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까지,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20가지 생각 도구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미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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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이 부각될수록 안정감을 느끼기보다 뭔가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 같다. 과도기라 하기엔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 우리의 생각은 근거리와 장거리를 교대로 뛰고 있는 것 같다. 피곤함과 현기증마저 느낀다. 안타까운 건 개인이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거대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여되는 미래에 개인이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GPT 사용한다고 AI시대를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잃어가며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상상에 의해 세상을 살아왔고 여전히 상상을 만들어가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인간의 상상은 정말 놀랍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현실화시키며 삶의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미래의 모습도 우리의 상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상을 가능케 하는 것이 철학이다. 지금처럼 철학이 부재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철학이란 생각은 AI의 출현과 함께 더욱 각별해지는 것 같다. 왜 인간은 그토록 오랜 기간 삶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생존에 대한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철학은 수많은 개념들의 논쟁을 거치며 이젠 실존적 철학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철학은 인간의 삶의 궤적과 맥을 같이 한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며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수행해 왔다. 철학은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다. 왜 라는 질문이 철학의 시작이다. 저자는 상식의 틀을 넘어 설수 있는 철학적 사고의 3단계 과정을 설명하는데, 그 첫 번째가 의심하기다. 우린 어떤 대상에 대한 자신만의 전제를 가지고 있고 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다. 전제의 목적, 의미에 대한 의심은 호기심으로 발전한다. 의심은 인간이 AI와 차별화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고행위가 아닐까?

 

두 번째는 시점 바꾸기다. 29세에 본 대학 철학교수로 취임한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을 연상시킨다. 가브리엘은존재는 인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신실재론을 주장했는데 우리의 인식이 곧 존재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오십 명이 펜 하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사실상 오십 개 펜이 존재하는 셈이다. 저마다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데 어쩌다 특정세계가 겹친다는 이론이다. 메타버스, 평행세계, 멀티버스 개념과 비슷하다. 시점 바꾸기는 자신의 관점을 벗어나 사물을 다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칸트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도 사물을 인식하는 구조를 통해 우리의 인식적 한계를 설명한다.

 

헤겔은 정,,합이라는 변증법을 통해 사물에 대한 재구성이 어떻게 철학적 논제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당시 모순은 제거의 대상이지 합의적 매개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헤겔은 문제점을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발전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았다. 헤겔은 변증법을 반복하면 결국 절대자의 경지까지 나아갈 수 있는 진화의 특별한 증거로 생각했다. 문제를 플러스로 바라본다는 발상은 근대를 벗어나고자 하는 철학자들의 생각이 결국 시대의 커다란 흐름을 변환시킨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본 책은 철학사를 빛낸 10인 철학자와 그들의 철학적 개념을 통한 사고의 전환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철학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이유를 5가지로 설명하는데 그 중하나가 VUCA시대의 출현이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대표되는 부카는 AI, 코로나와 맞물려 더욱 인간의 심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왜 철학인가? 생각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의 출현이 세상을 바꾸듯이 아이디어를 무한하게 증식시킬 수 있는 것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공철학자답게 대중에 친숙한 철학적 내용을 선보인다. 흥미로운 삽화와 적절한 예시를 통해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가며 삶의 철학으로서 철학적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전체성, 통일성, 보편성을 중심으로 스토리 생성과정을 이야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창작의 본질을 거쳐 효과적인 광고문을 작성할 때나 발표 자료를 만들고 싶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저자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0인의 철학자들의 생각은 마치 우리 곁에서 삶은 이렇다고 가르침을 주는 것 같다. 우린 사물을 더 깊이 이해할 때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 AI 논의가 한창이다. 혹자는 질문법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하고 혹자는 AI가 할 수 없는 것을 찾아야한다고 말한다. AI는 객관적인 답을 창출하는데 최적화되어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인간의 사고과정은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주관적인 의지나 직관에 의해 문제를 해결할 때가 많다. 본능, 직관, 감정, 경험, 욕망, 의지는 철학적 사고를 돌출하는 인간의 비사고적 요소다, 철학이 삶에 필요한 이유는 본능적인 인간 생존의 욕망이자 의지다. 탁월한 생각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철학적 사유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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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읽고, 바꾸고, 망가뜨리나
카라 스위셔 지음, 최정민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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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적 테크 기업들은 미국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일까? 물론 유럽이나 중국에도 특출한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미국 테크기업들의 위상과는 비교자체가 어렵다. 이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과도 연관이 많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초강대국이다. 특히 국방, 외교 분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아마도 이는 기축통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달러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리드하는 미국에 달러는 최고의 영양분이다. 미국엔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고 이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자본주의 핵심가치와도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미국의 테크기업들 태도 역시 자국 국가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방도 소모품으로 여길 만큼 1인자의 잔인함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사회적 정의와 공생을 부르짖었던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매시간 던지는 메시지가 상업시장을 요동치듯이 그들이 추구하고자하는 미래에 대한 생각은 수많은 지구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헌데 우린 그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반듯하고 멋진 하드웨어와 눈을 뗄 수 없는 소프트웨어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선 세계의 갑부들, 그들은 분명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며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카라 스위셔는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세계 유수의 테크기업들을 리포트하고 분석하는 월스리트 저널의 테크 전문기자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테크 기업들의 기술적 진보와 인물, 아이디어, 시사점을 전달하며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등 3대 유력 언론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녀는 월트 모스버그와 올싱스D라는 콘퍼런스를 만들어 최고의 테크 경영인들을 초청하여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본 책은 콘퍼런스를 중심으로 테크 천재들의 일상과 생각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기록하고 있다. 카라 스위셔는 1990년대 디지털 기기의 확산과 함께 보수언론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신생하는 테크기업들이 자신의 운명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전설이 되었지만 네스케이프, 야후와 같은 기업들이 그녀가 취재했던 초창기 테크기업들이다.

