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초상
이갑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여름에 읽을 책으로 흔히 추리소설이나 호러물이 인기다. 물론 그 등골에 느껴지는 서늘함이나 짜릿함을 나 역시도 즐기곤 한다. 이 책 <로맨틱한 초상>은 이 여름에 처음 만난 추리물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이코패스 즉, 연쇄살인을 다룬 호러물 이기도하다. 이 책은 알려진 바와 같이 95년에 출간된 작가 이갑재의 유고작이다. 우리나라 추리문단계의 거두인 김성종 작가의 말을 빌자면 상상력의 결여로 그 서사성이 빈약해 생명력이 떨어지는 한국 추리작품 속에서도 고독과 한이 응축되어 있는 상상력이 충만한 작품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이 소설에는 미술, 의학, 종교, 심리학 등의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본디 추리소설이 그렇듯 이 작품역시 일단 책을 잡게 되면 끝까지 한번에 읽혀지는 묘미가 있다. 소설의 내용은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사이코 패스와 그에게 희생되는 여인들, 그리고 그를 뒤쫓는 형사 들의 이야기가 긴박감있게 그려진다. 추리소설은 독자가 작품을 읽어내려가면서 소설속에 등장하는 탐정이나 형사가 되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범인의 실체를 뒤쫓는 다급함에서 그 묘미가 비롯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점찍었던 용의자가 뒤바뀌기도 하고 평온했던 자가 갑자기 악마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왜 그가 그러한 행위를 했는가에 대한 부연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 여름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어느날 어려서부터 간질발직을 일으키던 30대 남자를 치료하던 정신과 여의사가 자신의 집에서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그것은 이미 부산에서 계속되고 있는 연쇄살인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남겨진 사체에는 'ABADDON'이란 표식과 함께 황충이라고 불리우는 메뚜기가 남겨져 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일명 '메뚜기 살인사건'이라고도 불리워진다. 그리고 그 해석은 인간에게 수많은 암시를 주었던 성서의 요한계시록과도 깊은 연관을 띠고 있다.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범인은 과연 누구이며 무엇때문에 이러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범인의 형상화는 그래서 독자가 신봉할 수 있는 많은 이론들을 접목 시켜야 한다. 범인이 유년기에 겪었던 잊지못할 기억이라든가 사랑하는 여자의 배신으로 인한 증오라든가 또는 자신이 신에 도전하는 그러한 존재임을 아리든가...
요한계시록과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조합해 20세기말 일본학자 고도우 벤은 <지구 최후의 날>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한동안 세상은 공포로 휩싸였으며 정말 21세기가 오지 않을거란 불안감에 떨었던 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그 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모든 세기>에 나오는 앙골모아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아마도 세기말의 관점에서 봤다면 또한번의 공포를 주었으리라 느껴본다. 물론 지금은 21세기이고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은 적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무리시, 와트, 탄노이 등 작가의 해박한 오디오 상식을 통해 이 소설의 기저에는 늘 감미로운 재즈음악이 흐르고 있다. 아마도 작가가 가장 아끼던 음악이 바로 이 '로맨틱한 초상'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이 '로맨틱한 초상'을 통해 무언가 혼을 이끄는 힘과 막막한 허무 그리고 죽음의 유혹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죽음과 살인과 로맨틱한 음악...
어쩌면 결코 한데 어우러질수 없는 그 부조화를 통해 보여지는 광기의 색깔이 바로 이 책에서 느껴지는 로맨틱함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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