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글들이 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읽기에는 편한데 심적으로는 자꾸 속엣말이 불쑥 올라오곤 한다. 한두해 살다보니 책에 나오는 상황이나 감정들을 제법 겪어도 봤다. 그랬더니, 저자가 전하는 자신 스스로의 진정을 다한 조언이나 위로가 절대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남을 위로해준 적도 없으면서 이 친절한 응답을 두고, '아니, 그건 아니지'하고 고개부터 가로젓고 보는 것이다. 사실, 한때는 이 다정한 위로에 마음이 기울었던 적도 있다. 생각하기에 거의 시초가 될 법한 '그 남자 그 여자' 라는 책이 아직도 책장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랬던 나는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며 읽었다. 내 고집이 생길만큼 때가 탄 것인지, 쉽게 흔들리지 않을만큼 단단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자신이 싫다면 그건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뜻일 겁니다. 이때 너무 가까운 채로 그대로 있다보면 자기혐오에 빠져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게 될 거예요.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거리까지 떨어져봐요. 타인으로서의 거리까지 떨어지지 않고서는 자신을 긍정할 수 없다면, 곧 이별인거죠. - p17 이별의 완벽한 타이밍"

 

 거의 첫부분의 내용이다. 가장 첫번째 꼭지부터 생각에 생각이 꼬리물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이여도 결국 서로 다른 우주를 가진 타인이고,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타인의 거리에서 머물러야하고, 머무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거리까지 떨어져서야 자신이 완성된다면/긍정한다면 이별이라니,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지만 너무 극단적 처방이 아닌가! 사실 남의 사랑문제에 있어 가장 쉬운 조언 중 하나가 "헤어져"일 것이다. 인터넷 고민 게시판에 올라오는 "헤어져"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일들도 나 자신의 감정과 버무려지면 "그래도..." "하지만..." 하는 생각들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에게도 때로 환멸이 나는 마당에 남을 사랑하는 일이 오죽하랴.

 

 이어지는 "아무 짓도 안 할 테니 걱정 마!(p19)" 를 너무 믿지 말라는 조언이나, 콘돔 안쓰려는 남친에 대한 고민, 헤어지고 나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같은 개인의 성향 갈리는 문제들, 한때 유행했던 사랑의 유통기한 - 나때는 2년이었는데 여기엔 3년으로 나오는 그것에 대한 내용, 책에서는 '이별괴물'이라 표현한 안전이별에 관한 내용, 헤어졌는데 계속 눈물이 나요/힘들어요/돌아올까요 와 같은 질문 등등을 보면 이 책의 주 독자층이 십대에서 많게는 이십대 초반 정도까지 되리라 생각된다. 상대방이 이런 말을 할 때는 그냥 과감히 헤어져라 하는 조언도 있으니 그런 부분은 유용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모든 사랑에 대한 크고 작은 고민과 조언들이 전부 여자들을 향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질만한 조언이 실질적으로 나오지 않았던 점도 그렇다.

 

 책을 읽기 전에 띄지 뒷면에 있는 체크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혈액형이나 별자리를 믿는 것처럼, 일곱개의 항목에 어느 것 하나 어긋나지 않는 자신을 꼽아보면서 이 책이 궁금해졌었다. 같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마음에 드는 음악을 질릴 때까지 반복해서 들으면, 계획 없이 돈을 쓰면, 일을 미루다 막바지에 이르러 간신히 하면, 귀찮아, 졸려, 지겨워 라는 말을 자주 하면, 편한 사람에게 거칠게 말하면, 낯가림이 있으면 대체 무엇이 문제길래 '나만의 자리'를 찾아야 할 때일까! 난 원래 그런 사람으로 지내왔는데! 물론 씀씀이나 생활태도 같은 것들은 고쳐야 할 필요가 있지만, 저 항목들이 죽어가는 연애세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책 안에 답이 없었다는게 함정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진다. 내가 너무 메마른 것은 아닌지 염려도 된다. 사랑에 무덤덤해지고, 혼자가 힘들지도 않은 나이에 너무 빨리 이른 것은 아닌지. 오히려 그게 더 쓸쓸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새소리가 들리고 짙푸른 태양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을 때 나는 이곳 뉴욕에서 내가 열렬하게 매달릴 무언가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지식, 권력, 방향. 그리고 목표를 찾았다. 나는 간절히,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p.104) "

