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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기력이다 - 인지심리학자가 10년 이상의 체험 끝에 완성한 인생 독소 처방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13년 2월
평점 :
열심히 살다보면 뭔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여전히 서있는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마음을 다잡고 계획을 세웠지만 며칠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 계획이란 원래 세우라고 있는 것이니까.’ 너무 쉽게 포기란 단어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또 다시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그렇다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는 많을 것이고 그때 잘하면 되는 거니까? 헌데 난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방향이 잘못된 것 같다. 다른 계획을 세워야하나.
맛난 음식냄새를 맡으면 침이 고인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본능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본능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여기 날지 못하는 부엉이가 있다. 다리를 다친 것이다. 이를 발견한 인간은 부엉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치료를 했고 매일 맛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정성스러운 치료덕분에 부엉인 정상적인 몸이 되었지만 문제가 생겼다. 날기를 거부한 것이다. 부엉이는 재앙이라는 트라우마를 겪었다. 트라우마는 자기통제의 한계를 심어주었고 결국 날고자하는 의지마저 꺽은 것이다.
우린 아주 어렸을 적부터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강요받아왔다. 가장 큰 기여자는 부모다. 부모 역시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았던 무기력 징후를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물려주었다. ‘어쩔 수 없었어. 내 책임이 아니야. 그래 모든 상황이 일을 이렇게 만든 거야.’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무엇에 대한 생각이 마음에 가득하다.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지나가는 문제라 생각하기에 세상에 대한 집념을 떨칠 수가 없다. 달리지 못하는 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서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세울 힘이 없다. 처음엔 느리지만 빠르게 침몰한다. 무엇 때문에 이리 힘들고 어려운 것일까?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회, 통제에 익숙한 사람들, 틀 안에서 느끼는 안도감, 그들이 느끼는 삶에 열정이 존재할리 없고 즐거움이 낄 자리가 없다. 무기력한 사회, 통제된 개인, 감정을 짓누르는 매체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쉽게 얻고 쉽게 버린다. 우린 대부분 학습된 무기력에 노출되어있다. 학습된 무기력은 자기 통제권을 박탈한다. 문제는 스스로가 무기력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기위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린 무기력을 단순히 행동장애로만 생각해 왔지만 무기력은 이미 정서, 인지, 동기부재등을 통해 충분히 암시되어왔다.
그런데 인간을 통제하는 동력을 알게 된다면 무기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인지방식은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세상에 대한 인식의 틀이다. 같은 사물도 서로 다르게 생각하거나 이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기는 어떤 일을 하려는 의욕이며, 정서는 시시각각 외부에 반응하는 결과로 해석한다. 우린 무기력에 대한 원인으로 행동을 주목하지만 행동은 인지, 정서, 동기의 결과로 나타난다. 결국 무기력을 탈출하기 위해선 자신의 마음상태를 확인하고 인지, 동기, 정서, 행동을 통합적으로 조절해야한다.
참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헌데 자존심은 무기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중요한 부분은 자존심이 경쟁을 전제로 한 감정의 차이라는 점이다. 자존심은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한다. 그런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경쟁우위에서 떨어지면 심각한 열등감을 느낀다. 열등감은 인지부재와 정서에 상처를 입히며 빠르게 스스로를 침몰시킨다. 결국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이들은 무기력에 빠지며 우울증에 걸릴 확률마저 높아진다. 이에 반해 자존감은 비교우위의 우월감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감정이다. 즉, 외부의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가 높여야 할 것은 자존감이다.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조건임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난 무기력에서 자유롭다고? 우린 무기력한 사회에 살고 있다. 정제된 사회 관념과 통제된 시스템은 선택된 자유마저 제어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삶의 미션이나 동기가 무엇인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모두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순간 학습된 무기력은 여지없이 통제권을 박탈한다. 무기력은 개인과 사회에 치명적인 질병이다. 무기력에 대한 원인을 좆다보면 ‘나’에 대한 생각으로 집결된다. 결국 인생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바에 의해 움직이듯이 가장 중요한 마음을 다스리는 것만이 무기력을 만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실증적인 고찰과 깊이 있는 연구, 빼어난 문장이 돋보이는 ‘문제는 무기력'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