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4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
버나드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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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세계 7대 불가사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스톤헨지는 실제로는 그보다도 훨씬 더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훨씬 더 규모가 큰 불가사의라고 할 수 있는 수수께끼의 석조 건축물입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가 BC 300년 경에 이루어진 알렉산더 대왕의 동장 원정 이후 그리스인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선정한 ‘반드시 보아야 할 거대 건설물들’을 의미하고 있지만, 스톤헨지는 피라미드를 제외한 다른 모든 건축물들보다도 무려 1000~1500년이나 더 이전인 BC 1800~1400년 경의 고대에 건설된 거대 거석 구축물이기 때문입니다. 

4,00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영국의 월트셔 주 솔즈베리 평원에 우뚝 서있는 이 거석들은 우리나라의 고인돌과 마찬가지로 신석기 시대 말기부터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 초기에 걸쳐 건설된 원시 농경 문화의 산물로써, 종교적 신전이나 무덤의 용도로 세워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고인돌 - 선돌 - 거석렬 - 환상석렬의 형태로 발전되어 온 이러한 거석 유적의 완성형이자 가장 거대하고 유명한 것이 바로 스톤헨지인데, 지름 114m의 말발굽형 도랑과 제방을 따라 82개의 입석이 세워져 있고, 그 가운데에 2중의 열석과 5쌍의 삼석탑이 중앙의 제단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건설되어 있습니다. 

스톤헨지의 환상석렬들은 하지의 태양이 입구 쪽의 힐스톤에서 떠올라 중앙 제단을 정확하게 비추고 동지 때는 정확하게 그 정반대쪽으로 일몰을 하도록 정교하게 계산되어 있고, 네 방향에 세워져 있는 스테이션 스톤들도 하지의 일몰과 동지의 일출과 정확하게 일치하도록 되어 있어, 고대의 태양신 숭배와 밀접하게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피라미드를 제외하고는 인간이 만든 모든 건축물들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거대한 이 스톤헨지는 아직 건설용 대형 장비나 도구가 개발되기 전에 오직 인간의 노동력과 기본적인 도구만으로 먼 곳으로부터 수 백 톤이 넘는 거대한 암석들을 옮겨와 수직으로 세우고 그 위에 또다른 거대한 암석을 수평으로 올려놓는 경이적인 작업을 해내었다는 점에서 고대의 흥미로운 미스테리로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는데, 버나드 콘웰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한 한 명이었습니다.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을 정도로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역사 소설가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버나드 콘웰이 영국의 고대 문명을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은 이 거석 건축물을 소재로 하여 2000년에 발표한 작품이 바로 [ 스톤헨지 BC 2000 ] 입니다.

문자나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은 무려 기원전 20세기 경의 일이기 때문에 어떠한 역사적인 기록의 도움을 얻을 수 없었던 콘웰을 소설을 구상하면서 문화인류학과 고고학적인 전문 지식을 토대로 몇 가지 논리적인 설정들을 먼저 짜놓았습니다. 

이처럼 거대한 암석들을 먼 다른 지방에서부터 옮겨오고 장기간에 걸쳐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족장이나 제사장 집단이 존재하고, 그들이 건설을 주도해야 한다. 남아있는 유적의 설계와 구조로 보아 스톤헨지는 태양신 신앙을 토대로 건설된 것이므로, 이 유적을 건설한 부족은 강력한 태양신 신앙을 가졌을 것이다. 시기적으로 석기와 청동기, 철기가 뒤섞여 있는 시기이고, 아직 중앙 집권적인 왕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부족 단위의 사회들이 서로 대립하거나 연합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족장과 제사장은 아직 분리되어 있고, 인간 공물의 제사가 행해지던 시기일 것이다. 금이나 호박같은 귀금속들이 고가의 화폐로 교환되기 시작하던 시기일 것이다 등등... 