 

 처음에는 '단지 뉴욕의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들어보기 전에 이런 문구를 먼저 봤다. "바쿠샨(Bakushan)은 일본어로 바꾸-샨으로, 뒤에서 보면 예쁘지만 앞에서 보면 못생긴 여자를 뜻한다고 한다. 이 요리는 어느 모로 보나 못생겼다고 할 수는 없으나 우리에게 오싹함을 전해준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그 여자가 뒤를 돌아 진실을 보여줄 때, 우리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두려움과 흥미를 동시에 느낀다. (p.8)" 중후반에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보여줬던 흥미진진함과 깔끔한 마무리가 다시 빛이 바랠듯한 대목이다. 이게 이 책의 시작이었다. 얼굴이 못생긴 여자가 전해줄 오싹함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시작으로 우리에게 전해줄만한 '내용'이 뭐가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더 압권은 "그 여자가 뒤를 돌아 진실을 보여"준다는 표현이었다. 뒷모습이 예쁘건 앞모습이 못생기건 그 모든 것들이 그녀의 진실이 아닌가? 왜 이런 표현이 담겨있어야만 했는지, 전체적인 그림으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을 고작 여자의 외모에 관한 저급한 말로 소개할 수 밖에 없었다니.

 

 시작은 실망스러움이었지만 인내심을 갖고 책을 읽다보면 그래도 꽤 흥미롭다. 초반은 다소 혼란스러웠다. 그 느낌은 주인공 티아가 뉴욕에 도착해서 느꼈을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도 뉴욕은 처음이고, 우리의 티아는 친절한 안내자가 아니다. 그녀는 음식과 문장에 한참 깊이 빠져있는 중이었고 그녀와 만나게 된 사람들-독자-에게 마음을 쏟아 안내하는 주인공 타입은 아니었다. 다만 의욕과 열정에 충만한 채 새로운 도시에서 무언가를 꼭 해내겠다며 눈을 빛내는, 두려움과 욕심에 찬 여자다. 때문에 티아처럼 낯설고 정신없이 뉴욕 한복판에 그리고 업계에 뛰어든다. 현란하게 쏟아져나오는 식재료의 이름, 조리법, 제대로 경험해보기 어려울 레스토랑의 분위기들에 눈길을 빼앗기다 보면 뒤이어 패션과 브랜드들도 끼어든다. 티아의 옷차림이 달라지게 되면서부터는 처음 책장을 넘기며 느꼈던 거부감마저 점차 사라진다, 잊힌다. 그녀의 죄책감과 일상, 목표가 어그러지는 방식과 비슷하게. 묘한 부분에서 주인공에게 이입하게 된다.

 

 사용한 표현이 실망스러웠던 것에 비해 전체적인 흐름은 매우 깔끔했다. '바쿠샨'이라는 단어를 세세히 소개한만큼 중요한 복선이 되어 주었고, 갈수록 심화되었던 비밀과 잘못들로 얽힌 문제는 적절한 순간에 터져나왔다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다만 이 깔끔함과 긍정적인 결말이 현실성을 무너뜨린다. 아니면 뉴욕의 삶은 원래 이런 식으로 지나치게 쿨한가? 소개되는 음식과 레스토랑, 그녀를 뒤흔드는 문제들에 비하면 티아 주변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한 편이 아쉬웠다. 티아가 보여주는 단편적인 교류 사이에서 에메랄드와 멜린다를 번갈아 재단하다 문득 다른 인물들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 "마음이란 건 물이 많은 호수 같은 거야." 멜린다는 와인 잔을 들고 말했다. "물이 불기도 하고 줄기도 하지만, 그래도 같은 높이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거든. 썰물이 와서 물이 빠져나가면 말이야." 멜린다는 남은 와인을 한 번에 마셔버리더니 하던 말을 마쳤다. "무언가를 들어오게 하면 되는 거지. 그러면 우리 머리로는 그 차이를 몰라." (p.356)" 미각을 잃어버린 평론가, 매력이 넘치는 에메랄드, 같이 있으면 죄책감을 남기는 멜린다, 그리고 감각을 일깨우는 남자 파스칼.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뉴욕도 조금 더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담없는 책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이 가득 묻어나는 느낌을 받았는데, 언뜻 보면 화려한 보석같지만 사실은 글리터같은 반짝이 가루였다는 감상이 남는다. 심각하고 무거운 책들 사이에서 기분전환이 되어줄만한 시간을 줄 한 권이 될 것이다. 전채나 디저트와 같은, 그러나 메인이라 여기기는 어려운 '단지 뉴욕의 맛'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가끔 슬픔은 정신적인 것이고 갈망은 육체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상처고 다른 하나는 절단된 팔이나 다리, 꺾인 줄기에 달린 시든 꽃잎이다.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바짝 붙어서 성장하다보면 결국에는 한 뿌리를 공유하게 된다. 우리는 상실을 논하고 치유하고 시간을 두고 기다릴 수는 있지만 생물학적인 특성상 특정한 윈칙에 맞춰서 살아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운데가 부러진 식물은 치유가 되지 않는다. 그냥 죽는다. (p.193)"

