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갱스터/린치핀>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린치핀 -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인가?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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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경제경영 분야의 베스트셀러였던 < 보라빛 소가 온다 >에서 세스 고딘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눈에 띄고 강렬한 인상을 주어 의식 속에 각인될 수 있는 리마커블한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어 내고 홍보할 것인가를 이야기 했었습니다. 세스 고딘의 신작 [ 린치핀 ]에서 그는 이러한 테마를 우리 내부로 돌려 어떻게 하면 차별성있고 리마커블한 인재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왜 그러한 린치핀과 같은 인재가 되어야만 하는 지를 강조합니다.

세스 고딘은 그동안 우리가 굳게 믿어왔던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공장의 일꾼이 되어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고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만 한다면 사회와 공장이 안정적인 일자리와 급료, 건강 보험 등을 제공해 줄 것이라는 신념이 지난 100년 동안은 잘 작동해 왔지만, 앞으로는 결코 그렇게 안이하게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성 세대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말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산업화 이후 100년 동안 사회와 회사, 학교로부터 반복적으로 세뇌된 이러한 믿음은 결국 기계의 톱니 바퀴처럼 저난이도의 단순반복 업무로 공장과 회사의 조직을 유지하는데 편리한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들을 양산하기 위한 말들일 뿐이었는데, 그러한 비숙련 노동자들에 의해 유지되어 온 산업 사회 자체가 수명을 다해 해체될 단계인 현재의 사회 구조에서 그런 말들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입발린 거짓말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공장 시대의 경영의 최대 목표는 높은 숙련공의 인건비를 낮은 비숙련공의 저임금으로 대체하고, 저난이도의 단순 작업을 반복할 뿐인 비숙련공의 구성된 노동력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체계 아래에서는 창조적일 필요도, 총명할 필요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앞에 나설 필요도, 그런 과정에서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게임의 룰이 변했습니다. 공장 시스템의 산업 사회가 붕괴되고 창조적인 숙련공에 의한 창조 산업이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공장제 기계 공업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인력은 기존의 기계의 톱니 바퀴처럼 누구로나 대체가능한 인력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진취적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여 다른 누구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린치핀’과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린치핀’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세스 고딘은 사회와 공장이 학교와 매체를 통해 가르치고 세뇌시켜온 것들은 모두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가 예술적인 재능을 지닌 대체불가능한 존재임을 확신하고 시스템 속에 매립되지 않도록 독자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린치핀이 되기 위해서는 명료하게 보고 통찰력을 가지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용감하게 새로운 선택을 하고 진심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축하라는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사실 세스 고딘이 힘주어 말한 공장기계 산업사회의 종말과 창조산업 사회의 도래는 엘빈 토플러가 이미 40년 전에 일찌감치 예언했던 것입니다. 린치핀이라는 존재도 경재경영서나 자기계발서를 몇 권이라도 읽은 사람에게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개념이고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 서적을 막 읽기 시작한 초보자들에게 적절한 책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예시가 풍부하고 직접적이어서 몰입도가 높고 읽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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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갱스터/린치핀>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이코노믹 갱스터 -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경제파괴자
레이먼드 피스먼 & 에드워드 미구엘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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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G20 개최 = 선진국 운운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에는 전혀 공감하지 않지만, G20을 전후하여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서 새삼 감탄한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불과 60여년 전인 2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만 하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손꼽혔던 대한민국이 1세기도 채 지나기 전에 200개가 넘는 세계 국가들 중에서 경제력으로 10위 권 안에 들 정도로 경이적인 발전을 이룩했다는 사실입니다.

