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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
애니 체니 지음, 임유진 옮김 / 알마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들이 가진 수 많은 욕망들중 영혼불멸의 삶이라는 것 만큼 커다란 것도 없을 듯하다. 아마도 그러한 인간의 욕망은 그것을 인간이 자각하기 시작한 고대부터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졌고 또한 오늘날의 현대의학으로 발전해 왔음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학의 발달과정에 반드시 동반해야될 것이 바로 인간의 몸이며 또한 그것에 대한 연구일것이다. 그것은 다시말해 인간의 몸을 연구하고 또한 해부라는 행위를 통해 과연 인간의 몸속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살아있는 인간의 육체를 통한 연구는 한계가 있으며 또한 유일하게 적법적인 절차를 거쳐 공급되는 기증되는 시체는 그 수가 현격히 적기에 의사들은 이미 죽어버린 시신을 찾게 되고 또한 그러한 수요때문에 시체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이에 불법으로 매매되기도 하고 유족 몰래 빼돌려 지기도 하는 과장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이 충격적인 책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는 그러한 음성적이고도 부당한 지하세계를 고발한 미국의 르뽀작가 애니 체니가 펴낸 보고서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전통적인 동양적 사고를 지닌 문화하에서는 정성껏 염을 하고 장례라는 절차를 거쳐 시체를 매장한다. 화장이라든가 수목장이라는 방법들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방법들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망자에게 천국이라는 제 2의 삶이 있고 또한 그러한 매장이라는 절차를 거쳐야만 망자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했기에 그랬던 것 같다. 물론 서양식 사고 방식도 그리 다르지 않았기에 시체를 몰래 훔쳐내는 행위가 가능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19세기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시체 도굴꾼들은 당시 영국의 외과의들에게 시체를 공급하는 조직망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버러갱단'이라고 불렸던 이들은 아마도 오늘날 시체 브로커의 조상격이기도 하다. 단시 합법적으로 해부가 가능했던 시체가 교수형을 당한 살인자들 뿐이었기 때문에 의사들은 연구재료인 시신을 이러한 도굴꾼들에게 밖에 기댈 수가 없었다. 이러한 시체도굴의 행위는 현대의 시체의 매매와 거의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우선 시체를 사고자하는 사람들이 의사이며, 그들은 다만 연구재료가 필요할 뿐 그 시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자신에게 전달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시체가 아닌 연구재료를 통한 자신의 학문적 성취와 연구라는 측면으로만 그 시체들을 바라보았기에 그들에게는 그러한 행위가 위법이며 또한 반인륜적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이 원하는 시체들을 공급하기 위해 그들은 서슴없이 도굴을 감행했으며 부족한 수요를 위해 그들은 살인까지도 벌이고 만다. 결국 그일로 영국에서는 해부 법안이라는 법이 통과되면서 시체매매가 종식되기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의 첫머리에 소개하는 불법 시체 매매행위의 방법은 화장로에서 일어난다. 유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화장로에 시신이 들어가기 일보직전 시체를 부위별로 잘라내는 것이다. 어차피 한줌재로 변하는 시신이기에 가족들은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대담해진 그들의 행위는 이제 화장을 하지도 않고 시체를 빼돌리고, 유족들에게는 화장로에서 적당히 재를 나누어 담아 전달하기에 이른다. 체니가 고발하는 시체불법매매의 현장에는 우리가 믿고 있는 의대들도 깊숙히 관여 되어 있다.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하는 사람들의 뜻과는 달리 시체부위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일부 관계자들은 기증받은 시체를 팔아 넘기기도 하며 대학교수들마저도 예산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시신을 받아 되팔기도 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시신이라는 존재는 유족과 주위사람들에게 많은 아픔을 주며 떠나는 망자의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한줌의 재로 변해나오는 장면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들이 이승에서의 모든 힘겨웠던 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 성스러운 과정에 조차도 이 세상의 더럽고 추한 때가 묻어날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 책은 미국의 작가가 쓴 책이고 미국의 지하세계를 폭로한 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모든것이 서구화 되어있고 우리의 의술 또한 대단한 발전을 거듭해 왔기에 이러한 미국의 예가 꼭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생각의 변화로 많은 이들이 시신을 기증을 택하는 분위기에 그들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는 사회적 공감이 있었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