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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철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에티카』 해설서
황진규 지음 / 철학흥신소 / 2025년 11월
평점 :

지식인은 앎을 더할 뿐이지만 지성인은 앎의 방향을 바꾼다. 지식은 삶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단지 지식만 쌓을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과 더불어 삶의 방향을 가르쳐주는 지성이다. 지금 가는 길이 어디이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가에 대한 질문이다. 지성은 삶의 폭과 깊이를 넓혀준다. 지성은 곧 삶의 철학이다. 스피노자는 무엇보다 신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지성이라고 말한다. 스피노자에게 신은 생애를 통한 도전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편안한 삶을 마다하고 안경알을 깎으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했던 스피노자, 그는 왜 그토록 신에 대해 고민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가 남긴 범신론과 자연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신은 자연이다’스피노자에 신은 자연이었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 그의 말 한마디는 이적이자 이단이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그의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스피노자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자연이었다. 때가되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꽃,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크고 작은 파도, 주변엔 셀 수 없는 생명이 탄생되었다. 스피노자는 자연을 생산된 자연과 생산하는 자연으로 구분한다. 우리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생산된 자연 곧 자연물과 자연현상이다. 스피노자가 관심을 기울인 것은 생산하는 자연, 곧 생산된 자연을 일어나게 하는 힘이다. 무엇이 꽃을 피우고 바람을 일으키며 크고 작은 세상을 변화시키는가?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자연스러운 힘이 곧 지성이자 신이다.
사물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자연물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존재가 아니다. 우린 생산하는 자연을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생산하는 자연은 무한한 연결과 마주침으로 이루어져있다. 결과는 연속적인 원인으로 인해 생성되며, 또 다른 결과의 원인이 된다. 우린 이를 이해하지도 해석할 수도 없다. 스피노자의 범신론은 이를 뒷받침한다. 세상 모든 것에 신이 깃들여있다. 그들의 연결과 마주침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되며 인간도 그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곧 만물의 탄생과 소멸, 무한한 연결과 마주침이 세상이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 흘러갈 뿐 어떠한 의지나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 중심의 문명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우린 왜 자유롭고 싶을까? 현대인에게 자유는 무엇을 의미할까? 진정 자신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현대인들에 자유는 경제적 자유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은 마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요술 지팡이 갔다. 하지만 부자들도 자신이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자유란 무엇인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다. 우린 자유롭지 못할 때 자신의 역량을 탓한다. 스피노자는 부자유를 필연적이거나 강제된다는 의미로 정의한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적 원인에 의해 결정되는 상태다. 필연적은 수동적이며 일방적이고 강제적이다.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규칙이다. 우리 삶은 규칙, 체계, 반복으로 이루어져있다. 반복은 필연적 삶의 핵심이며 이를 벗어나기 결코 쉽지 않다. 부자유한 세상이기에 평생 자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스피노자에게 자유는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즉,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행동하도록 결정되는 것을 위는 자유롭다고 말한다,’-제1부, 정의7
우린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없이 떠오르는 생각이 곧잘 감정을 일으키고 행동의 원인이 된다. 또한 생각은 언어를 통해 의사를 전달한다. 언어는 인류의 강력한 무기다. 인류는 언어를 통해 문명을 일으켰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역사를 단어를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피노자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힘을 통해 신의 존재를 새롭게 이해했다. 또한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무척 세심하고 이성적으로 분류하고 판단했다. 스피노자에게 세상은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스피노자의 사상은 인간 존재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또한 인류 문명을 위한 희생물도 아니다. 본 책은 생각을 멈추게 하는 수많은 스피노자만의 어록이 담겨있다. 특히 감정을 기쁨, 슬픔, 욕망으로 구분한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지혜는 삶의 이정표이자 철학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앎이 삶이되고 삶을 통해 앎을 확장시켜간다면 스피노자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들뢰즈는 스피노자를 철학의 왕자라 칭했다. 본 책을 통해 위대한 지성인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