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
롤랜드버거 지음, 김정희.조원영 옮김 / 다산3.0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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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지난해의 일이다. 일본의 한 편의점에 일손부족을 해결할 계산 로봇이 등장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주는 형상화 적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주가는 대형 마트에서도 계산을 하고 나온다. 계산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바코드 인식을 시켜 물건을 계산하고 나오는 것이다. 일본의 것이 좀 더 나은 점이라면 일일이 바코드를 찍지 않아도 한꺼번에 바구니에 담아두면 된다는 것과, 계산대 아래로 물건을 내리면서 자동으로 간단한 포장이 된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 밑으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마트의 자율계산대에 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 인터넷을 주로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많이 구하는 젊은 세대에게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감소하게 될 일자리가 피부로 느껴지게 된 사건이었기 때문이리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처음 접한 것은 한 기업의 광고 내래이션이었다. 어떤 부연은 없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문구를 넣은 내래이션이 귓가를 지나쳐갔다. 보는 입장에서도 그것이 단순 기술 혁신 관련 용어이고 나의 입장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는 업계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 티비를 보다 이것이 앞으로 수십년을 더 살 -것이라 희망하는- 자신과 인간이라는 존재로 그 명맥을 이어나갈 종의 생활을 뒤흔들 또 하나의 흐름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춘천으로 여행을 떠난 편에서 바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떠올리면 발달된 기술에 대한 경이와 그로인해 인간이 노동시장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위기의식이 뒤섞여있는 감정이 들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에서도 기계화에 맞선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던 것처럼.

 

 독일의 롤랜드 버거 사의 '4차 산업혁명 이미 다가온 미래'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인간의 일자리 상실에 관한 부분 역시 과거의 산업혁명들과 다르지 않게 이를 통해 새롭게 생겨날 일자리가 더욱 많을 것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수긍이 된다기 보다는 염려가 더 많이 되었는데 사회가 고령화됨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은 기존 노동인구에게 큰 메리트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들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발전 과정을 경험하며 우리는 산업 현장에서 수많은 베테랑 직업인들이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되었는지 목도하였다. 지금의 발전 속도로 기대하건데 중/노년층의 일자리 뿐 아니라 현재의 청년층부터 가까운 미래에 닥칠 전문분야의 노동시장 축소와 새로운 기능인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개발해야 할 부담을 안아야 할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인력의 대체가 앞으로 다가올 인구절벽에 대한 대비책이 될 것란 생각이 들었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유적 존재로서 규정하고 동물과의 차이점을 역설한다. 단순 생계의 목적이 아닌 자유롭고 의식적인 활동의 '노동'을 통해 구분이 된다는 관점이다. 이는 노동의 기여와 분배가 획일적인 공산주의 사회 체제에서 더 큰 활용성을 띈다고 보았다. 앞으로 직접적 노동이 기계에로 전가되는 사회 체계가 생겨난다면 외려 노동의 목적에서 생계는 배제되고, 자아실현이나 본질을 추구하는 노동활동에 더 집중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지금 수준의 인구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인가 싶어진다. 오히려 인구는 지구 생태에 비해 많은 편이며 사회의 발전 속도와 인구 감소 추이는 당장은 다소 혼란스러울 지라도 자연스러운 변화인 것이다. 이는 '4부의 2030 7대 메가트렌드' 부분을 읽으며 좀 더 흥미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였다.

 

 생소하거나 이해도가 적은 분야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와 읽기 편한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의 흐름을 가볍게 파악해보고 싶다면 읽어볼만 하다. 기술의 발전이 바로 우리 발뒤꿈치 정도에 다다랐음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한순간이면 우리를 앞질러 그 뒤를 좇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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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 여행 중독자가 기록한 모든 순간의 여행
추스잉 지음, 김락준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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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사람들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여행객들을 부러워할까? 아마도 '떠남'에 대한 행복한 상상 때문이리라! 한데 자신의 어지러운 머리속과 복잡한 상황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그저 여행만 떠나면 인생이 변할까?_p.44"

 

 여행 중독자의 한마디 치고는 꽤나 신랄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만큼 있을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반대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는 건 아니지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항상 여행을 꿈꾸고 '떠나고 싶다'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아마 저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만한 순간에 왔다고 싶어지면 어딘가로 떠나야겠다고 자연스럽게 길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누구는 그것이 답이 될거라 하고, 누군가는 문제의 해결은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떠올릴 질문이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저 질문의 답을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 적어도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길어올리려면.

