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 - 소설에서 찾은 연애, 질투, 간통의 생물학
데이비드 바래시.나넬 바래시 지음, 박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문학이란 존재는 오랫동안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 왔으며 그 내면에 당대의 사회상과 심리를 담아내고 있는 축복의 산물이기도 하다. 시대와 공간과 소재는 다르다 할지라도 우리가 접하는 많은 문학작품속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모습들에는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이 깃들여 있기에 문학은 늘 우리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그 장구한 세월을 이어왔다. 물론 문학이 그 본질 이외에 권력이나 계급투쟁, 또는 의미없는 무의식적 충동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우리들이 문학을 접하고 찾고 즐기며 기억속에 남겨놓는 이유는 아마도 문학이 다른 어떤 매체나 존재보다도 인간의 본성에 대해 가장 설득력있게 그 의미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헤럴드 블룸이 그의 책 <교양인의 책읽기>에서 언급했던 "깊이 읽어라... 단지 뭔가를 믿고, 시인하고, 반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 쓰는 우리의 본성에 참여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말이다." 처럼 우리는 그렇게 문학작품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인간의 모습에 통찰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은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책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는 수많은 고전과 현대소설을 통해 진화심리학을 살펴보는 새로운 시도를 펼친다.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바래시 워싱턴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그의 딸 나넬 바래시와 함께 생물학이란 코드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적인 기교와 상상력으로 포장된 문학작품에 대해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도 <오셀로> <허클베리핀의 모험> <보바리의 부인> <오만과 편견>등이 사랑을 받고 꾸준히 읽히는 이유가 뭘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으로 진화심리학이라는 방식을 접목시킨다. 즉, 앞서 언급한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특성을 인간도 동물의 본능과 결코 별반 다르지 않다는 대전제하에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이 바로 인간본성이라는 시각을 갖는다. 또한 그것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본성을 자극함으로써 만들어진 그럴듯한 문학의 모습을 통해 그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본성을 표출하고 있다는 저자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 책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모습들은 문학이라는 존재를 과학적 시각으로 재발견해보려는 새도운 시도일 것이다.

 

저자가 진단한 인간 본성의 모습은 이러하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도 생물학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의외로 간단해진 결론에 도달될수도 있다. 수컷이라 표현되는 남성성의 전형적인 상징인 오셀로가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들어 질투와 의처증에 사로잡이고 끝내 그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죽이고 자살에까지 이르는 것은 남녀간의 성적 차이와 함께 진화론으로 설명된다.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그의 연인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질투라는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은 모든 수컷에게는 오쟁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암컷역시 때로는 간통을 하고픈 열망을 지니고 있다는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한 그것은 남성은 일부일처 사회라는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배우자의 부정에 더 민감해졌으며 고대신화의 그것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수컷 대 수컷이 바로 인간의 역사 바로 그것이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문학속의 여성 즉 암컷 역시도 남성과 그리 다르지 않게 표현된다. 그녀들은 수컷들을 경쟁하게 하고 심지어 전쟁이라는 극단의 모습으로 이끌어 내기까지하며 더 나아가서 파멸이라는 암흑으로 그들을 빠뜨리기 까지 한다. 악녀라는 상징으로 표현되는 팜므파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우편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에서는 아내가 젊은 떠돌이 정부와 모의해 남편을 살해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단지 수컷이 그 선택의 키를 쥐고 있지만은 아님을 보여주기도 한다. 제인 오스틴은 그녀의 작품들 대부분에서 결혼 적령기 여성의 복잡한 남성선택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오만과 편견>을 통해 배우자 선택권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있으며, 여성은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명성 그리고 좋은 유전자와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이 세가지 자산을 제대로 보여주고 표현하는 남성을 선택하게끔 되어있게 마련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통해 암컷이 보다 나은 수컷을 골라 번식하는 것이 그녀들 진화의 보상이라는 진화학자 다윈의 논리에 그 기반을 갖고 있다고 해석해 낸다. 또한 그것은 수컷과 암컷이라는 서로 다른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 것이며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 즉 앙혼(仰婚)을 기대하고 꿈꾸는 것은 암컷만의 전유물이며 그것은 인간의 역사 그 자체를 대변해낼 만큼의 오랜 역사를 지녔음을 주장한다.

 

우리는 문학작품을 통해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다양한 상상력의 날개를 펴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로운 사고와 함께 보다 풍부한 감성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 내기도 한다. 하지만 문학작품 속에 담겨있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을 짚어나가는 저자의 시각을 통해 문학을 보다 다양한 다원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안내받게 된다. 수컷과 암컷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 이외에도 이 책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는 <대부>를 통한 가족의 중요성과 <포트노이의 불만>을 통한 부모 자식간의 갈등 그리고 <삼총사>를 통한 호혜주의와 우정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역시 그러한 해석의 방법에서도 생물학과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은 계속 이어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이 문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 대중들 역시 피상적으로 보이기만 하는 문학작품을 문학적 모습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를 인도받게 된다. 아마도 그것은 인간의 오랜 역사와 함께 했던 인간의 사랑, 질투, 간통, 복수라는 인간의 보다 본질적인 코드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또다른 열쇠가 될 수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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