2차 대전의 종전 덕분에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국토의 거의 모든 자원과 자본을 일본의 전쟁을 위해 징발당해 경제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마저 없는 데다가, 정부 조직이나 기업 등 사회적인 기반 시설마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더군다나 정부 수립 후 불과 2년 만에 발발한 내전으로 인해 3년에 걸쳐 그나마 남아있던 모든 시설이 잿더미가 되고 수많은 인명 피해마저 발생하여 온 국토가 폐허로 변하고 국민들은 거지 신세가 된 처참한 환경에서 단 두 세대만에 경제는 물론 문화와 스포츠에서도 빠지지 않고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강국으로 성장했다는 놀랄만한 사실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극적이고 경이적인 비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초고속 통신망을 비롯한 사회적 인프라를 비슷하게나마 갖추고 있는 나라가 이 지구 상에는 불과 10여개 국 밖에 되지않고, 그 나라들이 미국과 일본, 영국, 독일, 일본 등 19세기부터 초강국으로 군림해 온 국가들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식민 착취와 내전으로 인한 폐허에서 아무런 자원도, 기술도 없이 맨 손으로 시작한 나라가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적인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솔직히 외국인들의 눈으로 볼 때는 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누군가는 이러한 경제적 발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팽창하게 마련인 경제의 자연스러운 성장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아님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거나 더 나은 조건에서 출발한 나라들이 거의 대부분 60년 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경제와 생활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코노믹 갱스터 ] 의 저자들의 의문점도 바로 이 부분에서 출발합니다. 이 책의 첫 장에서 1963년에는 비슷하게 1인 당 국민 소득이 수 백 달러에 불과하던 한국과 캐냐 두 나라가 50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한국은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의 생활 수준을 거의 따라잡은 상태이지만, 캐냐의 생활 수준은 1963년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음에 주목합니다. 특히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비옥한 땅에서 이미 커피, 차, 목화 등을 재배하고 있던 캐냐에 비해 한국은 국민들의 문자해독률을 크게 끌어올린 점 말고는 어떠한 장점이나 유리한 조건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이처럼 큰 격차를 보이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가 이 책의 저자들의 고민과 탐구의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인 저계발국가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집니다. 한 가지는 선진국들이 수 십, 수 백억에서 수 조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하는 국제적인 발전 원조 정책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단순 원조 방식은 막대한 원조 금액이 빈곤국의 국민들의 빈곤 퇴치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해당국의 독재자나 부패한 지배 계급, 공직자들의 손에 들어가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빈곤과 착취는 오히려 더 심해진다는 주장입니다.  

후자의 주장을 내세우는 측은 막대한 해외 원조가 세계적인 빈곤 퇴치에 실제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고 허비되어 버렸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잘못된 지역에 잘못된 방식으로 막대한 돈이 날아가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수혜국들이 원조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세계 차원의 막대한 경제 원조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상당 수의 국가들이 195~60년대와 거의 차이가 없는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선진국들의 원조 자금을 받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후진국의 부패한 권력자와 지배 계층, 공직자 등 이른바 ‘이코노믹 갱스터’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이코노믹 갱스터들 때문에 빈곤한 국민들의 빈곤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더 더더욱 악화되고, 그러한 빈곤의 악순환은 빈곤층들 사이에 폭력과 마녀 사랑, 학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만연시킵니다.

