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켄지, 경제상식 충전소 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CEO 켄지 - 서른여섯, 침몰 직전의 회사에 올라타다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오씨이오(oceo)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학생 운동을 거친 전형적인 전공투 세대로 1960년대 후반에 일본 굴지의 전자 회사인 하츠시바에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주임을 거쳐 과장이 되고, 이후 부장, 전무, 상무를 차례로 거쳐 마침내 샐러리맨의 꽃인 사장 자리에까지 오른 시마 코사쿠의 4 반세기에 걸친 직장 생활사를 장편 시리즈 만화로 그린 히로카네 켄시시마 시리즈는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386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모았습니다.

근대 이전에는 물론 현재까지도 계층이나 계급 간의 구분이 의외로 뚜렷하고 신분 상승이 생각 이상으로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일본에서는 영웅적인 성공 신화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잘 하자’라는 자기 직업에의 만족과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자분자족의 직업관이 유난히 강조되고, 그것을 고도로 발달시킨 장인 정신이 찬사를 받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한 카타르시스의 분출이 본연의 목적인 만화에서조차 유난히 많은 회사원물과 OL물들, 그리고 각 직업별 전문 만화들은 사실상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가나 세계적인 차원의 정치나 경제, 문화를 다룬 내용은 의외로 무척 적습니다).

히로카네 켄시의 시마 시리즈를 쭉 읽다 보면 주인공 시마가 사원 시마와 주임 시마에서부터 시마 과장, 부장, 전무, 상무를 거쳐 시마 사장이 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업무의 스케일이나 종류는 그때그때의 직급에 맞게 변하였지만, 정작 실제 말단 회사원에서부터 중간 간부, 이사급, 최고 경영자로써 각 직급에 맞는 회사 내외부의 업무를 처리하거나 회사의 위기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부분은 의외로 적고, 그 대신에 각 직급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개척하거나 여러 여성들과 연애를 하는 내용들이 오히려 더 많아서 실제 직장인의 회사 생활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환타지라는 혹평도 적지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사에구사 다다시[ CEO 캔지 ] 는 시마 시리즈의 이러한 내용상의 단점들을 메우고, 실제 회사의 운영을 사실적이면서도 심도 깊게 그리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사에구사 다다시가 쓴 이 책을 비롯한 일련의 비즈니스 소설들인 ‘全日本 시리즈’가 50만권 이상이나 팔릴 정도로 비즈니스맨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사사구사 다다시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근무하며 스탠포드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33세의 나이에 스미토모 화학의 자회사에 대표이사로 부임해 4년 만에 회사의 규모를 3배로 키우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후 오츠카 전자 등의 대표이사와 60억 엔 규모의 벤처 캐피털 회사 사장을 거쳤으며, 개인적으로 독립한 후로는 기업 회생 전문가로 활동하여 일본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이자 기업 회생 전문가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2002년부터는 미스미 그룹의 CEO로 재직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현재 연간 매출액이 1,300억엔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는군요.

[ CEO 켄지 ]를 비롯한 사사구사 다다시가 쓴 일련의 비즈니스 소설들은 바로 이러한 저자의 실제 경영과 컨설팅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띤 경영전략서에 훨씬 더 가까운데, 그중에서도 [ CEO 켄지 ] 는 저자의 전문 영역인 파산 직전의 회사의 기업 회생과 경영 컨설팅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신일본 공업의 과장인 켄지가 부도 위기에 처한 자회사인 도요 아스트론에 신임 경영자로 부임하여 부도 직전의 회사를 악전고투 끝에 마침내 회생시키고, 혁신적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문 분야를 떠나 비전문적인 분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바람에 경영란에 처한 벤처 캐피털 회사에 36살의 젊은 나이에 경영자로 부임한 켄지는 기존의 회사 임원 및 사원들과의 순탄하지는 않은 관계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정립해 나가면서, 동시에 자금란에 처한 회사에 긴급하게 수혈할 방법을 강구하며, 전반적인 경영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새로운 회사에 막 온 켄지는 먼저 자신의 책상을 화려한 사장실에서 업무 현장으로 옮기고, 회사의 전체적인 경영과 재정 및 연구, 인력 상황 등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 단계에서 장부와 월차결산표를 상세하게 검토함으로써 독보적인 전문 분야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왜 적자를 보고 있는지, 적자의 이유인 각 부서 간의 유기적인 연결과 협조가 왜 이루어지지 않는 지를 찾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업무 시스템 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각 부서별 공정을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한 전체적인 업무 사이클 표를 작성하고, 앞으로는 그 표에 입각해 전체 작업 공정을 관리하게끔 합니다.

내부에 존재하던 기존 업무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개선한 후 다음 과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에 입각해 새로운 분야를 찾아내기 위해 동원된 것이 바로 개발 전략의 개념도인 전략 매트릭스입니다. 회사의 역량과 시장의 상황을 간략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이 매트릭스를 기초한 한 분석에 기초해서 새로 개발할 신제품의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회사의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으로 개발해 나갑니다.

신제품의 개발이 끝나고 판매가 성공적으로 시작되면 다음 단계의 전략으로 시장에서의 경쟁 상대들을 분석하고 향후의 판매 확대 전략을 짜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켄지는 글로벌 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그것이 성공을 거두어 회사의 수익은 급격하게 향상됩니다.

길고 고통스러운 적자의 터널에서 마침내 벗어나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켄지는 스스로의 성공에 고무되어 독선적인 경영인의 모습을 띠게 되는데, 여기에서 켄지의 후견인이자 멘토인 신일본공업의 자이쓰 회장이 등장해 켄지의 자만을 따끔하게 꾸짖고 경영의 초심을 잊지 말 것을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이처럼 이 책은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해 경영의 다각화를 모색하던 대기업인 신일본공업이 차세대를 위한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과장인 켄지를 자회사인 도요 아스트론으로 보내고, 낯선 회사에 갑작스럽게 최고 경영자로 부임한 켄지가 안팎의 압력과 싸우면서 성공적으로 회사를 재건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해서 보아야 할 점은 켄지가 현황 분석과 성장 전략의 각 단계마다에서 작성하여 사용하는 일련의 전략 매트릭스들로, 저자가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배운 이러한 매트릭스를 사용한 분석과 응용 방식들은 무척 배울 만 합니다.

각 장마다의 말미에는 켄지와 자이쓰 회장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이 독백 형식으로 그때그때마다 각자의 심경을 이야기하거나 저자의 경영 전략 노트들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러한 다양한 서술법이 딱딱한 경영 전략서들에서는 찾기 힘든 감정적인 몰입과 실질적인 전략 제시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하게끔 만듭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성장이 둔화된 대기업의 경영 다각화와 차세대 경영 인재 발굴, 벤처 기업이 빠지곤 하는 상투적인 함정들,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비와 도전 등에 대한 고민과 전략들이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어서, 경영 전략서에서 늘상 보아왔던 이론과 분석들을 실제처럼 생생한 상황 속에서 직접 대입해 보고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실감나고 몰입도 높은 드라마를 그려냄으로써 단순한 이론서들보다 훨씬 더 실질적이고 가슴에 와닿는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 효과를 만끽시켜 줍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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