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꽃 By Gerd Eichmann - 자작,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마로니에꽃을 본 적이 없네. 어쩌다 봤어도 이름을 몰라 그냥 스쳐 지나가며 잊었겠지. 오늘 밤이 지나고 내일이면 5월이 하루밖에 안 남는구나. 마침 5월이 책 속에 보여 반갑고 아쉬운 마음으로 밑줄을 긋는다.





마로니에는 가장 크고 가장 푸른 잎을 내보일 뿐 아니라 비장의 무기를 숨겨두고 있다. 다른 나무들이 봄 색을 따라잡는 동안 마로니에는 로켓 같은 꽃차례를 쏘아올린다. 5월이면 마로니에 나무는 샴페인처럼 크림 같고, 거품 같은 꽃들로 뒤덮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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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혹시 라디오 사연을 보냈냐고 묻는다. 으응? 아닌데? 그렇다, 동명이인. 하필 우연히 그 시간에 나를 아는 사람이 내 이름을 방송에서 듣고 알려줘서 재미 있다.


해방일지의 박해영 작가가 쓴 드라마 '또 오해영'을 요즘 보는 중인데, 주인공 오해영이 라디오 생방송에 전화 거는 에피소드가 있다. 전화로 해영은 동창생인 이름 같은 딴 오해영 때문에 자신이 겪은 사건을 이야기한다. 익명으로 말하다가 흥분한 나머지 이름을 발설해버리는 실수는 덤. 


나와 이름이 같은 그 사람은 사연 채택되고 방송 타서 오늘 신나겠네!


깐느에서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가 상 탔구나. 과거에 둘이 함께 한,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 기반한 뱀파이어물 '박쥐'는,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보다가 "도대체 테레즈는 언제 나와?" 했다더라. 영화 '테레즈 라캥'을 보고 '박쥐'를 다시 보니 흥미로웠다. 정서경과 박찬욱의 각본이 출판되어 있다.


송강호 배우의 이번 깐느 주연상 수상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작 '브로커'. 고레에다가 연출한 배두나 배우 주연작 '공기 인형'이 넷플릭스에 있어 올해 초 봤는데 인조인간 배두나의 연기가 신비스럽다. 배두나니까 가능한 느낌이다. '기계장치의 사랑'이라고 원작이 있구나. 


박찬욱 감독의 이번 깐느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에 나온 탕웨이의 과거 출연작 중 실존인물인 작가 샤오홍을 연기한 '황금시대'와 국내에 번역된 샤오홍이 쓴 책으로 이 페이퍼를 마무리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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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2-05-30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로카즈 감독을 한국영화에서 볼 줄이야.^^
브로커 기대됩니다. 배우에 감독에 바야흐로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이 됐네요.

서곡 2022-05-30 18:52   좋아요 1 | URL
전도연 깐느 주연상 탄 이창동 감독 밀양의 송강호 연기도 참 좋았죠. 결국 두 배우 다 깐느에서 상 타네요. 대단합니다!

서곡 2022-05-30 18:57   좋아요 1 | URL
앗 제가 히로카즈를 하로카즈라고 본문에 썼었네요 ㅋ 댓글 보고 깨닫고 덕택에 수정 ㅎ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애거사-애거서) 크리스티가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들 중 하나인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차 한 잔 하면서 크리스티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받았다. 부유한 국가 영국에서 평범하고 유복하게 잘 자란 외적 환경과 갖가지 감정이 드리워진 여성적 체험(행복과 불행이 다 있다)이 담긴 튼튼하고 우아한 찻주전자 같은 소설로서, 부부생활도 중요한 주제이긴 하나, 엄마와 자신, 자신과 딸 - 두 모녀관계와 모성애가 홍차처럼 우러난다. 시대적으로는 전쟁(여기서는 1차 세계대전)이 가족과 개인에게 강요하는 공포와 고통, 불확실성 또한 이 책이 알게 모르게 던지는 메시지라는 생각이 든다.