이러한 학구적인 설정들을 기본 토대로 하여 콘웰은 어떠한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처럼 거대한 거석 기념물을 만들어 놓았는가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세 명의 형제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같고 어머니는 서로 다른 배다른 형제들인 그들은 각각 부족장, 제사장, 전사-노예-건축가 역할을 맡아 서로 반복하고 대립하거나 협력하며 각자의 힘을 키워갑니다.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서는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여러 개의 고대 부족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대립하거나 연합하면서 세 형제와 관계를 맺어갑니다. 이것이 기본적인 큰 뼈대입니다. 

이야기는 라사린 부족의 부족장인 헨갈의 막내 아들인 사반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갑니다. 맏형 렌가에 의해 부족장인 아버지가 살해되면서 자신의 신부를 렌가에게 빼앗기고 자신은 노예로 팔려가게 된 사반은 불구로 태어났으나 강력한 마법사가 된 둘째 형 카마반의 안배에 의해 죽음을 면하고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어 다시 상인 겸 전사가 되고, 최종적으로는 건축가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연인인 데레윈과 ‘태양의 신부’ 아우레나 두 여인을 만나 그녀들의 사랑을 얻은 사반은 카마반과 함께 마침내 렌가를 죽이고 이웃의 적대 부족인 카살로와의 전쟁에서 이긴 후, 태양신 슬라올을 다른 모든 신들보다 우월한 지위에 올리기 위한 태양 신전 건설의 총 책임자가 되어 오랜 시간에 걸쳐 거대한 환상열석 신전을 건설합니다. 그것이 바로 스톤헨지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부족장이자 제사장이 된 카마반의 권력욕에서 비롯된 광기에 대항하고, 과거와 현재의 아내들인 데레윈과 아우레나의 신에 대한 맹신과 맞서며, 자신의 아들인 리아와 데레윈의 딸인 하나가 열어가는 새로운 시대를 지켜보며, 소용돌이치는 배신과 복수, 정복, 희생의 피비린내 속에서 사반은 묵묵히 일생을 바쳐 수 십년 동안 거대한 신전을 건설해 갑니다. 철기조차 없던 시기에 수 십, 수 백 톤에 달하는 거대한 거석들을 옮기고 세우고 돌 위에 돌을 올린 고대 건축의 비밀도 콘웰의 탁월한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되어 마치 눈 앞의 일처럼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콘웰은 역사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은 까마득한 선사 시대을 배경으로 한 장대한 이야기과 그 배경이 되는 거대한 고대 세계를 오직 상상력 하나만으로 생생하게 재창조해 놓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 형제와 여러 부족들, 그리고 신들은 서로 죽고 죽이며 배신하거나 결합하며 새로운 세대로 자신들의 생명을 이어갑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마치 고대의 서사시처럼 장엄한 배경 아래에서 옛 기록물을 읽듯이 상세하고 생동감있게 생명력을 얻어 움직일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바로 콘웰의 필력입니다. 그가 팬으로 창조해 낸 BC 2000년의 고대 세계와 인물들은 읽는 이를 흥미진진한 고대 대서사시 속의 모험 속으로 단숨에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스톤헨지가 단순한 거석들의 무리가 아니라 수많은 부족과 사람들의 애환이 뒤얽힌 장대한 이야기를 담은 거대한 기록물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지닌 힘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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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충전소
최진기 지음 / 한빛비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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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뉴욕의 개장 주가를 보기 위해 우리나라 증권 투자자들이 뜬 눈으로 밤을 세웠지만, 이제는 미국과 유럽의 증권 딜러들이 일본과 한국, 중국의 개장 주가와 추세를 보기 위해 밤잠을 못 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글로벌화되고 동기화되어 가고 있는 경제 현황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각종 새로운 경제 용어와 분석들을 발빠르게 챙기고 정리해야만 뒤쳐지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 만큼 경제 관련 서적들도 신속한 업데이트가 필수적인데, 이 책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비슷한 제목의 경제 서적 시리즈 출간의 효시가 된 최진기[ 지금 당장 경제 공부 시작하라 ]의 다이제스트이자 업데이트판으로 기획된 것으로 여겨지는 책입니다. 

