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시 전쟁 1 - 경매의 사냥꾼
푸스 지음, 한정은 옮김 / 푸르메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니하우마'라는 인사말 만큼이나 '메이꽌시'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괜찮다라는 뜻의 '메이꽌시'를 한자로 써보면 '沒關係'라고 한다. 즉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나랑 관계가 없으니 괜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말하는 '관계'란 무엇일까. 그들은 모든 사회생활의 근간에 '관계' 즉 '꽌시'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의 성패에는 꽌시가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모든 사람들은 꽌시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한다. 이러한 꽌시중시는 개개인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개인의 능력보다는 그가 어떤 꽌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되기에 어쩌면 중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또한 그곳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꽌시라고 하는 존재가 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한다고 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 <꽌시전쟁>은 그러한 중국인의 꽌시가 도대체 무엇이고 과연 그 위력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실제 증권, 부동산, 경매 등에 종사하면서 많은 부를 축적하기도 했고 한때 수십명의 법관이 연루된 사건과도 관련이 있었던 지은이 푸스는 그러한 자신의경험담을 통해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업, 기업과 관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중국의 꽌시 내면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장중핑은 3D라는 경매회사를 경영하는 40대 초반의 기업가이다. 그에게는 대학교수인 아내 탕원과 이제 막 고1이 된 외동딸 샤오위가 있다. 가정에 비춰지는 그는 충실하고 성실한 남편이며 대부분의 수입을 집에 들여올만큼 아내 탕원에게 신뢰받는 남편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그는 정신없이 바쁘기만 하다. 회사를 경영하고 하루종일 사람들을 만나고 언제나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대접하느라 정신이 없다. 치열한 법원경매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법관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려 노력한다. 우리로 치자면 인맥이라는 그 요소는 장중핑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성공의 열쇠이기도 하다. 그를 마주대하려 하지 않지만 그가 맡은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법원 집행국 담당자 허우장핑에게 다가서기 위해 장중핑은 그의 중3짜리 아들을 공략한다. 그의 아들이 서예에 관심이 있음을 간파하고 좋은 스승과 연결시켜주기도 하고 경매에서 고작 중3짜리의 작품을 2천위안이라는 거금에 낙찰시켜 허우장핑의 환심을 얻는데 성공한다. 이처럼 일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가 바로 장중핑이란 사내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마땅히 벌어도 되는 돈을 번다고 생각할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늘 합법적으로 움직였고 어떠한 실수나 후유증 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작은 실수 하나가 그가 관여하고 있는 경매 자체를 무효로 만들수도 있고 또한 그 실수로 인해 그가 지금껏 쌓아왔던 신뢰와 꽌시가 일시에 무너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성공한 남자가 그러하듯 그에게도 아내 탕원이 아닌 비밀스런 애인 샤오루가 있다. 늘 일에 지쳐있는 장중핑에게 샤오루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여인이며 또한 현명한 여인이기도 하다. 절대 그에게 성가시게 굴지않는 어쩌면 현대의 쿨한 여자의 모습을 지녔기에 장중핑이 더욱 매력있게 바라보는 여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딸 샤오위가 학교에서 일으킨 사소한 사건때문에 만나게 된 방송기자 청전은 일순간에 장중핑의 마음을 사로 잡아 버린다. 청전에게서 그가 그토톡 못잊어 하는 첫사랑 시아위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장중핑은 샤오루의 존재 따위는 잊어버리고 급속도로 청전에게 빠져들고 청전역시 자신과 20년이나 연상인 장중핑에게 말할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장중핑은 자신이 책임감있는 남편이자 아빠라고 생각했기에 새로운 여자에게 눈이 멀어 가정을 깨뜨리고 싶진 않다. 또한 샤오루와는 달리 소유욕이 넘치는 청전이기에 그녀에게 빠져드는 자신의 모습을 위태롭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한 청전의 유혹은 그를 점점더 위험한 고비로 몰고 가기만 한다.


이 소설은 '꽌시'라는 커다란 주제하에 장중핑의 일과 사랑 두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는 듯하다. 일에 관한한 장중핑은 어떠한 상황을 맞더라도 유연히 대처할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또한 그러한 모든 바탕은 직접 자신이 움직여서 쌓은 꽌시가 크게 작용한다. 이처럼 <꽌시전쟁>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소설의 소재가 되는 치열한 경매의 이면에는 꽌시라는 요소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장중핑은 소설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복잡한 인간관계를 엮어 나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업상 큰일들은 공식석상보다는 막후협상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 중국의 기업문화나 경영이 그러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 소설 대부분의 사례들이 지은이 푸스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적어도 그러한 단면들이 실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장중핑의 사랑은 한마디로 위험한 줄타기이다. 위태로워 보이지만 그답게 늘 위험한 고비를 피해간다. 주도면밀하고 늘 완벽한 그 이지만 한순간에 그는 일과 사랑 모두에게서 멀어져 간다. 

 

기업경제소설이라는 타이틀처럼 소설내에는 우리가 그저 스쳐 보내지 말아야 할 문구들이 많이 눈에 띤다. 또한 경매라는 이색 소재를 다룬만큼 우리들을 보다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재미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때그때 위기를 넘겨가고 오히려 그 상황을 자신에게 이롭게까지 만들어 버리는 장중핑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현대 사회생활의 중요한 코드중의 하나인 처세술에 대한 학습까지도 배울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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