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
이와사키 유미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가장 목적을 잃고, 잘못된 곳에 잘못된 이의 손에 놓여진 책이 될 것이다.

 

 출근은 정시보다 앞당겨 해야 당연한 것인데 정시퇴근이 너무나 확실히 보장된 사회에서 근무하지만, 왜 때문에 야근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가. 기한이 정해진 업무를 위해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퇴근마저 반납하여 일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스트레스는 혼자만의 것이 된다. 연장 근무는 당연하게 하지만 급여 정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할일이 많은데 그런 쓸데없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간 마음만 상하니까. 그런데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매일을 일하러 다녔는데, 남은건 몹시도 상한 마음과 정신, 건강뿐이다. 월급이란 것도 받는 것 같은데 그건 대체 어디 가 있는지. 청년의 몸에 노년의 체력만이 남아 주중엔 일하고 주말에 몰린 잠을 몰아자기에 바쁜 현대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가 어떤 위로를 줄까.

 

 내용에 일러스트가 포함된 위트있는 촌철살인이 담긴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일목요연한 회사 개혁 성공 비법에 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었다. 제목만큼의 임팩트가 본문에 없어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우리-노동자-만 알고 사측은 모르는 회사 경영 성공 비법에 관한 내용이다. 슬프게도 이 책은 노동자들만 백명천명 백날천날 읽어봤자 소용없는 우리끼리도 밥 먹으며 커피 마시며 술 마시고 충분히 했던 탁상공론이다. 책을 읽고 감명받아 회사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혼자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사용자에게 개혁의지나 문제점에 대한 의식이 없는데 노동자가 바꾸겠다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깨달았듯이, 학교의 주인은 '우리'라고 가르쳐도 주인행세는 교장이 하듯이, 회사의 주인 역시 사원이 아니라 일만 내가 된 것처럼 하라는 것이지 실제로, 명백히 사장님 아닌가.

 

 이 책도 어떤 부분에서는 구태의연한 면이 있다. 완전히 노동자를 위한 시선으로 개혁된 회사 문화가 아니라 노동자와 사측의 입장이 절묘하게 조절된 방안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의 변화와 사원들의 니즈를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했다는 면이 높은 포인트를 받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의문이 들게 된다. 가만히 출퇴근만해도 퇴사 욕구가 솟아오르는 날씨에 기름까지 부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땅에 어디든 '저런' 회사는 없고, '저런' 회사에도 그 나름의 사표를 안고 다니는 노동자들이 존재할 것이라는 씁쓸한 사실 또한 우리는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빛좋은 개살구나 신포도처럼. 그러니 앞으로 세상이 좀 더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판타지를 품고 제목에서 오는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으로 만족하자.  

 

 한 구인사이트의 광고가 논란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노동자가 갑이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장은 나쁘다. 는 등의 내용이었는데, 이에 분개하여 해당 구인사이트를 이용하지 말자는 각종 업체 사장님들의 집단적인 반발이 있었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직장 상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것이다. 출판사도 알 것이다. 표지에 적혀 있다. "우리 사장님이 읽어야 하지만 절대 사지 않을 책!" 이라고. 친절하고 위트있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넌지시 사장님/혹은 상사의 책상위에 올려놓는 짓은 품에 안고 있는 사표도 그 책 위에 함께 꺼내놓을 직장인이 아니고서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끼리 읽고 세상엔 이런 곳도 있구나 '걸어서 세계 여행'을 보듯이 관람하자. 아니면 곧 퇴사하는 다른 동료에게 부탁하여 사장/상사 자리 근처에 떨어뜨려 달라고 해보자. 그것말고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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