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의 먹는 노트 - 자, 오늘은 뭘 먹어 볼까?
마츠시게 유타카 지음, 아베 미치코 그림, 황세정 옮김 / 시원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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짭조름한 김치찌개, 구수한 생선구이, 갖은 채소 섞어 풍미 가득한 보리밥까지 한국인의 정서를 꼭 빼닮은 음식들은 서민들과 평생을 같이 해왔다. 음식만큼 우릴 웃고 울리는 것이 있을까? 배부르면 풍요롭고 자애로워진다. 뭐든 더 주고 싶고 먼저 양보하고 싶다. 하지만 배고픔은 다르다. 오죽했으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옛말이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겠는가? 한국인에 먹는 것은 곧 삶이고 생존이다. 그래서 유독 먹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인간이 먹는 걱정을 내려놓은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양이 풍족하다고 내용까지 넉넉하지는 않는 것 같다. 쌀 한 되 퍼주던 인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가치보단 가격과 효율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동네 곳곳을 돌며 서민적 음식을 찾는 이들에게 더욱 애착이 가고 정감을 느낀다. 고독한 미식가 역시 옆 동네 아저씨의 이야기라 하기엔 우리네 정서와 너무도 닮았다.

 

마츠시게 유타가씨의 먹는 노트가 출간되었다.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을 통해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쳐온 연기자로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본음식과 일본맛집을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먹는 노트는 일본 및 아시아 국가를 방문하며 그곳의 음식을 통해 개인적 에피소드를 담백하게 전달한다. 일본에는 이미 개봉되었고 한국에도 곧 영화로도 개봉한다고 하니 그만의 솔직하고 담백한 연기가 무척 기대된다. 마츠시게 유타가씨는 고로상의 이미지가 무척 강하다. 먹는 노트 역시 고독한 미식가의 연출이 다분히 베어난다. 고로상은 자신에 무척 솔직하다. 특히 음식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마치 맛난 음식을 앞에 둔 어린아이와 같다. 그래서인지 먹는 노트를 읽는 내내 즐거움과 정겨움 그리고 조용히 스며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본 책은 7파트로 저자의 음식에 관한 에세이로 가득차있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이를 연결하는 음식과 맛집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는 시금치를 통해서 뽀빠이를 회상하고 통조림 파우치 때문에 세일러복에 얼룩이 묻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최종결론은 윔피의 햄버거다. 다소 엉뚱하게 결론이 나지만 마츠시게 유타가씨와 공동 작업을 한 아베 미치코씨의 일러스트가 구성을 잡아준다. 버터에 살짝 볶은 시금치위에 반숙프라이를 올려놓고 노른자를 터뜨려 먹는 느낌, 절로 군침이 돈다. 파트1은 다양한 식재료를 둘러싼 저자만의 독특한 시각을 만날 수 있다. 하얀 아스파라거스를 처음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나물로 주로 먹는 머윗대를 설탕에 절여 파운드케이크로 만드는 것도 무척 신기하다. 저자의 오랜 추억과 손때 묻은 기억들이 절로 동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젠 굳이 일본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일본식 카츠나 규동, 카레가게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가게마다 특색이 있듯이 카레 맛도 서로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카레는 원래 인도가 본 고장이다. 저자 역시 인도카레의 맛을 잊을 수 없어 밀스를 꺼낸다. 일곱 가지의 알록달록한 음식과 밥과 전병, 보자마자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리고 접시를 뒤적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는 것은 상상력이다. 섞어먹든 그냥 먹든 배속은 풍요롭기만 하다. 요즘엔 죽도 다양하게 출시되는데 저자는 홍콩의 노점상 죽을 강력 추천한다. 하얀 죽 위에 놓인 튀긴 빵도 깊은 맛을 내지만 닭고기 육수의 진한 풍미를 느끼는 국물은 고로상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밀키트, 혼밥, 편의점 도시락, 혼자서 먹을 수 있는 편안한 한 끼다. 하지만 가공된 음식에 따뜻함과 정겨움을 느끼기 어렵다. 먹는 것만큼은 진심이었던 사람들은 왜 갑자기 먹는 것의 본질을 잃어가는 것일까? TV엔 연예인들의 먹방이 자주 방송된다. sns는 그야말로 먹방과 식재료, 음식의 천국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소란스럽고 부담스럽기만 하다. 먹는 것엔 분명한 개인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먹는 것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오히려 즉흥적이고 본능에 가깝다. 그래서 고독한 미식가의 존재감이 더욱 특별하다. 우린 같이 먹음으로서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일상의 소소함은 먹는 것으로 시작해 삶을 공유하고 공감을 배운다. 고로상은 고독한 미식가를 통해 혼밥을 통한 힐링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정성어린 음식과 이를 만드는 이들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그 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만나고 있다. 마치 그가 어떤 음식이든 입에 넣으면 풍미 가득한 삶의 의미가 튀어나오듯이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를 말하는 것처럼, 고독한 미식가 노트는 마츠시게 유타가씨의 일상이다. 음식을 전달하는 그만의 특유한 위트와 고지식함이 돋보이지만 알지 못한 무언가 조용히 다가오는 느낌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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