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 - 망가진 수면 패턴을 회복하는 8주 숙면 훈련
제이드 우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 들수록 잠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 쉽게 잠들기 어렵고 겨우 침대에 누워도 조그만 소리에 깨어난다. 이런 상황이 며칠째 반복되고 피곤을 이기지 못할 때 마음의 강박이 일어난다. 아 이러다 잠자기 틀린 것 아닌가? 하루 8시간은 자야 된다는데, 건강에 대한 무한 걱정이 잠에 대한 염려와 불안함을 더욱 증폭시킨다. , 불면증은 아닐까? 즐기던 커피도 줄이고 운동도 해보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오히려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마음의 짐이 더욱 커진다. 잠은 걱정거리가 된 것 같다.

 

수면에 대한 보편적 원칙이 있다. 침실을 어둡게 할 것, 오후이후엔 카페인 섭취를 금할 것, 음식을 먹지 말고 과도한 운동을 삼갈 것, 잠들기 전 후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고 무엇보다 디지털기기를 사용하거나 백색화면에 노출되지 말 것 등이다. 뇌 호르몬 멜라토닌의 활성화는 수면 욕구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은 수면 저금통으로 오후가 시작되면서 증가하는데 각성상태를 줄이고 생체신호를 바꾸어 개인에 필요한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잠은 의식적으로 각성하는 신호가 아니라 몸이 필요로 하는 감각에 가깝다. , 수면욕구가 뇌에 가득하면 자연스럽게 잠을 청한다는 논리다.

 

Hello Sleep은 우리가 알고 있던 수면에 대한 다른 이론을 전달하다. 우선적으로 대다수가 인정하는 잠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라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잠에 대한 이론은 대부분 과학적 검증을 마친 보편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잠은 개인의 생체 신호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용한다. 늦잠에 익숙한 사람과 일찍 일어나는 사람의 생체리듬은 같을 수 없다. 수면 호르몬 역시 개인마다 다르게 분출한다. 인간은 수면을 통해 다양한 뇌 활동을 전개하는데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성장과 기억보존등 인간의 생체리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잠을 자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

 

그런데 언제부터 불면증이 생기기 시작한 것일까? 불면증은 삶의 질을 무한히 떨어뜨린다. 하지만 피곤하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능력에 대한 의심이 든다고 모두 불면증을 앓는 것은 아니다. 불면증은 밤뿐만이 아니라 낮에도 각성상태를 지속하며 24시간동안 피곤하거나 신경이 곤두서있고 기분 변화가 심하다는 특징이 있다. 불면증은 선행, 촉진, 지속요인이 원인이 되는데 어렸을 적 트라우마나 불안을 증폭시키는 불씨, 그리고 불면증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지속될 때 자신에 대한 압박으로 더욱 심화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불면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수면제와 수면기기에 다소 부정적인 견해다.

 

저자는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책으로 불면인지행동치료법을 제시한다. 외형적인 도구를 사용한 임시방편보단 만성불면증을 일으키는 원인인 수면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과 사고방식을 해결하는데 중점을 둔 치료법이다. 저자는 수면에 대한 욕구를 자신과 동행하는 의식적인 관계로 설정한다. 이렇게 해야한다하는 생각이 수면에 강박을 주면 수면은 더욱 움츠려 들고 생체리듬은 고유의 선택을 잃어버린다. 어떤 조건이나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면 오히려 몸의 감각은 자연스럽게 무너진 생체시스템을 보완하려할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는 매일의 수면 일기를 작성하면 된다. 수면일기는 자신의 생각과 실제 수면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행동변화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잘못된 것일까? 잠이 오면 무조건 자야하는 것일까? 한가로운 소리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인간에 수면이란 욕구가 주어진 건 우연이 아니다. 눈을 뜨고 있는 것만큼 수면도 중요하다. 초기인류의 생활상은 시간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었다. 인간을 대상화 물질화하는 작업이 시작된 산업 혁명 이후 인간에겐 잠이란 필요치 않는 시간 낭비라는 관점이 지배적으로 자리한다. 현대사회는 각성을 존중시한다. 24시간 깨어있음을 마치 변화와 성장의 상징이라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지속가능할까? 우린 수면에 대한 잘못된 질문에 노출되어있다. 잠은 질문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의 대상이다. 생체리듬의 교란은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양산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Hello Sleep는 탁월하다. 매일 잘 자는 것은 매일 각성하는 것 못지않게 삶의 질을 높여준다. 우리의 선택은 잠과의 친구 되기다. 항상 곁에서 자신을 응원해주고 보호해주는 든든한 친구, 그리고 Hello Sleep은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무감에 압도될 때, 지혜문학 - 무의미한 고통에 맞서는 3,000년의 성서 수업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4
김학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고통, 무언가 이룬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의지를 역행하는 허무는 삶의 희망마저 빼앗아가는 고통과 불안을 맛보게 한다. 인간은 자의적 통제를 갈망한다. 누군가의 강요나 설득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자유의지에 대한 반항이다. 세상이 이토록 허무하다면 무엇을 한들 어떤 가치나 효용성을 느낄 수 있을까? 하지만 성찰은 신이 인간에 준 특별한 선물이다. 나와 다른 나를 인식하고 통합하는 것은 분리 된 나를 하나로 만드는 과정이다.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신의 특별한 재능을 부여 받았을 뿐이다. 신앙 고백은 영생을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신의 재능을 지닌 인간에 주어진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혼돈과 무질서라는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성서 창세기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된다.

