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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달리는 사람은 시간이 천천히 간다. 시간을 재 정의한 상대성이론은 일상의 관점을 벗어나면 물리적 법칙이란 인간의 필요에 의한 확률이론이란 결론을 얻게 된다. 우린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혹 있더라도 보이는 범위에 한정한다. 그것도 감각으로. 팽창이론을 포함하여 최근까지 알려진 이론들도 대부분 가설이 중심이고 아직 이를 증명할 도구나 지식도 부족하다. 우주를 이해하기위해선 과학적 상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된 가설을 믿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시간 또한 인간에 필요한 개념이 아닐까? 지구상 그 어떤 생물체도 시간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은 없다. 우린 스스로 알고 있다는 시간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가?
시간은 상수다. 마치 본능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변수가 된다면 인간사회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시간은 모든 것을 흡수한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이 진실이라고 말할 자신이 있을까? 시간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혹 중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다. 단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중심으로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밖엔, 마치 바람이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1905년 4월14일, 시간은 원이다. 세계는 정확하게, 끝없이 되풀이 된다. 아침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고 밤이 되면 하루의 기억만이 남는다. 어제는 기억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이들은 다음날, 또 다음날 전날 있었던 생각과 행동을 끝없이 되풀이한다. 되풀이되는 감각을 매일 느낀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죽음이 없는 시간 속에서 절망을 꿈꾸며 인식의 한계를 경험한 이들과 반복적인 삶은 마치 미로에 갇힌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간혹 과거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 이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를 괴로워하지만 시간이 원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1905년 4월28일, 시간은 끝없는 지배자다. 시간을 재는 기구를 벗어나기 어렵다. 온 세상이 시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어떤 시계든 우주를 가로지르는 광대한 뼈대가 시간의 법칙을 공평하게 적용한다. 시간은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세상 모든 것에 존재하면서 신성하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시간 또한 절대적이다. 혼란한 세상일에 몰두하며 스트레스 받을 일이 뭐가 있을까? 사람들을 의심할 수 있어도 시간은 의심할 수 없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처도 시간은 유유히 자기 길을 걸어간다.
시간에 대해 이토록 다양하게 논제를 풀어가는 소설이 있을까? 디테일하진 않지만 가벼운 농담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시간에 대한 개념은 일차원적이 아니라 다차원적이기 때문이다. 우린 누구나 시간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이 존재한다. 또한 상대적인 시간관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다르게 계산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시간관념을 바꾸면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은 시간에 얽매인 삶의 방향을 재조정한다.
앨런 라이트먼은 인문 물리학자다 물리학이 주 전공이지만 MIT에서 인문학도 강의한다. 그의 최근작 초월하는 뇌, 우리에겐 다양한 우주가 필요하다를 통해 까다로운 물리학과 인문학이 이토록 아름답고 교묘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는 우주와 천체, 인간 영혼의 공통점을 무척 잘 찾아낸다. 저자의 초기작인 본서 또한 시간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이 다양하고 섬세하게 펼쳐져있다. 아인슈타인은 저자가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가 아닐까? 그는 꿈을 통해 자연세계를 지배하는 물리학법칙을 흡수한다. 꿈속엔 수많은 시간이 존재하고 어느 것 하나같은 것이 없다.
본서는 시간이란 개념을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아름답고 철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다중우주 시간개념, 거꾸로 흐르는 시간, 멈추어버린 시간, 원안에서 계속 돌아가는 시간, 절대적 시간, 각 에피소드는 시간에 종속된 인간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우리 뇌다.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시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인지해야하는 보편적 원리가 아닌가? 과학적 상상력은 굳은 사고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다. 일순 어려워하는 뇌를 인지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아인슈타인의 시간과 꿈이 만난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어항에 갇힌 인간, 어항속의 물고기는 인간 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어떤 상상을 하고 있을까?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