2009년 KBS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방영된 < 최진기의 생존 경제 >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였고, 같은 제목의 저서도 베스트셀러가 됨으로써 일약 화제의 인물이 된 최진기는 현재 비타에듀 사회탐구 영역 1위의 스타 강사라는 프로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 수도권의 사교육계를 장악하고 있는 386 세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와 정치와 철학이 하나로 만나는 정치경제학의 세례를 받았고,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의 관치 경제가 시장의 자유로운 발전을 얼마나 억압하며 국가와 서민 경제 전체를 왜곡시키는가를 똑똑히 보았던 386 세대로써 그가 바라 본 한국 경제는 토대와 상부 구조, 경제적인 모순과 정치적인 모순이 서로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1980년대의 난맥상이 다시금 두드러지고 있는 상태라는 분석과 비판이 이번 책에서 보다 강하게 전면적으로 대두됩니다.

금융과 경제 지표, 증권, 부동산, 경제 정책, 국제 경제의 6개 부분으로 나눠놓은 내용들은 기본적으로는 전작인 [ 지금 당장 경제 공부 시작하라 ]를 요약하고 정리해 놓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KIKO 사태와 MB 지수, 보금자리 아파트, 금산분리, 저출산 고령화 등의 항목에서는 최근의 중요한 경제 현안들에서 보여지는 현 정부의 잘못된 경제 관념과 경제 정책들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가장 주목해서 읽어야 할 부분은 6부 국제경제 편으로, 서브프라임 사태, 유럽 금융 위기, 중국과 미국의 경제 관계 등 가장 최근에 발생하였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문제들의 원인과 해법을 하나씩 짚어나감으로써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출구 전략과 더블 딥 위험 등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얻는데 도움이 되게끔 합니다. 

260쪽 내외의 부담없는 분량에 시원하고 가독성 좋은 편집, 쉽고 술술 넘어가는 평이한 화법으로 어려운 내용들을 풀어나가고 있지만, 경제의 각 부분의 핵심적인 포인트들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날카롭게 해설함으로써 경제에 관한 기본적인 인식을 얻고자 하는 분들께 정확한 내용과 올바른 경제 관점을 함께 갖춰주는 제대로 된 입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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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켄지 - 서른여섯, 침몰 직전의 회사에 올라타다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오씨이오(oceo)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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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운동을 거친 전형적인 전공투 세대로 1960년대 후반에 일본 굴지의 전자 회사인 하츠시바에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주임을 거쳐 과장이 되고, 이후 부장, 전무, 상무를 차례로 거쳐 마침내 샐러리맨의 꽃인 사장 자리에까지 오른 시마 코사쿠의 4 반세기에 걸친 직장 생활사를 장편 시리즈 만화로 그린 히로카네 켄시시마 시리즈는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386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모았습니다.

근대 이전에는 물론 현재까지도 계층이나 계급 간의 구분이 의외로 뚜렷하고 신분 상승이 생각 이상으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일본에서는 영웅적인 성공 신화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잘 하자’라는 자기 직업에의 만족과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자분자족의 직업관이 유난히 강조되고, 그것을 고도로 발달시킨 장인 정신이 찬사를 받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한 카타르시스의 분출이 본연의 목적인 만화에서조차 유난히 많은 회사원물과 OL물들, 그리고 각 직업별 전문 만화들은 사실상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가나 세계적인 차원의 정치나 경제, 문화를 다룬 내용은 의외로 무척 적습니다).