이처럼 막대한 원조 기금들이 이코노믹 갱스터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고 빈곤층에게 직접 전달이 되고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 저자들은 부패의 원인과 정도를 각 요소별로 정교하게 비교하는 무작위 실험을 통해 빈곤국의 부패를 감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원조 기금들이 사용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서론과 본론 사이의 많은 예와 조사 자료들이 다소 체게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수 십년 동안 지구촌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쏟아 부었던 막대한 원조 자금들이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 원인과 그 해결책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비교 실험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데에 이 책의 가치와 중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지구촌의 빈곤에 대한 저자들의 경제학자로의 책임감과 해결 의지도 많이 와닿고요.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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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넬의 소녀들
앨리스 호프만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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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 작은 아씨들 ] 이 워낙 감명적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구하기 힘들었던, 아마도 국내에 딱 한 종 뿐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2부의 완역본(아마 아직도 1부는 완역본이 두 어 종 되지만 2부는 완역본이 거의 없고, 3, 4부는 국내에 제대로 번역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키다리 아저씨 ] 역시 비슷하게 2부의 번역본은 찾기가 어렵죠. [ 빨강머리 앤 ] 은 다행히 전 10부가 모두 세트로 나왔는데 말입니다)을 보았는데, 1부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전개에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베스의 죽음 이후에 로리가 조우가 아닌 에이미와 결혼한 것이 소년소녀 문학의 전형적인 해피엔딩과 거리가 멀게 느껴져서 결정적으로 실망하였고, 조우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베어 선생이라는 별다른 매력없는 캐릭터와 갑작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싫어했던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 을 나이가 든 후에 다시 읽어보고는 [ 작은 아씨들 ] 2부에서 실망했던 점들이 오히려 이 작품에서 훨씬 더 고전적인 형태의 해피엔딩으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인 오스틴이 완성해 낸 19세기적인 로맨스 문학의 원형으로써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시대 설정이 반세기 가량 앞서기는 했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 작은 아씨들 ] 의 전개는 [ 오만과 편견 ] 보다 훨씬 더 현대적이었던 셈이지요. 제인 오스틴의 시대에는 여성이 사회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올코트의 시대에는 조우처럼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전업 소설가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 작은 아씨들 ] 은 [ 키다리 아저씨 ], [ 빨강머리 앤 ], [ 소공녀 ] 등과 함께 소녀 소설의 고전으로 시대를 초월한 인기를 여전히 얻고있는 만큼, 아마도 영미권에서는 그 작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아예 오마쥬를 바치는 작품이 적지않게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국내에 번역된 작품은 거의 본 적이 없어서(마르셀라 세라노의 <작은 아씨들이여, 영원히 안녕> 라는 작품이 있더군요) 이 작품이 시대에 따라 또는 현대적으로 변주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이 작품의 팬으로써 적지않게 아쉬웠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세대의 소녀들의 고전인 [ 작은 아씨들 ] 을 21세기인 지금의 감각에 맞춰 새롭게 쓴다면 어떤 작품이 될까요? 이런 궁금증에 답을 주는 소설이 바로 앨리스 호프먼[ 아넬의 소녀들 ] 입니다.

사실적인 설정 속에 몽환적이고 마술적인 요소를 삽입한 ‘매직 리얼리즘’ 기법으로 가족 관계나 로맨스를 그려내어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앨리스 호프먼이 2009년에 발표한 [ 아넬의 소녀들 The Story Sisters ][ 작은 아씨들 ] 에 대해 직접적인 오마쥬를 바치고 있는 작품입니다. 

[ 아넬의 소녀들 ] 의 주인공은 이혼한 어머니 애니와 함께 살고있는 세 자매 엘브와 메그, 클레어입니다. [ 작은 아씨들 ] 에서는 남북전쟁에 참전한 아버지가 이 작품에서는 시대적 추이에 맞춰(?) 이혼한 것으로 나오고, 등장하는 비중도 딱 [ 작은 아씨들 ] 후반부에 등장하는 아버지 정도입니다.
주인공인 스토리 자매의 이름이 엘리자베스([작은 아씨들] 에서는 ‘베스’라는 애명으로 불리지만, 이 작품에서는 ‘엘브’라는 애명으로 나옵니다), 메그, 클레어로 3명 중 2명이 [ 작은 아씨들 ] 의 네 자매 중 두 명의 이름과 똑같습니다. 심지어 엘브의 애인의 이름은 아예 [ 작은 아씨들 ] 에서 조우의 남자친구 이름과 똑같은 ‘로리’입니다.
이외에도 [ 작은 아씨들 ]에서 이국적인 장소로 자주 등장했던 파리가 이 작품에서는 제2의 무대로 나옵니다.

이처럼 [ 작은 아씨들 ] 에 명백하게 오마쥬를 바치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 작은 아씨들 ] 의 주인공 자매들이 21세기에 태어났더라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을까 하는 궁금증을 지극히 사실적인 설정과 전개로 보여줍니다.


이야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 격인 인물은 세 자매 중 큰 딸인 엘브인데, 풍부한 상상력으로 아넬이라는 가상의 지하 세계와 언어를 창조하고, 스스로를 어린 시절에 인간에 의해 유괴된 아넬의 천사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이야기는 고전들과는 달리 어둡고 비극적인 내용으로 시작되고 전개됩니다. 어린 시절 클레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엘브는 학교 선생인 변태 성추행범의 차에 클레어가 타자 동생을 내리게 하고 자신이 동생 대신 끌려가 끔찍한 일을 당합니다. 엘브의 마음 속에 내제되어 있는 그 어두운 기억은 엘브를 현실에서 도피하고 아넬의 세계에 집착하게끔 만듭니다. 아넬의 이런 태도는 학교와 일상 생활에의 부적응으로 이어져 불량한 남자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약물에도 손을 대면서 결국 강제로 특수 학교에 보내지게 됩니다.

