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특별한 악마 - PASSION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양윤옥 옮김 / 아우름(Aurum)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서른 두살의 노처녀 프란체스코의 일상은 단조롭기만 하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형제자매도 없이 그녀는 근엄한 계율을 갖고 있는 수녀원에서 성장한터라 뭐든 혼자 결정하고 혼자 행동하며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할 정도로 모든 습성이 자기 중심적인 여자가 되어버린지 오래다. 43인치라는 거대한 가슴때문에 예전에 속옷이나 수영복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광고에 도무지 어울려 보이지 않았던 느낌때문에 지금은 프로그래머로 재택근무 중이다. 괜찮은 게임 소프트를 만들어내며 나름대로 실적을 올리는 생활이 익숙할 무렵 그녀의 왼팔 윗부분에 큼직한 종기가 생긴다. 아프진 않았지만 찜찜한 기분에 그녀는 병원을 찾아가 의사에게 팔뚝을 내보이지만 그때마다 종기는 이상하게도 사라져 버린다. 그러한 지루한 반복이 열번이나 지나고 난 후 갑자기 종기는 부풀어 오르며 사람얼굴의 형체를 띤다. 이른바 '인면창(人面瘡)'의 출현이다. 게다가 황당하게도 이 인면창

이 말까지 할 줄 안다.   

 

히메노 가오루코의 <내안의 특별한 악마>는 늘 외톨이인 프란체스코와 인면창의 동거아닌 동거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종기가 처음 말을 했을때 그녀는 너무 놀라 세상의 각종 종교의 신에게 기도할 정도로 겁에 질린다. 하지만 종기는 각종 독설을 내뱉으며 자신과 공동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말한다. 그러나 그녀에겐 어림없는 일이다. 힌두교도라 생각되는 연예인의 사진으로 인면창의 입을 틀어막은후 붕대로 꼭꼭 싸매 버린다. 붕대를 풀자 인면창은 사라졌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려하던 그녀에게 인면창이 다시 말을 건다. 사라진줄만 알았던 인면창은 그녀의 가장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인면창에게 그녀는 '고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어쩔수없이 동거를 시작한다. 고가는 그간 오랫동안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여자들에 기생하며 살아왔다고 자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일에 몰두해 남자들이 여자로 바라보지 않던 그녀들이 마침내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할때 자신은 떠

날 것이라 이야기 한다. 단조로운 생활과 집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는 그녀는 이제 그녀의 손이 닿기만해도 모든 남자들을 남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해버리는 이상한 능력까지 만들어 주기에 이르렀다. 그런 그녀에게 날마다 이루 말할수 없는 독설을 내뿜는 고가의 이상한 동거는 3년째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친구의 부탁으로 북쪽 창가의 방을 밀회장소로 빌려준 이후 그 방은 소문을 타고 많은 연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 버린다. 프란체스코는 그방을 '엘리제를 위하여'란 이름을 붙여 오로지 타인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저주받은 내 체질때문에 혹시라도 연인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돼."

소박한 그녀의 꿈은 무얼까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황당하기 그지 없는 설정을 만들어낸 작가 역시 그저 한낱 웃음거리로 이 소설을 쓰진 않았을거라 생각된다. 작가 가오루코 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설정속에 슬픔이 기생한다고 털어놓는다. 다시 말해 우스꽝스러움과 슬픔이 전혀 다른 감정이 아닌 서로 밀접한 관계로 연결된 하나임을 이야기한다. 그것을 그녀는 겸손함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슬픔이 또한 기쁨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행복을 위해 노력했던 그녀에게 작가가 안겨주는 또한번의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상에는 이래저래 괴로운 일도 있고, 모두들 이래저래 괴롭기 때문에 자신의 이래저래 괴로운 일을 이래저래 즐거운 일로 바꿔가듯이 다들 이래저래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자신도 이래저래 노력을 해보자고..."

 

자신이 그레이트하고 퓨어하고 노블하다고 이야기하는 인면창 고가와 함께 말하고 만진 남자들을 임포텐스는 물론 대머리로 까지 만들어 버리는 이상한 능력을 지닌 프란체스코의 동거는 작품 내내 터져나오는 웃음을 막을 길이 없다. 다른 작품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표현과 묘사는 작가 가오루코가 왜 '100가지 문체를 쓸 수 있는 작가'로 불리는지 알려주는듯 하기만 하다.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는 그녀만의 특별한 악마 고가의 독설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마음속 진심에 대해 다가서는 또다른 특별함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