히로카네 켄시의 시마 시리즈를 쭉 읽다 보면 주인공 시마가 사원 시마와 주임 시마에서부터 시마 과장, 부장, 전무, 상무를 거쳐 시마 사장이 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업무의 스케일이나 종류는 그때그때의 직급에 맞게 변하였지만, 정작 실제 말단 회사원에서부터 중간 간부, 이사급, 최고 경영자로써 각 직급에 맞는 회사 내외부의 업무를 처리하거나 회사의 위기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부분은 의외로 적고, 그 대신에 각 직급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개척하거나 여러 여성들과 연애를 하는 내용들이 오히려 더 많아서 실제 직장인의 회사 생활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환타지라는 혹평도 적지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에구사 다다시[ CEO 캔지 ] 는 시마 시리즈의 이러한 내용상의 단점들을 메우고, 실제 회사의 운영을 사실적이면서도 심도 깊게 그리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사에구사 다다시가 쓴 이 책을 비롯한 일련의 비즈니스 소설들인 ‘全日本 시리즈’가 50만권 이상이나 팔릴 정도로 비즈니스맨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사구사 다다시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근무하며 스탠포드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33세의 나이에 스미토모 화학의 자회사에 대표이사로 부임해 4년 만에 회사의 규모를 3배로 키우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후 오츠카 전자 등의 대표이사와 60억 엔 규모의 벤처 캐피털 회사 사장을 거쳤으며, 개인적으로 독립한 후로는 기업 회생 전문가로 활동하여 일본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이자 기업 회생 전문가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2002년부터는 미스미 그룹의 CEO로 재직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현재 연간 매출액이 1,300억엔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군요.

[ CEO 켄지 ]를 비롯한 사사구사 다다시가 쓴 일련의 비즈니스 소설들은 바로 이러한 저자의 실제 경영과 컨설팅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띤 경영전략서에 훨씬 더 가까운데, 그중에서도 [ CEO 켄지 ] 는 저자의 전문 영역인 파산 직전의 회사의 기업 회생과 경영 컨설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신일본 공업의 과장인 켄지가 부도 위기에 처한 자회사인 도요 아스트론에 신임 경영자로 부임하여 부도 직전의 회사를 악전고투 끝에 마침내 회생시키고, 혁신적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문 분야를 떠나 비전문적인 분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바람에 경영란에 처한 벤처 캐피털 회사에 36살의 젊은 나이에 경영자로 부임한 켄지는 기존의 회사 임원 및 사원들과의 순탄하지는 않은 관계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정립해 나가면서, 동시에 자금란에 처한 회사에 긴급하게 수혈할 방법을 강구하며, 전반적인 경영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새로운 회사에 막 온 켄지는 먼저 자신의 책상을 화려한 사장실에서 업무 현장으로 옮기고, 회사의 전체적인 경영과 재정 및 연구, 인력 상황 등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 장부와 월차결산표를 상세하게 검토함으로써 독보적인 전문 분야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왜 적자를 보고 있는지, 적자의 이유인 각 부서 간의 유기적인 연결과 협조가 왜 이루어지지 않는 지를 찾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 시스템 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각 부서별 공정을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한 전체적인 업무 사이클 표를 작성하고, 앞으로는 그 표에 입각해 전체 작업 공정을 관리하게끔 합니다.

내부에 존재하던 기존 업무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개선한 후 다음 과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에 입각해 새로운 분야를 찾아내기 위해 동원된 것이 바로 개발 전략의 개념도인 전략 매트릭스입니다. 회사의 역량과 시장의 상황을 간략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 매트릭스를 기초한 한 분석에 기초해서 새로 개발할 신제품의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회사의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개발해 나갑니다.

신제품의 개발이 끝나고 판매가 성공적으로 시작되면 다음 단계의 전략으로 시장에서의 경쟁 상대들을 분석하고 향후의 판매 확대 전략을 짜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켄지는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그것이 성공을 거두어 회사의 수익은 급격하게 향상됩니다.

길고 고통스러운 적자의 터널에서 마침내 벗어나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켄지는 스스로의 성공에 고무되어 독선적인 경영인의 모습을 띠게 되는데, 여기에서 켄지의 후견인이자 멘토인 신일본공업의 자이쓰 회장이 등장해 켄지의 자만을 따끔하게 꾸짖고 경영의 초심을 잊지 말 것을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해 경영의 다각화를 모색하던 대기업인 신일본공업이 차세대를 위한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과장인 켄지를 자회사인 도요 아스트론으로 보내고, 낯선 회사에 갑작스럽게 최고 경영자로 부임한 켄지가 안팎의 압력과 싸우면서 성공적으로 회사를 재건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서 보아야 할 점은 켄지가 현황 분석과 성장 전략의 각 단계마다에서 작성하여 사용하는 일련의 전략 매트릭스들로, 저자가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배운 이러한 매트릭스를 사용한 분석과 응용 방식들은 무척 배울 만 합니다.

