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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코리아 - 도약과 추락의 갈림길에 선 한국을 리디자인할 국가 대개조 개념설계
백우열 지음 / 현암사 / 2025년 12월
평점 :

과도한 추측일까? 터무니없는 망상일까? 피크 코리아, 이제 막 계엄 휴우증을 이겨내고 있는 한국사회에 정점이 지났다는 이야기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근대 한국사회를 경험한 이들에겐 피크란 말이 그리 낯설지 않다. 전쟁 이후 100년이 안 되는 짧은 역사를 통해 커다란 파고를 수차례 겪어왔기 때문이다. 30년에 가까운 군부독재, 민주화를 향한 끝없는 투쟁, 중화학공업의 성장, 그리고 3번의 대통령 탄핵과 죽음,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를 겪어왔다. 한동안 민주주의는 정착이 된 줄 알았고 경제는 다소간의 부침이 있지만 여전히 성장을 유지할거란 믿음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97년의 외한위기와 코로나19, 최근의 계엄 사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한국경제는 인구구조상으론 더 이상 성장이 쉽지 않다. 세계화의 붐을 틈타 일본, 미국, 중국의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렸으나 트럼프2기의 시작과 함께 국제지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된말로 미국도 자기 코가 석자다. 과도한 부채와 수입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업률이 언제든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자국우선주의와 관세정책은 그동안 한국이 누렸던 세계화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있다. 21세기 초를 뜨겁게 달구었던 중국의 기세 또한 한국경제 성장을 더욱 암담하게 만든다. 중국은 이미 세계 제조업을 장악했다. 또한 자율주행, 드론, 로봇분야에선 미국을 앞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 상황도 그리 좋지 않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불확실성을 확대하며 각국은 무기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덕분에 한국 방위산업은 세계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놓은 위상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상황은 어떤가? 한국은 사회전반의 거의 모든 부분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 정치민주화의 퇴보, 경제성장의 반목, 시스템적인 위기,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도시국가화와 부동산 올인은 향후 전망을 무척 어둡게 만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구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한국사회 인구는 정점을 찍은 후 줄어드는 중이다. 현재와 같은 0.78명의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인구감소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인구는 지역, 교육, 문화, 경제, 정치등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시스템적 변화는 최첨단 기술이 성장하더라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 조앤윌리엄스의 비명은 비정상적인 출산율을 유지하는 한국 사회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위기는 진행 중이지만 미래 한국에 닥칠 변수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피크코리아는 정점을 지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생존을 위한 개념설계를 제안한다. 우선적으로 K- 로 대변되는 한국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25년, 한국 문화는 케데헌으로 정점을 찍었다. K-콘텐츠는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고 이젠 어딜 가든 한국어를 배우는 세계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정치, 경제인 누구도 만들지 못했던 현상이다. 덕분에 한국의 국제적위상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더욱 높아져갔고 K-콘텐츠는 글로벌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한국군사력은 세계 5위권이다. 이제 그 어떤 국가도 한국을 쉽게 보지 않는다. 유럽 무기 최대 수출국인 독일과 프랑스마저 한국을 견제한다고 하니, 방위산업의 성장이 그야말로 대단하다. 또한 치명적인 계엄을 불과 몇 시간 만에 차단하고 사고 없이 정권교체를 이룬 특별한 민주주의 국가다. 국민의 정서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현실이다.
하지만 조금씩 기울기가 기울어지고 있다. 저자는 극좌, 극우에 휘둘리는 정치 양극화가 민주주의 퇴보를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민 대다수인 중도의 의견이 무시되는 현상은 독재자의 출현을 가능케 하며 법이 무시되는 현상, 지방정치의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다. 조만간 행정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할 것이다. 하지만 도시국가 서울의 압도적 쏠림이 해결될까? 한국 0.1%를 자처하는 정치, 경제, 문화인들은 모두 강남에 살고 있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강남신화가 끝없이 순항할 수 있을까? 강남은 지방소멸과 함께 스스로를 블랙홀로 만드는 거대한 테크크리와 같다. 인구축소는 모든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모든 것이 영원할 순 없다. 또한 지속적인 성장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은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민주주의, 의료시설, 평화의 시기를 누리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 적절하게 반응한 것도 있지만 시대를 역행하지 않았던 특별한 국민성도 한몫을 차지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개념설계를 통해 피크코리아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교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변수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다. 한국인에겐 수많은 난관을 극복했던 DNA가 있다고 한다. 도약할 것인가. 추락할 것인가? 피크코리아를 통해 벼랑 끝에 몰린 한국사회를 조명해본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