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마, 관점, 당파성은 사유의 본질적인 속성이지 결함이 아니다.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종합과 객관화를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무지의 결과다.

지성의 반대말은 절충, 균형, 원칙 ........이런 사고들이다.

정론(正論)은 정론(定論)이 아니라 정론(政論)이다.

 

 

 

 

 

 

 

 

 

과학철학의 걸작인 토머스 쿤(Thomas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가 끊임없이 인용되는 이유는 그가 객관성의 신화를 정면 비판했기 때문이다. 과학은 그것을 신봉하는 집단 안에서만 과학이지, 반례와 새로운 세력에 의해 신앙심이 흩어지면 과학(normal science)의 지위를 잃고 새로운 과학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이것이 패러다임 혁명이다.

이후 기존 이론은 오류, 데이터, 역사로 남는데, 이 과정이 과학의 발전이다.

그러므로 쿤에 의하면 과학혁명은 언제나 개종(改宗)의 역사이다. 과학 이론은 처음에는 자기 입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도그마(dogma, 독단)으로부터 시작된다.

 

 

 

 

 

 

- 파이어아벤트 <방법에의 도전(Against Method)>

 

 

파울 파이어아벤트(Paul Feyerabend)는 더 나아가 개종의 과정에 혁신적인 방법론을 제안한다.

그 방법은 이 책의 부제 '새로운 과학관과 인식론적 아나키즘'이다. 앎의 시도에 방법의 제한을 두지 말자는 것이다.

<방법에의 도전>이 공부하려는 사람의 첫 필독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파이어아벤트는 "모든 과학은 그 자체로 이데올로기일 뿐 아니라 모든 이데올로기에 객관적인 척도로 이용된다.

기존의 거대한 독단주의는 사실로서 지위를 가질 뿐 아니라 그보다 극히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도그마 없이 과학은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독단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학의 신화를 비판하는 것이다.

과학은 현재의 법과 질서와 통념으로 구성되므로 이를 맹신하는 것은 과학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아니키즘은 어떤 방법도 "무엇이라도 좋다(anything goes)"라고 말하는 완전한 개방성의 이념이다.

 

 

 

 

 

 

정희진 작가는 도그마, 관점, 당파성을 지지하며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종합과 객관화를 위해 보충 노력을 하는 것은 무지의 결과라고 말한다.

 

자기 당파성도 모르고 상대방의 도그마도 모를 때, 균형 감각론이 등장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균형은 없다. 역사의 시작과 함께 저울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이 3가지의 책이 같은 관점을 공유하며

독단 없이 과학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난 책을 읽고 지식을 습득하고 느낌을 나눔에서 "균형감각"과 "관용"을 중시해 왔었다. 삶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즉, 내가 알고 있는, 또는 알아가고 있는 지식은 단지 '내가 알고 있는 한'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그리고 그 지식은 나의 지식이 아닐 뿐더러 더더군다나 통설에 불과하므로 충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수의 관점도

포용하여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글이라는 걸 쓸때도 말이다

 

 

 

 

 

 

그래서 지금 내 서재의 프사글이기도 한 은유작가의 아래 문장을 좋아한다.

 

" 앎으로 삶에 덤비지 않도록, 글이 삶을 초과하지 않도록."

 

 

 

 

 

 

 

세계가, 사회가, 우리들에게 보편화되어 있는 규범과 체계를 '지당하신 말씀'으로 신격화한다.

객관적이고 다수가 용인하는 보편성에 함부로 덤벼들면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한다.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소위 '책 읽은 티'를 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건 누구나 경험해보았으리라.

낭중지추(囊中之錐)의 뾰족함을 우리 사회는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우리의 도그마는 첨탑처럼 뾰족해진다.

흔히들 시니컬해지는 게 보편적인가 보다.

 

 

 

 

 

슬라보예 지젝의 책 <삐딱하게 보기> 제목처럼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에 대해서 계속 의구심을 던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목표로 이끄는 원동력은 고독함”이라며 “혼자 있는 시간이 즐겁다. 나쁘게 말한다면 자신은 일종의 자폐증을 겪고 있다”고 말한 미코출신 하버드대 출신의 금나나가 말한 부분을 너무나 공감한다.

자폐증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가정을 생각해 봤을 때 이 발언은 경솔하다는 의견에 동감하지만,

말 그대로 책을 사랑하면 자폐(自廢)가 시작된다. 결국은 사회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당당해지자.

그 사회성이라는 정의(正義)도 결국은 권력의 정의(定義)니까 말이다. 

 

 

 

 

 

현재 우리는 지식을 제공하는 자, 지식을 습득하는 자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쌍방향으로 뒤섞인 개개의 독단으로 가득 찬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포스팅 자체도 하나의 정론(政論)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지향하는 '균형감각'은 그저 좋은게 좋은거라고 허허 웃으면서 넘어가는 회피의 처세술이었던가.