각 장마다의 말미에는 켄지와 자이쓰 회장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이 독백 형식으로 그때그때마다 각자의 심경을 이야기하거나 저자의 경영 전략 노트들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서술법이 딱딱한 경영 전략서들에서는 찾기 힘든 감정적인 몰입과 실질적인 전략 제시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하게끔 만듭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성장이 둔화된 대기업의 경영 다각화와 차세대 경영 인재 발굴, 벤처 기업이 빠지곤 하는 상투적인 함정들,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비와 도전 등에 대한 고민과 전략들이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어서, 경영 전략서에서 늘상 보아왔던 이론과 분석들을 실제처럼 생생한 상황 속에서 직접 대입해 보고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실감나고 몰입도 높은 드라마를 그려냄으로써 단순한 이론서들보다 훨씬 더 실질적이고 가슴에 와닿는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 효과를 만끽시켜 줍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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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27 - 팔도 냉면 여행기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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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객 ] 의 종결이 너무나도 아쉬운 것은

허영만 작가 스스로의 결단에 의한 예정된 종결이 아니라

신문 연재가 갑작스럽게 중도에 하차하게 되고

이어졌던 온라인 연재마저도 끊기게 되면서

 

구차하게 연재처를 찾아 구걸하듯이 이어가느니

아예 깔끔하게 내 손으로 끝맺자는 마음으로

아쉬운 마음을 잔뜩 남긴 상태에서 부득이하게

종결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연재되면서

일간지 연재 만화로는 기록적이라고 할 만큼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작품 속에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조의 내용들이 실리면서

보수 언론 특유의 친정부적인 논조에 상반되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강제적으로 연재 중단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식문화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알아나가게 되면

요리와 맛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천연 상태의 좋은 재료이고,

그것은 자연 그대로를 잘 보존하는 환경에서만 얻어진다는 것
을  

금방 알게되는데,

4대강 사업은 이 한 가지 점에서 이미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행태이죠.


제 개인적으로 [ 식객 ]

일본 요리 만화들에 거의 정복되다시피 한 우리 만화계에

음식과 요리 문화에 대한 수준은 물론이고

작화나 스토리에 있어서는 오히려 일본 요리 만화들을 안참 앞섬으로써

한국 요리 만화의 깊이와 폭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가히 기념비적인 작품
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100권이 넘어서도 장수하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 맛의 달인 ] 이나 [ 아빠는 요리사 ] 와는 달리

불과 27권이라는 많지않은 권 수로 끝을 맺게되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보수 언론일 수록 이러한 국가적, 민족적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작품을  

옹호하고 후원해야 마땅한데,

단지 특정 정치 세력의 잘못된 사업을 비판한다고 하여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연재물을 하루 아침에 강제로 종료시켜버리는 작태를 보면

 

역시 우리나라의 자칭 보수 언론들은 진정한 보수 언론이 아니라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된 찌라시에 불과함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 확연합니다.

 

[ 맛의 달인 ] 을 보면 댐이나 건설 사업에 대한 훨씬 강도높은 비판과

자민당의 여러 잘못된 정책이나 생각들에 대한 날선 비판들이 훨씬 더 많이 나오고

 

심지어는 작가 스스로가 일본의 요리 문화 현실에 실망하여

일본에서는 제대로 된 요리 만화를 그릴 수 없다고 하며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해서 그곳에서 작품을 그리고 있는 데도

꾸준히 잡지에 실어주고 단행본이 나오고 있는 것과

정말 비교된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만화 뿐만 아니라 2편의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로

