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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 - 분석 : 가로수길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어쩌면 우리는 잘 짜여진 틀 아래서 생활해 왔다. 세상 모든 사물은 그에게 걸맞는 이름이 있고 또한 그 나름대로 주어진 역할이 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형식의 파괴란 어쩌면 쉽지 않은 세상에 대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책을 읽는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책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는 과감히 그 틀을 깨려한다. 읽혀지기 보다는 그저 '보여지고 싶다'를 강조한다. 아마도 그것은 형식의 파괴가 아닌 발상의 전환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TBWA KOREA라는 광고회사의 사람들이 함께 엮어낸 이 책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실제로 존재하는 '가로수길'이라는 특정한 하나의 공간을 소재로 지금 현재의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경제, 사회의 중심은 서울이다. 서울이라는 공간은 요소요소의 지역별로 나름대로의 이미지와 함께 실제 그에 걸맞는 문화적 경쟁력과 힘을 갖고 있다. 이 책의 표현대로 인사동에는 전통이라는 모두가 공감할수 있는 코드가 있으며 젊음이 발산되는 홍대앞은 열정이라는 코드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왜 '가로수길'일까.
그들은 '가로수길'이 갖고 있는 상징적 문화적 코드에 주목한다. 그들은 그것을 '로망'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것은 '가로수길'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으며 그안에는 우리의 지난날과 내일이 모두 공존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가로수길'에는 평범하기를 포기하고 보다 특별한 일을 찾고 싶어하던 사람들이 모여진 곳이지만 그 내면에는 결국 우리사회가 지나온 IMF로 대표되는 가슴시린 상흔이 어려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아픔을 자신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로 삼아 온리원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어 낸다.
'가로수길'의 느림이란 빛보다 빠르다는 정보화 시대의 변화를 가늠하기 위한 또하나의 시대적 요구를 담아내고 있다. 그것은 고속성장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함에 가려진 우리들의 지친 육신을 쉬어가게 하기 위한 속도조절일지도 모른다. '가로수길'은 주말이 되면 공허하기만한 특징없는 거리로 변모한다. '가로수길'의 모든 상점과 가게는 여가와 주5일 근무라는 대세에 맞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그들의 손님마저 거부하고 문을 닫아 버린다. 그것은 '가로수길'가게의 주인들 역시도 여가와 여유라는 휴식을 다른 이들과 똑같이 즐기는 변모하고 있는 우리시대의 마인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모습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새로운 것, 앞서가는 것, 틀에 박힌 평균적인 삶을 탈피하는 것 이 모두가 경계가 없는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가로수길'의 새로운 모습들 중의 하나로 표현된다. 인터넷과 블로그로 대표되는 개인주의 마저도 혼자 커피를 마시고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가로수길'의 모습이다. 이것을 이 책에서는 편견이 없는 시선으로 표현한다. 그사람이 누구인지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그것은 무관심이 아닌 '가로수길'을 찾아오는 이들이 마음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즐길수 있게 하는 '가로수길'만의 자연스러움이라 하기도 한다. '나홀로 족'이라는 것, 어쩌면 우리에게 실제로 다가오는 심화된 개인주의의 단면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찌보면 우리모두는 혼자일지 모른다. 타인의 시선때문에 우리는 혼자서만 즐기는 문화가 아직도 쉽지 않아 보이기까지 하다. 기성세대역시 그러한 부분을 심히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달라지고 있는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이젠 우리 모두가 끌어 안아야 하지 않을까.
당당한 혼자가 되어가는 모습, 소수문화, 싱글족 이젠 왕따가 아닌 하나의 문화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가로수길'은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 틀 이라는 껍질을 깨는 것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가로수길'이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이 바로 각자의 얼굴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