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등대로'(이미애 역)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다른 소설들도 그렇듯이 『등대로』의 상상력은 죽음이 가져올 소멸과 삶의 의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부의 중심인물인 매력적인 램지 부인과 출중한 학자가 될 재능이 있었던 앤드루, 빼어난 미모와 부드러운 심성을 지닌 프루의 돌연한 죽음은 대단치 않은 사건처럼 괄호 안에 몇 줄로 간단히 기술될 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무작위로 생명을 앗아 가는 죽음의 엄연한 존재를 선명하게 부각한다. 울프는 13세에 어머니를 잃었고 이후 십일 년간 사랑하던 언니 스텔라와 오빠 토비,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가족 네 명을 잃으면서 그때마다 심각하거나 가벼운 정신 질환을 앓았던 만큼 죽음과 소멸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을 테고, 그래서 죽음이 작품의 중심적인 테마로 등장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울프 당대에 죽음은 개인적이고 우연적인 사건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나 자연적으로 늘 존재하는 위협이었다. 서구 역사상 유례없는 대량 살상을 가능하게 했던 1차 세계 대전은 인간의 무모한 야만성에 대한 분노뿐 아니라 불안정한 인류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한 참사였다. - 작품 해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공경희 역)는 버지니아 울프의 '아픈 것에 관하여'와 그녀의 엄마 줄리아 스티븐의 '병실 노트'를 합쳐 낸 책이다. 아래 옮긴 내용은 줄리아가 버지니아의 아빠 레슬리와 재혼한 과정이다.


Julia Stephen Born Julia Jackson, 1867 - Julia Margaret Cameron - WikiArt.org 사진을 찍은 줄리아 마거릿 캐머런은 줄리아 스티븐의 이모이다. 






치료 목적으로 떠난 베니스에서 줄리아는 젊은 변호사 허버트 더크워스를 만났고 1867년 스물한 살의 나이에 결혼했다. 같은 해 울프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소설가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의 딸 미니와 혼인했다. 줄리아와 허버트 더크워스의 목가적인 결혼 생활은 그녀가 셋째 아기를 임신한 스물네 살 때 끝났다. 허버트가 나무에서 무화과를 따려고 몸을 뻗었는데 종기가 터져 곧 사망한 것이다.

허버트와 사별한 후 그녀는 신앙심을 잃었고, 레슬리 스티븐이 불가지론不可知論에 관해 쓴 영향력 있는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용기를 얻었다. 레슬리 스티븐은 1862년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사임했다. 국교회의 임명을 받아야 한다는 대학 측의 요구에 그가 종교적인 의심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1875년 11월 27일 저녁, 줄리아는 미니와 레슬리 스티븐의 집을 방문했다. 미니의 자매인 애니와 친한 사이로, 작가인 애니의 소설과 에세이의 편집을 자주 도왔다. 다음 날인 레슬리의 마흔세 살 생일에 미니는 둘째 아기를 임신한 채 뇌졸중으로 죽었다. 이후 2년간 줄리아와 레슬리는 친구가 되었고 함께 불가지론을 신봉하면서 배우자들을 애도했다. 우정이 싹틀 무렵부터 줄리아는 재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레슬리와 사랑에 빠졌고, 1878년 결혼에 동의했다. - 《병실 노트》를 소개하며 | 마크 핫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딸기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3n2487a


4월도 곧 중순이다. 오늘 일요일 날씨가 매우 좋았다. 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 하권 중 제6부의 2 도입부를 옮긴다.

Raspberry, 1939 - Ilya Mashkov - WikiArt.org







테라스에는 여자들이 죄다 모여 있었다. 식사 후에 거기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그곳에서 다른 일이 있기도 했다. 모두가 달려들어 배내옷을 짓고 기저귀 끈을 짜는 일 말고도 지금 거기서는 물을 섞지 않는 방식으로 잼을 달이고 있었으니, 이는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에겐 듣도 보도 못 한 광경이었다. 키티가 친정에서 하던 이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던 것이다. 그 전까지 잼 만드는 일을 담당했던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는 레빈가(家)에서 해오던 방식이 나쁠 수는 없으며 달리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확신하여 기어이 딸기와 산딸기에 물을 부어 버린 터였다. 하지만 그녀가 한 짓을 들키는 바람에 이제는 모두가 보는 데서 나무딸기 잼을 달이는 중이었고, 결국에는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도 물 없이 잼을 잘 달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제6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edance https://www.wedance.co.kr/bio 듀오밴드 '위댄스'의 근황을 찾아보다가 이상으로 흘러왔다. 그들의 제비다방 공연 영상을 즐겁게 봤었지. 홍대앞 문화공간 제비다방은 이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곳이라고. cf. 제비다방 https://www.ctrplus.com/jebi

민음사 '이상 소설 전집'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제비 By Dion Art (위키미디어커먼즈)


https://youtu.be/zGvRu6XIoa8?si=469CFwU-N6VYiHIl 위댄스 - 보낸 밤들은 언제나 짧다(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7+2018)




1933년

폐결핵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되자 조선총독부 기수직을 사직하고 봄에 황해도 배천(白川)온천에서 요양. 배천온천에서 알게 된 기생 금홍을 서울로 불러올려 종로 1가에 다방 ‘제비’를 개업하면서 동거.(6월) - 작가 연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래 글 속 그는 (당연히) 레빈이다. 오늘 식목일을 맞이하여 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 로부터 옮긴다.




가축우리와 곡물 창고에서도 즐거운 기분이 들었지만 들녘으로 나가자 한층 더 흥겨워졌다. 순한 말의 발걸음을 따라 고르게 흔들리면서, 청량한 눈의 향기와 따스한 대기를 들이마시면서, 군데군데 찍힌 발자국들이 희미해져 가고 유해처럼 파리해져 가는 잔설을 밟으면서 숲을 지나는 동안, 껍질 위에 이끼가 소생하고 싹눈이 부풀어 가는 나무들 한 그루 한 그루를 볼 때 마다 그는 기쁨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숲을 벗어나자 그의 눈앞에는 광활한 평원 속에 벨벳 융단같이 보드랍고 평평한 풀밭이 널리 펼쳐졌다. 공지나 습지라곤 단 한 군데도 없었고, 협곡에만 눈 녹은 자국이 점점이 얼룩져 있을 뿐이었다. - 제2부 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