 

성서이해는 쉽지 않다. 어떤 말을 하든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편견이 가득한 세상이야기를 끌어들여야하기 때문이다. 흔히 성서를 공부한다고 한다. 성서가 지혜문학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대 근대문학과 뿌리를 같이하며 당대인들의 신앙적 교리를 삶에 투영하는 원대한 작업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은 성서의 플롯을 쉽게 설명하는 주제다. 태초의 혼돈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은 세상을 구분하는 질서를 창조했고 혼돈은 질서로 인해 몰락하게 된다. 지혜문학은 질서에 대한 이해다. 인간은 질서에 의해 유지된다. 모든 규정과 규칙 과학적 법칙들은 질서에 기반을 둔다. 질서가 무너진다면 세상은 엄청난 혼란과 불안이 시작될 것이다. 인간은 질서 속에서 존재하고 신은 질서를 창조하기 위해 지혜를 만들었다.

 

지혜란 무엇일까? 지혜문학은 무엇을 지혜라 표현하고 어떤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 말하고 있을까? 지혜에 대한 의미는 개인이나 사회 구성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저자는 창세기 12절의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의 깊음 위에 있었다.’를 예시하며 태초의 혼돈과 공허, 깊음과 어둠을 현실세계를 뒤덮고 있는 고통과 허무와 비유한다. 우린 쉽게 무기력과 허무에 빠진다. 모든 것을 잃은 것 같은 자과감이 물밀 듯이 밀려올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 실망하고 무력함에 분노를 느낀다. 현실은 고통이다. 고통은 무질서가 반복되는 결과다. 빛은 세상을 구분하고 질서를 만들며 생명을 창조한다. 창조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지혜가 나온다. 지혜는 신의 속성이며 신에게 속한 지혜를 구하는 것이 지혜의 핵심이다. 혼돈의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는 생명(곡식)을 탄생시키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지혜를 창출한다. 지혜는 신이 인간에 주어진 특별한 선물이다.

 