 

 읽으며 대부분의 내용들을 저자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흘려보내려고 하며 읽었었다. 챕터 7이 가장 불편했는데, 타이완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주로 이어졌다. 외려 단편적으로 타이완을 경험한 나에게 타이완은 친절하고 맛있는 음식과 볼거리가 많은 좋은 곳이었는데, 저자가 본 타이완을 매력적이지 않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실제 의도와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이 부분 말고도 어떤 나라의 분위기나 특성을 좀 단정지어서 구분한 내용이 종종 보이는데 "여행을 통해 사람들 간의 차이를 배운다."고 표현하지만 한편으로는 "여행은 나에게 세상에 대해서 내가 아는 바가 거의 없고, 나의 의견은 그리 중요하지 않으며, 굳이 다른 사람에 대해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_p.115"고도 했으니 처음 읽고 그런건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일텐데 생각했던 부분과 정반대의 내용이 들어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고 해마다 지구 여섯 바퀴 정도의 거리를 비행하는 동안 각양각색의 여행자들에게 한계를 그복한 감동적인 여행담을 많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세상에 마음이 닿지 않는 곳은 있어도 몸이 닿지 못할 곳은 없다는 강한 믿음을 주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에 가지 못할 곳이 없다. 위대한 여행은 거리와는 정말 아무런 관계가 없다._p.267"

 

 추스잉의 이 책에서 나는 많은 모순을 만났다. 그는 여행지에서 기념으로 스타벅스의 머그나 텀블러를 사는 사람들을 두고 "초보 여행자"라 표현한다. 여행 역시 일상이기 때문에 사진조차 필요치 않다고 한다. 여행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은 자신의 안에 내재되어 있으므로. 어느 부분은 수긍하는 편이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설레어 하는 여행의 많은 모습들에 대해 "여행 DNA"나 "진정한 여행자" 같은 표현을 쓰며 "여행 새내기"와 "여행 고수"를 구분하는 모습은 도리어 그가 수많은 여행을 하면서 결국은 얼마나 멀리, 또 많이 떠났는지에 대한 '부심'을 보여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가 직접 여권에 얼마나 많은 도장이 찍혔는지, 얼마나 먼 곳으로 떠나는지가 중요치 않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념품으로 세계 각지의 스타벅스 머그나 텀블러를 사고 싶다면 사세요. 시간이 지나고나면 기억은 흐려지고 남는 건 사진 뿐이니 많이 찍으세요. 그냥 즐겁게 본인이 만족할 여행을 하세요. 인간의 DNA는 정해져있으니 여행 DNA 하나 더 추가할 필요도 없습니다. 라고 내가 평하고 싶어졌다. 여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꿈꾸는 사람이라면 혹 읽고 공감할 바가 더 많을까 싶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가 궁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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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몰락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가
리사 두건 지음, 한우리.홍보람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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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925년 이래 사상 최저 신생아 수가 기록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이 기록이 점점 더 갱신될 것 같지만. 경제적 안정이 실현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저출산 청년실업 등 사회문제는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대한 반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탓하고, 20대들은 현 세태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자신의 욕망을 거세하는 것으로 방법을 대체하는 것에 그친다.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는데 갈등만 심화될 뿐인 상황이다.

 

 단지 경제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인의 삶은 점점 더 다양화 되어 가고 있는데 그에 맞는 인식의 개선이나 제도의 변화가 따라오지 못하는 정체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다. 다문화가정들이 생겨나고 동성애자의 존재가 표면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에 대한 의식이 깨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이 일부 단체의 예민한 사람들이 악용하는 이기주의로 표현되거나, 전체에 반하는 소수를 비난하는 혐오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저자 두건은 신자유주의 세력이 이런 사회의 여러 문제들의 연관관계를 교묘히 분리시켜 촉발될 사회운동의 범위를 구분짓거나 축소시키고 각 운동이 포괄해야 하는 의미와 대상을 한정짓도록 유도하였음을 역설한다. 거기에 진보적인 정치인은 물론 저명한 학자들마저 각종 사회운동을 일부 대상의 사소한 문제로 나누거나 국한시켜보게 됨으로써 흐름이 정체되었음을 비판한다. 이런 논점흐리기적인 파벌 나누기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라 읽으며 많이 공감되었다.

 

