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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혁명 - 맛은 즐기고 칼로리는 낮추는 비밀
레이첼 허즈 지음, 장혜인 옮김 / 인라우드 / 2025년 1월
평점 :
삶의 중심을 형성하는 의식주는 사회변화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기업들은 매년 소비자의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한다. 급격하게 변하는 소비심리에 맞춰 AI를 이용한 맞춤형 소비분석 또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개인마케팅을 중심으로 한 sns와 유튜브의 성장은 소비뿐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정 개인은 일반화를 넘어선 자신만의 패턴을 형성한다. 특히 먹는 것에 대한 욕구와 욕망이 그 어느 시기보다 강하게 분출되고 있으며 사회적 이슈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식욕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너무 많이 먹어도 너무 적게 먹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먹는 것은 갈망 못지않게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린 먹는 것에 대해, 먹고 있는 음식의 특질과 관계에 대해 상당히 무관심하다. 정보는 넘치는데 연계성이 부족하다. 중구난망의 건강상식도 한 몫을 차지한다. 특히 식욕과 신체의 역학관계, 뇌 기능과 정서적인 반응, 무엇보다 행동관계와의 상호성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단지 음식을 배만 채우는 것으로 해석하는 결과다. 음식은 생각보다 훨씬 우리의 감정과 정서 그리고 행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식욕 혁명의 원제는 Why you eat, What you eat다. 왜 그리고 무엇을 먹느냐는 곧 자신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신경미식학은 뇌와 음식, 먹는 행동관계의 이해하는 학문이다. 음식에 따라 좌우되는 감정과 정서, 행동의 이해관계를 다루고 반대로 감정과 정서에 의해 바뀌는 식습관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는 갈수록 구체화되고 세분화되는 음식과 신체와의 조화가 어떻게 삶을 유지하고 바꿀 수 있는 지를 설명할 수 있다. 감정이나 행동은 뇌의 심리적 기제에 의해 통제된다. 뇌기능의 혁신적인 발전은 감각에도 적용되어 최근 미각과 후각을 통한 신경구조 연구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맛은 신경세포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1만여 개의 맛봉오리를 지닌 초미각자들에겐 미각세포 못지않게 혀 감각의 풍미 또한 특별한 감각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맛있다’란 말 만큼 우릴 행복하게 해주는 단어도 드물 것이다. 맛있다는 느낌은 모든 고민과 시름을 잊게 만든다. 또한 행복을 만드는 기적의 열쇠와 같다. 통증을 줄여주고 사랑과 공감의 감정을 일으킨다. 당은 대부분 탄수화물을 통해 몸으로 공급된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단맛에 길들여있다. 하지만 생존에 필요한 단맛도 과용하면 치명적인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과도한 당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생성하여 당뇨, 심혈관, 간지방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을 제공한다. 단백질을 통해 섭취되는 짠맛 또한 인류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미각이다. 단맛, 쓴맛, 신맛, 짠맛은 인간이 지닌 최강의 네 가지 맛이다. 어쩌면 인간은 맛을 느끼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맛만큼 우리의 정서를 움직이는 것도 드물다.
이 책을 통해 꼭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후각이다, 후각은 풍미에 관한 이야기다. 맛을 입으로만 느끼는 줄로 알았는데 냄새 또한 식욕에 굉장히 중요하다. 사고나 질병으로 뇌의 후각신경이 끊어져 뉴런의 재생이 어려운 환자는 맛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그들은 풍미를 잃어버렸다. 풍미는 입 뒤쪽의 작은 구멍, 후방후각으로부터 느껴진다. 맛봉오리의 맛과는 달리 풍미는 음식의 냄새를 통해 뇌에 각인된다. 베이컨을 맛보기전 냄새만으로 충분히 침이 고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풍미가 제대로 작동하는 결과다. 풍미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감각으로 먹을 때, 그리고 숨을 내쉴 때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진화적 선물이다.
본 책은 맛과 음식, 식습관을 중심으로 식욕과 마음, 정서와 행동 간의 이해관계를 다루고 있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신경과학자로서 음식관련 기업의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그래서인지 음식과 사회적 이해관계, 특히 식습관이 개인의 감정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양한 자료를 예시하며 소개하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선 소비와 윤리라는 다소 상반되는 기업들의 속사정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마음에 변화하는 식욕을 설명하면서 저칼로리 음식과 유기농에 대한 함정, 과식을 피하기 위한 식습관의 재배치등 음식에 대한 개인적 오류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우린 스스로 원하는 것을 먹는다고 하지만 진실일까? 우리가 먹는 음식은 몸과 마음을 지배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는 곧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정보다. 식욕 혁명을 통해 그 진실을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