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세상에나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가려는 혁명가들은 존재한다. 물론 개인의 욕심이 우선할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보다 우선적으로 당시의 제도와 관습을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그 주류를 이룬다. 기득권층을 허물고 모두가 다같이 살수있는 세상을 꿈꾸지만 역사라는 커다란 물결은 성공한 이들보다는 실패한 이들이 더 많았음을 우리에게 증명해주고 있다. 조선이라는 나라 역시 대표적인 신분제 사회이기도 했다. 소수의 양반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의 삶이란 그저 끼니를 걱정하고 따뜻한 잠자리만을 원하는 중세의 봉건적인 생활을 그리 벗어나지 못했다. 기득권층인 그 소수의 양반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내주지 않으려 스스로 결집하기도 하고 자신과 대립하는 반대쪽 세력에 대해서는 단하나의 양보도 없이 그들을 제거하려 애썼다. 그러한 세력대결은 결국 조선의 역사에 무오, 갑자, 기묘, 을사사화라는 이른바 4대사화를 불러오고 만다. 그리고 그 피비린내가 가시기도 전에 인구 500만이던 조선의 전국토를 피로 물들인 기축옥사가 일어나게 된다. 기축옥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인 선조 22년 당대를 뛰어넘는 대학자 율곡 이이와 그에 비견될만한 성혼의 제자로 이름을 날리던 천재 정여립이자신의 능력을 높이사주지 않는 조정에 불만을 품고 고향인 전주로 낙향해 대동계라는 군사편제까지도 가능한 조직을 만들고 정감록이라는 비서를 이용하여 이씨왕조가 망하고 정씨인 자신이 왕이 된다며 민심을 현혹해 일어난 역모사건의 결과로 나타난 대형옥사를 일컫는다. 이후 정여립은 황해도 관찰사 한준 등의 밀서로 음모가 드러나자 아들 옥남과 함께 진안 죽도로 도망하였다가 정여립은 자살하고 아들 옥남은 잡혀 오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기축옥사라고 하며, 그 옥사를 맡아 처리한 이가 바로 송강 정철이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기축옥사가 날조되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한다. 이 책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은 그러한 기축옥사의 배경과 관련된 인물들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과연 기축옥사의 핵심쟁점이 무엇이고 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밝혀나가고 있다. 저자 신정일은 우선 시대가 천재를 원했고 그러한 천재들은 자신의 이상을 위해 나아갔지만 당파라는 주어진 현실을 극복해내지 못했기에 이러한 비극의 역사가 잉태되었다고 평가한다. 정여립은 원래 이이와 성혼의 문하에 있으면서 서인에 속하였으나 이이가 죽은 뒤 동인에 가담하여 이이와 성혼을 비판하게 된다. 결국 그것 또한 그가 관직을 물러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물론 정여립이 어느정도 모반을 계획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그러한 자신의 뜻을 피력하지 않았기고 또한 당시의 시대 상황적으로 충분히 무고의 가능성이 있는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그가 비밀장계 하나때문에 도망을 갔기 때문에 졸지에 이 사건은 역모로 규정되어지고 반대세력인 서인에게 커다란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결국 단순히 그와 친하거나 편지 몇통을 주고 받은 수많은 동인 계열의 선비들이 죽임을 당하게 되고 만다. 정여립에 대한 연구는 이후의 조선시대나 근대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 역시도 그러한 다양한 연구의 결과를 소개하면서 기축옥사의 진정한 평가를 유도한다. 자신만의 민족사관을 수립 한국 근대사학의 기초를 확립했던 단재 신채호 역시도 정여립을 동양의 위인이나 당대의 인물이라 평가하며 그에 대한 많은 부정적인 기록들이 후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그 정신이 동학이라는 커다란 시대의 변혁을 몰고온 원천이 되기도 했으며 또다른 견해로는 호남이 반역의 고향이라는 아픈 역사를 지닌채 살아가야하는 무거운 무게를 지니게 하기도 하였다. 결국 이 기축옥사는 권력을 쫓는 세력간의 대립이 불러온 시대의 커다란 재앙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정여립이 꿈꾸었던 세상이 무엇이건간에 그룰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수많은 선비들의 죽음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길이 없기도 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앞에 며칠앞으로 대선이 다가온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결국 커다란 재앙을 몰고오는데 일조를 한 당시의 군주 선조의 선택을 바라보며 무엇보다도 시대를 바로 볼 수있는 식견있는 지도자의 선택이 필요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