우리 나라 요리 만화의 자존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이

하루라도 빨리 좋은 지면을 잡아 2부 형태로 연재가 재개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 그런데 왜 한겨레나 경향 신문은 이 작품을 잡지 않았을까요?  )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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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유럽 100배 즐기기 - '10 ~ '11 최신개정판 100배 즐기기
홍수연.홍연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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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의 학생들에게는 [ 먼 나라 이웃 나라 ] 쪽이 익숙하겠지만, 386세대들에게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에 걸쳐 당시 독일에 유학 중이던 이원복씨가 매 달 항공 우편으로 보내온 원고를 소년 잡지인 < 새소년 >에 연재한 후, 클로버 문고를 통해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던 [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이 훨씬 더 친숙한 원본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시관이와 병호, 그리고 보호자인 선생님과 가이드 격인 선생님의 유럽 유학생 친구까지 모두 4명이 함께 유럽 여행길을 떠나서 만나고 겪게 되는 다양한 유럽의 문물들을 유럽 현지에 살고 있는 작가 만이 가능한 생생한 이야기와 사진들에 만화 특유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곁들여 보여주어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이 작품은 비록 두 소년의 외모가 일본의 유명 만화가인 치바 테츠야의 대표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문제가 되어 연재를 중단하고 이후로는 단행본도 재간되지 않았지만, 당시에 초중학생이던 386 세대들에게는 유럽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기에 충분할 만큼 새롭고 알찬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었습니다. 

저도 역시 [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 클로버 문고 단행본을 사서 책장이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유럽 여행의 꿈을 키웠지만, 군사 정권이던 80년대에는 해외 여행 자체가 (지금으로써는 상상도 하기 힘든) 허가제였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방학 때 해외 배낭 여행을 나간다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척박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역사적인 6.10 항쟁 승리의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로 마침내 이루어진 해외 여행 자유화 덕분에 대학생들 사이에 해외 배낭 여행이 유행처럼 번져나가던 90년대에는 대학원과 군대에 있었고, 그후에는 사회에 막 자리를 잡느라 고군분투하느라 해외 여행의 꿈을 잠시 접어두어야만 했습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해외 여행은 만들던 잡지를 그만두고 결혼을 하면서 신혼 여행의 형식으로 겨우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결혼식 후 업무 인수인계 관계로 곧바로 출발하지 못하고 2달 여를 연기하는 사이에 그만 1997년 10월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IMF가 터진 것이죠.  



 

이미 사전에 예약을 다 마치고 출발을 불과 1주일 가량 남겨놓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터진 IMF 체제에서 환율이 수직으로 치솟는 것을 보면서 출발한 유럽 여행은 매일 1~200원씩 오르는 살인적인 환율과의 싸움 그 자체였습니다(그때 유럽에서 한국 여행객들은 버스에서 강제로 내려지고 호텔에서 숙박을 거절당하는 일까지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우리 원화의 1/2 수준이던 이탈리아 리라화가 불과 보름 후에는 1:1까지 올라갔을 정도니 여유있는 여행은 솔직히 무리였었기에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는 것들이 많았던 여행이었습니다. 

그때는 아직 유로화로 통합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가지고 갔던 유럽 가이드북의 상당 부분은 각 국 화폐의 원 대비 환율과 환전소 위치, 환전 수수료, ATM 기기가 있는 곳의 위치 등으로 채워져 있었고, 인터넷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이어서 관광 안내소의 위치나 한국인 민박, 한국 식당의 위치 등이 가장 중요한 정보로 적혀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관광 자체에 대한 정보도 훨씬 제한적이고 일률적이어서 대부분의 국내 가이드북들의 내용이 대동소이했기 때문에 여행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영어로 된 [ 론리 플래닛 ]이 국내 가이드북들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고 신뢰를 받았습니다. 

그 후 13년이 지나 다시 한 번 유럽 여행을 준비하며 읽어 본 최신판 [ 핵심 유럽 100배 즐기기 ]는 그동안 확연하게 달라진 유럽 여행 트랜드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와는 전혀 다른 컨셉과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놀라움과 흥미로움을 함께 안겨주었습니다. 