어둡게 변한 언니의 태도에 메그는 물론 클레어마저 거리를 두게 되는데, 특수 학교에서 만난 동급생의 형인 ‘로리’와 사귀게 되면서 마약마저 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의 차를 훔쳐 두 동생을 태우고 운전하던 엘브가 사고를 내어 메그가 죽게 됩니다.

메그의 죽음 이후 클레어는 실어증에 빠져 파리의 외할머니에게로 가고, 엘브는 마약 복용으로 교도소로 가게 됩니다. 자매의 어머니인 애니가 엘브의 추적을 의뢰한 사립탐정인 피트와 가까워지고, 출소한 엘브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로리와 동거하게 되는 것으로 안정을 찾는 듯도 싶지만, 애니가 백혈병으로 죽고, 로리도 해로인 중독과 그에 연류된 사고로 죽음으로써 엘브는 다시 혈혈단신의 처지가 됩니다.

현대 미국의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어두운 전개이지만, 원본이 [ 작은 아씨들 ] 인 만큼 소설의 마지막 100쪽은 로리의 아기를 낳은 엘브가 총명한 딸 미미와 함께 정상적인 사회 생활로 복귀하는 모습과 클레어가 보석세공사로 일하면서 서서히 마음을 열고 마침내 자신의 짝을 찾아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과정을 교대로 그려낸 후, 클레어의 결혼식을 위해 파리에 온 엘브가 마침내 클레어와 재회하는 모습을 마지막 장면으로 보여줌으로써 스토리 자매의 긴 이야기는 밝고 따뜻한 해피 엔딩으로 끝맺습니다.


소녀 소설의 영원한 고전인 [ 작은 아씨들 ] 에 오마쥬를 바치며 원본의 틀을 충실하게 옮겨온 작품이기는 하지만, 현대 미국의 어둡고 병든 면들을 회피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적용시킨 까닭에 후반부 20%를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들은 전체적으로 비관적이고 우울한 전개로 일관하고 있어서, 아직 [ 작은 아씨들 ] 의 아름다운 세계에 동경을 지니고 있는 미성년의 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고 불편할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고전 명작을 동시대의 무대로 옮겨와 현대의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원작이 발표되었을 당시에 받았을 느낌을 나름의 감각으로 재현해 낸 이 작품은 고전의 현대적인 재창조의 사례 중에서 손가락에 꼽을 만큼 우수한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납니다.

프랑스어 표기가 다소 이상한 부분이 종종 눈에 띄는 점과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없는 점은 다소 간의 아쉬움을 남깁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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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 - 스스로 일하게 하는 회사 주켄공업 이야기
마츠우라 모토오 지음, 이민영 옮김 / 지식공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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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착순 채용으로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다 ] 는 [ CEO 켄지 ] 와 마찬가지로 지식공간사가 작년부터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CEO 라이브러리 시리즈의 네 번째로 출간된 책입니다(이 시리즈는 현재 다섯 권이 나와있습니다). [ CEO 켄지 ] 가 전문 경영 컨설턴트의 경영 전략을 소설 형식을 빌려 쓴 경영 전략 시뮬레이션이었던 데 비해, 이 책은 일본에서 쥬켄 공업을 창업하여 45년 간 최고 경영자로 경영하고 있는 사장인 마츠우라 모토오가 직접 쓴 자서전 형식의 책입니다. 보다 전형적인 형식의 책인 셈이지요.

쥬켄 공업은 100만 분의 1 그램 기어 휠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정밀 가공 기술로 세이코, 샤프, 엡손, 카시오, 삼성, LG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최신 제품에 들어가는 초정밀 부품들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회사로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등 8국에 모두 12개의 지사와 14개의 해외 공장을 두고 있으며, 초정밀 기어 휠 가공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등 독자적인 지위를 탄탄하게 굳히고 있는 특급 중견 기업입니다.


