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유명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있다. "...전략...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라는 잘 알려진 내용이다. 잔니 로다리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아이들에게 전하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전자가 좀 더 생의 비애와 수수께끼에 대해 은유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면 후자는 마치 권장 캠페인처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어른의 눈으로 책을 읽은 결과, 이 짧은 동화 안에서 세 번의 예상 외의 줄거리를 맞닥뜨렸다. 고집쟁이 마르티노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길을 떠나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 첫번째였다. 두번째는 도착한 성에서 고집쟁이 마르티노에게
권했던 보물들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그것을 마을 사람들과 고루 나눴다는 점이다. 이것들이 이 짧은 동화를 다른 것들과
다르게 느끼게 만드는 점이기도 하면서 어른의 눈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기도 했다.
남들과 같아지지 않을,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지 않을 주체적인 사고를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길이 어디선가 나타난 한
마리의 개가 길잡이 역을 해줄 순탄한 길이 아닐 수 있음을 그래서 고집쟁이 마르티노 역시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길을 갔음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을 읽을 어린아이들이 차차 자연히 알게 될 현실이지만, 빠져있으니 어쩐지 '만약에 이 길에 사나운 개가 가로막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니?'하고 물어보고 싶어지는 부분이었다.
두번째는 고집쟁이 마르티노의 성실함, 요행을 바라지 않는 태도를 시험하기 위한 권유라고 생각했는데 쉽게 받아들이고 말 그대로의
포상이었음이 의외였다. 세번째는 가진 것을 나누면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다른 사람들의 욕심을 경계하는 마음에서 함께 나눴다는 점이 예상
밖이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어른의 눈으로 동화를 읽은 감상이라,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을 가장 흥미롭고 즐겁게 생각할지 또 이런
부분들이 의외의 요소들로 느껴질지 궁금해졌다.
책 안 가득히 펼쳐진 조화로운 삽화와 반복해서 읽어주어도 부담되지 않을 분량의 글 조합이 매력적인 동화책이다. 책을 권장할만한 연령층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유치원생인 조카는 이제 책 읽어달라는 말 대신 핸드폰이랑 컴퓨터 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에, 5세 아이들 정도까지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혹 독후활동을 겸한다면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읽고 학년 별 독후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