 '평등의 몰락'안에는 우리의 지금, 그리고 너무나 많은 쟁점들이 들어있다. 미국 사회에서 1960년대부터 일어났던 '아래를 향한 재분재를 추구하는 사회운동들, 페미니즘과 레즈비언-게이 해방' 등의 운동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예민하게 대두되어진 문제가 되었다. 앞서 언급된 문제들이 미국 사회에서 대두된 시기상으로 우리와 비교하기에는 많이 늦은 것 같지만 그 뒤로 이어진 '친기업운동', '다문화' 까지 수십년을 통해 이어진 미국 사회의 흐름이 지금 한꺼번에 대한민국 안에서 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이번 주 주말  광화문 종로일대를 걸쳐 확인할 수 있다. 서울광장에서 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가 자리잡을 것이다. 다른 두 곳에는 박근혜 석방촉구국민대회와 국가비상대책국민위 등의 집회가 함께 시행될 것이다. 지금 당신이 읽은 책을 우리사회의 '평등의 몰락'으로 실제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주말에 종로를 걸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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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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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것을 참 못보는 편인데, 날과 밤이 이렇게 무더워지는 시기에는 그래도 괴담이나 호러물이 떠오른다.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를 것을 잘 알면서도 두손으로 눈을 가리고 살짝 벌어진 손가락 틈새로 자꾸만 훔쳐보고 싶은 긴장감과 궁금함이 '야행' 안에서도 잘 버무려져 있었다. 얼마간은 영화나 드라마같은 직접 눈으로 보는 공포물 위주만 봤었는데 간만에 소설로 읽으니 또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구현해 낸 어떤 창작물보다도 무서운건 머리속에서 그려내는 가장 공포스러운 이미지인가 보다. 더위를 잠시 잊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있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무더운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책과 함께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야행'은 어딘지 모르게 스산한 느낌을 주는 동판화 작가의 작품들과, 갑자기 사라져버린 한 여자 사이에 맞물리는 공통점들이 교차되면서 독특한 불안감을 준다. 동판화 야행의 연작을 그려낸 기시다 미치오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인물 하세가와. 사라진 하세가와를 알고 있는 옛 친구들이 기묘한 체험을 하는 때엔 항상 기시다의 동판화 작품이 등장한다. 둘 사이에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걸까? 10년만에 다시 모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경험을 풀어낸다는 설정도 좋지만, 원래 귀신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곳으로 모인다고 이야기를 읽을수록 주위 공기가 밀도있게 느껴지는 오싹함도 '야행'이 주는 묘미였다.

 

 '교토의 천재 작가'라 불리우는 모리미 도미히코의 신간으로 전작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줬던 강렬함이 다시 한 번 '야행'을 통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라 생각했던 작가의 신작 소식을 들으니 반가웠다. 막 일주일 전 일본에 다녀와서인지 온천장이 있는 여관이나 마을의 지역 축제의 분위기가 더 생생하게 느껴지게 읽었다. 한동안 여행의 여운에 빠져있었는데 '야행'을 읽으며 다시 또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게 되었다. 읽고나서 갔으면 아마 여행지에서 좀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혼자 깨어있는 밤에는 읽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밤에 다 읽어버렸다. 언뜻 무엇이 눈에 띄는 것 같아도 절대 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책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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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야
얀네 텔러 지음, 정회성 옮김 / 현암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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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기 전에 당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 무리를 떠올려보자. 혹은 직장의 같은 부서 사람들, 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이나 단 몇십분 만에 300개가 넘는 메세지가 와 있는 가장 많이 접속하는 단체 메신저 창 속의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 중 가장 가깝게 여기는 사람이나 혹은 누구든 상관없이 또는 가나다 순으로 내 이름 뒤에 오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의미있거나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보자. 가장 오랫동안 지니고 있던 물건? 최근에 산 고가의 물건? 소중한 사람에게서 받았다는 선물? 기가 막힌 노래실력? 어렵게 들어갔다던 좋은 직장? 당신의 머리속에 떠올린 그것을 잘 기억한 채로 '아무것도 아니야'를 읽어보자.

 

 '아무것도 아니야'를 처음 읽으면서 느꼈던 충격이 아직 생생하다. 청소년, 미래, 존재의 증명 같은 키워드로는 감히 상상하지 못할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안톤이라는 소년이 자기 자신과 사회 제도 같은 것에 대해 의문을 품고 세상으로 뛰쳐나가게 되며 겪는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같은 반 친구들도 동요하고, 여기저기 부딪히며 성장하게 되는 약간 전형적인 흐름을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가장 첫 장에서 마주하는 "의미 있는 건 없어. 나는 오랜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달은 거야."라는 안톤의 외침은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단초에 지나지 않았다.  

 

 무리에서 벗어난 안톤의 외침은 남아있는 소년소녀들에게 균열을 일으켰다. 지금에서야 무의미를 강조하는 안톤의 외침조차 불안정처럼 느껴지지만, 중학생인 그들에게 쨍하고 날아온 한 소년의 돌출은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것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든 일들이 안톤의 말처럼 가치없는 발버둥이 아니라는 것을 안톤에게 - 스스로에게 알려 이해시켜야만 했다. 그렇다면 세상에 '의미'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그 문제에 대해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의미있는 것에 대한 작은 논의는 그들만의 비밀 공간에서 점점 몸집을 키우는 천연스럽게 잔인한 카니발리즘으로 발화한다.

 

 간만에 현암사의 신작을 읽었다. 책을 고르는 것은 이상하게도 출판사를 살피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암사의 목록은 늘 전보다 더한 만족을 주는 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신없이 몰입해가는 도중에 잠깐 책장을 덮고 어디까지 왔을까 살피면서 문득 개인적인 올해의 책으로 '아무것도 아니야'를 꼽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절반정도를 지나오면서 여러 좋은 책들을 읽었지만 그중에 이만큼 강렬한 소설을 만났던가 싶었다.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들에게 책을 추천해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덧붙여 타인의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탐색해보고 싶단 욕망도. 당신에게 가장 의미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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