선착순 채용이라는 현대 기업에서는 다분히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책 제목을 보고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우선 채용한다는 [ 일본 전산 이야기 ] 같은 류의 일본 특유의 ‘곤조’ 정신만을 앞세우는 책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솔직히 들었는데, 저자가 직접 쓴 머리말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머리말의 첫 문장에서부터 저자는 2008년 전세계를 뒤흔든 미국 발 금융 공황의 주범인 미국의 금융 공학을 생산 활동은 하지않고 마켓 머니를 이용해 이익을 내는 ‘세계적인 다단계 판매’라고 칭하며 이런 시스템이 위기에 봉착할 것을 일찍부터 짐작하고 있었다고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그리고 기업은 이익보다도 더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하며, 무분별하게 미국식 무한 경쟁 체제를 도입해 기업 내부를 전쟁터로 만들고 사람들을 소모품처럼 버리는 행태를 지양하고, 사원들에게 안심과 희망을 주어야 하는 기업의 본질과 미래를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올해 나이가 73세인 연배로써는 놀랄만큼 경제와 경영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식견이고, 세계 경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한 통찰력이라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혜안은 책 전체를 통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제목으로 사용된 ‘선착순 채용’에 대한 선입견도 본문에 서술된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면 금방 오해가 풀립니다.
쥬켄 공업은 별도의 입사 시험은 커녕 이력서조차 받지않고 희망자는 선착순으로 입사시키고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기업의 채용 절차가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의 견해에 의하면 이미 상당 부분 평준화된 대학 과정을 마치고 입사 시험과 1, 2차 면접을 거치는 과정에서 각 개인들의 개성은 사라지고 똑같은 하나의 필터로 걸러진 똑같은 사고와 행동 방식을 지닌, 즉, 기준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하며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겁내는 획일적인 사원들만이 남겨지게 되고, 이런 조직원들만으로 구성된 회사는 필연적으로 관료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경영자는 ‘쓸 사람이 없다’고 한탄한다는 것이지요.

쥬켄 공업은 학력이나 국적, 외모 등을 일절 따지지 않고, 빈 자리가 있을 때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오면 묻지않고 채용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직원들의 자질에 대한 우려가 따르겠지만, 실제로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피어싱을 한 폭주족 출신의 젊은이들도 잘 적응하여 훌륭하게 기술자나 사원으로 성장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제조업이라는 특성상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은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지만, 부모와 선생들이 20여년 간 공들여 키운 사람을 단 몇 분 간의 면접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저자의 신념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이렇게 뽑은 사원들에게는 가능한 한 각자가 원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주고자 합니다. 현재 직종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싶다면 즉시 원하는 부서로 발령을 내려주고, 어학 연수를 원하며 즉각 받아들여 줍니다. 사원들도 이러한 신뢰에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고요.
얼핏 보기에는 지나치게 이상론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언제나 인력란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 제작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라면 특별히 높은 보수나 지위를 탐내서 온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고, 오히려 다른 기업에는 취업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진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신뢰하여 받아준 기업에 열심을 다하는 것은 당연할 테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개인적인 성취감은 물론 회사 전체로 볼 때도 자기가 흥미를 느끼고 원해서 전문적으로 파고든 일이 결국 가장 좋은 성과를 낼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과정은 심리적으로도 경영적으로도 최상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졸이나 고졸 혹은 고등학교 중퇴 학력의 쥬켄 사원들이 독학으로 고급 기술과 외국어를 익혀 박사급의 대학 연구원들이나 대기업 연구직, 외국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영어는 물론 독일어와 한국어, 중국어로 강의를 하는 모습은 이러한 방식이 옳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원들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도 중소기업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거액을 들여 최첨단 컴퓨터를 도입해 사원들의 컴퓨터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쓸데없는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출근부는 물론 출장 경비 정산마저 일절 없앰으로써 사원들이 오직 업무에만 전념하게 한 점 등 철저하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점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런 혁신적이고 과감한 경영 방식의 밑바탕에는 젊은 시절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사무 합리화를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사비를 들여 첨단 기술을 익히고 개인 연구실까지 얻어 기술을 개발하였고, 영업에서도 평균치의 8배가 넘는 실적을 올렸을 정도로 온 몸을 던져 노력하고 고민했던 마츠우라 모토오 사장의 경험이 베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심 놀랐던 것은 2차 대전 이전에 태어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제 흐름이나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력이 무척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본산 가전 제품들이 미국과 전세계를 휩쓸 때 일본의 힘에 환호하던 분위기와는 반대로 왜 미국 회사들이 가전 사업에서 철수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고민하다가 단순 가전 제조업의 쇠퇴를 예상하고 거래 분야를 다각화한 점이라든가, 모바일과 IT 산업의 대두를 직면하고 거기에 맞는 대처 방식을 고민한 점 등 세계 경제의 조류가 10년 단위로 빠르게 바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단순 제조업은 인건비가 싸고 자원이 풍요로운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 결국 밀릴 수 밖에 없으므로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제살 깎아먹기 식의 원가 경쟁이 아니라 나노 테크놀러지로 대표되는 첨단 정밀 가공 기술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이라는 저자의 논리는 애플과 디즈니 등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디자인 혁신을 이끌었던 프로그 디자인의 하르트무트 에슬링거의 주장과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혜안입니다.


