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로 돌아온 소설가 한강, 제주 4·3을 정면으로 바라보다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109071506001#c2b







두 자매가 마을로 돌아왔을 때, 시신들은 국민학교 운동장이 아니라 교문 건너 보리밭에서 눈에 덮여 있었어. 거의 모든 마을에서 패턴이 같아. 학교 운동장에 모은 다음 근처 밭이나 물가에서 죽였어.

얼굴에 쌓인 눈을 한 사람씩 닦아가다 마침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았는데, 옆에 있어야 할 오빠와 막내가 안 보였대.

칼질을 하다 손가락에서 피가 날 때마다 생각났다고 엄마는 말했어.

섬에서 수장된 수천 명의 시신이 해류를 타고 쓰시마섬으로 떠내려갔으리라고 추정하는 논문을 읽었어.

다음 차례로 쓰시마섬에 가야할지, 칠십 년 전 해안에 밀려왔거나 도중에 가라앉은 유해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 막막하게 생각하던 즈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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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올해의 문제소설'에 실린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 작품해설:이덕화 평택대학교 교수 - 가족 간의 유대와 그 허구성

Gramps and the Snowman, 1919 - Norman Rockwell - WikiArt.org


Snowman, 1996 - Gary Hume - WikiArt.org


Snowman, Ad Illustration, c.1950 - Haddon Sundblom - WikiArt.org






이 작품은 가족의 단란함 아래 숨어 있는 허구성을 서사화하고 있다. 작품의 바깥 구조는 가족의 단란함을 드러내고 내적 구조는 가족 간 혹은 현대 사회의 소통 부재에 의한 가족의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 P326

바흐친의 말을 빌리자면 남편이나 가족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소통이 단절된 독백적 상황이다. 밖으로 드러난 가족의 친밀함에도 인물들 간의 단절화, 비인간화된 불안한 현대 사회를 드러낸다.
- P330

이 작품에서 먹고 마시고 배설하고, 성적 이미지를 통하여 축제를 연상하는 통합과 소통보다는 단절과 소통 부재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풍부한 음식 이미지가 보여주는 축제적 이미지의 뒤에 있는 허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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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방송을 보다가 잠들었다. 자리에서 눈을 뜨니 한 시 반 경, 일어나 개표현황을 체크한 후 보다 만 우크라이나에 관한 넷플 다큐 winter on fire (2015)를 튼다.https://www.netflix.com/kr/title/80031666


오래전부터 읽으려고 생각만 하고 엄두를 못 내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내 마음이 힘들까봐. 눈을 부릅뜨자. 정신을 차리자.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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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10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에 잠들어있던 저 책을 꺼내와야겠어요.

얄라알라 2022-03-10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르노빌의 목소리]도 정서적으로 압도 당해서 간신히 읽었는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마음이 힘들어서 중간에 읽다 말았습니다. 상상하는 고통으로도 힘든데
오늘 뉴스에서는 심지어 산부인과도 폭격당했다고 하니....처절합니다
 

작가 야마다 에이미는 이름만 알고 작품은 읽어본 적 없다. 다나베 세이코의 조제_호랑이_물고기 맨 뒤에 해설이란 제목으로 실린 글은, 읽어보면 해설이라기보다는 야마다 에이미의 독후감인데,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야마다 에이미가 어릴 때 엄마가 동생을 낳으러 가서 집을 오래 비웠다가 엄마가 동생 아기를 안고 돌아와 초콜릿을 주셔서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 울었다고, 그녀에게 다나베 세이코의 글이란 바로 이런 초콜릿 같은 맛이라고.


야마다 에이미의 맛깔스러운 이 글이 상큼한 장식이랄까 식후 디저트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스위스 초콜릿 By Simon A. Eugster - Own work, CC BY-SA 3.0


日 '연애소설 여왕'의 사랑이야기 두 편




다나베 씨의 소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잊혀진 것을 자극한다. 그런 점에서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그것은 초콜릿 한 조각이다.

나는 초콜릿을 먹으면서 소리없이 울었다. 눈물은 기분 좋게 나를 덥혀주었고, 그러다 나는 소리 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 인생을 기분 좋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을 터득했다.

왜 내가 세 살 적 일을 그렇게 뚜렷이 기억하는가 하면, 그것이 나의 최초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물론, 평소 때는 애석하게도 그 기분 좋은 기억을 잊고 있다. 그렇지만, 다나베 세이코 씨의 책을 펼칠 때, 나는 그 초콜릿을 다시 먹기 시작하는 것이다.

야마다 에이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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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3-07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야마다에이미 좋아해서 반갑네요.ㅎ

서곡 2022-03-08 00:30   좋아요 1 | URL
기회 되면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겠습니다 ㅋ
 

1970년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 역 미아 패로우가 예쁘지 않아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는데, 제이 개츠비는 외모가 뛰어나서 그녀를 열망한 게 아니고 데이지가 '우아한'(김욱동의 번역) '상류층'(김영하의 번역) 여성이라는 점이 중요했기 때문에, 데이지 역 배우가 빼어난 미모가 아니라도 크게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미아 패로우는 영화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엄마는 고전 할리우드 영화 타잔의 제인 역을 한 당대의 스타. 미아는 스무살에 서른 살 많은 거물 프랭크 시나트라와 결혼한다. '마이웨이'를 부른 가수이자 배우. 


미아는 우디 앨런 감독과 함께 하던 시절 그의 영화에 많이 출연한다. 그러나 그 전에 이미 '위대한' 데이지였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문제작 '악마의 씨(로즈메리의 아기)'에서 신들린 연기를 했으며,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 영화 '나일살인사건' 주연이었다. 


아래 옮긴 글은 '패션, 영화를 스타일링하다'(진경옥 지음)가 출처.

World Theatre advertisement for the film, Rosemary's Baby. 1 November 1968. By Paramount Pictures - The Retort newspaper, Billings, Montana






부스러질 것같이 연약하고 변덕이 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의 데이지 역은 1974년의 미아 패로가 완벽해 보인다. 미아 패로 자체의 모습이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것같이 보이는 데다가 플래퍼 같은 외모에 딱 20년대 스타일의 크고 아름다운 갈색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1974년 영화에서 데이지 역을 맡은 플래퍼 스타일의 미아 패로 의상은 거의 흰색이거나 파스텔 톤이다. 알드레지는 1920년대의 분위기를 반짝거리는 파스텔 톤의 드랍 웨이스트 원피스와 프린지 장식, 깃털 장식, 긴 장갑으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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