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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 이 죽일 놈의 피로와 결별하는 법
에이미 샤 지음, 김잔디 옮김 / 북플레저 / 2024년 7월
평점 :
피곤하다. 돌이켜보면 같은 일상인데 왜 오늘은 이토록 피곤한 것일까? 찌는 듯한 더위도 피로에 일조한 것 같다. 우린 스스로가 원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까? 주위를 둘러싼 물질문명의 풍요가 마음의 평안과 행복 그리고 위로를 견지해 주고 있는가?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가 만든 거대한 울타리 안을 벗어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 덩달아 우리의 마음도 방향을 잃은 채 바쁘기만 하다. 오래 살게 되었다고 자랑하지만 건강을 걱정하게 되었고 잘 살게 되었다고 자랑하지만 마음의 풍요는 예전만 못하다. 그저 그런 삶이 지속적이고 일상적으로 흘러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피로의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이토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잠에 취한 듯 몽롱한 시간이 지속되는 것일까? 분명 어제보다 나은 하루가 되기를 희망하는데 쉽지 않은 선택들이 계속된다. 즉각적인 질병치료에 집중하는 병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물질문명의 성장이 과학, 특히 인체신비의 탐구에 더욱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린 피로가 외부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한다. 하지만 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선 놀라우리만치 아는 게 없다. 인간의 정신과 신체는 여전히 수렵 채집인의 습관에 묶여있다. 생존에 대한 투쟁-도피의 교감신경이 시도 때도 없이 신체를 긴장상태로 몰아넣고 긴장과 불안을 유발한다.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 혹은 감정적 충돌을 너무도 쉽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몸의 긴장은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가장 치명적인 과제 일 것이다.
알레르기, 면역학 라이센스를 공부한 저자 역시 수년간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을 뒤흔든 피로의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계획과 회복 프로그램, 특히 에너지를 고갈시킨 원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산업화와 도시의 발달은 생활패턴을 분리하고 시간에 대한 효용성을 강조한 결과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로 당뇨, 만성질환, 비만, 암, 치매, 지가면역 질환등 과거에는 흔치 않았던 질병들이 양산되며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간혹 20대 당뇨환자의 증가 소식이나 움직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모습들을 볼 때 이는 미래 인류의 암담한 사회상을 추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이러한 질병들로 고통 받고 있는 대다수 서구 사회의 패턴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부신에서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우리 신체는 가끔 심각한 병목현상을 만난다. 만성 스트레스가 코르티솔 분비를 과다하게 늘리는 경우다. 호르몬은 복합적이고 즉각적이다. 호르몬 불균형은 신진대사, 식욕, 심박, 수면, 생식기능, 성장, 심지어는 체온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몸의 균형을 무너뜨리며 우울한 기분과 복잡한 감정을 유발하고 신체 불균형을 초래하여 면역력을 약화시켜 통증과 염증을 수반한다. 시상하부, 놔하수체, 부신 그리고 갑상샘과 췌장으로 이어지는 내분비계 작용은 실질적으로 우리의 신체를 통제하고 조절한다.
그런데 이러한 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 작용이 면역계 역할이다. 면역은 인간이 살기위한 최소한의 신체적 방어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며 치명적이다. 이는 식습관이 바뀌고 있는 현대사회에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 밀에 포함된 글루텐을 섭취하면 면역계 세포는 즉각적으로 외부의 침입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다. 문제는 세포의 가차 없는 공격이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경우다. 이는 다수의 자가 면역을 일으켜 신체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류머티즘, 치매, 알츠하이머, 폐질환등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질병들이 식습관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제 모든 호르몬 불균형이나 면역계 질환의 선택이 장으로 연결된다.
우린 미생물과 공생한다. 인간의 DNA 보다 훨씬 많은 유전자가 우리의 장 속을 활보한다. 인간이 미생물을 키우는 것인지 미생물이 인간의 생존을 유지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미생물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다행이도 최근의 과학은 뇌-장간의 연결이 신경세포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신체 전반적인 항상성을 위한 최고의 기능임을 밝혀내고 있다. 우린 무엇을 먹고 있는가에 우리의 신체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간과한다. 특히 과당과 탄수화물에 치중한 현대인의 식습관은 장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면역계를 자극하며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는 초기에 발견하기 쉽지 않고 만성질환이나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이 된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언제 먹을 것인가? 스트레스 줄이기, 운동, 보충제 등은 올바른 에너지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다. 저자는 이를 WTF계획이라 말하며 실질적인 자가 실천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장한다. 특히 먹는 것과 더불어 수면의 질은 너무도 중요하다. 수면은 세포의 정산과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잠을 잘 못자면 뇌로부터 세포까지 모든 것이 흔들린다. 이는 피로의 직접적인 원인이자 몸 불균형의 시작이다. 우린 정신과 더불어 신체의 작용에 미숙하다. 왜 라는 질문이 시작되면 이미 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고스란히 자신에 남는다.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자신의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선택이다. 피로함을 너머선 에너지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을 만날 수 있는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 많은 이들에 필요한 내용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