성격이 무난한 사람으로 포장하기 위한 익살에 불과한 것이었던가.

비판을 두려워하고, 소수자로 전락되는 것이 겁나 통설의 경계선에서 왔다갔다한 이력(履歷)이 내 삶이었던가.

 

 

 

정희진 작가는 나에게 화두를 던졌다.

책을 읽고, 사유하고, 글을 쓰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서 이젠 아파야 된다고.

 

물론, 과학이, 언론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

지금 내가 고민하는 부분과 정확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작가도 인간의 감성을 흔드는 분야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많은 공감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없다.

고통스럽게 책을 읽는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그 지식의 사유화를 나의 독단으로 써내려갈 용기가 없다.(독자나 일반인에게 이런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균형감각, 절충, 객관화를 버리기도 쉽지 않다.

우리의 지식은 풍요로운 삶에 있어서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독단을 실행하는 자는 그저 위대한(?) 학자들에 맡기련다.

 

 

글마무리에 나의 고민을 간파하기라도 한 것 처럼 정희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약자의 대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객관을 향한 욕망을 접고 자기 입장을 더 깊이 있게 전개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당신 입장은 뭐냐? 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들 뜻대로 균형감각과 중도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물론 불가능하다.균형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언어의 세계에 중립이란 없기 때문이다.객관성은 권력자의 주관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가? "익명성은 가장 무서운 서명이고, 객관성은 가장 강력한 편파성이다"

 

 

 

 

.........오늘도 책은 나를 흔든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8-09-22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충격받으셨군요. ^^
그럼에도 추석인데요...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

북프리쿠키 2018-09-28 11:26   좋아요 0 | URL
남성인 저에겐 항상..숙제(?)같은 작가였는데..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한 책이 나를 성장시킨다라는 말. 이 책에서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2018-09-22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28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25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09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12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님 드디어 등장^^

스탠리 : 혹시 쇼란 이름 가진 사람 아니오?

블랑시 : 물론, 쇼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죠!!

- 81쪽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18-09-12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진 syo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09-12 22:12   좋아요 1 | URL
테네시윌리암스도 북플 좀 하셨나봐요ㅋ

syo 2018-09-12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혹시 저 때문에 별 의미도 없는 부분에 일부러 형광펜을?? ㅠㅠ

북프리쿠키 2018-09-12 22:10   좋아요 1 | URL
이 부분에 형광펜 칠한 사람이 아마 저 말고도 많을 듯 싶습니다.ㅎㅎ 어찌나 반갑던지요^^

비로그인 2018-09-12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북프리쿠키 2018-09-12 22:13   좋아요 1 | URL
앞으로 잊혀지지 않는 명문장으로 남을듯ㅎㅎ

카알벨루치 2018-09-12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북프리쿠키 2018-09-12 23:12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쇼님 덕분에 재미있었답니다ㅎㅎ
 

-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유진 오닐 이후 최고의 미국 극작가로 불리게 됨.

- 초연 당시 855회나 연속 공연되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영화로도 제작되어 성공을 거둔 작품.

- 안타깝게도 73세의 나이로 한 호텔방에서 병마개가 목에 걸려 질식사하였다 함.

사춘기 시절 숱하게 들어왔던 야한 영화 제목의 하나.
많은 시간이 흘러 그 욕망의 전차에 드디어 올라타네요. 멈출 수 없는 속도감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펼칩니다.






* 카알벨루치님~ 뱁새 쫓아갑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9-12 1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라하세요 제가 북프리쿠키님 쫓아가는뎅~ㅎㅎ오늘 상 받았네요 좀따 페이퍼 올려야겠네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8-09-12 20:34   좋아요 1 | URL
오~금방 봤어요.
열심히 읽고 쓰시더니 결실을 맺었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남겨주세요^^

카알벨루치 2018-09-12 20:35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 민음사 고전 전질로 구매하셨어요?

북프리쿠키 2018-09-12 20:39   좋아요 1 | URL
아니예요~전 호구지˝책˝이라 중고 나올때마다 조금씩 구매했어요..줄긋고 낙서하기엔 때가 좀 묻은게 좋거든요..인간관계가 그렇듯이요...ㅎㅎㅎ 어느새..300권이 훌쩍 넘어가버렸네요..^^;

카알벨루치 2018-09-12 20:42   좋아요 1 | URL
그러니깐 벌써 300권을 넘으셨다니깐요! 중고는 알라딘에서 구매하세요 아님 다른 중고서점이 있으신가요?

