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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잊혀져가는 시골마을 아니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일본 최고의 깡촌이라 불리울만한 우시아나마을이 있다. 겨우 삼백명 남짓한 주민에 사투리마저 강해 인근 지방과도 제대로 통하지 않으며,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는 하루에 4번이 고작이고, 마을의 주축이랄수 있는 청년회 역시도 이젠 야구팀조차 꾸릴수 없는 8명이 남아있는 현실이 바로 우시아나 마을의 정확한 현재 모습이다.
이미 영화로도 개봉이 된 오가와라 히로시의 처녀작 <오로로 콩밭에서>는 이렇게 암울한 우시아나 마을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황당무개한 코미디이다. 점점 잊혀져가는 마을을 살리고 축제인 미츠리를 열고자 8명의 청년회원들은 청년회장인 신이치의 온천여관 요네다장에 모여있다. 도쿄에서 대학까지 나온 이 마을 최고의 엘리트인 신이치가 주축이 되어 다양한 방볍을 구상해 본 끝에 결국 오백삼십육만엔이라는 거금을 모아 광고대행사에 의뢰를 주고 마을을 홍보하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신이치와 사토루가 직접 도쿄에 가서 에이전시를 구해보기로 한다.
됴쿄에 도착한 신이치와 사토루일행은 잘나가는 광고대행사 '제국 에이전시'에 다니는 신이치의 대학동창 미야사카를 찾아가지만 철저히 무시당하고 만다. 그러나 우연히 발견한 '유니버셜 광고사'와 계약을 맺곤 즐거운 마음으로 마을로 돌아온다. 하지만 당장 알바생의 급료조차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인간군상들의 집합체 삼류 광고회사 '유니버셜 광고사'에게는 우시아나마을의 제안은 어둠속의 한줄기 빛 바로 그것이었다. '유니버셜 광고사'의 대표 이시이를 필두로 한 3명의 답사팀은 반절이 넘게 걸리는 길을 고생고생하며 마침내 우시아나 마을을 찾지만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마을의 현황을 보곤 아무런 대책이 없다.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계획을 고심하던 그들에게 나타난 것은 곰베새라는 이상한 새만이 날아다니는 용신호수였다. 그리고 그들은 우시아나사우르스라는 네스호의 괴물을 본 딴 공룡을 창조해 낼 계획을 세운다. 이윽고 우레탄, 철사 그리고 팬티스타킹으로 만들어진 우시아나사우르스는 완성이 된다. 하지만 그안에 사람이 들어가 산소통을 지고 호수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우시아나사우르스의 실체였다. 그리고 마침내 싸구려 사진작가와 '고향 아마추어 사진 콩쿠르'에서 어쩌다 빌린 카메라로 가작을 수상한 경력을 필생의 위업으로 여기는 사토루에 의해 찍혀진 사진은 실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나타낸다.
우시 출현!!!
이제 우시아나마을은 전일본 아니 전세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학술적인 조사가 이어지고 마을은 사람들의 잇단 방문과 밀려드는 취재진으로 인해 북새통을 이룬다. 미군점령때도 들어오지 않았다던 마을에 마침내 CNN까지 등장하게 되면서 특집방송까지 펼쳐지게 된다. 우시 취재를 위해 우시아나에 온 최고의 인기 아나운서 와키사카 료코는 어렵지 않게 우시가 가짜라는 것을 파악하지만 웬지 순수한 사토루와 우시아나 마을에 호감을 느낀다. 특집방송에서 서서히 우시가 가짜라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지고 함께 출연해 어물대는 사토루를 두둔하다가 료코는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하게 된다. 그리고 우시도 우시아나마을도 잊혀지려는 그 순간 청년회장 신이치는 마지막 도박을 감행하고 우시아나사우르스를 뒤집어쓰고 호수에 들어간다.
막판의 기막힌 반전만큼이나 우시아나 청년들의 순수함이 돋보이기도 하는 작품이다. '유니버셜 광고사'가 내걸었던 프로젝트중의 하나인 'LOVE'를 로베라고 읽어댈만큼 순수하다. 우시는 해프닝으로 끝나지만 마을은 그들이 원하는 걸 끝내 얻는다. 그것은 아마도 진정으로 그들이 원했던 순수한 농촌의 모습이 그대로 우러나는 진솔한 모습이 아마도 그 출발이었을 듯 하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잊혀져가는 농촌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곳이 언제나 우리들의 마음속의 고향이라면 그곳을 잊지않는 마음보다는 직접적으로 그곳을 이어주는 프로그램이 좀 더 개발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 유쾌한 소설로 인해 영화가 더욱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