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도서의 비밀 1 휴먼앤북스 뉴에이지 문학선 1
조완선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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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파리국립도서관에 사서로 근무하던 한국인 유학생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발견해 낸다. 그리고 발견한 직지심경을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책의 역사 종합전람회'에 출품하여 구텐베르크가 발간한 42행성서 보다 무려 70여년이 앞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임을 전 세계에 알린다. 이후에도 그녀는 외규장각 도서 279권을 프랑스국립도서관 창고에서 발견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가 있던 청사를 찾아내기도 하는등 그 누구보다도 세계속에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그녀가 바로 재불 사학자이며 직지심경(直指心經, 직지심체요절)의 대모라 불리는 박병선 박사이다. 조완선의 소설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의 주인공 정현선은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채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많다고 되내이는 박병선 박사를 모델로 하여 쓰여진 팩션이다.

 

소설은 한국과 프랑스간의 외규장각 도서반환 협상에 관한 프랑스측 대표인 세자르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장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협상에 비교적 호의적인 그가 한적한 거리 자신의 차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협상은 갑자기 흐지부지해진다. 무엇보다도 그의 사체가 파리 국방대학원에 안치되어있다는 것이 많은 의혹을 자아내게 한다. 미국에 유학중인 그의 딸 로잘리는 그의 손톱이 빠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세자르가 살아생전 스승으로 모시던 정현선 박사를 찾아간다. 급작스런 죽음을 겪은 이제 정현선은 프랑스 경찰과는 다르게 독자적으로 사건에 대해 파고 들며 세자르의 마지막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30여년전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동양학 문헌실에서 '전설의 책'이 발견된다. 이름으로만 존재하던 그 책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당시 사서로 근무했던 중국인 왕웨이, 일본인 마사코, 프랑스인 상트니 그리고 관장이었던 알렉스 단 4명 뿐이었다. 그들은 그 책의 존재를 비밀로 묻어두려 했다. 그 책의 발견으로 인해 문화적인 대격동이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 비밀을 묻어두려 했지만 3년전 왕웨이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면서 점차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무렵 세자르는 의문의 암호 두개가 적혀있는 편지 한통을 받는다.  

HCD+227


옛날과 현재의 예의와 법규를
문장으로 상세하게 정리한 책


세자르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서지 목록에도 없는 그 전설의 책을 지하별고에서 발견한다. 그는 그 책을 일컬어 세계 역사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지닌 책이라 했다. 그리고 그것을 주인에게 돌려주려 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그것을 막으려는 집단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정현선은 그 집단으로 추정되는 토트의 실체를 추적하던 미국인 헤럴드와 함께 그 실체에 다가선다. 하지만 그 비밀이 조금씩 밝혀질수록 관련자들이 하나씩 희생당한다. 마사코도 상트니도 모두 그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정현선과 헤럴드 역시 계속되는 죽음과 맞서게 된다. 과연 세자르가 발견한 그 책은 무엇이며 그들을 막아서려한 토트의 실체는 무엇일까.

 

소설은 구한말 프랑스가 강화도를 공격한 병인양요가 그 모든 혼란을 몰고 왔음을 밝힌다. 전설의 책은 바로 정조에 의해 강화도에 설치된 외규장각 서고의 지하 동굴에서 그들이 약탈해간 70여권의 책이 그 모든 비밀을 담고 있다고 설정한다. 또한 소설은 작품의 진행 못지 않게 프랑스의 이중적인 잣대를 질타하기도 한다. 나치시절 프랑스를 침공해 많은 문화재를 앗아간 독일과의 협상과 문화재를 거의 강탈해간 우리와의 협상자세가 다름을 고발하는 것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얼마전 <돈황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다. 오랫동안 먼지속에 뒤덮여 있던 돈황 막고굴의 수만권에 이르는 경전과 고서들을 프랑스와 영국의 탐험대가 거의 강탈하다시피 가져갔던 이야기를 다룬 책이었다. 그 프랑스 탐험대의 대장 펠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작품속에서도 수없이 언급되고 있다. 세자르가 언급한 그 두 권의 책중 하나가 바로 돈황에서 펠리오가 가져온 책이기 때문이다. 돈황에서 그들이 약탈해간 것이나 강화에서 그들이 약탈해간 것은 방법은 약간 다르긴 하지만 약탈해간 문화재를 자신들이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돌려주지 않는 그들의 처사는 분명 비난받아 마땅할 뿐이다. 그것이 바로 문화대국임을 자처하는 그들의 겉모습과는 다른 실제 모습임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록으로만 전하는 책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설정은 분명 대단한 발상이다. 그리고 우리는 소설속이지만 그를 통해 한없이 많은 기쁨과 환희를 느끼기도 한다. 몇일전 경북 상주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는 것을 보면 실제 그 전설의 책들이 어딘가에서 아직까지 그 모습을 감춘채 우리의 문화재 조차도 찾아오지 못하는 못난 우리 후세들에게 아직 멀었다고 하는 선조들의 질타어린 시선이 보이는 듯하다. 프랑스와 우리 그리고 그 비밀을 감추려는 독일, 그 책을 이용하려하는 중국까지 많은 나라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작품에서 우리는 소설 작품의 흥미만큼이나 빼앗긴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불가능은 없다. 지난 2005년 오벨리스크가 지난해 고향인 에티오피아로 돌아갔다. 무솔리니의 명령으로 약탈된지 70여년만에 조국의 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것은 전쟁과 약탈로 얼룩져 고향을 잃은 문화재들에게 분명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유명 영화배우출신 멜리나 메르쿠리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파르테논신전 방문객들에게 일일히 유인물을 나눠주며 영국이 약탈해간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상 엘진 마블의 반환운동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아직까지도 그 꿈을 이루어내진 못했지만 분명 그녀의 헌신적인 노력은 그 꿈에 다가서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진정한 노력만이 뜻을 이뤄낼 수 있다. 몇 년전 어느 TV방송의 주도로 뜨겁게 펼쳐지다 잠잠해진 우리의 문화재 반환운동이 기억난다. 단발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그리고 우리의 혼이 깃든 문화재를 기억해 보는 순간 이국에서 잠자고 있는 직지와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들이 따뜻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또한 아직도 중고교의 교과서에는 우리의 조상이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했다고만 써놓았을뿐 그것이 세계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그저 직지라는 이름만을 외우려 할 뿐... 한 나라의 문화적 상징인 책을 만들어내는 인쇄술의 결정체가 얼마나 훌륭한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듯한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좀 더 우리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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