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남자 - 성,사랑과 돈 다윈의 눈을 통해 본 당신의 세계
마이클 길버트 지음, 김석규 옮김 / 일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인류은 그 태생부터 집단을 이루어 살아왔다. 그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육식동물들이 출몰하는 초원에서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으로 일하고 협동하지 않으면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동체는 각자의 배우자와 연결되어 아이를 낳고 기르며, 부모와 친족관계를 맺고, 자녀들과 교감을 나누며 살아가는 가족의 기초가 되었으며, 나아가 가족제도는 피로 연결되어진 끈끈한 서로간의 관계이며 동시에 인류가 가진 중요하고 독특한 유산이기도 하다. 그렇게 각자의 혈족과 인종적 뿌리는 과거에나 오늘날에나 개인이 사회에서 안정적인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해가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목적의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바탕에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결혼제도가 그 근간이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녀는 각자에게 주어진 특성과 임무대로 살아온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해가 뜨면 남자는 그들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들로 나가 사냥을 해야했고, 여자는 남자를 기다리며 아이를 양육하고 가정을 지켜왔다. 그러한 서로간의 의지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던 초원에서 인류가 지구의 주인으로 자리잡게 하는데 무엇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하지민 현대사회가 도래하고 남녀가 동등하다는 여권신장의식이 뚜렷해지면서 서서히 남녀간의 차이는 조금씩 희석되어 갔고 이젠 그러한 자연이 준 각자의 영역을 넘어 그 역할조차도 파괴되어 버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것은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아이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대학에서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는 마이클 길버트는 <일회용 남자>를 통해 남자가 그렇게 사회에서 도태되고 과소평가되는 것과 함께 여성의 역할이 급격히 증대되는 것을 우리에게 주어진 또하나의 위기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역할 파괴의 현 시점에서 인류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원시시대부터 이어진 남녀간의 근본적인 관계를 통해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혼란한 가족제도의 건전성을 회복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인류 조상들의 관심 영역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가족과 친인척을 부양하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영구적인 임무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 부양의 과정에서 남자들은 항상 도전하고 또한 새롭게 문명을 창조하면서 그들 앞에 나타나는 수많은 방해요소들과 싸워왔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가능성과 함께 기회를 발견했다. 그것들은 모험, 정복, 지배라는 근본적인 남자의 욕구로 드러났다. 하지만 근대문명과 제국의 출현은 남과 여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부부관계에 까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근대 산업사회의 활기찬 가정의 부인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세기가 되면서 인류의 기술과 혁신은 이전의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도약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급속한 사회적, 환경적 여건은 부부계약과 가족제도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현대의 사회와 직장 심지어 군대까지도 남녀간의 차이는 없어져버렸다. 그것을 저자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남녀간의 차이를 없애버린 교과과정을 통해 습득하며, 그러한 교육은 소녀들에게는 실망과 정서적 혼란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년들에게는 자신들의 독특한 기능이나 자존심에 대한 모든 감각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의 남성적 에너지를 낙담하게 만들며 여자들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기에 자신들은 특별히 필요없다는 인식을 불러와 결국에는 그들을 허약한 존재로 만들고 더 나아가 여성들과 격리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부부계약과 결혼은 남자를 성적 혼돈에서 벗어나 헌신적 육체관계와 양육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있다. 남자는 정자를 가진 인형이자 일하는 기계이고,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는 존재이다. 남자들은 독특한 역할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남자는 원칙없는 쾌락, 방향없는 에너지, 목적없는 운동일 뿐이다. 그는 폐기처분될 수 있다. 그는 일회용 남자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더 이상 남자에게는 독특하고 없어서는 안될 기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남녀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무시하고 동등한 교육과 기회가 제공되는 현대 기술로 무장한 여성들은 이제 남성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 학교에서도 거세되고, 운동에서도 일정 자리를 내주고, 직장에서도 함께 경쟁하게 되면서 더이상 남자에게는 자신들의 특성을 뚜렷하게 드러낼수 있는 활동무대는 없는듯 하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이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받고, 보다 공정한 대접을 받으며 그것이 마땅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또한 여성들은 많은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남성들은 타고난 성격상 여성적인 영역으로는 진입이 어려워 보이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그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여성다움의 감정과 정신을 부활시켜 여성들의 완전한 잠재성을 존중하고 북돋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그것은 더이상 여성들이 남성다움의 모방으로 인해 자신들의 장점을 축소시킬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주어진 본능처럼 남성의 거친 면을 순화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공동체를 재건하고 자연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양육과 번식을 문화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는다면 실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남녀간의 성은 자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남성을 폐기처분 하면서까지 남녀간의 성의 분화 자체를 거스르고 있다. 그것은 이전의 시대보다 더욱 거칠고 경쟁적인 세상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걱정스럽게 이야기 하기도 한다. 여성이 남자의 업무를 떠맡게 돼 불행해지기 보다는 자연의 부름을 존중함으로써 가장 행복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저자의 제안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지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자연이 준 유산에 닻을 내려라."
대체적으로 저자는 여권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여권신장은 여성의 여성다움이 없어지고 결혼제도가 도전에 직면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남녀간의 관계조차도 위협받는 결과를 낳았다고 이야기 한다. 스스럼없는 낙태, 책임없는 이혼, 그리고 남자들과의 경쟁에서 오는 새로운 스트레스 등은 이제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저자의 말처럼 현대 사회의 위기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당면한 과제를 종교적 관점으로 풀어내려는 것은 웬지 미국식 사고가 아닌가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 책이 현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는 책이지만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결코 우리에게도 그저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남과 여 따로가 아닌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행복한 사회를 바라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꿈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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