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디지털 세상에 남겨진 죽은 이들의 흔적에 대하여
칼 외만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단 하나의 진리라면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우주는 변한다. 그 무엇도 원래의 형체를 보존할 수 없고 결국 하나의 분자로 흩어진다. 인류는 모든 사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믿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대부분의 현상에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사라진다는 것, 누군가에게 잊힌다는 것, 인간에게 이보다 더 불안과 공포를 주는 현상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사라진다.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은 인간이 한 인간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야할 생에 대한 깊은 의미를 부여하였다. 죽음이 곧 삶의 철학이 된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세계가 확산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특히 망자를 대하는 태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망자는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접촉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의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할 수 있을까? AI의 변화는 인간에게 주어진 삶의 방정식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질병이 사라지고, 세상이 평등해지며, 무엇보다 영생을 추구한다. 인류의 오래된 염원이 한 번에 해결되는 듯하다. 반면 이러한 모든 것은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진다. 하루에도 수억 건의 데이터가 디지털 세계를 떠돈다. 데이터 센터는 폭주하는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해 천문학적인 부채를 끌어들여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명분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많은 데이터는 어디에 축적되고 사용되는가? 엔비디아는 데이터를 묶어 토큰화를 서두르고 있다. 데이터가 자본이 되고 그 자본 안에는 오래된 망자의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효용성도 문제지만 망자는 여전히 디지털 세계를 질주한다. 데이터 유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한 시기다.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본 책은 디지털 세상에 남겨진 죽은 이들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죽음은 인간에 강한 흔적을 남긴다.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떠돌아다녔고, 죽음은 곧 이별이었다. 오랜 기간 죽음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정착생활이 시작되면서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형성되었다. 수많은 고대종족들은 망자의 유골을 집안에 두거나 곁에 두며 그들의 영혼을 기렸고 산자에 대한 축복을 기원했다. 이런 문화는 고대중국과 동아시아 문화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몸은 사라졌다. 그런데 망자의 이야기와 감정, 정서적 교류가 디지털 세계 어디엔가 남아있다면 그는 죽은 것일까? 죽음에 대한 생리적 현상은 트랜스 휴머니스트들에 의해 더욱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뇌의 기억을 디지털로 옮겨 재생하는 것이다. 영생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지만 기억은 일정하지 않다. 인간은 직접적 경험과 순간적 인식에 의해 매 순간 변화하기 때문이다.

 

본 책은 우리가 의식, 무의식적으로 접근했던 수많은 데이터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일상적으로 접촉했던 유튜브와 SNS의 기록들은 사라지지 않고 움직이며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 만약 개인이 사라진다면 남아있는 데이터는 어디에 속하는가? 저자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위해 메시지를 보내는 이슬람 싸이트 Du3a를 예로 들며 디지털 유해의 탄생과 사후세계에 대한 변화과정을 질문한다. 망자에 대한 예의와 그리움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과도하게 축적된 데이터에 대한 처리방식은 새로운 설정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를 포스트 모털이라 부르며 디지털 세계관은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무엇을 정리하고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포스트 모털은 기존의 규정과 규칙,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한다. 앱과 웹싸이트에 널려있는 수많은 정보의 파편을 규정하는 작업이 우선적이다.

 

역사가 토마스 라커는 죽은 자들이 문명을 만든다는 말로 우리는 여전히 죽은 자들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고대 인류가 죽음을 근거리에 두었다면 현대인류는 죽음을 빠르게 몰아내고 있다. 오히려 죽음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디지털 세계가 만들어 놓은 문명은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흐릿하게 한다. 저자는 포스트 모털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정치적 경제적 난제들을 조명한다. 디지털 세계에서 떠도는 수많은 망자의 데이터를 어떻게 규정하고 정리할 것인가? 21세기 말이면 사망자계정이 50억 개에 이를 것이란 보고서가 있다. 만약, 폭주하는 SNS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대언어모델이나 AI가 망자의 기억에 의존한다면 어떻게 데이터의 효용성을 믿을 수 있을까? 디지털 유해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문명은 상당한 진통을 겪어왔다. 이젠 죽음마저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고 있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사라진다. 디지털이 영원할 것이란 생각자체가 모순은 아닐까?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삶의 태도
장하석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신감과 확신에 차있던 미국 자본주의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불확실성이 확대되었다. 1970년대 존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시대를 예고했다. 불확실성은 즉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할수록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사회는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 반면 기존방식을 고수하려는 기득권층의 권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코로나 19였다. 전염병이 확산될수록 사회는 극단으로 양분되었다. 가짜뉴스가 범람했고 여론은 실체를 잃어버렸다. 개인은 무엇을 믿어야할지, 사회는 혼란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과학을 신뢰했던 국가와 개인들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회복이 되었다. 과학은 이미 인류의 삶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었다. 과학은 불안한 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우린 어떤 마음으로 과학을 마주해야할까?

