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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 - 어느 교도소 목사가 가르쳐주는 인생의 교훈
카리나 베리펠트.짐 브라질 지음, 최인하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5월
평점 :

삶과 죽음은 찰나다. 단 몇 초만에 지금껏 알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자신의 경험, 기억, 가족, 상념, 관념, 평생 부여잡았던 모든 것이 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 인간의 삶이 이토록 허무한 것일까?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살아있을 때뿐이다. 숨을 거두었다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뜻이다. 말을 건넬 수 없고 대화를 할 수 없다. 죽음 앞에서 무엇을 논할 수 있을까? 우린 살아있을 때 죽음을 생각해야한다. 죽음 앞에 선 삶은 지금까지 와는 다른 삶을 요구한다.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당신의 마지막 모습은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시형 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 해당되는 삶의 질문이다.
형목 짐 브라질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반추하며 스웨덴 기자 카리나를 만난다. 그는 은퇴 후 오랫동안 자신이 겪었던 삶의 과정을 털어놓고 싶었다고 말한다. 죽음을 앞둔 삶의 이야기다. 텍사스주 헌츠빌의 월스교도소는 유일하게 사형을 집행하는 곳이다. 미국의 사형제도는 72년에 금지되었지만 76년에 부활되어 현재는 독극물 주입으로 사형을 집행한다. 예기치 않게 월스교도소의 형목으로 부임된 짐은 사형수들과의 면담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얼마나 얇고 가는지를 체험한다. 그들에겐 세상의 일상이 허용되지 않는다. 비좁고 어둠이 짙은 교도소에서의 삶은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헌데 자신의 마지막이 정해진 사형수의 시간을 살아야한다면, 그들에게 삶은 어떤 기회를 줄 것이며 죽음은 무슨 의미를 부여하는가?
용서는 얽힌 마음을 풀고 자신을 옥죄었던 응어리를 내려놓은 행위다. 피해자는 분노한다. 자신에 일어난 일을 원망하고 가해자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북받치는 감정이 자신을 파괴한다. 용서는 무척 힘든 과정이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기위해서, 다시 일어나기위해선 용서가 필요하다. 사형수들은 피해자의 가족들로부터 용서를 받고 싶어한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상대의 마음을 직시한다. 무엇보다 이 순간만이라도 평온을 되찾고 싶다. 그런데 왜 인간은 순간적인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모두에게 필요한 평온한 일상이 왜 이토록 어렵고 힘든지, 시스템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본서는 수많은 사형수들의 고백이 담겨있다. 짐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형수들의 고뇌와 희망이 담긴 마지막 말을 전달하다.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 두려움에 떨어 구토하는 사형수들, 아무 감정을 토로하지 않은 채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들, 오늘은 죽기 좋은 날 이라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이들, 죽음을 마주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은데 그토록 수많은 죽음 앞에서 짐은 담담하게 사형수들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읽는 내내 짐의 감정이 걱정이 될 정도다. 하지만 목사로서 그의 사명은 신의 허락과 자비, 예수님을 만나게 함으로 평온한 죽음으로 인도하는 역할이다. 살아가야함에 죽음을 인도하는 형목이라는 직업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삶의 회한에 사로잡힌 한 사형수의 말은 삶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삶과 죽음은 찰나다. 그토록 짧은 순간에 인간의 생명이 사라진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우린 어떻게 삶을 마주해야하는가? 그들에게 하루의 삶은 새로운 공기를 호흡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우린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무거운 짐 가득 안은 채 뒤뚱뒤뚱 거리를 헤매는가, 모든 것을 누구보다 먼저 차지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진 않는가, 삶의 선택은 오랜 기간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순간의 판단에 의존한다. 사형수들의 고백은 실재다. 경우는 다르지만 죽음 앞에선 누구나 삶에 고백을 하게 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위해선 많은 것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고찰, 삶의 성찰, 무엇보다 타인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현재를 만끽하는 것은 삶이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어제의 나는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의 내가 새롭게 탄생한다. 죽음을 생각한다면 삶의 축복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일까? 살기 좋은 날일까? 삶과 죽음에 관한 메시지가 가득한 책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