 현재 그 문화속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문화는 진행된다고 보는 견해이다. 그것은 그녀에게 살아있는 문화를 연구하면서 그 문화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기능 그리고 제도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그녀는 원시부족을 연구하게 된 계기로 "단순한 문화의 객관적 사실들은, 복잡한 사회에서는 파악하기 까다롭고 잘 증명되지 않는 사회적 사실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명사회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복잡한 원시 사회라는 인구집단내의 사상과 행동을 통해 문명 사회를 분석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게 선정된 세 개의 부족이 주니족, 도부족, 콰키우틀족이다. 이미 침입자들에 의해 대부분의 부족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을 잃어버렸지만 푸에블로의 주니족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인디언들과는 달리 아주 오래된 동질성의 역사를 갖고 있다. 모든 것을 그들 사회내의 제도화된 형태에 헌신하며 개인의 개성조차도 제도속에 복종시키는 그들의 관습은 서양문명의 시각으로는 분명 이해 하기 힘든 요소였을 것이다. 뉴기니의 도부족은 서로에게 적대적이며 언제나 배신이 난무하고 합법성이라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는 문화적 특성을 보여준다. 아메리카 북서 해안의 콰키우틀족은 경쟁자보다 자신이 우월해야 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모든 서로간의 관계와 종교 심지어 불행한 사건까지도 재산의 분배와 파괴를 통해 이루어지는 우월성의 과시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문화자체가 결정되는 시스템을 가졌다.

 

세 부족의 생생한 문화에 대한 베네딕트의 서술은 요즈음 우리가 TV화면에서 만나는 다큐멘터리와는 또다른 신비감과 흥미를 안겨다 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지극히 단순하지만 그안에 여실히 보여지는 인간의 심리는 원시사회로 그저 치부할 수 만은 없는 내용들이기도 했다. 그러한 문화적 패턴들을 통해 인간의 잠재적 목적과 동기들을 그녀는 유추해 나간다.

 

문화를 깊이 인식하면 할수록 우리는 어떠한 문화적 상황에 있어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탕에 어떠한 요인들이 있으며, 그것은 그동안 어떠한 지역적이고 인공적인 수많은 요소들이 더해져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해 좀더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화와 그 울타리가 되는 사회와 함께 우리 개인이 떨어질 수 없는 실체라는 것 역시도 확인하게 된다. 결국 어떠한 개인이라도 자신이 속해있는 문화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며, 어떠한 문화라도 역시 개개인의 공헌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은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조금은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 베네딕트가 다룬 세 부족의 이야기로 인해 인해 책은 넘치는 생명력을 얻는다. 발간된지 70여년 이상이 지난 책이지만 사회속의 개개인이 그저 단순히 혼자가 아닌 사회속에서 문화를 진행시키는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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