 

과학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이 AI 생태계다. AI는 기존의 과학기술을 뛰어넘어 인류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만한 혁신적인 기술이다. 21세기 초 전기의 발견이 산업구조를 뒤바꾸어 놓았다면 AI는 지구 생태계마저 뒤흔들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AI에이전트를 넘어 피지컬 AI가 상용화된다면 인간은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엔 빅테크 CEO들을 중심으로 AI의 빠른 속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AI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가면서 확실하게 AI생태계의 기틀을 다질 것이다. AI는 과학이 만들고 있는 인류의 미래일까? 희망이 될지, 재앙이 될지 아직은 어느 것도 예측할 수 없다. 단 AI가 다가올수록 인간의 본능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다. 과학은 그 어느 시기에서나 인간과의 관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AI도 결국 인간중심으로 편성될 때 누구나 활용가능한 과학문명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우린 광활한 우주보다 지구 심해를 더 알지 못한다, 우주선을 만들어 화성, 금성을 탐험했지만 해저 수만 미터를 내려가 본적은 없다. 계측기나 측정방식이 없었다면 지구내부는 여전히 미궁에 쌓여있을 것이다. 인간은 지구의 궤도를 따라가며 역사의 흔적을 남겨왔다. 지구는 인류의 발길이 닫는 만큼 자신을 허락했다. 과학적 탐구가 없었다면 인류는 여전히 원시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현대문명은 과학을 빼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삶의 모든 조건이 과학적 도구를 통해 이루어진다. 왜 이럴까 라는 의문이 관찰로 바뀌고 실험과 연구가 시작된다. 과학은 인간의 지속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되어 왔다. 과학 하는 마음은 인간의 역사와 동일하다. 그렇다고 과학이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보다 나은 현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과학의 본 모습이다. 과학은 기술적 배움 못지않게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본 책은 장하석 교수의 과학 하는 생각과 태도, 즉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과학과 철학을 주제로 소개한다. 저자에게 과학은 인생의 여정이었다. 과학자는 세상을 실제, 다원주의, 측정, 근거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을 실증적 학문으로만 치부하기에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철학에 기울여있다. 과학을 이해하기위해선 인문학적 사고와 철학적 사유가 필요한 이유다. 이를 근간으로 저자는 세상이 바라보는 과학, 과학이 추구하는 세상을 깊이 풀어간다. 21세기는 그 어느 시기보다 뜨거운 과학적 이슈가 지속되고 있다. 인간과 생명에 대한 연구는 이제 건강노화를 넘어 생명연장에까지 이르고 AI를 활용한 의학은 훨씬 안정적이고 실체적 질병치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기존의 질병은 물론 예측의학이 발달하면서 조만간 인류는 질병 없는 인생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은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저자는 이를 16세기 과학혁명에 빗대어 과학대혁명이라 부른다.