 

 "베어타운"을 읽는 동안 어느 날은 눈이 왔다. 바람이 세차게 분 날도 있었다. 볕이 잘 들지 않는 집 안은 손톱을 파랗게 만들게 추웠다. 봄은 바깥에 있었고, 집 안은 아직 겨울이었다. 발끝에서 지겹도록 머무는 냉기를 느끼며 베어타운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프레드릭 배크만이 보여주는 세계는 처음이었다. 이름이 낯선 것은 아니지만, 전에 만났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떠오르지 않았다. 과연, 이 새로운 세계를, 베어타운을 좋아할 수 있을까. 가만히 책을 잡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여정의 두께를 가늠해보며, 약간은 염려하며 그보다 더 조금 기대를 품고 읽어나갔다.

 

 작은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천천히 소개받으며 베어타운이 주는 첫인상을 가늠해봤다. 모든 것을 오로지 하키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의 이분법으로 나뉘는 도시에 질려갈 때 쯤 길게 늘어진 실마리를 찾아냈다. 실마리를 잡고 난 뒤부터는 쇠락해가는 도시와 이를 일으켜낼 운동 경기, 열광하는 사람들과 성장하는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가 급격히 걷혀나갔다. 그 자리에 드러난 것은 무겁고도 깊었다. 다소 생소한 하키 팀의 성공담을 감명깊게 볼 수 있을까 염려했던 일이 사라지자, 그저 이 이야기가 그냥 하키 팀의 성공담이었길 바라게 되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소년들의 어깨에 마을의 활로가 걸린 것처럼 구는 사람들의 행태가 경멸스럽고, 선수들이 쓰는 떡친다는 표현이 불쑥 등장할 때마다 불편함이 느껴졌다. 하키도, 선수들도 돈벌이를 위한 도구처럼 다뤄지고 있었다. 선수들은 마을에 불러올 돈이 되고, 승리를 위해서 잘못된 행동들이 묵과된다. 마치 재능있는 선수의 특권 같지만, 재주를 부리는 서커스 곰에게 주는 먹이 보상과 다름이 없다. 팀의 결속력을 위한다는 말로 포장한 강요된 남성성은 기민한 영혼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 속에서 보보라는 인물의 성장은 거의 유일한 위안이고 웃음이 된다.

 

 청소년팀이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온 마을이 그것에 집중할 때 '마야의 사건'이 터져나온다. 팀에서 가장 유능한 선수 케빈에게 준결승 승리 축하 파티에서 페테르의 딸 마야가 성폭행을 당한다. '케빈에서 초대를 받아 어른들이 없는 빈 집에서 열린 파티에 가서 술을 마시고 즐겼기 때문에' 절망적인 순간에 어린 소녀를 도와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그녀 스스로도 강제로 뜯겨나가는 블라우스 단추를 바라보며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질 질문들이 무얼지 헤아린다. 슬프게도 그것은 "술을 마셨는가? 어떤 관계였는가? 제대로 저항했는가?" 따위의 익숙하고 어리석으며 모욕적인 질문들이다.

