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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천재들의 연대기 -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읽고, 바꾸고, 망가뜨리나
카라 스위셔 지음, 최정민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3월
평점 :

왜 세계적 테크 기업들은 미국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일까? 물론 유럽이나 중국에도 특출한 기업들이 존재하지만 미국 테크기업들의 위상과는 비교자체가 어렵다. 이는 미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과도 연관이 많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초강대국이다. 특히 국방, 외교 분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아마도 이는 기축통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달러의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리드하는 미국에 달러는 최고의 영양분이다. 미국엔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고 이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자본주의 핵심가치와도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미국의 테크기업들 태도 역시 자국 국가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우방도 소모품으로 여길 만큼 1인자의 잔인함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사회적 정의와 공생을 부르짖었던 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이 매시간 던지는 메시지가 상업시장을 요동치듯이 그들이 추구하고자하는 미래에 대한 생각은 수많은 지구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헌데 우린 그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반듯하고 멋진 하드웨어와 눈을 뗄 수 없는 소프트웨어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라선 세계의 갑부들, 그들은 분명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며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카라 스위셔는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세계 유수의 테크기업들을 리포트하고 분석하는 월스리트 저널의 테크 전문기자다.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테크 기업들의 기술적 진보와 인물, 아이디어, 시사점을 전달하며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등 3대 유력 언론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녀는 월트 모스버그와 올싱스D라는 콘퍼런스를 만들어 최고의 테크 경영인들을 초청하여 인터뷰를 진행해왔다. 본 책은 콘퍼런스를 중심으로 테크 천재들의 일상과 생각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기록하고 있다. 카라 스위셔는 1990년대 디지털 기기의 확산과 함께 보수언론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신생하는 테크기업들이 자신의 운명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전설이 되었지만 네스케이프, 야후와 같은 기업들이 그녀가 취재했던 초창기 테크기업들이다.
닷컴버블이 극에 달하던 2000년 초반 pc통신기업 AOL은 거대 미디어기업 타임워너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큰 화제가 되었지만 카라는‘낡아가는 미디어 대기업이 사이버공간으로 확장하려 시도했으나 합병은 시작 전부터 실패를 예고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타임워너 CEO 제리 레빈의 의도와는 달리 AOL타임워너는 급격한 평가가치의 하락을 겪으며 2년 만에 75%의 주가 하락을 경험한다. 디지털에 대한 CEO마인드의 부재, 버블에 편승한 무리한 투자, 무엇보다 리더의 역량 부족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타임워너의 부침은 당시 디지털미디어에 대한 반감을 가지던 이들에겐 최고의 소삭이었지만 이는 닷컴의 몰락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카라는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일화를 다수 소개하면서 그의 신경질적인 태도와 거짓말 뒤에 숨긴 진실성을 말하고자 한다(카라는 유독 스티브 잡스에 우호적이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ATD 콘퍼런스를 통해 만남을 가졌다. 만남은 극히 이례적이었고 둘은 오랜 기간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게이츠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쁜 아이가 되는데 일생을 바쳤고 잡스는 품격 있는 아이’라 소개하며 둘에 얽힌 복잡한 관계를 소개한다.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게이츠를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게이츠 역시 잡스의 창의성, 예술성, 디자인을 부러워했는데 잡스는 죽음과 함께 테크계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잡스 사후 애플은 다른 테크 기업들과 달리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잡스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카라가 잡스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돈보다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더욱 중요시했던 잡스만의 철학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본 책에는 베이조스, 머스크, 제리 양을 비롯한 굴지의 테크 CEO들과 기업들이 등장한다. 카라는 이들이 돈과 부, 명예에 근접할수록 빠르게 자신을 잃어갔다고 말한다. 그들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천재성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무제한적인 패스를 기대한다. 윤리나 도덕보단 자신은 일반인과는 다르다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생각과 관점이 최근에 급격히 증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에 접근할수록 세상에 대한 다른 기준을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카라는 최근 급격하게 변모한 인물로 머스크를 꺼낸다. 그는 잡스 이후 테크계의 거물로 군림하고 있지만 그가 기대하는 미래의 환상과는 달리 인간으로서의 면모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정치와 경제 분야는 언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생기업이라면 테크 전문기자의 입김은 기업의 존재까지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내내 미국사회의 거래문화를 엿볼 수 있어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결과일 확률이 높다, 우린 테크 기업들의 탄생과 죽음을 거의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앞면만 보고 그들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AI 시대가 문턱을 넘어섰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미래의 먹거리를 차지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부을 것이다. 이젠 쩐의 전쟁이란 말이 실감난다. 앞으로 10년은 이전세대 100년을 능가하는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어떤 테크 기업들이 세상을 호령하며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 테크 천재들의 연대기를 통해 그 답을 만나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