 

인류의 상상과 호기심, 생명에 대한 존엄성, 불과 100년 전만 하더라도 전염병에 수천만이 목숨을 잃고 전쟁무기보다 감염으로 더 많은 목숨을 잃었던 인류에게 과학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주었다. 반면에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는 과학이 가져온 가장 큰 오점이다. 본 책은 과학 하는 마음을 주제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회현상과 과학의 이해관계를 사설형식으로 풀어간다. 1부는 불확실성 시대를 통과하는 과학의 현 주소를 찾아본다. 과학자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리고 과학은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겨줄 수 있을까? 과학이란 두 글자는 너무 거대하지만 일상에선 효용성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과학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지금, 과학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약의 탄생 - 한 조각씩 꺼내 보는, 14가지 약 이야기
김효정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자연재해로부터 인류를 벗어나게 해준 최초의 약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은 너무 흔해 과잉복용을 염려하지만 불과 100전만 하더라도 인류는 수많은 질병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있었다. 전염병은 수천만의 목숨을 앗아갔고 전쟁은 무기보다 상처로 인한 감염이 승패를 좌우했다. 질병은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자연치유나 과도한 수술이외에는 치료방법이 전무했다. 수명이 짧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21세기, 인류는 건강한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를 괴롭혔던 대부분의 질병들이 사라졌고 최근엔 맞춤형 개인의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의학의 발전은 수명연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명을 창출시키고 있다. AI는 인류에게 어떤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반면에 인간은 여전히 약물중독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에 구속되어있다. 약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을까? 약의 역사를 통해 문명을 반추해보는 것만큼 값진 시간도 없을 것이다.

 

꽃말이 쓰러진 병사인 양귀비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플랑드르 벌판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이다. 유럽에선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양귀비꽃을 가슴에 달았고 베이글이나 샐러드드레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양귀비는 꽃잎이 떨어지면 초록색 꼬투리가 부풀어 오르는데 살짝 금을 내면 우윳빛 진액이 흘러나온다. 아편(opium)이다. 고통을 잊고 깊은 잠을 선물해준다고 해서 고대인들에겐 기쁨을 주는 식물이었다. 양귀비는 무역로를 타고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갔다. 19세기, 양귀비 성분을 분석했던 제르튀르너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의 이름을 따‘ 모르핀’이란 이름을 붙인다. 모르핀의 강력한 효능에 놀랐던 제르튀르너는 인류에 강한 경고를 남겼다. ‘부디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 하지만 그의 경고와는 달리 아편은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었고 동아시아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모르핀은 미국과 유럽으로 건너가 남북전쟁과 1차 세계대전의 포화를 견뎌야했던 병사들의 유일한 진통제였다.

 

거대 제약회사 바이엘은 모르핀에 아세틸을 합성해 헤로인을 탄생시켰다. 바이엘의 과장광고 덕분에 세계는 더욱 강한 중독에 빠져들었다. 20세기 초엔 코카인이 함유된 코카콜라, 헤로인 기침약, 모르핀 진통제를 어디에서든 쉽게 구입했다. 미국이 왜 그토록 마약에 취약하고 마약범죄와 중독자가 많은 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마약단속이 시작되면서 마약은 더 작고 강하게 농축되어 마피아와 카르텔의 손을 타고 암시장에서 거래되었다. 고통에서 인류를 구원해줄 영원한 치료약은 없었다. 마약은 순간적인 고통을 완화시켜준 대신 신경회로가 망가지는 중독을 가져왔다. 당시 독일의 거대 카르텔 IG 파르벤, 퍼듀 파마로 알려졌던 세클러 가문은 마약과 중독의 이해관계를 가장 잘 포착했던 거대 제약회사들이었다. 특히 환자를 고치기 위해 연구한다던 벨기에 과학자 얀센은 호흡 중추까지 마비시키며 모르핀보다 100배강한 펜타닐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인류에 거대한 코브라가 되어 극단적으로 사회를 붕괴시켰으며 뼈아픈 고통의 원인을 제공했다.