 

닷컴버블이 극에 달하던 2000년 초반 pc통신기업 AOL은 거대 미디어기업 타임워너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지만 카라는낡아가는 미디어 대기업이 사이버공간으로 확장하려 시도했으나 합병은 시작 전부터 실패를 예고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타임워너 CEO 제리 레빈의 의도와는 달리 AOL타임워너는 급격한 평가가치의 하락을 겪으며 2년 만에 75%의 주가 하락을 경험한다. 디지털에 대한 CEO마인드의 부재, 버블에 편승한 무리한 투자, 무엇보다 리더의 역량 부족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타임워너의 부침은 당시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반감을 가지던 이들에겐 최고의 소삭이었지만 이는 닷컴의 몰락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카라는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일화를 다수 소개하면서 그의 신경질적인 태도와 거짓말 뒤에 숨긴 진실성을 말하고자 한다(카라는 유독 스티브 잡스에 우호적이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ATD 콘퍼런스를 통해 만남을 가졌다. 만남은 극히 이례적이었고 둘은 오랜 기간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게이츠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쁜 아이가 되는데 일생을 바쳤고 잡스는 품격 있는 아이라 소개하며 둘에 얽힌 복잡한 관계를 소개한다.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게이츠를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게이츠 역시 잡스의 창의성, 예술성, 디자인을 부러워했는데 잡스는 죽음과 함께 테크계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잡스 사후 애플은 다른 테크 기업들과 달리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잡스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카라가 잡스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돈보다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더욱 중요시했던 잡스만의 철학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본 책에는 베이조스, 머스크, 제리 양을 비롯한 굴지의 테크 CEO들과 기업들이 등장한다. 카라는 이들이 돈과 부, 명예에 근접할수록 빠르게 자신을 잃어갔다고 말한다. 그들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천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무제한적인 패스를 기대한다. 윤리나 도덕보단 자신은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생각과 관점이 최근에 급격히 증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에 접근할수록 세상에 대한 다른 기준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카라는 최근 급격하게 변모한 인물로 머스크를 꺼낸다. 그는 잡스 이후 테크계의 거물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가 기대하는 미래의 환상과는 달리 인간으로서의 면모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정치와 경제 분야는 언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생기업이라면 테크 전문기자의 입김은 기업의 존재까지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내내 미국사회의 거래문화를 엿볼 수 있어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결과일 확률이 높다, 우린 테크 기업들의 탄생과 죽음을 거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앞면만 보고 그들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AI 시대가 문턱을 넘어섰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미래의 먹거리를 차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부을 것이다. 이젠 쩐의 전쟁이란 말이 실감난다. 앞으로 10년은 이전세대 100년을 능가하는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어떤 테크 기업들이 세상을 호령하며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를 통해 그 답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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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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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반항적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이 300억에 낙찰되었다. 3년 전 16억에 낙찰되자마자 자동으로 파손되었던 풍선과 소녀라는 작품이다. 파손된 작품의 유일성, 독창성이 수집가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뱅크시만의 반항적 기질에 거액의 가치를 책정한 것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이 일로 뱅크시는 더욱 유명한 인사가 되었다. 뱅크시는 위선과 탐욕, 소외와 부조리,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풍자 벽화를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풍자한 던져지는 남자는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킨다. 그는 그래피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알려왔다 당연한 세상에 반기를 든 것이다. 타인을 이해시키기보다 자신의 삶을 살기위해 여기 있다는 그의 말은 삶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많은 이들에 용기를 심어주었다.

