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코짱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0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읽다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 짧은 이야기들은 어디로 튈지 어떠한 결말로 끝을 낼지 쉽게 예측이 불가능하기만하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최고의 매력이겠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끝모를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되곤 한다. 호시 신이치의 이 작품 <봇코짱>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플라시보 시리즈의 스무번째권이다. 이 작품집은 다른 시리즈보다는 좀더 우주와 인간의 미래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우주인이 배출되며 우리의 시각을 지구가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바꿔놓으려 하고 있다. 어릴적 상상속으로만 그려보던 지구밖 세상이 이제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시각을 넓혀보면 우주의 저 너머에는 베르베르의 '구슬'처럼 우리를 작고 귀여운 애완동물로 바라보는 외계인의 시각도 있을 것이며 이 작품집에 나와있는 '방문자'처럼 우리를 그저 흥미거리로만 여기는 다른 별의 사람들도 있진 않을까. 그러한 열린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호시 신이치가 이끄는 기묘하고 환상적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표제작인 '봇코짱'은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통해 섬뜩함과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봇코짱은 바(Bar)의 마스터가 만들어낸 완벽한 미인의 모습을 갖춘 여자로봇이다. 실제 인간과 같은 피부감촉을 지녔으며 외관상으로 보기에는 오히려 보통 인간보다도 뛰어나다고 말할만큼 대단한 작품이지만 지능을 담아내지는 못한 어쩌면 반쪽짜리 이기도 했다. 그저 단답형으로 간단하게 대답하고 술을 마시는 정도가 봇코짱의 능력 전부였다. 로봇이기에 술에 취하지도 않기 때문에 주정도 하지 않아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아졌으며 술을 마셔도 플라스틱관을 통해 그대로 내려와 다시 되팔수 있었기에 마스터에게도 봇코짱은 바의 중요한 마스코트가 된다. 하지만 봇코짱을 좋아하는 청년이 나타나지만 지능이 없는 봇코짱의 사랑을 얻을수는 없다. 결국 화가난 청년은 죽음에 이르는 약봉지를 내밀어 봇코짱에게 마시게 하고 바에서 나가버린다. 청년이 나간후 마스터는 손님들에게 봇코짱의 플라스틱관에서 나온 술을 공짜로 대접하고 바에는 결국 봇코짱 혼자만 남겨지게 된다. '용의주도한 생활' 역시 '봇코짱'과 거의 같은 맥락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생활이 '손'이라는 로봇시스템에 의해 자동화 되어 있어 정해진 일과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 하지만 주인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어도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되고 있을 뿐이다. 이 두 작품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고대해마지 않는 미래의 로봇시스템이 그리 인간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다. 보다 편리한 자동화 시스템이 구현된 미래라 할지라도 그 중심과 주체는 가슴속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가장 근본적인 메세지이기도 하다.

 

호시 신이치는 단순히 기묘한 이야기로 관심을 끄는 작품들만을 나열하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우리가 쉽게 생각해내지 못하는 상상력을 통해 우리의 시선을 바꿔놓기도 하지만 작품내에 담고 있는 각각의 의미는 우리에게 그만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특히 <봇코짱>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을 통해 강하게 나타난다. 모든 것이 돈으로만 해결되는 '돈의 시대'나 다수의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해나가지만 그 이면에는 정해진 순번대로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생활유지부'는 우리에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볼수 있게 해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가 그의 작품을 엮어 만든 플라시보 시리즈의 '플라시보'란 '만족시키는' 또는 '즐겁게하는'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실제 인체에 아무런 생리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약을 이르는 용어라고 한다. 즉 약효가 전혀없는 이 약을 환자에게 진짜 약으로 속여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가르켜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는 것이다. 호시 신이치 역시 우리 독자들에게 그러한 대리만족을 통해 잠깐이라도 현실을 잊고 즐거워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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