 

약학이 처음부터 모순을 따르진 않았을 것이다. 한 알의 약이 탄생하기 위해서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과 희생이 담보되었고 희생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결과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과 발견을 통해 다양한 과학적 진보가 이루어졌다. 19세기 의학은 21세기 최첨단 의학의 초석이 되었다. 열이 나거나 몸이 조금만 아파도 타이레놀이나 아스피린을 찾는다. 최근엔 약물과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과도한 항생제 남용은 생태계 교란의 주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간은 수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있다. 바이러스는 수십억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해왔던 실체적 주인이다. 우리 신체도 절반이상이 바이러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약은 몸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긴다. 약은 아는 만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본 책은 인류 문명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며 약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변화되었는지를 소개한다. 약학의 역사를 통해 과학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인문학적 성찰을 덧붙인다. 1장은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마약진통제, 마취제를 중심으로 고통을 벗어나려는 인간의 처절한 흔적을 추적한다. 고통이 곧 죽음으로 연결되었기에 마취제의 효능은 그야말로 신의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마취제는 진통, 환각을 통해 부족의 규합이나 종교. 전쟁등 새로운 세계관의 통로가 되었다. 인류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전염병에 가장 큰 공포를 느꼈다. 자연에 대한 이해가 확산되었고 과학에 대한 의존이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엄청난 고통과 수많은 희생이 뒤따랐지만 과학자의 노력은 인류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켜나갔다. 인생엔 피할 수 없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고통과 감각, 생존과 공포, 욕망과 균형이다. 인류사를 바꾼 14가지 약 이야기, 친숙한 이름 밑에 숨겨진 약의 흔적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설계해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만성질환은 시스템의 붕괴다 - 증상 억제가 아닌, 전신 시스템의 복원으로
이윤성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성질환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습니다. 24년 기준, 고혈압 환자 900만, 당뇨환자 600만, 고지혈증 1000만,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84~90%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청소년 만성질환의 급증입니다. 30세미만의 유병률이 13년 만에 4배로 뛰었습니다. 초가공식품의 범람, 가당음료의 폭증, 움직이지 않는 사회가 미래세대에 무거운 경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빠르게 확산되지만 정부는 물론 의료계도 정확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방식을 되풀이하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만성질환은 이미 국가질병으로 확산중입니다. 개인의 고통과 의료비증가도 고민이지만 국가예산의 20%가 소모되는 것도 미래의 부담입니다. 만성질환은 습관의 반복으로 비롯됩니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료와 치료를 근본적으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예방의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사회의 의료시스템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저렴한 의료비용과 빠른 진단,치료는 기존의 의료체계를 더욱 확장시켰습니다. 하지만 외적성장 못지않게 개인의 선택권은 빠르게 축소되었습니다. 진료시간은 3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개별진료는 과잉치료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과잉 건강검진은 불필요한 치료와 과도한 의료비를 양산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해매다 문제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병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질병의 확산이 개인의 부주의뿐만이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구조와도 연관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병원은 환자가 존재해야 수익을 올리고 빠르게 낫는 치료법은 의사의 이익을 축소시킵니다. 안타깝게도 만성질환은 의사와 병원에게 너무도 좋은 수익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만성질환으로 인생을 낭비하거나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토록 만성질환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일까요? 인간의 몸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신체는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입니다. 문제는 기존의 의료시스템이 신체를 완전히 따로 해석하며 진단과 치료를 병행해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각기 다른 처방약은 적응하기 어려운 부작용의 원인이 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시작한 처방이 하나 둘씩 늘어가면서 신체 균형이 무너집니다. 아플수록 처방약은 늘어갑니다. 결국 당뇨를 완화시키기 위한 인슐린 처방제가 호르몬과 간, 지방, 근육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질병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만성질환이 시작되면서 노화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은 물론 수십 년간 유지해야할 의료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노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아픈 말년을 보내야합니다.

 

대장암 3기, 환자를 기계처럼 대하는 의사의 차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항암치료를 거부합니다. 암은 무조건 제거해야할 세포일까요? 저자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찾아 나섭니다.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은 평생 변하지 않은 생활습관으로 인한 질병입니다. 신체가 지닌 본래 의도를 벗어나기 시작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인간의 몸은 개별적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뇌로부터 말초신경까지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반응합니다. 고혈압은 혈압을 떨어드리는데 집중했고 당뇨는 인슐린 처방이 전부였습니다. 특히 알츠하이머의 원인을 아말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뭉침으로 해석하는 오류가 대표적입니다. 만성질환의 원인은 대사 작용이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혈류, 림프, 호르몬, 면역이 맞물린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한 곳이 무너지면 나머지가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집니다. 수치를 낮추는 것은 신호를 끄는 일이지만 병을 멈추기 위해선 시스템을 복원해야합니다.

