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의 기술
카네스 로드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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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처럼 정치에 있어서도 체제를 유지시키고 지켜나가리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도 여러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그것은 여전히 입증되고 있는 사실이며 지나간 정권에 대한 거듭되는 비판은 우리가 계속해서 겪고 있는 반복적인 구태의연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쩌면 그것을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로 보기도 한다. 나라의 흥망을 좌우하는 선택에 있어서 지도자의 결단은 그대로 국민들에게 그 영향이 전가되기에 우리는 몸소 피부로 그것들을 느껴왔고 또한 체험해가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다. 레이건 정부와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정보와 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정치학자 카네스 로드는 자신의 책 <통치의 기술>에서 대중민주주의라는 이 시대의 새로운 흐름앞에서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또한 법과 국가의 수호자로서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도전과 그 응전에 대해 현명하고도 날카로운 조언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단순히 데마고기에만 부합하는 정치술이 아닌 진정한 통치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낸다.

 

저자는 제일 먼저 통치술이란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오늘날 가장 일반적인 비즈니스 분야건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정치건간에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리더의 임무는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명료하게 현시하는 것, 즉 조직이나 국가의 구성원들을 고무하고 창의적으로 이끌 수 있는 비전을 확립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제 오늘날의 통치술은 일련의 새로운 국가적, 초국가적 임무들과 관련해 리더가 대처해야할 자세에 대한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즉 민주화, 인권수호 및 박애주의, 군비축소, 환경문제, 테러리즘 등 과거와는 다른 쟁점들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들이 새롭게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쟁점들은 각국가 간의 경쟁과 대립의 모습이 아닌 공조와 협력을 전제로 하는 사안들이기도 하다. 결국 그것은 앞으로 리더에게 주어진 역할 뿐만아니라 국가를 통치하는 통치술마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시킬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리더십과 통치술이라는 저자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인용하기도 한다. 그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견해가 바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군주론>에 비춰진 군주상은 엄격한 통제와 오늘날에는 잘 맞지 않는 비도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 어떤 주장보다도 근대 이후의 정치와 비즈니스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이 증명되고 있기에 저자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제시했던 것처럼 리더십이라는 문제에 대해 냉혹한 평가는 물론 앞으로 리더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론적인 최상의 정체는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거의 완벽한 조건이 아니면 실제로 구현될 가능성이 적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곧 현재의 국가형태 또는 더 나을지 모르는 대안적 정체가 제시할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장애물이 무엇인가를 고려하려면 정치학자들이 언제든 눈높이를 낮출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그것은 '대부분의 국가에 가장 적합한 정치형태'라고 주장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정치학자와 정치가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생각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현실적으로 볼 때 그것이 모든 나라에 정착되기는 힘든 또한 그 실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조건이 필요한 이상이었지만 지금 현재 세계의 리더들은 그 이상을 구현해나가기 위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여러가지 정치형태들 중 오늘날 가장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입헌민주주의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법이 왕이며 어느 정도 자율성을 지니며 경쟁하는 주체들이 표면적인 최고통치자의 행동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묵계와도 같은 일련의 신념이나 태도같은 정치문화이다. 정치문화는 그와같은 제도적 장치와 구조들에 대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모든 인간은 날때부터 평등하며 기본권을 부여받았다는 사실, 국가는 그러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 국가는 국민의 주인이 아닌 종이라는 사실,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다스리지 않을 경우 국가는 신임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 등은 국민이 갖는 기대와 정치가들이 품는 꿈의 성격을 결정짓는 자명한 기본 원리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 자리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진정으로 유일한 국민의 대표자인 동시에 정부가 여타 정당조직의 우두머리들이나 특정 이익집단 또는 지역 부호들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힘인 것이다.

 

몽테스키외와 로크가 주장했던 권력분립의 이론들은 그대로 고스란히 현대를 아우르는 정치형태로 많은 민주국가에서 실천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관여하고 일을 했으며 오늘날 많은 입헌국가의 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제도를 일컬어 결코 강력한 제도도 취약한 제도도 아니며 그 둘의 신중한 결합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것은 역설적인 얘기이기도 하지만 저자는 대통령은 약하기 때문에 강할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국민과 입법부에 종속된 존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주체에 대한 도구적 존재 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존재로 인식되기에 그 행동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 이들의 분노와 적의를 어느 정도는 누그러뜨릴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그 강력한 권한 때문에 대통령이 약할 수도 있다는 것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정치지식을 이해하는데 부족한 것은 그것이 관여하는 주요 문제들의 범위에 대한 인식뿐만은 아니다. 정치지식의 고유한 성격이나 형태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역시 부족하기만 하다. 전통적 의미의 통치술에는 정치적 판단력 즉 분별력만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짙다. 이것은 정치적 의사결정에 적합한 일종의 지적 통찰력이나 인식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정치가는 정치적 사안에 관한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올바른 정치적 결정을 내릴 지적능력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정치가는 국가의 체제란 흔들리거나 변화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정치적 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닌지를 간파할 수 있는 통찰력을 지녀야 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취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자신의 정책과 행동이 체제의 토대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력을 감안하여 엘리트 계층과 여러 당파 및 정치기구들을 다루는 방법과 정책을 결정하는 방법등을 모색해야 한다.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오늘날에는 리더십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되고 리더의 권위 역시 축소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남아있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리더는 무너지기 쉬운 유약한 존재라는 사실역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이기도 하다. 역사상 많은 지도자들이 겪었던 비극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격적인 미덕으로 보이는 성향 안에 불행과 파멸의 씨앗이 숨어있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리더 즉 통치자에게 향하고 있다.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강한 결단력과 올바른 정책결정으로 주어진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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