이렇게 기업 경영의 정도를 걸으며 안정적인 기업을 구축한 쥬켄 공업이지만, 이런 초우량 기업조차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본의 경제와 기업 현실에 대한 개탄과 건의를 저자는 후반부에서 피력하고 있습니다.
거품 경제의 붕괴가 기업의 땅투기를 방관하거나 심지어는 조장까지한 일본 정부 당국의 무책임함과 무능력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수익의 60%가 넘는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금 체제와 회사 자산 및 비상장 주식 상속에 대한 비현실적일 만큼 과도한 과세가 결국에는 일본 내의 제조업들을 죽이고 말 것이라는 경고, 중소기업의 지적 재산이나 창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댓가도 지불하지 않고 착취하는 일본 대기업의 이기주의는 일본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이유를 짐작케 합니다.


73세의 중소 제조업체 경영자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꾸준한 자기 정진과 경영 혁신, 세계 경제 조류의 파악, 인사와 재무 관리의 원칙 등 많은 점에서 기업과 경영의 정도가 무엇인가를 배우고 느낄 수 있게 만든 좋은 내용으로 가득 차있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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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영학 - 당신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경영학의 진실
매튜 스튜어트 지음, 이원재.이현숙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1980년대 내내 대학가를 중심으로 격렬하게 펼쳐졌던 민주화 운동이 대통령 직선제라는 소정의 성과를 얻고 일단락된 이후인 1990년대 초반부터 대학가에서는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앞으로 다가올 미국식의 완전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대학원 학위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미국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나 MBA를 취득해 오는 것이 당시 막 대학을 졸업할 나이였던 386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 나갔었습니다(결과적으로 볼 때 이들의 판단은 상당부분 현명했고, 그 효과를 확신한 그들은 이제 자신의 자식 세대들을 일찌감치 조기 유학의 길에 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MBA 학위는 그 당시의 대학원 학위 정도로 주변에서 흔해졌고, 삼성 등의 대기업에서는 아예 자체적으로 MBA 과정에 준하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과장급 이상이 되면 자체 MBA 과정을 이수하지 않으면 승진할 엄두를 못내게 까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과연 MBA는 그 명칭 그대로 '경영의 대가'일까하는 의문을 오랫동안 가져 왔습니다.

왜냐하면 수 십년 동안 특정 업계에서 일하며 쌓아온 경험과 업계 내외의 복잡한 관계들, 숙련된 전문 기술과 폭넓은 인맥에 기반한 영업력 등을 쌓아 온 전문 분야들에 이제 갓 대학원을 졸업하고 그 업계의 경험은 고사하고 사회적인 경험조차 거의 전무한 20대 후반의 경영 컨설턴트들이 과연 얼마나 실제적이고 적용가능한 방법론을 전수해 줄 지가 매우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책을 통해 배운 경영 기법이나 재무 관리, 조직 및 인력 관리 등을 적용해 경영 구조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거나 내부에서는 볼 수 없는 바깥에서 바라 본 문제점들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백면서생들이 책에 나오는 모델과 공식들을 기계적으로 적용시켜 위압적이고 훈계조의 태도로 건방을 떠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현실성과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주변에서 직접 본 예를 하나 들자면, 모 음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미국으로 가서 MBA를 취득하고는 다시 자신이 이전에 아르바이트하던 회사에 부사장으로 온 뒤, 직원의 책상 위를 테일러 시스템에 입각해서 정리하라고 명령해서 현재까지도 업계에서 웃음꺼리가 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음반사 매니저들에게 단순 제조업에나 어울리는 테일러 시스템이라니요...

