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093986 작년 오늘에 이어


사진: UnsplashNathan Shurr (2019)


사진: UnsplashDeb Rousseau(2016)


위 사진들은 캐나다 밴쿠버 키칠라노 풍경이다. [밴쿠버 해변에 설치된 플라스틱 쓰레기 조형물들](2021) https://v.daum.net/v/20210607105828996 키칠라노에 관한 기사.


[네이버 지식백과]키칠라노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80477&cid=40942&categoryId=34127


아래 발췌글에 언급된 먼로 작품집 '선한 여인의 사랑 The Love of a Good Woman'은 '착한 여자의 사랑'으로 우리 나라에서 번역출간되었다.





"밴쿠버의 겨울은 지금껏 알았던 그 어느 겨울과도 달랐다." 먼로는 단편 「코르테스 섬Cortes Island」에 썼다. 이 단편은 키칠라노에서 보낸 첫 몇 달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1998년 소설집 『선한 여인의 사랑The Love of a Good Woman』에 수록되어 있다. "눈도 없고, 하다못해 찬 바람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소설 속 익명의 화자는(다른 인물에 의해 "어린 신부"로 불린다) 하루 동안 막연히 일자리를 찾아 도시를 돌고 난 뒤 해가 질 무렵 키칠라노 해변으로 돌아온다. "서편 바다 위 간간이 갈라진 구름 틈서리로 석양의 붉은빛이 얼비치었다. 내가 에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공원에서는 키 낮은 겨울나무의 잎사귀들이 불그스름한 황혼 빛을 받아 습한 공기 속에서 반짝였다."

그러나 내가 밴쿠버를 찾은 날 고뇌하는 예술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공원에는 젊고 건강한 여자들이 조깅을 하고, 깔끔한 워터마크Watermark 레스토랑에는 한가득 펼쳐진 과일과 페이스트리가 바깥의 배고픈 영화 스태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밴쿠버는 최근 들어 인기 있는 영화 촬영지로 부상했다.) - 데이비드 라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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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092007 작년 오늘에 이어 '작가님, 어디 살아요?' 중 보르헤스 편으로부터

De la Serie Hilos de agua, (Buenos Aires), 2005 - Cesar Paternosto - WikiArt.org



Serie hilos de agua (Buenos Aires), 2005 - Cesar Paternosto - WikiArt.org






보르헤스 숭배자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걷는다는 건 그의 맹렬한 상상력이 빚어낸 수많은 산물들과 마주친다는 것을 뜻한다.

"꿈에서 나는 한 번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난 적이 없다." 그는 언젠가 썼다.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제목의 시―같은 제목의 시를 여러 편 지었다―에서 다음처럼 표현했듯이 고통스러운 꿈을 많이 꾸긴 했지만 말이다.

도시는, 지금, 내 수치와 실패가 기록된/지도와 같다./이 문에서 난 황혼을 보았고/이 대리석 기둥에서 난 헛되이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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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에 나온 개정신판 김붕구 역 '지상의 양식'(문예출판사)으로부터

Red Interior. Still Life on a Blue Table, 1947 - Henri Matisse - WikiArt.org






나는 보았다. 바람이 저 멀리 지평선 끝에서 모래를 불러일으켜 오아시스를 허덕이게 하는 것을. 오아시스는 폭풍우에 휩쓸린 배와도 같았다. 폭풍으로 쓰러질 듯했다. 그리고 작은 마을의 거리거리에서는 벌거벗은 파리한 남자들이 열병의 지독한 갈증에 못 이겨 몸을 뒤틀고 있었다. - 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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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091446 작년 오늘에 이어 '말테의 수기'(릴케) 2부 중 탕자 이야기로부터

Prodigal son - Constantin Brâncuși - WikiArt.org 콘스탄틴 브랑쿠시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0b2133b






그는 집 안에 남아서 그들이 상상하고 있는 생활의 껍데기로만 살 것인가? 그들 모두의 얼굴까지도 닮게 될 것인가? 의지의 섬세한 성실성과 그 성실성을 그의 내부에까지 부패시키는 서투른 기만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을 나누며 살아갈 것인가? 겁쟁이 같은 마음만을 가진 가족들을 해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을 단념할 것인가?

아니, 그는 떠날 것이다. 이를테면 그들이 어설픈 추측에 따라 선택한 선물, 또한 모두를 부드럽고 온화하게 만들 선물을 준비하고 생일 테이블을 열심히 장식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소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떠날 것이다. 아무도 당시의 그를 사랑받는다는 무서운 처지로 끌어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느 누구도 결코 사랑하지 않겠노라, 그가 얼마나 굳게 결심했는지는 여러 해가 지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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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오늘 오디오북 '박중훈이 읽는 앙드레 지드의 탕아 돌아오다'를 들었다.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090900 이어서 고 이어령 교수가 쓴 '이야기의 힘' 중 이 작품에 대한 부분으로부터 옮긴다. 지드가 쓴 '지상의 양식'도 언급된다.

The prodigal son, 1952 - George Pemba - WikiArt.org







그래요. 이젠 정말 지쳤노라고, 자신은 실패자라고 고백하는 탕자에게서, 그 마음속 자유를 향한 욕망은 완전히 잠들지 않은 겁니다. 아버지가 차린 잔칫상을 받은 후에도 들판에서 주워 먹었던 야생 도토리의 씁쓰름한 맛이 자신이 맛보았던 최고의 진미였음을, 그는 이미 아버지에게 토로했던 겁니다. 그 쓴맛이 불러일으킨 갈증 때문에 해갈할 길을 찾고자 열병과도 같은 방랑을 멈출 수 없었다는 거예요. 마치 앙드레 지드의 또 다른 작품 「대지의 자양(혹은 지상의 양식)」에 등장하는, 갈급함으로 인해 목말라하는 열병 환자처럼 말이죠. 그 열병 환자는 손에 물병을 쥐고 있을지라도, 입안에 물을 한가득 머금고 있을지라도 죽음과 같은 그 갈증을 결코 해소할 수 없는 겁니다. 오히려 신열로 인해 더욱 갈급해지기만 합니다. 생生을 향한 열병이란 바로 그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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