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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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하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선택이 어떤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 기준은 자유의지, 즉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한 것일까? 우린 스스로의 선택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대부분 기억이라는 틀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적인 반응이다. 뇌는 에너지 사용에 진심이다.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없기에 최대한 효과를 얻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왔다. 기억 역시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그중 12시간이상을 정보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우리의 모든 감각은 뇌를 통해 인식되고 기억되며 재생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없다.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폐기된다. 특히 반복적인 정보는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뇌의 이런 기능은 정말 중요한 사건이나 상황을 인지하고 기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활용방법이다. 뇌는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생각하는 뇌에 대한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뇌는 기억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 뇌는 망각하기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은 왜 방금 한 일을 쉽게 잊어버리고 혼란에 빠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다.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어떤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하고 어떤 정보를 프로그램화 할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한다. 흔히 경험하는 자동차 키를 찾는 오류는 뇌 기능의 이상이나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뇌의 작용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작용을 정보간의 우위를 다투는 간섭현상이라 말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뇌의 획기적인 발견은 감각에 대한 뇌의 반응이 연쇄적이고 통합적이라는 것이다. 신경세포간의 연결과 신경 가소성은 환경변화나 유전적 발현에 따라 뇌 기능이 얼마든지 조절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눈에 띄는 기억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주의력의도를 강조한다. 주의력은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뇌가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수많은 정보들 중 무엇에 주의력을 가질 것인가? 이를 보충하는 것이 의도다. 의도는 주의하고자하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1972년 에스토니아태생의 심리학교수 툴빙은 인간이 두 가지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개체로만 인식되었다. 툴빙은 지식을 얻기 위한 의미기억과 특정 시간과 사건으로 돌아가 정신적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는 일화기억으로 구분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일화기억은 경험이다. 인간의 기억은 학습과정 중 변형이 일어나더라도 기능 상실이 일어나지 않으며 사건을 서로 다르게 저장하고 색인을 붙여 통제한다. 또한 기억 저장소라 알려진 해마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인공지능의 역할이 의미기억을 강화한다면 일화기억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억이 아닐까?

 

본 책은 기억에 대한 오류와 착오, 잘못된 고정관념을 제시하고 있다. 1부는 신경세포의 역할과 전전두엽피질의 의미, 일화기억등 기억의 기본원리를 소개한다. 특히 기억의 회상이 인상적이다. 우린 어떻게 과거로 돌아가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가? 뇌의 공감각적 기능은 일화기억을 통해 이루어진다. 2부는 기억 그 이상의 효과와 현상을 이야기 한다. 특히 기억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이론을 통해 환경과 신경구조와의 상관관계를 파헤친다. 우리의 기억이 진실일까? 뇌 과학자들은 단호히 거짓이라 말할 것이다. 뇌는 편의적으로 작동한다. 정보의 파편이 흩어지고 모여 새로운 정보를 생성한다. 또한 감정, 장소, 현재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우리의 일상은 현재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되고 새로운 기억으로 형성된다. 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르쳐주고 선택의 기준이 되며 신념을 만든다. 즉 기억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기억한다는 착각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일상일수 있다. 하지만 기억은 서서히 그리고 순간적으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해체해 버린다. 우린 기억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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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 세상의 흐름을 결정할 혁신기술의 거대한 충격 17 10년 후 세계사 3
구정은.이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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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사회화, AI에 급가속이 붙은 것 같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챗GPT가 대세로 자리를 잡는 줄 알았는데 량원펑의 딥시크가 판도를 바꿔버린 것이다. 같은 성능인데 가격은 1/30 정도라고 한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독점에 속앓이를 했던 국가들과 기업들에겐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만약 올 한해 딥시크와 같은 플랫폼이 수개 이상 출현한다면 AI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를 전개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심리적 안정감 못지않게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역시 이러한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며 17가지의 미래에 관한 질문을 펼쳐놓는다.

 

1부는 기술이 이끄는 우리의 미래다. 로봇, 자율주행, 드론, 그리고 산업 전반에 펼쳐질 기술의 미래를 다룬다. 무엇보다 이들의 중심에 AI가 활용될 것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치, 경제 사회적 구조 또한 기존과는 다른 방법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 중심은 문화의 변화가 아닐까싶다. AI는 수많은 콘텐츠를 통한 다양한 생성형 AI를 탄생시킬 것이다. 문화는 인간 삶의 방식과 밀접한 연관을 맺기에 AI의 활용도는 더욱 미래 산업을 알 당길 것이다..