 

그림을 이해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혹 전시관에서 작품 앞에 서있는 이들을 보게 되면 나는 왜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을까라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림엔 저마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화가는 그림 한 점마다 삶을 투영하고 인생을 이야기한다. 화가의 일생은 그림을 통해 전달된다. 그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화가의 생각과 마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이 바뀌듯 그림의 소재. 구도, 기법도 진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주는 작품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그림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앙리마티스의 이카루스는 그가 말년에 색종이를 오려 만든 작품이다. 수술 후유증과 지독한 관절염으로 손가락조차 움직이기 어려웠던 마티스는 붓 대신 가위를, 물감대신 색종이를 선택해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이카루스는 언뜻 보기에 환희에 젖어 춤을 추는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밀랍이 녹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마티스 자신을 의미한다. 이카루스는 담백하지만 뚜렷한 색상의 대비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우리네 인생 또한 이카루스와 닮지 않았을까? 마티스는 그림을 단순화시켜가며 자유분방한 색감을 표현했다. 극명한 대비는 그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피카소는그의 뱃속엔 태양이 들어있다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티스는 자신의 불안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다. ‘내가 이렇게 간절하고 절실하게 그림을 그렸다는 건 아무도 몰랐으면 한다.’는 그의 마지막 말엔 그가 보낸 삶의 철학과 인생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마흔에 보는 그림, 왜 저자는 마흔에 그림을 보아야했을까? 마흔은 인생의 중반이자 삶의 언덕을 넘어가는 시간이다. 젊음을 아쉬워하지만 여전히 젊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에선 중년이란 시간을 보내야한다. 그들에겐 삶의 위로, 용기, 인내 그리고 홀로서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위의 네 가지를 주제로 19세기를 빛낸 화가와 작품들을 소개한다. 대공황의 아픔과 상실의 고통을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킨 에드워드 호퍼, 담백한 소재와 따뜻한 질감을 중심으로 강한 몰입감을 전해주는 하메르스회의 작품들, 보이지 않는 존재를 그리고자했던 칸딘스키, 이들은 저마다 스스로 삶에 질문을 던지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위로를 받고 생의 의미를 만들어갔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의미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작품엔 작가의 의미가 존재한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건 삶의 고뇌와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기쁨과 환희와 같은 작가의 일상이 담긴 감정일 것이다.

 

현대미술은 다양한 재료와 기법들을 사용한다. 정해진 방법보단 저마다의 특색과 특징을 살려 다양한 색감과 구도를 활용한다. 그림의 소재 또한 다양하다. 포스터 한 장으로 무명화가에서 최고의 상업 예술가가 된 알폰스 무하의 인생은 그림에 대한 무한한 표현력을 느끼게 된다. 지스몽다 포스터를 현대 기법으로 표현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실력이 뛰어난 이들도 많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어렵지 않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엔 이러한 재료가 존재하지 않았다. 무하의 그림은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디테일한 구도와 완벽한 비율, 무엇보다 화려한 색감은 작품에 대한 강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무하의 성공은 거의 극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준비된 예술가였으며 기회가 올 때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누가 뭐라던 자신만의 길을 걸을 때 삶의 기회는 조용히 찾아오는 것 같다.