 

 이 사건은 베어타운을 작은 충격에 빠뜨리고 충격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를 뒤흔든다. 깊숙히 베어타운 안으로 몰입해 나가다가도 문득,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시점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에. 이보다 더 믿기 어려운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베어타운에서 성폭행 사건을 다루는 방식을 보며 문학의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말한다면 바로 이런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주 쉽게는 왜 방금 전까지 당신과 웃으며 술을 마시고 키스를 했던 여자가 "싫다"고 하면 더 이상의 어떤 행위도 허락치 않는 것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현실이 절망적인데에 비해 "베어타운"은 희망적으로 끝을 맺었다. 마야가 케빈에게 복수를 할 것인가 궁금했던 것보다,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할까봐 걱정하며 읽은 것치고는 희망찬 결말이었다. 이 이상의 소설적 허용은 줄 수 없다는 듯이 모든 인물들이 변화하고, 상황이 반전되는 사이다같은 결말이 그려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소설 속 소녀는 무릎을 꿇지 않았고, 그녀의 곁에는 가족과 친구와 진실을 보는 지지자들이 남았다. 책장을 넘기느라 차가워진 손끝을 말아쥐고 서서히 "베어타운"을 걸어나오며 이 소설이 꽤 트렌디했음을 느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욕의 기술 - 추락하는 의지를 상승시키는 심리 스프링
제이슨 워맥.조디 워맥 지음, 김현수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그러나 어떤 이유로,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당신은 아직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 -p.31"

 

 신발장에 넣어져있는 새 운동화를 떠올려본다. 까만색의 가벼운 운동화는 반년 전 쯤 산 운동시설 용이다. 아직 운동시설 회원권을 끊지 않은 탓에 운동화는 거리를 걸어본 적 없는, 표조차 아직 떼어지지 않은 새 것이다. 왜 새 운동화를 반년이나 보관했느냐 하면, 운동을 결심하고 운동화를 샀을 때 회원등록을 알아보는 중에 공교롭게도 일이 생겼고, 일을 마치고 난 뒤에는 연초가 되어 일년 중 시설에 사람이 가장 많을 무렵이었다. 한달을 지나보내고 나니 달도 짧고 명절이 껴있어 쉬는 김에 한달을 더 미루고, 몇 달을 쉬고나니 체력이 떨어져 운동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아 운동 대신 식이조절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리고 운동화는, 언젠간 회원권을 끊어 운동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새 것이다.

 

 운동에 대해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시작하지 못한 일들은 이런 패턴으로 진행될 것이다. 시기가 맞지 않아서, 갑자기 다른 상황이 생겨서, 의지가 부족해서와 같은 변명들이 시작을 뒤로 미룬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할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며 '변명'이라는 말이 사실은 더 정확했음을 인정했다. 사실 "의욕의 기술"이 더 특별한 방법을 소개해 주었던 것은 아니지만, 손으로 그리고 쓴 것 같은 요약 메모가 곳곳에 있다는 점이 괜찮았다. 특별할 것 없는 단순한 표와 그림인데, 방금까지 읽었던 내용을 중간중간 지루하지 않게 환기해주는 작용을 한다.  

 

 보통 자기계발서들이 강조하는 방법들은 쉽고 작은 목표들을 만들어 성취의 기쁨을 천천히 느끼라는 것이다. 매일 일기를 쓰고 싶다면 우선 날씨만 기록해보고, 익숙해졌다면 뭘 먹었는지 간단히 쓰고, 특별한 일이 있는지, 기분이 어떤지 등등 점차적으로 늘려가라는 조언이다. 그리고 단기간의 목표를 만들라는 것이다. 보통 3일이면 자신이 목표했던 일에 실패하게 되는 고비가 찾아온다. 4일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5일째는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목표를 만들어서 또 시작하기를 반복하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습관이 형성된다는 요지다. 자기계발서의 내용이 너무 형식적이라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살면 더 나은 삶을 살지 고민하는 중에는 슬쩍이나마 보게 되어 이 정도의 내용은 술술 읊는다. "의욕의 기술"에서도 표현의 방식이 다를 뿐 비슷한 맥락을 소개한다.

 

 가장 넘어서기 어려운 상대는 같은 목표를 가진 라이벌이 아니라, 이쯤에서 타협하려는 자기 자신이라는 말을 공감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기는 타인에게 관대하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거친 세상에서 자신조차 스스로에게 엄격할 필요는 없지만, 목표한 것이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다른 무엇보다 의지라면 스스로를 관리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좋겠다. 하루의 끝에 챙겨야 할 3가지 (p.202)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목룍을 조금 바꿔서 활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근래 다이어리 사용이 다시 유행하면서 소개되고 있는 불렛저널을 이용한 다양한 목록작성과 확인 방법 등을 이용해 관리해보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MB의 재산 은닉 기술 : 이명박 금고를 여는 네 개의 열쇠 - 이명박 금고를 여는 네 개의 열쇠
백승우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한 말보다는 돈을 쫓으려고 했다. 말보다는 돈이 정직하다. - p.8 기자의 말"

