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1kg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사거리의 거북이 6
로젤린느 모렐 지음, 김동찬 옮김, 장은경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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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성공한 생물학자 아빠와 너무나 우아하고 지적인 엄마를 둔 12살 꼬마 숙녀 알리스...

그런 알리스에게 생활의 변화가 왔다.

매사에 정리정돈 된 마치 FM이라 불리우는 엄마가 허둥대기 시작했다. 집안일도 뒷전이다.

계속 침대에 누워 있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는 가끔 병원에 다녀온 후 2~3일은 다시 아기가 된거마냥

아버지의 케어를 받고 있다.

 

더 이상 책읽기도 안해주는, 더 이상 숙제도 봐 주지 않는, 더 이상 학교 준비물을 챙겨주지 않는, 더 이상 본인을 위해 맛있는 간식도 만들어 주지 않는 그런 엄마가 자신에게 말은 하지 않지만 짐작 할 수 있었다.

알리스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엄마에게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아주 얇고 가벼운 책이라 너무 부담없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쉽게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근데 방심하는 순간

울고 말았다. 어린 알리스에게 엄마의 부재가 현실이 된것이다.

알리스의 부모님들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서 관계는 더욱 숭고해 졌다. 그리고 엄마를 보기 위한 지인들의 방문이 잦아졌다. 엄마의 절친도 아빠도 알리스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둥지둥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로 딱 1년만에 엄마가 더 이상 집에 안계신다.

 

어린 꼬마 숙녀 - 12살배기 알리스에게 19살 때의 나의 모습을 전이시키고 있는 38의 나를 보았다.

물론, 난 알리스보다 훨씬 언니였고 나름 어른스러운 여고생이였건만 나이와 상관없이 엄마의 부재는 딸들에게 엄청난 충격임에는 틀림없다.

마지막 순간 난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었기에, 시험이 끝나고서야 실내복 차림 그대로 시골집까지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린 후에야 ....

알리스처럼 떼를 쓰고 싶었다. 다시 일어나라고...아직 엄마한테 받아야 할 사랑과 관심이 더 있으니깐....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죽음의 순간에는 그 사소한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마치 알리스의 엄마가 알리스에게 오렌지 1Kg을 사오라고 당부한것처럼...

이 사소한 심부름은 알리스에게 말하고 있다. 그렇게, 먼저 간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삶을 가르친다. 오렌지 1Kg만으로도....

 

"인간은 인간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

불행의 구덩이 밑바닥에 쓰러져 있을 때라도 이 세상의 누군가는 나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 삶의 의미가 사라져도 누군가는 내 길을 밝혀 줄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서 누군가를 만나려 애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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