 

2부에서는 미, 중간의 패권 정책을 다루고 있다. 최근 고율의 관세정책이 서로간의 벽을 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래 먹거리의 싸움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이익 앞에선 오늘의 적이 아군이 되고 아군이 적이 될 수 있다. 중국 반도체의 성장속도도 놀랍지만 달러를 앞세운 미국의 패권 정책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TSMC를 앞세운 대만은 세계 화약고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는 세계 반도체 시장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헤게 머니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진보는 인류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두렵기도 하지만 인간의 한계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도덕적 윤리적 문제가 새게 부각될 것이며 이는 국가 간, 지역 간, 기업 간의 패권전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3부의 주제 녹색 혁명이다. AI는 세상을 녹색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AI를 제하고서 미래를 논하기 어려운 시대다. 엄청난 자본과 과학 기술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지, 또한 인류는 이에 대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너무도 가파르게 다가오는 미래를 먼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10년 후, 미래의 역습을 통해 그 질문을 먼저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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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양한 우주가 필요하다 - 삶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 7가지 우주에 관하여
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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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당연성이 존재할까?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기 전에 우주와 지구의 존재의미를 찾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인간의 본 모습을 알 수 있지는 않을까? 이론 물리학자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백 년 전 발표한 양자물리학도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린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진리라 여겼던 자연법칙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지만 자연법칙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인간에 주어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은 실재에 대한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결국 또 다른 법칙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서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모든 관찰자에게 자연법칙은 동일하게 관찰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다. 1632년 갈릴레이가 제안하고 아인슈타인에 정립된 물리학의 기본원리는 수백 년 동안 절대적인 신념과 같았다. 또한 자기모순이 없는 한 우주는 오직 하나만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영원한 급팽창이론과 끈이론은 기본 원리들이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면서도 자기모순이 없는 수많은 우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절대적이었던 자연법칙의 무효용성을 의미한다. 멀티버스 개념은 지식 한계를 넘어서 실재와 비실재에 대한 고찰을 요구한다. 다원우주, 멀티버스에 대한 개념은 우리의 상상력과 상관없이 확률이론의 비중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우리의 생존이 확률에 결정된다면, 생명체 탄생이 무한 반복에 의한 확률적 계산이라면 우리가 그토록 찾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다원우주는 다른 나를 만난다는 영화의 한 장면보다는 생명체의 근원적인 고찰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본 책은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앨런 라이트먼의 우주에 관한, 저자 특유의 풍부한 경험과 연구가 축적된 과학적 인문서적이다. 저자는 오전에는 과학자로 합리적 법칙을 가르치고 오후엔 문학을 가르치는 통섭을 실천하는 MIT 유일의 교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우주론과는 전혀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우주로의 확장을 통해 앎의 범위를 넓히고 삶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준다.

 

암흑에너지는 우주에너지의 3/4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토록 흔한 에너지임에도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그 진면목을 알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암흑에너지의 실체를 거의 알지 못한다. 헌데 다중우주 이론이 진행되면서 암흑에너지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암흑에너지의 양이 실제보다 조금 더 컸더라면 우주는 팽창속도가 너무 빨라 항성이 생성 할 수 없었고 양이 적었더라면 우주 팽창속도가 급격히 줄어 원자는 생상이 되기도 전에 붕괴되었을 것이다. 암흑에너지의 미세조정은 말 그대로 확률이다. 그런데 누가, 어떤 경로로 이러한 미세조정이 일어났을까? 무수한 우주가 존재한다면 가능하다. 다중우주이론은 우리가 우연히 탄생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주에 대한 해석을 이토록 다채롭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수백경의 시간이 흐른 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에게 별 쓸모가 없다. 하지만 인간이 물리적 분자의 집합체에 불과하다거나 우리를 통제하는 뇌 기능이 전기, 화학작용이 전부라면 너무 삭막하고 건조하지 않은가? 우리에겐 기계적 이론 못지않은 심적이고 영적인 감동이나 경외감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를 인간은 합리성을 찬양하고 비합리성을 사랑한다라는 멋진 말로 표현하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우린 비합리적 사고와 생각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힉손보손과 대칭적우주, 영적우주와 시간에 대한 재해석, 어쩌면 우리가 알던 모든 지식을 해체해 새로운 우주에 대한 개념을 기억해야할지 모르겠다. 하늘의 별만큼 많은 우리의 신경세포 역시 우주와 가깝다.

