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 랜스 암스트롱, 삶으로의 귀환
랜스 암스트롱.샐리 젠킨스 지음, 김지양 옮김 / 체온365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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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 스포츠가 사랑받는 이유는 드라마나 영화처럼 미리 짜여진 각본이 아닌 진정으로 삶의 애환이 묻어나고 진솔한 인간본연의 모습이 드러나는 살아있는 드라마의 장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자신의 종목에서 진정으로 승리한 자들은 무엇보다도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는 말을 남기기도 한다. 그만큼 모든 일에 있어서 가장 어렵고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일 것이다. 그것은 힘든 훈련을 이겨내야 하는 고난과 땀도 있겠고 많은 유혹과 나태해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상이라든가 어느날 자신의 삶에 갑자기 다가오는 질병의 공포를 극복해 내고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스포츠맨들이 더욱 커다란 칭송을 받는 것은 아마도 그러한 삶의 승리가 우리들에게 주는 진한 감동때문 일 것이다.

많은 스포츠 종목들중 극한 인간의 한계를 체험하게 해주는 종목들이 있다. 그중 자전거를 타고 프랑스 전역을 일주하는 투르 드 프랑스라는 경주는 20일 이상 매일 극한의 한계를 맛보게 해주는 점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힘든 스포츠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참가선수중 대부분이 낙오하고 포기하는 사태가 매년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 경주 자체를 완주해낸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의 주인공 랜스 암스트롱은 이러한 죽음의 경주 트루 드 프랑스에서 7회 연속 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긴 위대한 스포츠맨이다. 그것도 고환암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극복해내고 이뤄낸 것이기에 그는 더욱 칭송받는 인간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단둘이 보냈던 불우하고 외로웠던 시절의 랜스에게 유일한 친구는 바로 자전거였다. 그는 자전거를 만나면서 삶의 희망을 찾았고 강인한 남자로 거듭나게 된다. 주니어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성인대회에서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으로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던 랜스에게 어느날 찾아온 암이라는 진단은 그를 절망에 빠지게 한다.
"왜 하필 나란 말인가?"
그가 마음속으로 수 없이 외쳤던 질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질문이 너무나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왔던 자신의 삶에 대한 질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랜스는 그가 암을 선고 받기전 대부분의 삶에서 승리 아니면 패배라는 아주 단순한 구조속에서 살아왔음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 랜스에게 암이라는 존재는 모호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주게 된다. 암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며 남아있는 삶의 확률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여기서 기어 나가시게 될겁니다."
휴스턴에서 검사를 마치고 만난 의사가 랜스에게 던진 말이다. 계속해서 그는 항암치료로 랜스를 죽이고 다시 살리고 새 삶을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치료가 끝나면 랜스는 거지도 못하게 될 것이지만 그때 그가 걷는법 부터 다시 가르쳐 주겠노라고 말한다.

치열한 암과의 싸움은 랜스를 정신적으로도 성숙하게 만든다. 그리고 랜스는 깨닫게 된다.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탄게 아니었고 다만 경주라든가 훈련프로그램같은 목적이 있었음을. 하지만 암이라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그는 이제 자전거를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가 필요함을 느낀다. 이제 랜스는 그가 암과 싸웠던 그 기간동안 벌어졌던 어려운 문제들을 극복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과 그의 주변 친구들에게 증명을 해 보이고 싶었다. 모두에게 자신의 상태가 괜찮고 여전히 그가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게 된다.

복귀후 그에게 당장 다가온 것은 그 이전같은 위대한 승리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느낀다. 암극복이라는 것이 단지 몸이 회복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것은 몸과 함께 마음과 영혼까지도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을...

랜스 암스트롱의 인생이 묻어나는 이 책은 단순히 그가 투르 드 프랑스라는 지옥의 레이스의 우승자임을 그리는 책이 아니다. 그는 그 경주를 통해 자신의 삶과 싸웠다. 그리고 그 승부는 그를 위대한 인생의 승리자로 우리들의 기억속에 남아 있게 해 주었다. 그는 자신의 남은 인생을 자신의 생존에 놀라워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한다. 암이라는 존재가 변화시킨 그의 신체적 변화가 아직 그 안에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더이상 암이라는 존재는 그의 삶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좀먹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암을 통해 그가 배웠던 것, 그가 느꼈던 것, 그리고 찬사받던 스포츠맨에서 순식간에 추락해버리는 자신의 인생, 그리고 다시 그 모든 것을 극복해 그 이전과 사뭇 다른 자신을 만들어낸 랜스 암스트롱의 승리를 통해 우리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그 극한 주제에 맞서는 해답을 구해 낼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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