A plaque for the Agatha Christie mile at Torre Abbey in Torquay. By Violetriga - Own work, CC BY-SA 3.0



'두번째 봄'의 원제는 'Unfinished Portrait'이다. 전기물 '애거서 크리스티 - 완성된 초상 (Agatha Christie: The Finished Portrait) '의 제목은 이 책 제목의 반대항으로 지어졌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살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부인." 그러자 엄마가 이상하게 유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요, 자식을 위해서 살아야죠. 그런 말은 안 해도 돼요.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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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적 문건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을 1990년대에 번역했던 임옥희 교수가 학술지 '여성문학연구'에 게재한 해러웨이 선언문(2019) 서평으로부터 일부 발췌한다(사회주의 페미니즘 부분은 별도의 페이퍼로 옮겨 두었다). 이 서평은 작년 11월 말에 나온 임옥희 교수의 저서 '팬데믹 패닉 시대, 페미스토리노믹스' 1부 4장에 수록된 것으로 보인다(아래 목차 참조).


1부 4장 반려종과 더불어 공생적 세계 짓기: 다너 해러웨이

인본주의에서 사이보그-견본주의로
근본 없는 패륜아들: 미러링과 마녀 되기
반려종과 더불어, 난잡한 친족 만들기
휴머니즘에서 퇴비주의로: 카밀 이야기


[20세기 후반에 나온 사이보그 선언 (1985)과 21세기 초반에 출현한 반려종 선언 (2003) 사이에는 20년에 가까운 시차가 있다. 사이보그 선언문이 레이건 체제 아래 나온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선언문이라고 한다면, 반려종 선언은 9.11을 경험한 부시정권 아래 등장한 선언문이었다. 


두 선언문 사이 세기가 바뀌었다. 동구 공산권은 무너졌고, 고삐 풀린 자본주의는 의기양양하게 ‘역사의 종언’을 고했다.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한 만큼 두 선언문 사이에 이론적 편차는 상당하다. 기술과학 시대의 사변적 유토피아를 상상했던 사이보그 선언과 그와는 대척점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정치 윤리에 바탕 한 반려종 선언을 함께 묶은 의도가 바로 그런 편차를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까?] 인본주의(Humanism)에서 사이보그-견본(犬本, caninism)주의로: ꠓ해러웨이 선언문ꠗ(책세상, 2019)에 관해 - 임옥희 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630732895


언론 서평은 학술지 서평과 차이가 있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02481.html (임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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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 선언은 그런 시대적 맥락 속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살아남아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한 거대담론이자 거창한 기획이었다.

 

사회문화적으로는 네오라이트와 같은 도덕적 다수파들의 공격,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시대 레이거노믹스의 심화, 정치적으로는 진보세력의 신보수화 등으로 페미니즘은 열세에 몰리게 되었다. 심지어 페미니즘 진영 안에서도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공격 대상이었다.


온갖 경계와 범주가 해체되고 위배되는 시대에, 부적절한/해진 타자들의 정치를 사이보그화로 전유하려는 것이 해러웨이식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정치다.]https://academic.naver.com/article.naver?doc_id=630732895 (임옥희)


임옥희 교수가 쓴 해러웨이 선언문 서평('여성문학연구' 게재) 중 사이보그 선언 부분으로부터 사회주의 페미니즘 대목을 발췌하여 남긴다. 이 서평은 작년 11월 말에 나온 임옥희 교수의 저서 '팬데믹 패닉 시대, 페미스토리노믹스'에 수록되었다.


'도나 해러웨이'(이지언)로부터 아래에 옮긴다. 








해러웨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1983년에 서독의 마르크스주의 학술지인 <주장들>의 편집진인 노라 레트젤의 요청이었다. 즉 마르크스주의 사전에 넣은 새로운 단어로 ‘젠더‘에 대한 재정의를 부탁한 것이었다. - P38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은 1970년대에 나타난 여성운동의 흐름으로, 당시 팽배했던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에 근거한다. (중략) 사회주의적 페미니즘이 주목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문제다. - P40

해러웨이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이론에서 계급과 노동이라는 개념은 받아들이면서도, 이들이 간과한 성과 젠더, 여성 문제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확장, 진전시킨다. - P41

마르크스주의는 근본적으로 계급, 자본의 문제를 전제하고 있는데, 사이보그는 이러한 전제마저 해체하기 때문이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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