저자는 잠언을 통해 혼돈과 어둠을 이기는 지혜를 이야기하고 고통에 맞서는 지혜로 욥기를 예로 든다. 또한 전도서에선 덧없는 삶을 즐기는 지혜를 말하고 야고보서를 통해 조소하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지혜는 나라는 존재의 인식과 나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를 해석하는 방법을 통해 나타난다. 화엄경의 인그라망은 지혜를 이해하는데 깊은 통찰력을 준다. 인그라는 인도의 신이고 망은 구슬이 달린 그물이다. 구슬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인데 자신의 모습은 타인의 구슬을 통해 알 수 있고 자신 또한 타인에 필요한 구슬이 된다. 나를 위해 네가 필요하고 너 또한 내가 필요하니 서로의 책임감과 존중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그라망은 전체로서의 하나인 우주적 관점의 나를 인지하는데도 통찰을 준다. 인간은 독립적일 수 없으며 상대와의 관계설정 의해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다. 삶의 본질은 설정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지혜롭지 못한 이유는 지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배척하거나 불필요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성서가 금하는 교리다. 성서는 다수의 편집자들에 의해 편집되었고 시대흐름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곤 했다. 성서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견해가 항상 옳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근본이 무엇이고 해석이 어떻든 성서가 인류사에 행한 공헌과 영향력을 폄훼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창세기 말씀대로 빛은 모든 것을 밝힌다. 먼지하나 티끌하나도 빛을 벗어나지 못한다. 성서의 본질적인 목적과 해석이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의 지혜를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고전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잠언, 욥기, 전도서, 야고보서의 경전을 통한 지혜문학은 고통과 허무 앞에선 인간의 실존적 철학을 이야기한다. 혼돈을 넘어 의미를, 고통에 맞서는 품격을, 허무함에 개의치 않는 즐거움 삶이 저자가 찾고자하는 삶의 지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러 전쟁 - 세계경제를 뒤흔든 달러의 설계자들과 미국의 시나리오
살레하 모신 지음, 서정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불확실성을 극히 싫어한다. 미래 예측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안정에 대한 집착이 무엇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예측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을 확대시킨다. 어떤 동물도 자신의 먹이를 교환하기 위해 매개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는 물물교환이라는 매개변수에 의해 지리적, 사회적, 정치적 범주를 만들어 왔다. 가치수단의 변화는 신뢰가 절대적이다. 만약 서로간의 신뢰가 약해지거나 무너진다면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류는 패권국 화폐에 절대적 권한을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전쟁은 패권국 유지를 위한 혹은 기축통화의 절대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전락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현대 전쟁은 통화 전쟁에 가깝다. 전쟁엔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고 복구과정 또한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러가 강해질수록 의구심 또한 강해진다. 과연 패권국을 유지하고 있는 달러가 산적한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적의 도구일까? 아니면 인류는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절대적일수록 조그만 틈새가 더욱 크게 보인다. 달러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의심이 늘어나고 있다. 외부적 변화는 내부적 변수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의 정치, 특히 재정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채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미 재정부는 매년 수조달러를 발행하며 자국민의 지갑을 채워주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크다. 천문학적으로 늘어가는 부채의 해결책도 난관이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율변동성은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각국의 화폐가치가 자국민의 생산과 소비의 연관성 보단 달러에 의한 환율변동성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물가의 변동성은 화폐의 가치를 소리 없이 잠식하기에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분노한다. 이는 정치에 강한 영향을 미쳐 세금문제를 일으키고 예산안 측정에도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준다. 미국 재정부 관료들의 선택이 지구 반대편 서민들의 삶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2024, 달러는 기축통화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다. 러시아에 대한 통화규제, 갑자기 폭락한 자국민 통화, 수입물가의 폭등, 균등발전이라는 구호가 어색하게 세계경제는 빠르게 달러에 귀속되고 있다. 달러를 발행하는 미 재무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재무부의 임무는 자국화폐의 보호와 달러위상의 보존이다. 세계최고의 정치, 경제학자들이 달러의 보존과 패권국 유지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새로운 무기로 탈바꿈한 달러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 이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개하며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고 통제하기를 원한다. 프렌드쇼어링이라는 지정학적 우방국가와의 경제정책과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통해 자국민에게 전례 없는 주식시장의 폭등을 선물해 주었다. 부채 소비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최근 2년간, 엄청난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무부 재정정책은 초강세 달러의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작금의 시나리오가 불확실한 시대로 가는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달러 전쟁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달러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좌우하며 지배해 왔는지 미국 재무부의 역할과 관료들의 작동방식을 세세히 설명한다. 달러는 발행 기관인 재무부와 연준 그리고 의원들 간의 의견조율에 의해 방향이 결정된다. 유달리 의견 충돌이 심한 미 정부기관들은 유독 달러 문제에서만큼은 대부분 일관된 정책을 유지한다. 이들은 세계 기구를 통해 달러의 위상을 전달하며 언론을 통해 세계 각국의 달러 민감도를 예측한다. 당파에 좌우되는 미국 정책에 정의나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얼마든지 자신의 의견을 바꾸고 화폐공정성에 대한 관점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결정은 정치적 행위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미국을 위한 달러 재편이 가능할까?