 

혈액은 산소와 영양을 배달합니다. 림프는 노폐물을 배출하고 호르몬은 뇌와 내분비계에 지시를 내랍니다. 면역세포는 몸을 방어합니다. 인슐린 저항성으로 췌장 기능이 저하되면 혈당이 치솟으며 모세혈관이 손상됩니다.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해 림프가 정체되면서 호르몬이 교란되고 면역이 저하됩니다. 결국 눈, 발, 신장합병증이 발생하는 당뇨병이 시작됩니다. 무너지는 도미노 조각들 아래 보이지 않은 바닥판, 대사작용을 주목해야합니다. 대사는 몸이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고 에너지를 사용해 몸을 유지하는 전체를 의미합니다.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관절염, 위염, 불면, 우울증은 개개의 질병이 아니라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뇌를 자극합니다. 인간의 몸은 스스로 시스템을 복원하는 자연치유기능이 있습니다. 저자는 약을 줄이고 보다 효과적으로 몸의 자연치유 기능을 올리기 위한 BAHI 테라피를 소개합니다.

 

웨이브 모션, 전신 PBM, 수소흡입, 고압산소, 네 가지 물리적 기구를 활용해 미토콘드리아를 자극하고 일산화질소를 방출하며 세포를 회복시킵니다. 낡은 세포를 살리고 죽은 세포를 빠르게 배출하여 대사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빛과 에너지, 분자들로 이루어진 BAHI테라피는 다수의 환자들에게 크고 작은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다양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몸의 균형과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 차이는 언제나 존재합니다. 본 책은 만성질환에 대한 이해와 환경적 조건, 신체의 기능회복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만성질환을 대사 작용의 붕괴로 인식하고 신체기능회복을 우선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생활습관을 통한 예방의학과 기능의학이 AI를 통해 더욱 확장되면서 개인 맞춤형 치료법이 활성화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이제 개인의 건강을 의료기관에만 의지하는 시대가 저물어갑니다. 건강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의 의무입니다. 질병에 대한 이해와 건강 상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열두 밤의 미술관 - 이지안 도슨트와 함께하는 벨 에포크 명화 산책
이지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색은 빛을 통해 형체를 드러낸다. 색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표현하고자 했던 위대한 화가들은 빛과 함께 삶을 증명했다. 빛은 갇힌 세상을 탈출할 유일한 희망이었고 자신을 달래줄 삶의 언덕이었다. 색은 참으로 오묘하다. 기쁨과 슬픔, 불안과 두려움, 마치 인간의 모든 감정을 빠짐없이 수용하고 있는 듯하다. 임파스토 기법으로 피워 낸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가? 생애 가장 희망으로 부풀었던 시절, 고흐는 해바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고갱과의 만남, 공동체의 형성, 평생 영원의 안식을 찾고자했던 고흐에겐 삶의 가치와 희망이 부여된 시간이었다. 색을 만난다는 건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어떤 색채를 가지고 있는가?

 

19세기. 새로운 르네상스시대가 열렸다. 산업혁명은 유럽을 광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인류는 전례 없었던 풍요로운 인생을 펼치게 되었다. 반면 빛과 어둠이 분명하게 구별되었다. 파리는 유럽의 중심이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파리에 모여들었다. 풍부한 자원이 예술가들을 움직였다. 몽마르뜨나 몽파르나스 외곽지역엔 하루를 버티기 어려웠던 미술가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각자의 노스텔지어를 꿈꾸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격차는 너무도 두터웠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아침이 다가올수록, 벨 에포크의 밤은 더욱 뜨거웠다. 가스등 일렁이는 파리의 거리, 허영기 가득한 귀족 살롱, 세기말의 퇴폐적 낭만이 짙게 흐르던 유럽은 풍요와 쾌락, 탐미와 탐욕이 거침없이 흘러갔다.