카알벨루치 2018-09-12 20:47   좋아요 1 | URL
살고 싶어 씁니다^^

북프리쿠키 2018-09-12 20:49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구매해요.ㅎ
급하게 모을 생각이 없어서 알라딘 기웃거리며 구매하는데..300번 넘는 책은 잘 안나오네요 ㅎ

카알벨루치 2018-09-12 20:55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선 제가 사고픈 책이 잘 안나오던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런것 같네요

2018-09-12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09-12 23:00   좋아요 0 | URL
실제 뉴올리언스에 운행하는 전차의 이름이었다하네요.~
욕망은 해소하기 전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말씀.
가끔 인간의 이성은 욕망에 대항하기엔 너무 미미하게 느껴질때가 있네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루라도 원없이 책만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을게다.

나 또한 고질병이라 틈만 나면 언젠가는 평소 버퍼링없이 읽고 싶었던 전집류나 세트도서를

한가방 가득 싸들고 가서 공기좋은 산사에 틀어박혀 유유자적 선비흉내를 내보리라 유쾌한 상상을 해보곤 한다.

 

올 한해 상반기는 유난히도 업무때문에 바쁘고, 육아, 집안일, 대소사 등으로 책 읽을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전자책을 구입하면서 틈틈이 짬을 내어 버려지는 시간 등을 활용한 게 나름 다행스럽다고 해야하나.

그래도 역시나 책은 한 자리에서 어느 정도의 분량은 읽어줘야 그 맛에 취하는 법이다.

잠시라도 짬이 날때 그 시간을 놓쳐버리면 언제 또 책을 들수 있는 기회가 올지 기약할 수 없다는 마음에 우짜든동 찔끔찔끔 읽는 습관이 과연 내가 추구하는 독서의 방향인가 하는 회의가 들때도 있다.

독서의 양과 질에서 볼때 내가 처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문어발식으로 이책 저책 찔끔찔끔 읽어대는 이 독서스타일이 때론 맘에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쨌든 앞으로는 많은 책을 읽고도 싶지만, 좋았던 책을 깊이 고민하면서 다시 읽어보는 쪽으로 실천을 하고 싶다.

 

9권 중에 최고를 고르라면 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를 꼽고 싶다.

 

 

 

 

1. 달콤쌉싸름한 초콜릿(라우라에스키벨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사랑은 오감중에 미각과 닮아 있다라는 생각을 한 책

사랑은 미친 짓이다. 라는 경구가 사랑이란 건 해봤자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고,

사랑할 땐 우리모두 반쯤 미쳐있는 것이다 라는 뜻으로 해석해 봄직한 내용.

야하고, 감각적이고, 무엇보다 자~알 읽힌다.

 

 

 

 

 

 

2. 빼쩨르부르그 이야기(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5편의 단편집 모음

코, 외투, 광인일기, 초상화, 네프스끼 거리

이 단편집에서 고골에 반해버렸다.

특히나 <코>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집에 실려있는 동명의 소설 스님의 <코>와 비교해 읽어보면 웃음속에 담긴 인간의 비루한 욕망이 짧은 소설속에서도 얼마나 길게 여운을 남기는지 알 수 있다.

류노스케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3. 검찰관(니콜로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고골의 단편집을 읽고 반해서 바로 읽어버린 책

첫문장 "제 낯짝 비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라는 러시아 속담으로 시작하는데,

우리 속담으로 하면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보고 나무란다"와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역시 고골은 천재인가보다. 아래 글을 읽고 한동안 외우고 다닐 정도로 좋았었던 기억이.

 

"고골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인류전체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셈이나, 독자는 그 순간만은 그 풍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기이한 착각에 사로잡혀 풍자가와 더불어 자기자신이 소속된 인류를 비웃는 것이다"

 

 

 

 

 

4. 만화 박정희1,2(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고(故) 백무현님의 시리즈 중 박정희 편

만화라는 재능을 현대사에 아낌없이 털어주고, 2016년 4월 총선 여수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후 위암으로 사망하신 안타까운 작가.

전두환, 김대중, 문재인,정주영,노무현 등의 세트도 읽어보고 싶은데,

언젠가는 연이 닿겠지.

평소에 알지 못했던 박정희의 출생부터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의 스토리가 공부가 된 책.

 

 

 

 

 

 

5. 일리아스(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그리스 문화의 원형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인 호메로스의 대표작으로, 그리스 문학이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유럽 문학의 효시이다. 신의 뜻에 따라 트로이 전쟁을 수행하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비극적인 운명, 즉 전쟁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인간의 통찰을 15693행에 담고 있다. 거대거대하지 않은가.

 

이 책은 유명세에 비해 완독한 사람이 많지 않을 듯

영화 <트로이>와 함께 하면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까.

학창시절 셤 잘 쳤다는 예감이 들때 그날은 실컷 오락실에 가는 날(당시는 PC방이 없었다-_-)

바로 그날 마음처럼 다 읽었을때 큰 숙제를 해치웠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워낙 다른 작품에 일리아스의 많은 문장들이 인용되기에 앞으로의 독서에 많은 도움을 준다.