 

지금은 미국 시대다. 또한 달러위상을 부인할 국가도 드물다. 간혹 위기감을 드러내기는 하지만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통화가 아시아에서나마 기축통화가 되길 원하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중국 자체적으로 풀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패권화폐는 가치와 더불어 안정성과 유동성 그리고 교환성이 매우 중요하다. 예측 가능한 화폐는 독점적 일지라도 당위성을 부가한다. 저자는 서두의 글에서 달러의 몰락과 유지 중 어떤 경로가 현 시대를 증거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시한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많은 이들이 위기를 전가하는 달러에 대한 의심을 들추어내고 새로운 교환수단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강국, 미국이 쇠퇴하지 않은 한 그런 상황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러는 이러한 미국의 꿈을 실현 시켜줄 유일한 무기이자 자산이다. 달러 전쟁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지 않을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와 수필을 읽노라면 내용의 풍부함에 감탄하지만 단어의 효용성에 놀랄 때가 많다. 단어 한마디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너무도 강하기 때문이다. 울림은 떨림으로 변하고 각인된 단어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 단어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이 이야기인 것처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단어엔 수많은 이야기가 저장되어 있다. 단어는 집단 공동체를 결속한다. 같은 의미를 사용하는 단어의 효용성은 나와 너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린 단어의 이해에 소극적이다. 무분별한 의성어와 줄임말이 난무할수록 아름다운 단어가 그립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감는다는 성인의 말처럼 단어 한마디에 담긴 소중한 기록이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다. 건조한 우리의 마음에 한줄기 빛과 소금처럼.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아름다운 인문에세이다. 단어를 통해 자신을 만나고 타인을 이해하는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한다. 또한 우리가 알지 못했던 희망의 회로를 그려준다. 단어에 대한 명제는 인간 존재를 벗어날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문장을 통해 단어를 이해하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은 한마디의 단어에 움직인다. 좋은 단어는 무척 강한 구속력을 지닌다. 서로 모이고 이야기하고 존재하고 싶은 충동과 감사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소중한 단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마음을 허락한다. 인간은 경험과 기억을 통해 자아를 만들어 간다. 모든 사건은 순간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의 감정 또한 자아의 일부분이다. 우리의 정체성은 다양한 이야기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엔 수많은 단어가 존재한다.

 

‘Feierabend’, 저자가 독일에 와서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단어라고 한다. 파티를 의미하는 Feier와 저녁을 뜻하는 abend가 합쳐진 말이다. 풀이하자면 축제가 있는 매일 저녁을 보내라는 뜻이다. 저자는 왜 이 단어를 가장 먼저 기억하고 아름답다고 했을까? 독일어의 밤은 자는 것만을 의미한다. 저녁은 잠을 자기 전 신나게 파티를 하는 시간이다. 독일인은 노동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 같다. 일이 끝난 다음, 여유를 즐기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행복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밤낮없이 실적과 성장에 매달리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이고 이유 있는 반항이다. 그리고 이들은 삶의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초과근무를 하면 팀장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구조가 한국에서 가능한 일일까? 그들은 삶이 느리게 존재할 때 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음을 Feierabend를 통해 이야기한다.

 

