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傳 2 -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 한국사傳 2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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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교에서 오랜 기간동안 역사에 대해 배운다. 그저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배웠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통사적인 흐름만을 기억할 뿐 졸업과 동시에 역사는 그저 잊혀져버리는 존재로만 전락해 버린다. 이후 가장 우리가 쉽게 역사를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TV드라마이다. 하지만 흥미 위주로 제작된 TV 역사드라마는 실제의 역사와는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한 드라마들은 실존 했던 인물들을 전면에 등장시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허구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러한 허구의 역사들을 실제 역사로 오인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또한 권력의 중심인 왕과 그 주위를 둘러싼 궁중암투에 주로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견해의 역사를 만나보긴 어렵기만 하다. 예전 KBS에서 방영되었던 '역사스페셜'은 그러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던 프로그램으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어떠한 역사적 사건을 추적해가며 우리가 궁금해 하는 역사적 사실에 접근해보려는 시도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KBS에서 새롭게 방영되고 있는 '한국사傳'은 이전의 프로그램과는 조금은 다른 양상을 띤다. 어떠한 특정 시점이나 사건이 아닌 인물을 통해 우리 역사를 재조명하려는 시도이다. 또한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선정되는 인물들 역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여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까지 남긴 역사적 인물이 있는가 하면 전혀 듣지 못한 인물들이지만 자신의 시대에 누구 못지않은 주역으로 참여했던 당당한 인물들도 있다. 그러한 이 프로그램의 포커스는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들이 역사적으로 어떠한 커다란 자취를 남겼느냐가 아니라 그로 인해 변화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해보자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 <한국사 傳 2>는 영상으로 만나는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미 출간된 1권에 이어 두번째로 출간된 이 책에는 1권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이 책에서 언급된 인물들 역시 최근 TV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 많다. 하지만 프로그램은 하나의 드라마를 통해 굳어져 있던 그들의 이미지를 조금은 넓게 바라보게 만드는 시각을 제공하려 하고 있다. 드라마 '왕의 남자'를 통해 완벽하게 허구의 인물로 재탄생했던 내시 김처선의 실제 삶을 추적해보는 시도는 새롭기만 했다.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학문을 자랑했던 다산 정약용을 이 프로그램은 과학적 수사관이라는 조금은 다른 포커스로 접근해 보기도 한다. 또한 우리에게 그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던 인물로만 알려진 김춘추에 대해 그가 당을 이용해 삼국을 통일하려던 시도가 진정 그의 외교수완인지 아니면 사대주의의 발상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드라마 '이산'을 통해 정조는 학자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무런 배경없이 노론이 득세하던 정국에서 등극했던 정조가 그토록 강력했던 왕권을 행사했던 배경을 그의 무인적 기질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는 색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고 후대에 전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과감히 삭제하려 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대의 기록은 그저 당대의 평가라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헌 이경석의 선택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남한산성에 갇혀 있는 인조에겐 아무런 선택이 없었다. 그저 살기위해 항복했고 삼전도에 나와 머리를 조아렸다. 아직까지도 치욕스런 기록인 삼전도비문은 조선의 학자라면 누구도 쓰려 하지 않았다. 만고의 역적이 된다는 것이 불을 보듯 뻔했지만 이경석은 홀로 현실을 선택한다. 결국 그의 선택은 그를 지조없는 인물로 만들었고 무덤의 비석마저 쓰러져버리고 비문이 깎여버리는 고초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만 했던 일이었기에 그는 그 비문을 썼다. 그를 정계에 입문시켰던 송시열에게까지 소인배라는 말을 들을 만큼 그는 추락했지만 현실과 대의명분이라는 두갈래에서 고민했던 그의 선택을 그저 폄하할수만은 없을 것같다.

역사라는 커다란 물줄기는 개인개인의 삶이 모여 만들어 낸 커다란 흐름이기도 하다. 현재의 우리가 보기엔 그저 흐르는 강물이지만 지금까지 때로는 그 흐름에 거역하는 인물도 나타났고 그 흐름을 바꿔보려는 의지를 가졌던 인물들도 거쳐 갔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흔적을 남겼으며 그들의 선택 역시 역사적으로 커다란 부분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틀림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삶은 커다란 그 흐름 속에 묻혀버렸지만 그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좀 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려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역사는 지나간 과가의 단순한 일이 아니라 현재를 비춰보는 가장 왜곡되지 않은 거울이고, 불확실한 현재에서 미래를 추측할 수 있는 유일한 케이스스터디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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