 

 

 

 

6. 대머리여가수(외젠 이오네스크 지음, 오세곤 옮김)

 

 

아는 지인이 아끼는 책.

막말 대잔치

남성을 상징하는 대머리와 여가수를 결합한 역설적인 제목이 암시하듯 피상적이고 진부한 언어표현들을 비논리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진정한 대화가 단절된 인간관계, 인간들이 사물에 종속된 소외상황, 일상의 표면적인 평온속에 내재한 불안 등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비극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이 책은 사뮤엘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와 연달아 읽으면,

입에서 욕좀 튀어나오지 않을까. 이거 뭐지?

 

 

 

 

7. 100도씨(최규석 지음 / 창비)

 

 

영화 <1987>과 함께 봐야 된다.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우린 지금 99도씨까지 끓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부당한 권력에 대해선 계속 싸워나가야 된다.

우리의 역사는 우리 손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 "우리"에 내가 한번이라도 있었던가..라는 일깨움을 준 책

 

 

 

 

8. 공리주의(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옮김)★★★★★

 

 

요즘으로 치자면 밀은 타고난 엄친아다.

요근래 복면가왕에 김구라의 아들 MC그리가 나와서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두고 시청자들의 반응이 각양각색이다.

아마 MC그리는 대견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정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 뜻을 실천하자면 아버지를 뛰어넘고 싶다는 욕심뿐만 아니라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애초에 아버지 그늘의 혜택을 받고 시작한 동현이가 과연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밟아왔는가를 생각해보면 글쎄다.

대한민국의 신음하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가진 자들의 진정성 없는 공허한 다짐은 외면받는다.

 

 

그에 반해 밀은 아버지 그늘을 완전히 벗어났다.

아버지 제임스 밀과 벤담이 합작으로 이룩한 전통적 공리주의의 이론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노력이

아버지 이름은 몰라도 존 스튜어트 밀은 영원히 역사에 남았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기 발전을 도모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녔다고 주장하며 행복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로 파악한 그의 이론은 그의 저서 <자유론>과도 뿌리를 같이 하며, 말년의 <여성의 종속>에 가 닿는다.

 

고전사상같은 책은 아무래도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을 투자하면 반드시 그 이상을 돌려준다.

 

 

 

 

9. 에티카(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조현진 옮김)★★★★★

 

 

 

 

 

 

 

  

 

 

 

 

 

이 책은 강신주의 강의와 함께 했다.

무신론자이면서 동시에 신에 취한 유대인 철학자. 게다가 유대교에서 파문당하며 바티칸 최고의 금서목록이기도 한 책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 발췌본 정도로만 읽어도 괜찮다.

욕심을 부리고 싶다면 라틴어 원본을 번역한 유일한 판본이 서광사에서 나왔다.

이 책은 에티카(윤리학)를 쓴 스피노자의 사상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당시에 신을 부정하고 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은 가히 놀랄 만하다.

니체가 300년 후에 "신은 죽었다" 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스피노자의 선물 때문 아니었을까.

 

철학은 건물을 짓기위해 시작하는 기초공사일 것이다.

땅이 잘 다져지면 건물은 수월하게 올라간다. 독서에서 철학은 튼튼한 지반구실을 한다.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선, 영화의 프리퀄처럼

그 원류를 짚어나가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첨엔 포스팅을 상반기 전체로 할려고 했는데, 백만년후나 완성될 것 같아서 1월에 읽은 책으로 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열심히 쓰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2월에 읽은 책을 포스팅하는데는 50만년 후나 되지 않을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알벨루치 2018-09-08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프리쿠키님은 얼마나 찰진 책만 읽으시는지~옛날에 초딩때 오락실이 50원이었는데 울동네 20원이어서 엄청 많은 애들이 방문해줬다는...ㅋ 보고 도전받고 가요 ^^

북프리쿠키 2018-09-09 00:00   좋아요 1 | URL
ㅎㅎ 찰져보이나요.
카알님 예전에 읽으신 책들 이제서야 읽는데요~
오락실 50원ㅎ 그땐 겔라그도 엄청 재미있었지요. 물결공격에 딸려올라가면 그거 살려내야한다는 ㅋ

2018-09-15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20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공사 중 일본 중단편 고전문학 3
모리 오가이 지음 / 현인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희>의 후속편
20여페이지 정도의 아주 짧은 단편

둘은 다시 만났지만,
일본도 공사중. 주인공 와타나베의 마음도 공사중.

˝키스해도 되나요?˝
와타나베는 보란듯이 얼굴을 찡그렸다.˝여기는 일본이야˝-17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amGiKim 2018-06-26 08: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의 꽃에 있는 빨강색 보고 순간 욱일기인줄 착각했습니다.ㅋㅋㅋ

북프리쿠키 2018-06-26 09:39   좋아요 1 | URL
아~놀랬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