어느 민족이든 아름다운 단어가 존재한다. 귀를 기울이고 싶고 한 번 더 듣고 싶은 말들이다. 이런 말들은 타인에 위로를 전달해주고 내면의 성찰을 완성케 한다. 또한 나와 연결된 세상과의 아름다운 만남을 유지한다. 하지만 부정적 의미를 지닌 단어도 적지 않다. 부정적인 단어는 자신과 주변에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불편과 불안을 야기한다.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파괴한다. 우리 일생의 사건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달려있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반영하고 생각은 행동을 일으킨다. 피폐하고 자극적인 단어가 나무하는 세상이다. 인간은 존재다 라는 말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우린 어떤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16가지 단어가 던져주는 메시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쓰레기의 세계사 - 문명의 거울에서 전 지구적 재앙까지
로만 쾨스터 지음, 김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는 점점 쓰레기로 채워지고 있다. 바닷가를 뒤덮은 거대한 플라스틱 폐기물이나 매립지를 뒤덮은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는 인간이 일상이 무엇으로 채워지고 버려지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믿기 어려운 광경이다. 인간은 소비를 통해 최대의 만족감을 얻는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소비는 20세기 최고의 상품이자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우린 24시간 대부분을 소비하는데 집중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도한 소비 집착 현상에 따른 이면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오히려 편함과 이기적 생각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현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속도다. 1인당 소비의 증가와 쓰레기 배출의 상관관계다. 관심이 없는 만큼 쓰레기 배출 속도는 지구 생태계를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분해 시간은 짧게 잡아도 10년이고 다양한 합성 플라스틱은 분해 시간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생수의 미세플라스틱은 어떤가? 이미 우리 신체는 미세 플라스틱의 소용돌이 속에 잠식당하고 있지 않는가? 인류의 편리성이 낳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과 고분자 화학물질은 서서히 그리고 느리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몰락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마트와 슈퍼마켓 그리고 대부분 물건들은 플라스틱 포장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값싼 제품의 등장은 딜레마다. 인류의 식량문제와 빈곤을 해결해주는 명목은 그럴듯하지만 오히려 가장 가난한 국가의 시민들이 대부분 이런 제품에 중독되어있기 때문이다.

 

쓰레기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 항상 쓰레기가 형성되었다.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의 선택지는 쓰레기가 묻힌 매립지였다. 쓰레기는 고대 인류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당시의 시대적 변화를 예측 가능케 했다. 수십만 년 동안의 유목민 생활에는 극히 적은 쓰레기가 배출되었다. 인류가 정착생활로 삶의 터전을 바꾸자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집단에서 부족, 그리고 도시의 형성은 엄청난 인구증가를 가져왔고 식량과 도구의 사용을 통한 생산량의 변화를 촉진하였다. 다수 인류에 생존에 필요한 식량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였다. 쓰레기는 인간을 뒤쫓는 동물의 가축화를 촉진했다. 인간은 쓰레기를 처리하고 양질의 단백질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가축화에 많은 정성을 들였다. 하지만 동물과의 교류는 인류의 변천사에 엄청난 두려움과 걱정꺼리를 안겨주었다.

 

본 책은 주제는 쓰레기와 인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고증하기 위해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쓰레기 역사를 다룬다. 고대 쓰레기의 재활용과 중세의 위생문제 그리고 폭발적이다 못해 통제 불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온 현대 쓰레기의 환경오염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놀라운 것은 저자의 탁월한 현실 연결성이다. 쓰레기가 배출된 이래 역사적 문제로 인식된 적은 극히 드물었다. 저자는 이를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의 이면성이라 말하며 인류가 고착한 당면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를 심도 있게 설명한다. 우선적으로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놀랍고 그의 치밀한 자료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마치 전혀 알지 못했던 역사의 이면을 들추어 보는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의 가장 위험하고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무척 당혹스럽다.

 

경제학에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단어가 있다. 합리성과 성장이라는 단어다. 경제학의 모토는 인간의 행동 변화를 통한 소비의 극대화다. 소비란 어감이 왠지 부정적으로 들린다면 현 사회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가고 있는지 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열어보라. 우린 24시간 소비를 촉진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덕분에 만족한가라는 질문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 힘들다. 하지만 우린 소비가 배출하는 쓰레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 특별한 제약이 없기에 별다른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쓰레기 처리장을 갈 때마다 넘쳐나는 쓰레기의 양에 적잖이 놀란다. 그리고 최소한의 죄책감을 느낀다. 대도시의 아파트 밀집지역에 사는 생활자들의 하루 쓰레기가 이 정도라면 한 지역, 한 국가, 세계의 쓰레기는 얼마나 많을 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쓰레기 투기는 인간의 양심과 직결된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타인 의존적이다. 타인이 보지 않는다면 세상은 온통 쓰레기장으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미 우린 매립지의 부족과 상호이해관계의 부족으로 온 도시가 쓰레기장으로 변한 대도시의 예를 통해 익히 알고 있지 않는가? 성장의 대가가 큰 만큼 후폭풍도 상당하다. 또한 무분별한 소비의 대가가 밀물처럼 다가온다. 기가 막힌 현실에 대한 모순이 지속되고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지속되는 폭염에 고통을 받으면서도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가 부족한 것일까? 이젠 쓰레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올지도 모른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