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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팬더
타쿠미 츠카사 지음, 신유희 옮김 / 끌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이 현재의 발달된 문화와 문명을 이룩하며 이 땅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많은 요인중에서도 호기심과 욕망은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일런지도 모른다. 인간의 그러한 욕구에 대한 열망이 수많은 과학의 발달로 이어졌고 그것이 문명의 완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그릇된 욕망은 때때로 처절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원칙을 행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타쿠미 츠카사의 이 소설 <금단의 팬더>는 인간이 가진 많은 욕망중에서도 맛에 대한 욕구에 대해 다룬다. 이 작품은 2008년 일본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에 선정될 만큼의 흥미로운 요소와 함께 미각이라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욕망에 대해 탐구해 보는 과정을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독립된 자신만의 음식점을 열고 싶다는 꿈대로 코타는 스물다섯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비스트로 코타'라는 자신의 이름을 건 가게를 시작한다. 그리고 언제나 신선하고 놀라운 요리를 손님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신념처럼 코타는 서서히 지역사회에서 조금씩 자신의 가게를 알리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야카라는 어여쁜 신부를 얻게 되고 지금은 임신 8개월의 만삭이 된 아내 아야카와 행복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일과 가정 모두가 순조로웠고 코타는 그러한 지금의 자신이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낄뿐이다.
만삭의 아야카의 후배 미사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코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싫었지만 '하버 처치'라는 교회l옆에 자리한 피로연장이 '퀴진 드 듀' 프랑스어로 '신의 요리'를 의미할 정도로 유명한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을 알곤 참석할 것을 결심한다. 바로 그곳이 <자가트 서베이>라는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에 '파리의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을 능가할 정도의 놀라운 맛', '이 가게의 요리는 현재 일본 전체 프랑스 레스토랑의 정상에 군림하고 있다.' '입에 넣는 순간 이제까지 먹어온 요리가 쓰레기처럼 여겨질 정도이다."라는 각종 극찬의 대상이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코타 역시도 그곳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예약 전화를 했다가 반년이나 예약이 차 있다는 사실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기억이 있기도 한 곳이었다. 코타의 기쁨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신랑의 외할아버지가 '갓(God) 나카지마'라 불리는 일본 최고의 요리평론가 나카지마 히로미치였기 때문이다. 신랑의 아버지가 내내 안보이는 것이나 친척들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뭔가 미심쩍다고 생각하지만 코타는 나카지마와 함께하는 잠깐의 시간과 함께 그가 맛볼수있게 된 피로연의 요리들이 너무나 맛있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다.
효고현의 형사 아오야마는 어느날 기노시타 운수 사업부장 마츠노 쇼지의 살인사건을 맡고 있다. 그는 퀴진 드 듀의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있다. 기노시타 운수가 바로 퀴진 드 듀의 납품업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실종상태로 있는 신랑의 아버지 요시아키의 행방 역시도 의문이다. 사건을 맡은 팀은 대부분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나카지마의 유산을 둘러싼 갈등이 아닐까라는 전제하에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비록 말단 형사이지만 아오야마만은 상부의 지시와는 다소 다른 독자적인 수사로 사건을 해결하려 애쓴다.
코타는 자신의 가게에 찾아온 나카지마의 방문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코타에게 미각은 인간만이 가진 본능이라 이야기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를 부정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하기까지 한다. 식욕과 포만감이라는 단순한 동물적 본능에서 인간만이 미각이라는 또 하나의 본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신은 인간에게 요리라는 중노동의 과정을 부여했고 그것의 결과가 바로 인간만이 가질수 있는 미각이라는 쾌락이라는 것을 웅변조로 코타에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에 언급되어 있는 팬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대나무를 주식으로 삼는 팬더가 고기를 먹는다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그는 지금도 팬더에겐 고기를 씹기위한 이가 지금도 존재하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신의 노여움을 사 고기먹는 행위를 박탈당한 것이 아닐까라는 그만의 가설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 책의 작가 타쿠미 츠카사는 전직 요리사라고 한다. 그만큼 이 소설에서 언급된 각종요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그가 이끄는 다양한 요리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사건의 미스터리적 요소는 작품을 이끄는 또하나의 흐름으로 긴박하게 작용한다. 하나둘 등장 인물의 실종과 함께 추악한 그들의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진다. 수소고기보다 좋은 것이 암소고기이며 암소보다 좋은 것이 송아지고기의 육질이라지만 그것을 인간에게 까지 적용하려하는 그가 가진 끝없는 욕망에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소설속 나카지마는 그릇된 욕망을 지녔음이 분명하지만 팬더를 통해 인간만이 지닌 미각을 설명하는 대목은 분명 돋보였다. 아마도 작가는 그를 통해 인간이 가진 본능에 대해 보다 원초적인 접근을 해보려는 시도를 하려 했던 것 같다. 팬더가 겉으로 보기엔 그저 평온하고 귀여워보이지만 날카로운 이빨을 통해 아직도 고기를 탐하고 있는 욕망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인간 역시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달리 그 이면엔 추악한 본능을 지니고 있진 않을까라는 작가의 작은 되뇌임이 결말의 놀라우리만큼 섬칫한 반전과 함께 남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