최근에도 PT차 갔던 모 스키장에서 제조업에 맞게 고안된 6 시그마 방식을 서비스업에 아무런 변형없이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경영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는 대학에 경영학과가 없다고 합니다. 사실 학문을 가르치는 대학에서 ‘돈 버는 기술’인 경영 기법을 가르친다는 원론적인 문제를 떠나서라도 ‘경제가 아닌 경영이 과연 학문적 연구의 대상인가?’라는 경영학의 과학성에 대한 의문은 경제학과 경영학의 본질적인 차이와 함께 오랫동안 논란꺼리가 되어 왔습니다.

 

 

[ 위험한 경영학 ] 은 바로 이런 경영학의 본질에 대한 궁금증과 경영 컨설팅에 대한 제반 의혹들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과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 책입니다.

저자인 매튜 스튜어트는 프린스턴과 옥스포드 출신으로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사인 매킨지에서 잘 나가던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철학과 대학원생과 박사 학위 출신으로 MBA는 고사하고 경영이나 경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던 자신이 어느날 갑자기 경영 컨설턴트 회사에 취직이 된 후, 경영학에 대한 아무런 전문 지식없이 속성으로 배운 몇 개의 차트와 그래프만으로 고객들을 얼마나 쉽게 현혹시킬 수 있었는지, 그리고 비단 자신 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경영 컨설턴트들이 자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아무런 전문 지식이나 업계에 대한 경험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경영 이론조차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경영 컨설턴트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

실제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나 매킨지 그룹 같은 컨설팅 업계의 최정상 회사들에서조차 솔직하게 인정한, MBA를 취득한 직원보다 MBA 학위가 없는 일반 직원의 업무 능력과 실적이 훨씬 더 우수했다는 현실도 저자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풋내기 경영 컨설턴트들이 80 : 20 그래프 하나로 고객들을 현혹시키는 현실을 폭로하며, MBA 학위를 앞세운 경영 컨설턴트들이 본연의 임무인 기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보수를 받아낼까 에만 더 몰두하는 부류라는 신랄한 비난과 함께, 경영 컨설팅을 받는 시점에서 이미 그 회사는 회생불능의 길로 접어들게 된며, 어떤 회사에 경영 컨설팅 팀이 드나든다는 소문이 돌면 직스 그 회사의 주식을 팔아 치우라는 섬뜻한 경고조차 서슴치 않고 던집니다.

도입부 이후 저자는 현대 경영학의 기초를 쌓고 토대를 확립한 경영학의 대가들의 이론과 주장이 얼마나 근거없는 데이터 조작과 억측을 토대로 구축되었는지에 대한 폭로와 자신이 직접 몸 담았던 경영 컨설팅 업계의 실상을 교차시켜 가며 경영학과 컨설팅의 과거와 현재, 이론과 실제를 낱낱이 비판해 나갑니다.

