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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구두 - 거룩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클리프 에드워즈 지음, 최문희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살아있는 동안은 불행한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힘든 현실에서의 생활고는 그를 피폐하게 만들었고 그저 하루하루 보내는 것이 어쩌면 그에게는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예술이 있었고 영혼이 담겨있는 그의 작품들로 인해 고흐는 오늘나까지도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있다. 고흐는 37세라는 젊은 나이로 인생을 마감했고 10년이라는 짧은 기간만을 예술가로 활동했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전부를 미술에 바친 불운한 천재로 후세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버지니아의 커먼웰스 대학에서 종교예술학을 가르치고 있는 클리프 에드워즈 교수가 집필한 이 책 <하느님의 구두>는 불운한 천재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물론 고흐에 관한 책이 많지만 이 책은 고흐와 뗄레야 뗄수없는 종교적인 연원에서 고흐의 작품에 다가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고 집안 대대로 성직자의 길을 걸었던 배경은 고흐에게도 성직자의 길을 제시했는지 모른다. 그러한 배경때문인지는 몰라도 고흐는 본래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은 그에게 대학에 들어가 신학공부를 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가 차선으로 선택한 삶이 바로 그림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가 처음 그리기 시작한 소박한 사람들이나 나무, 풀, 길 등 이러한 풍경들은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연약하고 상처받은 그들을 기억하게 해내는 그의 예술활동이 추구하는 중심이 된다. 그가 직접 그들과 고통을 함께 하면서 일어난 마음속의 감정들은 고흐 자신에게도 포기했던 성직자의 삶에 대한 위안과 가슴 아픈 상처의 치유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에게 다가온다.
이 책은 고흐가 남긴 글과 편지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통해 고흐가 만나려 했던 새로운 모습의 영적인 지도자를 그려나가고 있다. <반 고흐와 하느님>이라는 책을 집필한 헨리 나우웬이 고흐를 표현했던 '상처 입은 치유자'란 표현 역시 그의 삶에 대해 끝없이 고군분투하고 또한 실패하고 언제나 혼란스러운 삶의 질곡속에서도 희망을 저버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그러한 결과 고흐의 작품들은 오늘날 고흥의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들에게도 우리를 단순한 방관자의 모습이 아닌 그의 영혼에 응답하는 동반자라는 입장에 서게 하는 것이다.
짧았던 그의 작품활동 기간이었지만 그는 불꽃같은 정열로 9백여점의 작품을 남긴다. 또한 그의 살아생전 그의 작품들은 거의 인정받지 못했으며 단 한작품만을 팔았을 만큼 그의 일생은 살아있는 내내 가난과 소외라는 단어로 집약될만큼 외롭고 어두웠다. 그가 인생에서 찾고 싶었던 종교와 사랑은 모두 그에게 실패라는 결과만을 남겨준다. 결국 그 모든 압박에서 예술은 그에게 유일한 피난처였고 그는 오직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어렵고 힘든 자신의 인생을 창조력 넘치는 삶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프랑스의 남부로 내려간 그는 정신적 고통과 영혼의 구도적인 길을 찾아내려 애쓴다. 그리고 그 시기 탄생한 그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명작으로 남아 그 모습을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한다.
“두드렸던 문이 닫힐 때마다, 또는 먼 길로 돌아가야 할 때마다 다시금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던 고흐의 힘, 언제나 새로운 흥분과 기대감으로 새로운 그림을 시작할 수 있게 한 순수한 그의 에너지 앞에서 우리는 모두 놀라움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고흐의 눈물겨운 삶 속에서 펼쳐지는 영적이고 천재적인 예술세계를 깨닫게 된다. 살아있는 동안은 비록 남루하고 비참했던 가슴 아픈 나날들의 연속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전하려 했던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복음은 그의 뜨거웠던 의지만큼이나 우리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 힘겨운 노력끝에 찾아낸 그의 새로운 삶은 짧았지만 그를 오늘날까지 위대한 예술가로 남겨지게 하는 위대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의 위대한 작품들을 바라보며 그가 원했던 것처럼 여리고 상처 입은 서민들의 삶을 가슴 아파하며 그들을 위한 사랑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