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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 하지 마세요 - 지치고 아픈 당신에게 건네는 세상 가장 따뜻한 위로
서혜정 지음 / 포북(for book)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속상해 하지 마세요] 널 처음 만난 느낌은 뭐랄까?
제일 처음 표지에 실린 서혜정님 - 흰셔츠와 청바지가 참 잘어울리는 여름 타입의 사람이구나 하는 이미지이다.
두번째는 한 때 - 그러니깐 중2때 나의 꿈도 성우가 되는 것이였구나 하는 생각이였다ㅑ. 중2때 국어 선생님이 담임이였는데 결혼선물로 반 아이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대본을 쓰고 직접 연기를 했다. 음 그러니깐 목소리 연기였다. 테이프에 우리반 아이들의 목소리 연기를 녹음해서 드리는 선물이였는데 나는 거기서 목소리 줄리엣 배역을 맡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반 아이들은 내 목소리가 참 예쁘다는 말을 하였고, 영남 지방이지만 사투리를 별로 쓰지 않던 나는 줄곧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대신해서 책읽기를 자주 하던 여중생이였다. 그러나, 저자가 책속에서 말했듯이 난 막연하게 성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에 그 꿈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막연한 꿈만으로는 끝까지 갈 수 없다. 분명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절실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비단 그것이 성우라는 직업뿐이겠냐만은 암튼 뭔가가 되고자 한다면 절실하고도 분명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것...
저자의 파란만장한 유년시절의 글을 읽자면 저자가 이렇게 옛날 사람이였나하고 의문을 가지게 된다. 내가 기억하는 저자는 롤콕보다는 X파일의 스컬리 - 아주 지적이며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인 세련된 여성인데 말이다.
이미 그녀가 연기하는 목소리로 나는 그녀를 만나고 있었는데, 참 소소한 그러나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작고 평범치 않은 이야기들을 정말 평범한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그녀의 집이 몰락한것이며, 판자촌이 철거된것이며, 이혼을 한 것이며, 두 아이가 학교를 포기하는 것이며....
범상치 않은 - 아니, 나를 포함한 세인의 잣대에 비추어 본다면 너무나 큰 일들을 소소하게 풀어나가는 그녀의 내공이 있었기에 오늘날 롤콕이며 스컬리가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그녀도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일들이지만 당시에는 아주 힘들었음을 조금이나만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아니, 짐작하는 척 하는게 맞는 말이다.
힘든일이 있으면 일부러 더 밝은 척 한다는 그녀의 글을 읽고는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생각했다. 아프고 힘든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즐거운 척을 하다보면 놀랍게도 정말 그렇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유년시절 잘난(?)오빠의 그늘에 가려진 난 기죽지 않으려고 당당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던 것이 살면서 힘든일이 올라치면 나름 굳세게 버티게해 주었던것이 어릴적 그 유치한 오버가, 그 허무맹랑한 뻥이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어릴적 난 잘난 오빠때문에 유치원도 다니지 못했고, 과외 한 번 못했고, 그 흔한 피아노 학원 다니지 못했노라고, 난 오빠때문에 늘 피해자였노라고 투정을 부렸었는데, 저자는 중1때부터 겨우 2만원 정도 하는 등록금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하나를 고민했다고 한다.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로 장학금을 받고, 인문계를 포기하고 실업계를 선택하고,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대학 입학의 특혜를 얻었고, 입학과 동시에 성우 공채 시험에 합격하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니 옆도 볼 겨를 없이 달려왔던 그녀의 학창시절에 비하면 난 참 행복한 학생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번 아버지는 내게 해준게 뭐가 있냐고? 오빠에게 해 줬던 십분의 일만 해 줬어도 좋았을걸 하는 생떼를 부려 아버지 가슴을 후벼파는 못된 딸인 내가 한없이 죄스러워 한참을 울기도 했다.
그녀에게 공부는, 대학은 사치였기에 한참 꿈을 키우고 마음속에 좋아하는 것들을 키우지 못했다는 그녀의 일기장에서 가슴이 먹먹함을, 그래도 난 좋아하는 대상을 키울 수 있었던 여유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또한 그러니 속상해 할 필요가 없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저자가 세인들의 잣대에 비추어 본 불행한 가정(경제적으로만 불행한 그런 가정)속에서도 구김이 없었던것은 그녀의 엄마 또한 대단한 분이신거 같다. 남편이 있으나 없는니 못한(?), 힘든 공장일이나 식당일도 묵묵히 감내하는 그러면서도 하나뿐인 딸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신, 사랑의 마음을 그대로 건네주신 ... 그녀 어머니 말씀을 잠깐 빌리자면...
" 사랑은 냉정한 거란다. 이 세상에 사랑보다 더 냉정한 건 없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이 제 발로 찾아오는 법은 없거든. 사랑받는 것도 모두 저 하기 나름이야. 많이 줄수록 만히 받는 게 사랑이고, 나누지 않으면 되돌아오지 않는 게 사랑이야. 네가 먼저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면 그 사랑은 열 배로 커져서 돌아온단다. 겁낼 것도 아까워할 것도 없어. 사랑이란 건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거니까. "
그녀는 그런 엄마의 기대와 사랑에 맞춰 사느라 가랑이가 찢어질것 같았노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건 그녀의 엄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였음을 알게하는 부분이였다. 여자는 제 아무리 유명해지고 성공해도 특히 아이들로부터 성공한 엄마의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인가 보다. 미셀 오바마도 그녀의 두 딸을 배려하는 맘을 봐도...
그녀는 생계와 학비에 보탬이 될 요량으로 했던 수많은 아르바이트들이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충분한 자양분이 되었노라...
매달 매달 갚아나가야 할 빚이 아직도 있음에도 엄마기 필요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위해서 충분히 그 아이들의 엄마가 되겠노라...
모든 걸 포기하고 싶다는 맘을 가지다가도 포기 대신 비움을 선택했다. 비움과 포기는 결과적으로 같을지언정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비우는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포기하는 일은 비겁함이다. 비우는 것은 다시 채우기 위함이지만 포기는 끝내는 것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끝냄 대신 비움을 선택한 그녀는 사는 동안 걱정이란 것이 찾아 올 때마다 그 걱정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걱정 대신 좋은 생각을 끌어들이고 포기하지 않는 그녀는 걱정도, 고난도, 상처도 모두 다 소중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그녀는 계획하는 삶보다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래서 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
각종 광고에서 그녀의 패러디...그녀가 무계획으로 아무렇게나 살려고 했던 것이 아닌 그저 주어진대로 순응하면서 겸허하게 일상을 살았기에 주어진 보상이었노라...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 자신을 봐라봐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 너무 속상해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