현대 경영학의 창설자인 프레데릭 테일러에서부터 경영학에 인간관계론을 접목시킨 엘턴 메이오, 경영전략학을 창시한 마이클 포터, 경영학을 일상적 생활 속에까지 보급시킨 톰 피터스 등 4명의 현대 경영학의 대가들의 연구와 논문, 활동과 주장들을 낱낱이 분석하여, 테일러와 메이오가 실제 발생한 사실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실험 데이터와 수치를 고의적으로 조작하여 왜곡한 후, 그것을 자신들의 주장의 논거로 내세웠다는 역사적인 기록들을 폭로하여 충격을 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된 자료를 근거로 내세워진 그들의 논리나 주장들이 학문적인 엄밀성이나 과학적인 정합성을 전혀 갖추지 못해서 과학은 고사하고 학문으로써의 체계성조차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결국 경영학은 단지 스스로를 위한 학문일 뿐이라는 경영학 무용론을 과감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들 경영학 대가들의 저서가 얼마만큼이나 과학적인 검증 절차를 무시하고 어떠한 학문적 근거나 자료없이 자의적이고 부정확한 추측으로 씌여졌는가와 과거에 대한 분석에 철저한 것과는 정반대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얼마나 전무한가를 조목조목 비판함으로써 현대 경영학의 학문적 토대가 얼마나 취약하고 신뢰할 수 없는 지를 학술적인 관점에서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메이오가 주장한 인간 중심의 경영 전략이나 톰 피터스의 주장들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들을 새삼 강조한 것에 불과하며, 당연한 것을 말하는 이상의 혜안이나 획기적인 관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경영학이 인문학의 입문 단계를 전혀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라고 준엄하게 말합니다. 그 예로 저자는 초베스트셀러였던 [ 초우량기업의 조건 ]을 들며 그 책은 초우량기업의 특징에서 역으로 발췌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일반 기업들에 그러한 특징들이 훨씬 더 많고 그 기업들이 그 부분에서 특별히 우수했던 것은 아니며, 실제로 불과 10년이 지난 뒤에 그 책에서 칭송했던 기업들의 절반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밝히며, 경영 대가들의 ‘월요일 아침 쿼터백’식의 예언을 철저하게 비웃습니다.

저자는 또한 자신을 비롯한 전략 컨설턴트들이 사용하는 차트나 그래프, 매트릭스, 프레임워크들이 얼마나 조잡하고 부실하고 공허하며, 얼마나 자주 자의적으로 변조되는 지를 폭로하면서, 이러한 분석들이 기업의 미래를 전망하고 전략을 계획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폭로합니다.

저자는 결국 경영이나 전략 컨설팅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컨설팅 업체에 보수를 지급하는 실제 결정권자인 CEO의 우상화와 CEO를 비롯한 이사진의 결정들에 대한 합리화에 앞장설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경향은 주주 가치주의라는 명목으로 CEO에게 막대한 보수가 집중되는 현실에서는 경영에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역할보다 CEO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 댓가로 컨설팅 산업 자체의 수익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장삿꾼에 불과할 뿐이라고 적나라하게 비판합니다.

경영학의 역사와 교대로 서술되는 저자가 몸담았던 컨설팅 회사와 컨설턴트들의 흥망성쇠의 이야기는 경영 컨설팅 회사와 컨설턴트들의 이러한 실체를 보다 더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습니다.

경영 대학원을 갓 나온 20대 중반의 새파란 젊은이가 산전수전 다겪은 세계적인 대기업의 CEO에게 경영 기법을 가르친다고 실친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 없는 넌센스라는 상식을 결국은 새삼 확인시켜 주는 것이지요.

저자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허구의 과학인 경영학과 MBA에 대한 대안으로 오랜 세월동안 정밀하게 논리를 쌓아오고 수많은 이론과 실제의 논쟁을 거치며 발전해 온 철학이나 그러한 고민들을 담은 고전을 읽고 고민하는 쪽이 훨씬 더 경영학과 마케팅의 본질적인 주체이자 대상인 인간과 사회에 얽힌 문제들을 심도있게 바라보는 잣대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보스턴이나 시카고로 대표되는 미국의 경영 컨설팅과 MBA 과정들이 분명히 일정 부분 경영의 현황과 실태를 분석하는 데에는 유용한 기술적인 방법론들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그때그때 새로운 분석 기법을 만들어 내어 유행시키고, 그 유행하는 기법을 팔아먹는 데에 급급할 뿐, 정작 그들이 분석한 현황을 타개하여 실제 경영에 도움이 되는 해법을 제시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는 비판이 만연한 것이 현재의 분명한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학과 경영 컨설팅, MBA가 실제 경영과는 얼마나 거리가 멀고, 단지 경영자들을 겁주고 위협하거나 반대로 CEO의 신격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박수 부대로 활동하며 그 댓가로 막대하지만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데에만 급급한 직업이라는 현대 경영 컨설팅 업계의 실상을 통렬하고 폭로하고 비판함으로써, 경영 컨설팅과 MBA가 퍼트린 신화의 허구를 꿰뚫는 비판적이고 논점이 뚜렷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경영 컨설팅이나 MBA 학위의 효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 반대로 환상을 갖고있는 분들께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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