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 악의 뿌리 미국이 지목한‘악의 축’그들은 왜 나쁜 나라가 되었을까?
권태훈 외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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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20세기는 총칼을 앞세운 무력이 지배하던 세기였다. 그리고 그 무력은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양극의 리드아래 냉전이란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첨예한 그 시기가 이어지면서 세계는 겉으로 평화롭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그들은 세계의 곳곳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데 열중이었다. 하지만 그 한 축인 소련의 붕괴는 세계에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게해서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한 강대국으로 남는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미국의 독주를 그저 방관하지만은 않는다. 소련 지배하의 동구권국가들을 유럽연합이 떠안아 그들만의 결속력을 새롭게 과시하며 미국에 맞서고 인구 파워를 내세운 미래의 강대국 중국과 인도 역시 그 변화의 추세에 동참한다. 또한 자원이라는 무기를 앞세운 베네수엘라를 필두로 중동의 다크호스 이란 등도 여전히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많은 국가들이 자력으로 상대하기 힘든 미국과 맞서고 있는 것인지 세계의 변방으로 밖에 취급되지 않던 쿠바, 리비아 그리고 북한은 지난 세기부터 오랜 기간 미국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것인지 이 책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은 그 시작과 원인에 대해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책은 7명의 각기 다른 저자가 각각 하나의 나라를 맡아 집필하고 저자들이 한데 모여 그들이 집필한 나라와 미국에 대한 토론을 다룬 내용인 좌담회를 싣고 있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미국이란 나라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좌담회는 이 책의 백미라 할 만큼 저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책의 첫번째 장은 쿠바가 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피로서 혁명을 완성한 나라이며 지난 세기 이른바 '쿠바사태'로 불리며 미국과 소련이 극한 대치까지 벌였던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이다. 그저 버려진 작은 섬이었던 쿠바는 사탕수수라는 자원을 통해 미국의 관심을 얻게 되고 남미 대부분의 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경제적인 식민지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민중의 끊임없는 의지는 결국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쟁취해냈지만 미국은 경제봉쇄로 소국 쿠바를 압박한다. 결과론적이지만 미국의 경제봉쇄는 식량이 없던 쿠바를 세계적인 유기농 농업국으로 만들어냈고, 의약품이 없던 쿠바의 의사들을 남미 전체를 아우르는 '맨발의 의사들'로 탄생시켰다. 미국이 봉쇄라는 정책으로 맞설만큼 쿠바를 싫어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자주국가의 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쿠바에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익이 발생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혁명은 그들의 경제를 어렵게 만들긴 했지만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혁명정신은 아직까지도 미국에 맞서고 있는 그들의 의지일 것이다.

자원을 앞세운 국가주의의 선봉에 서있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가장 휘발유 값이 싼 나라 베네수엘라이다. 미국의 부시를 지상 최대의 테러리스트라고 조롱하는 베네수엘라의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흔히 '석유를 가진 체 게바라'라 불린다. 이 책에서 언급된 나라들중 미국에 적어도 경제적으로 부담을 가할 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 5위의 석유수출국 베네수엘라의 석유는 그간 미국의 든든한 자원이 되어 주었지만 차베스의 집권은 그것을 자국의 이익으로 국한시킨다. 그리고 차베스는 그 석유를 이용해 남미전체를 미국에 대항하도록 하고 또한 중남미 전체를 좌익노선으로 이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유히 유조선을 미국의 항구에 올려보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실속을 챙기고 있기도 하다. 바로 그것이 그를 일컬어 '석유를 가진 체 게바라'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강력한 민중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그가 선거를 통해 집권에 성공했으며, 미국의 사주를 받은 보수쿠데타가 일어났을때도 민중들에 의해 다시금 복귀했기 때문이다. 

책은 이후에도 오래도록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 아래 혁명과 보수의 정권이 반복되고 있는 니카라과, 이른바 명분없는 전쟁이라 칭해졌던 베트남 전쟁의 실상, 중동의 새로운 강자로 출현하고 있는 이란, 오래도록 미국의 골칫거리로만 여겨지는 카다피의 나라 리비아에 대해 다룬다. 또한 우리와 뗄레야 뗄수 없는 우리의 반쪽 북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북한을 그들의 정식 명칭인 '조선'이라 칭하고 있다. 사실 그들의 국호이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는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는 것조차 쉽게 허락하질 못한다. 어쩌면 그것부터 우리가 북한을 제대로 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핵을 둘러싼 주변 열강들과의 이해관계를 통해 북한의 능수능란한 외교술을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그들이 미국에 단 한번도 굴복한 적이 없으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제국주의에 대해 맞설수 있는 전략을 가장 잘 알수 있는 것이 바로 북한의 역사라 소개하고 있다.

책에 소개된 나라들이 미국과 맞섰던 것을 살펴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세계의 경찰국가임을 강조하면서도 그 이면에 자국기업들의 이익만을 쫓고 있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것들은 이미 남미에서 여러번 나타난 우익 쿠데다들에 의해 증명된 바 있기도 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나라의 민중들 삶에는 전혀 상관없이 총칼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맞선 나라들은 그저 살기 위해 미국과 맞선 것 뿐이다. 그 나라의 민중이 좀더 인간답게 살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그들의 꿈은  결국 미국의 패권주의 맞서는 것 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베네수엘 어느 장관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식 마인드를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무조건적인 '반미'는 아닐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국가들이 무엇 때문에 미국에 맞섰고 스스로도 힘든 싸움임을 알면서도 굴복하지 않고 버티는 그들만의 오기와 가치는 무엇인지를 알아보려는 의지일 것이다. 보다 넓은 시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객관적으로 이해해보려는 시도야말로 진정 우리가 미국이라는 나라의 커다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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