 

밤에 탐미하는 작품은 어떤 의미를 전달할까? 정적이 흐르고 아무도 없는 순간, 오롯이 작품에 빠져든다. 작가의 숨소리가 들리고 거친 호흡과 붓의 움직임이 정적을 깨운다. 작품에 담긴 작가의 삶의 여정이 눈앞에 펼쳐진다. 감정과 감정의 만남, 기쁨에 설레고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벨 에포크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화가가 있다. 조반니 볼니디, 유려한 붓놀림과 경쾌한 색채는 유럽 사교계를 흔들어놓았다. 작은 체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의 화폭은 거침이 없었다. 욕망과 관능, 탐미와 유혹을 이보다 아름답게 표현한 화가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다. 조반니는 단숨에 화교계의 거장이 되었다.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역동적인 선과 거침없는 속도는 볼디니의 상징이 되었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 베르디는 볼디니가 세시간만에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나를 쏙 빼닮았다고 고백했다. 볼디니는 에포크 시대를 불꽃같이 살았다.

 

잊으려해도 잊히지 않는 작품이 있다. 황금 빛 시대를 연 클림프의 키스다. 눈부시게 화려한 주인공과 주변의 암울한 분위기, 클림프는 특유의 기하학적 문양을 통해 질서와 이성, 관능과 유기적 생명력을 표현했다. 무엇이 이토록 강렬한 이미지를 이끌었을까? 키스는 집중할수록 빠져드는 색채의 미학과 영원이 순간이고, 순간이 영원할 수 있음을, 감각의 정수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아쉽게도 황금시대는 5년으로 마무리된다. 클림프는 장식공예를 통해 바로크와 르네상스 거장들의 전통기법을 익혔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성공이 인생을 보장하진 않았다. 동생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생의 회의와 죽음의 공포를 마주했던 작품이 사랑이다. 암울한 분위기의 사랑은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에 대한 통렬한 성찰이 묘사되어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벨 에포크 시대를 이끈 클림프의 위대함은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했던 선언이었다. 빈 분리파를 결성한 클림프는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그 예술의 자유를’주장했던 헤베시의 비평을 실천했다.

 

눈부신 불빛 아래 감춰진 얼굴, 영혼을 담은 그림, 불안한 새벽, 결핍을 건너는 화가의 고백, 물랭루주, 몽마르트르의 뮤즈들, 파리를 빛을 밝힌 수많은 아르누부의 대가들, 열 두밤의 미술관은 벵 에포크 시대를 호흡했던 열두명의 예술가를 만난다. 너무 일찍 삶의 불안과 고독을 알아버린 고흐는 빈센트라는 이름을 평생 짊어져야할 숙명으로 여겼다. 성화를 꿈꾸었기에 가난한 농부의 손을 이해했고 광부의 고단한 하루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의 매력은 네델란드를 떠나 파리의 강렬한 빛을 흡수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아를에서 위대한 작품들이 쏟아졌다. 밤의 카페 테라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통해 고흐의 색채가 비로소 펼쳐진다. 고흐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그는 수없이 반복되는 고통을 작품으로 완성해 나갔다. 그리고 동생의 죽음과 함께 진정한 삶을 이해하게 된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아몬드 나무, 그는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꽃으로 피어난다.

 

열두 밤의 미술관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작품에 담긴 예술가들의 생애를 통해 삶의 본질과 예술이 주는 의미를 가슴깊이 느낄 수 있다. 벨 에포크 시대를 욕망과 관능, 탐미만을 추구한 시기로 이해하기엔 작품의 깊이가 너무도 심오하다. 시각은 사물을 직접적으로 만나지만 사물을 이해하는 건 인간의 마음이다. 수많은 기억의 흔적이 삶의 여정을 반추한다. 벨 에포크를 빛낸 열두 명의 화가들은 저마다의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작품에 담았다.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던 시선은 작품을 향한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누구의 생애도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르다는 것은 인간의 여정이다. 붓을 통해 나타낸 삶의 흐름, 불안한 삶을 위로해줄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