 

본 책은 다양한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풍부하게 전개된다. 7가지의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처럼 쉽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다. 지구가 지금처럼 존재하는 덕분에 인간이 존재이유가 설명이 된다. 확률이론은 삶에 더욱 애착을 갖게 만든다. 우연에 불과한 삶일지라도 인간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며 특별한 의미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세상을 만난다. 깊은 밤, 아름다운 별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우리의 마음은 과학적 호기심과 영적 경외심을 동시에 갖는다. 인간에 대한 성찰을 이보다 아름답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우주의 신비를 통해 본 인간 존재의 의미, 과학과 철학, 인문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탁월한 우주론을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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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 - 자, 오늘은 뭘 먹어 볼까?
마츠시게 유타카 지음, 아베 미치코 그림,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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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조름한 김치찌개, 구수한 생선구이, 갖은 채소 섞어 풍미 가득한 보리밥까지 한국인의 정서를 꼭 빼닮은 음식들은 서민들과 평생을 같이 해왔다. 음식만큼 우릴 웃고 울리는 것이 있을까? 배부르면 풍요롭고 자애로워진다. 뭐든 더 주고 싶고 먼저 양보하고 싶다. 하지만 배고픔은 다르다. 오죽했으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옛말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겠는가? 한국인에 먹는 것은 곧 삶이고 생존이다. 그래서 유독 먹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인간이 먹는 걱정을 내려놓은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양이 풍족하다고 내용까지 넉넉하지는 않는 것 같다. 쌀 한 되 퍼주던 인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가치보단 가격과 효율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동네 곳곳을 돌며 서민적 음식을 찾는 이들에게 더욱 애착이 가고 정감을 느낀다. 고독한 미식가 역시 옆 동네 아저씨의 이야기라 하기엔 우리네 정서와 너무도 닮았다.

 