 

2010년 2월의 최신 정보를 기준으로 개정되었다는 2010~2011년 판은 우선 맨 앞에 다양한 기간 별, 연령대 별, 취향 별로 짜놓은 모범적인 스케쥴 제안들이 제시되어 있고, 이어서 유럽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것들과 유럽 문화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들이 다이제스트로 요약되어 있습니다. 

각 나라 별 가이드 역시 그 나라에 대한 지리 부도식의 도식적인 설명은 최소한도로 줄이고, 그 나라에 가면 꼭 보아야 할 것들(영국에서는 뮤지컬, 프랑스에서는 미술관 등), 영화나 그림, 문학 작품들 속에서 보았던 장소들, 그 나라에 가면 꼭 즐겨야 할 문화(프랑스의 와인과 빵, 영국의 클럽, 빈의 커피 하우스 등), 특정 매니아들을 위한 관광 포인트 추천, 그 나라에서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들 등 과거에 비해 보다 실질적이고 다양하게 변화된 관광 트랜드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관광 정보들은 과거에 비해 보다 간략하고 실용적인 내용 위주로 정리되어 있으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URL로 대신하고 있는 점도 인터넷 시대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가이드북들과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각 나라와 도시마다 맨 처음에 나와있던 지도와 지하철 노선도들이 본 책에서는 거의 사라지고, 별도의 포켓북에 모아져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실제로 거리에 나서서 돌아다닐 때 지도 때문에 두껍고 무거운 가이드북 전체를 손에 쥐고 다니는 것보다 얇은 포켓북만을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스위스까지와 북유럽,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동유럽까지와 스페인으로 유럽을 크게 동서로 나누고 중간에 별도의 표지를 넣어, 일정과 필요에 따라 책을 분권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점도 같은 의미에서 매우 실용적입니다.


 

각 나라나 도시 별 해설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세세한 관광지 별 설명은 보다 간략해진 느낌인데, 이는 큰 틀을 먼저 잡고 이해한 후 세세한 장소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찾아보는 것이 대세가 된 현재의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나치게 자세한 설명으로 책을 두껍고 복잡하게 만들기보다 핵심적인 정보만 담고 나머지는 필요에 따라 인터넷으로 보충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장소인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셰 미술관, 베르사유 궁전 같은 곳들은 별도로 자세하게 구조와 관람 포인트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아 실제적인 효용성은 간과하지 않고 오히려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다양한 읽은 꺼리나 여행 팁들도 이전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고 흥미와 재미를 북돋우어 주는 내용들이어서 가이드북 자체가 재미있는 읽을 꺼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든 점도 마음에 듭니다.



과거의 가이드북과는 달리 각 나라마다 한 두 개의 대도시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그외의 도시들은 아예 다루지 않은 점이 눈에 띄는 차이점인데, 이는 과거와는 달리 요즈음은 각 국가 별, 도시 별로 독립시켜 상세하게 설명해 놓은 국가 별, 도시 별 가이드북들이 많이 나와 있으므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그런 책들을 참조하고, 이 책은 어디까지나 개략적인 가이드북으로 활용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집니다. 

색색의 지도나 화려한 컬러 사진같은 것은 일절 없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실용적인 정보들로만 채워졌던 [ 론리 플래닛 ]도 각 국가 별, 도시 별 가이드북들을 별도로 출간하면서 사진과 지도들을 대거 싣는 방향으로 전환한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 두 권의 두꺼운 가이드북만으로 모든 정보를 대신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가이드북은 개략적인 플랜과 현지에서의 핸드북으로만 기능하고, 보다 상세하고 깊이있는 정보는 인터넷과 국가 별, 도시 별 가이드북들을 참조하라는 것이 현재 여행 가이드북의 새로운 트랜드임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긴 요즘은 노트북, 넷북이나 아이패드, 심지어는 핸드폰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해 필요한 모든 정보를 외국의 이름모를 골목길에서도 실시간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니까요. 

책을 읽는 것 만으로도 13년 만에, 이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 번 떠나는 유럽 여행이 훨씬 더 편하고 알 찰 것 같은 즐거운 예감이 듭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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