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하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선택이 어떤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 기준은 자유의지, 즉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한 것일까? 우린 스스로의 선택을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대부분 기억이라는 틀에서 만들어진 시스템적인 반응이다. 뇌는 에너지 사용에 진심이다.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없기에 최대한 효과를 얻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왔다. 기억 역시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그중 12시간이상을 정보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우리의 모든 감각은 뇌를 통해 인식되고 기억되며 재생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없다. 대부분은 버려지거나 폐기된다. 특히 반복적인 정보는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뇌의 이런 기능은 정말 중요한 사건이나 상황을 인지하고 기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활용방법이다. 뇌는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생각하는 뇌에 대한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뇌는 기억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 뇌는 망각하기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은 왜 방금 한 일을 쉽게 잊어버리고 혼란에 빠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준다.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인지 어떤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하고 어떤 정보를 프로그램화 할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한다. 흔히 경험하는 자동차 키를 찾는 오류는 뇌 기능의 이상이나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뇌의 작용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작용을 정보간의 우위를 다투는 간섭현상이라 말하는데 문제는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뇌의 획기적인 발견은 감각에 대한 뇌의 반응이 연쇄적이고 통합적이라는 것이다. 신경세포간의 연결과 신경 가소성은 환경변화나 유전적 발현에 따라 뇌 기능이 얼마든지 조절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눈에 띄는 기억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주의력의도를 강조한다. 주의력은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 뇌가 우선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수많은 정보들 중 무엇에 주의력을 가질 것인가? 이를 보충하는 것이 의도다. 의도는 주의하고자하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1972년 에스토니아태생의 심리학교수 툴빙은 인간이 두 가지의 기억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기억은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개체로만 인식되었다. 툴빙은 지식을 얻기 위한 의미기억과 특정 시간과 사건으로 돌아가 정신적 시간여행을 가능케 하는 일화기억으로 구분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일화기억은 경험이다. 인간의 기억은 학습과정 중 변형이 일어나더라도 기능 상실이 일어나지 않으며 사건을 서로 다르게 저장하고 색인을 붙여 통제한다. 또한 기억 저장소라 알려진 해마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인공지능의 역할이 의미기억을 강화한다면 일화기억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기억이 아닐까?

 

본 책은 기억에 대한 오류와 착오, 잘못된 고정관념을 제시하고 있다. 1부는 신경세포의 역할과 전전두엽피질의 의미, 일화기억등 기억의 기본원리를 소개한다. 특히 기억의 회상이 인상적이다. 우린 어떻게 과거로 돌아가 당시를 기억할 수 있는가? 뇌의 공감각적 기능은 일화기억을 통해 이루어진다. 2부는 기억 그 이상의 효과와 현상을 이야기 한다. 특히 기억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이론을 통해 환경과 신경구조와의 상관관계를 파헤친다. 우리의 기억이 진실일까? 뇌 과학자들은 단호히 거짓이라 말할 것이다. 뇌는 편의적으로 작동한다. 정보의 파편이 흩어지고 모여 새로운 정보를 생성한다. 또한 감정, 장소, 현재 상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우리의 일상은 현재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되고 새로운 기억으로 형성된다. 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르쳐주고 선택의 기준이 되며 신념을 만든다. 즉 기억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기억한다는 착각은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일상일수 있다. 하지만 기억은 서서히 그리고 순간적으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해체해 버린다. 우린 기억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