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샤오민, 중국 경제를 말하다
량샤오민 지음, 황보경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 잠에서 깨어난 중국은 이미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고 그 발전 속도 역시 엄청난 인구가 가진 파워만큼이나 막강하기만 하다. 올해 여름 성공적으로 치러낸 올림픽은 그러한 그들의 꿈이 현실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웃나라로서 오랜동안 역사적 관계를 가져왔던 우리에게도 중국은 그저 많은 인구를 가진 잠재력의 나라가 아닌 본격적인 경제 파트너로서로 또한 우리가 개척해 나가야할 무한한 시장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량사오민 교수는 그러한 성장 일변도의 이면에 감추어진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를 이 책 <량사오민, 중국 경제를 말하다>를 통해 제기하고 있다. 또한 경제학자 답게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보다 본질적으로 접근하여 경제학이 그저 대학이나 기업에서 다루는 계량적인 학문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삶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살아있는 학문임을 이야기하려 하고 있다.

 

경제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적으로 만인의 행복을 실현하고, 개인이 즐거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이상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의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것을 위해 저자 량사오민 교수는 경제학에 대해 최적과 선택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우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최적이란 제한적인 조건하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는 것 을 말한다. 또한 선택이란 단순히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결점이 비교적 적으면서 실현 가능한 것들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고르는 것이라 정의한다. 결국 그것은 우리의 삶과도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 역시 끝없이 많은 선택의 순간과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저자가 중국 경제에 대해 논하고 있는 책이지만 자신의 경험과 분석을 통해 책의 곳곳에서 경제학이 일종의 인생철학임을 우리에게 인식시켜주고 있기도 하다.

 

성장하는 중국의 근간은 물론 국영기업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저자가 '친아들'이라는 표현을 쓸만큼 정부의 각별한 보호아래 중국의 경제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저자는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여전히 구태의연한 과거의 습관이 남아 정부가 기업들을 무조건 감싸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은 짝퉁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저자는 그 원인이 품질개선을 기업의 양심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 꼬집는다. 저가 상품을 통한 세계시장에의 진입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제발전의 방식이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 발전 초기에 국한 되어야 하며, 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후에는 더이상 그러한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결국 기술개발과 함께 기업에 대한 정당한 압력행사만이 상품의 질을 끌어 올려 자국 제품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끌어 올리는 유일한 길임을 저자는 이야기 한다. 또한 저자는 사회적인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태도를 가진 지식인의 도덕성과 자신이 축적한 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사람들로 부터 비난을 받는 일부 부유층에 대해서도 학자적인 양심과 교양으로서 그러한 불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중국이 백년을 기다려 왔다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어 놓고 있다. 물론 올림픽이 국력신장과 국제적 지위 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잔치이며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효과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아직 개발도상국인 중국이 '있는 척'하며 올림픽을 치르는 것 보다는 최대한 절약해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 물론 올림픽은 끝났고 그 경제적 효과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 웅장한 규모의 호화로운 잔치는 분명 세계인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지만 그 비용에 대해서는 분명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나라 만큼 올림픽 금메달에 대해 집착하는 나라가 있을까 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중국은 어쩌면 우리보다 그 강도가 훨씬 더 한듯 느껴진다. 실제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이 금메달 한 개를 따기 위해 들인 비용이 7~8억 위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5년 발사한 중국의 두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 6호에 들인 비용이 9억 위안이었음을 감안할때 과연 그러한 대가를 들여 금메달을 따낼만큼 그 가치가 있었느냐에 대해 저자는 묻고 있다. 물론 국가적으로 금메달은 소중하고 값진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경제적인 가치로 봤을때 우주선과 금메달은 비교할 수 조차 없다고 저자는 단언하기도 한다.  

 

중국 경제의 급부상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에 고층빌딩으로 대표되는 현대화의 물결을 안겨다 주었다. 또한 많은 경제 지표들이 발전하는 중국 경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과시성 소비의 이면에는 숨겨진 이기적인 위선과 부적절한 행동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음을 저자는 경계하고 있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 부의 강압적인 재분배를 꿈꾸기 보다는 유능한 사람들이 기업의 규모를 늘리고 경쟁력을 높여 더 많은 국부를 창출하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국은 현재 커다란 변혁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이제 본격적인 시장 경제 체제 속에서 중국의 사회와 기업들은 자본이라는 그들이 지금껏 가져보지 못했던 요소와 함께 새로운 도전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조화와 균형이라는 경제학의 핵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아직 중국에게 기회는 무수히 많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