 

생성형AI의 그림 실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그림이 인공지능에 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AI의 그림에 작가의 고뇌와 번민,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이 있을까? 무엇보다 감정의 공유를 통한 공감이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된다. 우린 그림을 보며 지루한 삶을 반추하고 일상의 루틴을 어루만지며 자신도 다른 이와 다르지 않다는 위로를 받게 된다. 또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인간의 모순을 탈피하는 위대한 작가들의 용기를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무엇하나 되는 것이 없어도 끝까지 자신을 지킨 프리다 칼로, 아닌 것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준 뱅크시. 우린 이들이 남긴 작품을 보며 뜨거운 열정과 숨은 삶의 지혜를 만난다.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우린 어떤 방향으로 세상을 걸어가고 있는 걸까? 19세기, 폭발적인 성장시대를 살아간 화가들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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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LOGOS 일과 선택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조우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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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만큼 법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해가 있을까? 법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법의 효용성과 유용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법이 확정된 판결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든 달리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법은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최후의 보루이자 방어선이다. 입법과 사법기관이 세상을 뒤흔들지라도 법은 원칙을 지켜야하며 정해진 대로 판단해야만 공정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법에 대한 의문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법에 더욱 의존적일 것 같다. 지금까지 법이 상위층들에 우호적이었다면 서민들 역시 법을 알아야만 자신과 가족,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인들의 대다수는 법조인이다. 특출한 지식을 겸비한 이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를 거쳐 권력의 심장부를 누빈다. 그들에겐 보이지 않는, 남들이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특권의식이 깔려있다. 그래서 겉과 속이 확연이 다른 정치인들이 많다. 공정과 정의는 이들이 흔히 말하는 단골메뉴다. 또한 국민을 위한다는 목소리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권력은 스러지는 꽃과 같다. 권력을 얻기 위한 노력보단 다른 선택을 시도했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간사회는 태생적으로 불합리하다. 그렇기에 평등과 공존을 요구하고 그렇게 살아야만 유지가 가능하다. 법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설득의 세 가지 요소다. 로고스는 논리적인 화법, 파토스는 듣는 이의 심리상태, 에토스는 말하는 사람의 고유한 성품을 의미한다. 법은 논리적인 힘을 강조한다. 진실보단 증거위주의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로고스는 법이 차지하는 위상을 유감없이 증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이 법의 판단으로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대부분은 개인 간, 기업 간의 합의 과정만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화자의 에토스는 상대에 마음에 다가가는 기법이다. 상대를 존중하는 말과 행동은 수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옳다는 것은 극히 주관적이다. 타인에겐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자신에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보다 친절한 태도가 상황을 해결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에토스는 파토스를 이끌며 로고스를 통해 균형적인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본 책은 현직 변호사인 조우성님의 삶의 선택에 관한 에세이다. 변호사로서 맡은 일에 대해 저자만의 사회적 시각과 관점이 돋보인다. 검사를 꿈꾸었지만 시보시절의 영향 덕분에 변호사로 시작한 것이 삶의 이유를 설명한다. 그에겐 타인의 고민과 고통, 아픔을 공감하는 DNA가 있다. 어렵고 힘든 이들이 그를 찾는다. 그는 법보단 삶의 선택을 강조하며 합의를 통한 해결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법은 우리 가까이 있지 않다. 하지만 법과 마주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해 이겨야한다. 그는 아는 것이 힘이다 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불공평한 세상을 향해 분노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보다 지식을 쌓아 이겨내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라 말한다, 을도 갑이 될 수 있다. 아는 을이 곧 갑이다.

 

