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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겨울이 온다 - 극한기후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마주할 풍경
                    정수종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북극 빙하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이 앞선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위협과 공포로 전락할 때 비로소 인간이 얼마나 왜소하고 보잘 것 없는지 인식하기 때문이다. 근래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자연재해가 연속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폭염은 일상적 주제가 되었고 예고 없는 폭우와 홍수는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재산파괴를 남기며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재난은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재해를 입은 지역이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앞으로 어떤 재난이 인류에 닥칠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자연은 순환기능이 있기에 불편하면 뱉어내고 부족하면 채운다. 마치 우리의 신체조직과 같다. 헌데 우린 그동안 자연을 어떻게 대해왔는가?
     
기후변화는 더 이상 모른 척 하거나 불편한 주제가 아니다.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기후위기는 1.5도니 2도니 하는 논쟁보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권력자와 패권국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빅테크를 소유한 국가들에게 기후위기는 거짓 뉴스에 불과하다. 그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현재의 이익 앞에 눈을 가리고 있는 중이다. 결국 피해는 주변국 혹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던 저개발국가에 집중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국가는 어디인가? 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에너지, 2차 전지를 생산하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붉은 겨울이 온다. 수만 년 동안 얼어있던 동토가 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로나 19를 겪은 인류는 스스로 나약한 생명체의 일부임을 어느 때보다 실감했다. 녹아가는 지구는 온난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한번 시작하면 결국 끝을 볼 것이다. 기후변화의 중심엔 탄소의 증감이 있다.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은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문제는 해양과 육지로 흡수되는 탄소는 고정적이지만 대기 중에 남아 차곡차곡 쌓이는 여분의 탄소다. 실질적으로 18세기와 비교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5% 더 진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은 각국의 이해관계만큼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누군가 거절했다고 지구가 기다려줄리 만무하다. 본 책은 탄소중립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방치했을 때 마주할 위기, 그리고 기후위기에 맞선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간혹 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듣는다. 벌은 식물의 화수분에 가장 중요한 곤충이다. 자연재해가 아니라면 벌이 사라지는 것은 곧 생태계의 교란 혹은 파괴가 진행 중임을 의미한다. 집중호우는 벌통에 특이한 시그널을 발생시킨다. 벌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하고 노력하지만 모든 걸 방어하기 쉽지 않다. 결국 벌통에 쌓인 이산화탄소는 벌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또한 적대적 말벌의 출현이 빈번해져 외부위협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벌의 실종 혹은 폐사는 생태계 파괴는 물론 인간에까지 실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작물 가격이 폭등하고 농산물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것이다. 기후변화가 벌이 사라진 이유라면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일까?
     
가을이면 온 세상이 붉은 색으로 물들어진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가을 단풍이 실종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다. 가을의 대표적 상징이었던 노란색 은행나무 잎이 초록색으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온대지역의 활엽수는 특정 기온이하로 온도가 내려가면 광합성을 멈추고 색을 변화하는 냉방도일을 시작한다. 나무의 냉방도일은 추위를 감지하는 날을 합한 것으로 단풍이 시작되는 시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나무 시계의 평균과 변동성이 고장 난 것이다. 나무 생태계의 변화는 나무뿐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도 무척 치명적이다. 어쩌면 우린 사계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이 또한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면 과도한 추측일까?
     
기후는 인간의 생존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인간은 내외부적으로 자연을 벗어나 생존이 불가능하기에 에어컨이나 두꺼운 옷만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른 개화, 불길에 휩싸이는 지구, 너무 더운 여름과 지속되는 폭우, 폭염이 지나간 자리의 폭우와 말라버린 땅의 울부짖음, 지구는 독감을 넘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그 바통을 인간이 고스란히 받을 차례다. 또한 기후플레이션은 세계경제의 지형을 바꿀 것이다. 인간은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원적인 질문과 마주할 것이다. 기후는 사회적 재난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기존의 모든 사고와 생각을 재조정해야하는 필연적인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에 맞설 대응책은 없는 것일까?
     
인류는 역사의 변곡점마다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왔다. 2021년 IPCC는 인류가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기후기술은 기후완화, 기후적응, 완화와 적응을 고려한 기술로 이루어져있다. 이를 세분화하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클린테크, 탄소를 직접 다루는 카본테크, 자원 낭비를 줄이는 에코테크, 식품과 신기술을 결합하여 효율적인 식량을 생산, 가공, 유통, 소비하는 푸드테크, 그리고 온실가스를 모니터링 하는 탄소측정, 배출량산정, 배출권거래와 같은 데이터 분석과 감시, 예측을 담당하는 지오테크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발달이 기후위기를 예측할 수 있을 거라 희망한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며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맞설 정밀한 측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적인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개인은 무엇을 바꿔야하며 기업과 국가는 어떤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준비해야할까? 세계는 인공지능에 몰입해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위기엔 눈을 감고 있다. 조만간 붉은 겨울이 찾아올지 모른다. 우린 마지막 기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