마츠시게 유타가씨의 먹는 노트가 출간되었다.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을 통해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쳐온 연기자로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본음식과 일본맛집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먹는 노트는 일본 및 아시아 국가를 방문하며 그곳의 음식을 통해 개인적 에피소드를 담백하게 전달한다. 일본에는 이미 개봉되었고 한국에도 곧 영화로도 개봉한다고 하니 그만의 솔직하고 담백한 연기가 무척 기대된다. 마츠시게 유타가씨는 고로상의 이미지가 무척 강하다. 먹는 노트 역시 고독한 미식가의 연출이 다분히 베어난다. 고로상은 자신에 무척 솔직하다. 특히 음식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마치 맛난 음식을 앞에 둔 어린아이와 같다. 그래서인지 먹는 노트를 읽는 내내 즐거움과 정겨움 그리고 조용히 스며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본 책은 7파트로 저자의 음식에 관한 에세이로 가득차있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이를 연결하는 음식과 맛집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시금치를 통해서 뽀빠이를 회상하고 통조림 파우치 때문에 세일러복에 얼룩이 묻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최종결론은 윔피의 햄버거다. 다소 엉뚱하게 결론이 나지만 마츠시게 유타가씨와 공동 작업을 한 아베 미치코씨의 일러스트가 구성을 잡아준다. 버터에 살짝 볶은 시금치위에 반숙프라이를 올려놓고 노른자를 터뜨려 먹는 느낌, 절로 군침이 돈다. 파트1은 다양한 식재료를 둘러싼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을 만날 수 있다. 하얀 아스파라거스를 처음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나물로 주로 먹는 머윗대를 설탕에 절여 파운드케이크로 만드는 것도 무척 신기하다. 저자의 오랜 추억과 손때 묻은 기억들이 절로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젠 굳이 일본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일본식 카츠나 규동, 카레가게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가게마다 특색이 있듯이 카레 맛도 서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카레는 원래 인도가 본 고장이다. 저자 역시 인도카레의 맛을 잊을 수 없어 밀스를 꺼낸다. 일곱 가지의 알록달록한 음식과 밥과 전병, 보자마자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접시를 뒤적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것은 상상력이다. 섞어먹든 그냥 먹든 배속은 풍요롭기만 하다. 요즘엔 죽도 다양하게 출시되는데 저자는 홍콩의 노점상 죽을 강력 추천한다. 하얀 죽 위에 놓인 튀긴 빵도 깊은 맛을 내지만 닭고기 육수의 진한 풍미를 느끼는 국물은 고로상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밀키트, 혼밥, 편의점 도시락, 혼자서 먹을 수 있는 편안한 한 끼다. 하지만 가공된 음식에 따뜻함과 정겨움을 느끼기 어렵다. 먹는 것만큼은 진심이었던 사람들은 왜 갑자기 먹는 것의 본질을 잃어가는 것일까? TV엔 연예인들의 먹방이 자주 방송된다. sns는 그야말로 먹방과 식재료, 음식의 천국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소란스럽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먹는 것엔 분명한 개인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먹는 것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오히려 즉흥적이고 본능에 가깝다. 그래서 고독한 미식가의 존재감이 더욱 특별하다. 우린 같이 먹음으로서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일상의 소소함은 먹는 것으로 시작해 삶을 공유하고 공감을 배운다. 고로상은 고독한 미식가를 통해 혼밥을 통한 힐링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정성어린 음식과 이를 만드는 이들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그 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만나고 있다. 마치 그가 어떤 음식이든 입에 넣으면 풍미 가득한 삶의 의미가 튀어나오듯이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를 말하는 것처럼, 고독한 미식가 노트는 마츠시게 유타가씨의 일상이다. 음식을 전달하는 그만의 특유한 위트와 고지식함이 돋보이지만 알지 못한 무언가 조용히 다가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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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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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가 극도의 분열과 분리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에겐 직업적 일상일지 몰라도 서민들에겐 그야말로 곤욕입니다. 스트레스 또한 상당합니다.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서로간의 주장일 뿐 누구도 대화나 타협이라는 만주주의 가치를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극단주의자의 출현을 즐기고 있는듯합니다. 문제는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물가는 치솟고 소비는 끝없이 하락하지만 소수 자본은 부동산과 주식에 몰리며 빈과 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창조적 발상과 상상력이 나올 수 있을까요? 혹자는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선 일말의 기회조차 막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를 이끄는 중심은 누구일까요?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향은 어떤 가치를 공유해야할까요? 마치 아수라장 같은 시대도 언젠간 종말을 고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시대적 사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집안의 어른이 가족의 방향을 이끌어주었다면 이젠 우리의 다친 마음을 어르고 달래며 이끌어갈 어른이 필요합니다. 이어령 교수님에 대해선 그리 잘 알지 못합니다. 그분의 책을 접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관공서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는 그리 달갑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관료적이고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다소 일방적이고 한쪽 벽만 쳐다볼 것 같은 그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합니다. 말은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교수님은 한국 미래의 숨겨진 진실과 허상과 실상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그 분의 강의를 통해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힘과 저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생명자본주의라는 말을 처음 듣습니다. 경제와 정치의 이분류도 생소합니다. 그런데 정치와 경제는 애초부터 융합할 수 없는 구조로 시작되었습니다. 경제는 경쟁이 필연적이고 정치는 평등이 필수적 요건이기에 둘은 결코 양립될 수 없습니다. 결국 교수님은 경제적 이슈가 정치를 혼란에 빠뜨리고 정치의 혼란은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 말합니다. 이런 상황은 수차례의 정치, 경제 문제를 일으켰고 앞으로도 일으킬 것입니다. 교수님의 해법은 생명 자본주의입니다. 본 책의 강의 내용이 다소 시간이 지난감은 있지만 생명(개인)에 대한 창조력과 상상력의 동원이 결국 선형경제에서 비선형(순환) 경제로 발돋움 할 것이라 말합니다. 사실적으로 한국은 K-POP, K-Food를 중심으로 K_culture를 이끌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강의라면 그야말로 선견지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책은 시장가치에 대한 모순과 교환가치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GDP개념보단 GND개념을 설명하며 IT,BT,NT기술의 융합을 예측합니다. 사실적으로 AI는 하이브리드, 퓨전, 크로스오버를 넘어 어떤 방향으로 진보할지 예측조차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 창조와 상상력이 내재되어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운용능력입니다. 문명이 발달하는 과정엔 필연적인 부침과 혼란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인간은 자연과의 차별화를 통해 객관적인 실체를 인정받으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통찰이 요구됩니다.

 

자연은 인류에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지만 인류는 자연을 파과하고 황폐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종의 탄생에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입니다. 자연의 선택은 새로운 종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 지구에 필요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결국 효용성이란 관점에 무뎌지고 무너집니다. 그린에너지, 기후위기, 생명에 대한 존엄 역시 수차례의 논란 끝에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AI시대엔 오히려 퇴보가능성이 대두됩니다. 교수님은 창조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창조는 인류의 발전에 필연적인 요건이지만 결코 인간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가치는 새롭게 창출될 것입니다. 사고와 행동에 대한 성찰과 미래를 직시하는 통찰이 없다면 우리에겐 어떤 미래가 다가올까요? 인류를 사랑하며 인류의 부상과 생명의 존귀함을 강조해온 교수님의 강의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죽비 같은 어른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기입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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