 

 돈, 땅, 다스, 동업자. 네 개의 열쇠로 쫓는 이명박과 그 일가의 재산과 의혹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저자가 기자이기 때문에 문장들이 명료하다. 말보다 돈이 정직하다고 단언하는 그의 말처럼 문장은 쓸데없는 수식을 줄였고 집요하게 숨겨진 핵심을 향해 파고든다. 읽다보면 이미 지나온 자취에서 현장감마저 느껴진다. 주진우 기자의 책과 언론을 통해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나 있는 내용이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 라는 질문은 이제 우스운 말이 되었다. 모든 정황과 증거가 가리키는 곳이 분명한데도, 그에 얽혀있는 인물들은 모른다와 침묵으로 진실을 가리려 하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당당하게 만드는 것일까. 정의와 진실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요구가 두렵지도 않은 것일까.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정치적 보복'이라는 말도 환멸스럽다. 권력과 재물만을 좇아 눈과 귀를 가린 이들의 꼬리가 밟혔다. 퇴임 이후 5년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었다.

 

 실망스럽게도 책에 나오는 인터뷰의 내용은 한결같다. 다 다른사람들임에도 '시키는대로 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답변이 짠듯이 나온다. 막대한 금액의 출처와 용도를 모른채 굳이 복잡한 방법으로 옮겼어도, 몇달동안 맡겨진 80억원의 돈을 영문도 모른 채 차명계좌를 써가며 '관리'했어도, 시키는대로 했을 뿐 감히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정에서 이명박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 주변의 모든 곳을 검은 자금이 샅샅이 훑어가더라도 교묘히 그 이름은 피해간다. 그럴수록 더욱더 애써 숨긴 그 이름이 미심쩍다.

 

 책을 읽던 와중이었다. 2018년 3월 22일 밤 11시 경 이명박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 23일을 넘기자마자 호송차에 올라 구속되었다. 집 앞에 뺴곡했던 취재진과 함께 그 이동을 많은 대중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간신히 날을 넘겨 구속한 것처럼 하루도 헛투로 보내지 않길 바라는 이들의 마음도 이와 같았다. 구속 이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흘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으라'던 이명박은 혐의를 부인하고 검찰의 조사를 보이콧하고 있다. 그리고 SNS에는 글을 남긴다.

 

 그와 주변의 행태만 보더라도 구속은 끝이 아니다. 비록 여기까지 가기에도 오래 걸렸고, 긴 사투를 벌인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욱 중요한 것들이 남았다. 철저히 수사하여 무너진 사법제도와 정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07년 대선부터 다스 문제가 제기된지 10년이 지났다.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의가 실현되길 바란다. 이 뿐 아니라 청계재단,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정원 공작 의혹, 여론 조작, 불법 자금과 뇌물 등의 의혹과 혐의가 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죄값을 받길 바란다.

 

 "이명박은 2007년 대선을 치르면서 모든 의혹에 대해 수없이 부인했다. 세 번 이상 부인했다. 정직했다면 걱정할 건 없다. - p.279 에필로그" '정직'이 자신의 가훈인 사람은 자신의 '기술'에 자신 있을테니, 다만 걱정할 것은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실현되길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자본과 권력 앞에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의 입에서 진실이 가리워지고 거짓이 뱉어지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의식 2018-04-02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이익이 정의라고 아는 사람에게 아님을 이해시키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더구나 권력의 정점을 찍은 이에게 누가 이것을 조곤조곤 가르쳐 줄 수 있겠습니까?
그저 법이라는 제도에 의해 심판 받는 길 외에. 감사히 읽고 갑니다~~

테일 2018-04-06 15:28   좋아요 0 | URL
오늘, 지금 이 순간입니다. 417호 대법정에서 선고되고 있는 판결문, 법원 인근에서 중계되고 있는 태극기를 ‘장식‘한 사람들의 모습. 남겨주신 글과 함께 많은 생각에 들게합니다. 오늘의 선고가 법으로 다 갚아지지 않을 행동들에 어느 정도라도 위안을 줄 수 있는 길이 되길 바라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