사기죄는 가장 흔한 고소사건이다. 특히 금전관계를 통한 차용증 사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돈을 갚지 않으면 민사상 채무를 지고 있을 뿐이다. 민사는 소송기간도 길고 비용도 많이 들어 채권자들은 어떻게든 이 문제를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하려고 한다. 사기죄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속였다는 것을 전제해야하는데 어떤 채무자든 순순히 자백할 리가 없다. 미필적 고의는 범죄가능성을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방관한 심리상태를 말한다. 즉 결과 발생을 의도하지 않았으나 발생가능성을 인식하면서 한 행위다. 고의는 사기죄에 해당한다. 미필적 고의는 수사관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사방법이다. 나쁜 경찰과 좋은 경찰을 활용하여 피의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법은 우리가 알던 상식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법대로 해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정작 법대로 하려면 수많은 고민과 번뇌를 감내해야한다. 또한 법이 자신에게만 우호적 일리 없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법 앞에 서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헌데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법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법에 대한 판단 역시 제각각이다. 저자는 법에 앞서 사회가 요구하는 삶의 진실성을 강조한다. 법은 자신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사람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논지는 분열과 분리로 치닫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답이 될 수 있다. 아무도 관심이 없고 누구도 하지 않는다고 자신이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어떤 선택은 인간을 살리고 새로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저자와 같은 변호사가 곁에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 개의 기쁨이 천개의 슬픔을 이긴다.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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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영화 레시피 - 10대의 고민, 영화가 답하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9
김미나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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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엔 이해하기 어려운 고민들이 많아집니다. 몸도 변해가지만 마음도 종잡을 수 없습니다. 쉽게 분노하고 실망을 반복합니다. 부모와의 관계도 수동적에서 능동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무엇보다 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또한 친구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는 성장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친구의 태도나 행동에 쉽게 흡수되며 감정적인 동요가 잦아집니다. 이 시기에 우리라는 연대감도 발현되는 것 같습니다. 나와 타인, 그리고 우리라는 개념은 자아형성에 큰 역할을 수행합니다. 무엇을 보고 들으며 어떤 것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는 시기,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찾아가는 가장 소중한 시기입니다.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 말합니다. 어느 때보다 감정몰입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일어납니다. 사소한 일도 크게 생각하고 본질과는 다르게 사건이나 상황을 확대 해석하기도 합니다. 특히 가족, 친구와의 관계 설정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스스로에 질문을 부여하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성장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지만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무엇이 다가오든 자신의 가치를 믿고 실행한다면 원하는 인생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알라딘은 이런 주제에 딱 맞는 친구입니다. 겉으론 태연한 척 하지만 정작 사랑 앞에선 소극적이고 자신을 숨기기에 급급합니다.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입니다. ‘난 나의 겉모습만 바꿔 주었지 네 내면까지 바꾸지는 않았어. 네 가치를 믿어.’램프의 요정 지니는 내면은 자신이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 앞에선 문제는 넘기 어려운 벽으로 다가옵니다. 외모는 모든 이들에 가장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좋은 외모는 마치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돈이나 사회적 지위, 명예, 아름다운 외모는 언젠가는 사라질 외형적 형상에 불과합니다. 자신을 굳건히 만들고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은 지혜, 인내, 책임감, 용기, 정직과 같은 내적인 가치입니다. 지니는 다시 한 번 알라딘에게 충고합니다. 거짓으로 얻어지는 게 많아질수록 내가 진짜로 가진 것은 적어지는 거야. 너의 가치를 믿어봐.’

 

나를 만난다는 건 인생의 과제입니다. 어른이 되었다고 모두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태도와 행동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영화는 풀리지 않은 숙제의 매듭을 조용히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세상엔 나와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 무척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한편의 영화 속엔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습니다. 고통과 고민, 분노와 욕망이 지배하는 세상을 만나고 선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삶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앎의 과정을 이어갑니다.

 

마녀의 영화레시피는 10대의 고민을 주제로 자신감, 용기, 깨달음, 위로와 같은 내적인 가치가 담긴 영화를 소개합니다. 물론 우정과 사랑, 미래의 모습을 만나기도 합니다. 얼마 전 히든 피겨스란 영화를 본적이 있습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NASA를 중심으로 유색인종의 반란(?)을 이야기합니다. 천재였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성장이 가로막힌 세여주인공들은 자신의 힘과 의지만으로 NASA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성공을 만들어갑니다. 사회적 차별은 삶의 의지를 무너뜨립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는 아이들의 고통을 이해해본적이 있습니까? 당신도 어떤 곳에선 왕따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은 어디에서나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라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본 책에는 포레스트검프, 빌리엘리어트, 위대한 쇼맨, 플립, 굿월헌팅과 같은 주옥같은 성장기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감성에도 충분한 영향력을 주는 영화들입니다. 1960년대 NASA의 우주 비행과 함께 미래는 바로 앞에 와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 우주시대는 오지 않았지만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과거엔 놀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했지만 지금은 SNS가 유일한 대화의 통로입니다. 정보는 늘어나지만 공허합니다. 관심을 받기위해 외적인 성장만을 추구합니다. 램프의 요정 지니는 외모는 바꿀수 있지만 내면은 스스로 바꾸라 말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믿는 것, 생의 가장 중요한 말입니다. 오늘 힘들어도 내일의 자신을 만나는 흥분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아이 로봇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소중한 시간을 만나길 기대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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