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너를 찾아서
케리 론스데일 지음, 박산호 옮김 / 책세상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생각 이상으로 내용이 잔혹해서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면 어떨까. 에이미는 결혼식으로 앞두고 약혼자를 잃었다. 바다에서 발견된 약혼자의 시신은 상태가 좋지 않아 마지막 인사를 할 수도 없었고, 그의 가족은 잔인하게도 두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날 그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룬다. 충격적인 상황 앞에서 수상한 여자가 다가와 '당신의 약혼자는 살아있다'고 한다. 모두가 그의 죽음을 인정하라고 위로하고 조언해주는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에 개봉한 '서치'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을 좀 받았다. 서치를 재밌게 봤다면 이 책도 흥미롭게 읽지 않을까 싶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사라진 너를 찾'는다고 했기에, 약혼자의 죽음과 그가 살아있다는 증언?들에 에이미가 왜 빨리 약혼자를 찾아나서지 않는 것일까 흐름이 좀 느리다고 생각했다. 한국식 전개라면 내 눈으로 봐야겠다며 시신도 확인하고, 빠르면 약혼자 제임스의 상자가 몇 개 없어졌을 때부터 뒷조사를 시작하거나 늦어도 반년 안에는 찾아나섰을텐데. 제임스의 형인 토머스가 거액의 유산을 건네줬을때 자금 삼아서 마지막 목격지로 추적을 나섰을 것이다. 숨은 비밀을 파헤치는 스실러물로 변했겠지만 아마 그런 식으로 내용이 전개됐어도 재밌었을 거다. 하지만 나라마다 행동과 생각 방식이 다르니까, 이 책은 에이미가 상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천천히 보여준다. 어쩌면 그 느린 전개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한동안 영화든 책이든 결국은 끝이 좋게 마무리되는 것들만 골라보았다. 아예 가볍고 밝은 하이틴 영화 목록을 늘여놓고 줄줄이 본 적도 있다. 가볍게 말했지만 안그래도 현실이 우울한데 굳이 다른 매체로도 우울한 내용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사라진 너를 찾아서'를 읽으면서도 전형적이지만 에이미가 오랜 연인이자 친구인 약혼자 제임스를 무사히 되찾아오고 다시 사랑하며 사는 결말이 오길 기대하며 읽었다. 느린 전개 속에서 에이미의 삶이 흘러가고 이언이 그녀에게 다가가고 점점 사랑에 빠지는 것을 지켜보며 그런 결말이 오지 않을까봐 마음을 졸였다. 순간에는, 결국은 순간일 수밖에 없는 그 현재에선 최선의 선택들로 결말이 났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까지 고통스러운 흐름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책 안의 핵심적인 내용이 나오게 된다.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앓던 어머니를 가진 이언과 해리성 둔주 혹은 기억상실을 앓고 있는 약혼자를 둔 에이미의 만남은 지나치게 극적이었다. 너무나 같은 결핍을 가진 사람이 서로를 만나 한쌍이 된다니. 게다가 해리성 둔주로 만들어진? 나타난? 또 다른 자아를 인정해버린다니. 그럴 수 있을까. 그저 괴로운 사건으로부터 갈라져 내려온 또 하나의 인격인데도. 카를로스라는 인물이 가진 19개월의 삶으로 제임스의 20여년을 대체할 권리를 주는 것이 옳을까. 주변인들이 그를 그렇게 놔둘 수 있었다는 것이 새삼 선뜩하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한 사람의 삶을 방치해버리다니. 에이미는 카를로스가 된 제임스에게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삶을 강요하지 않겠다며 관계를 정리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가 다른 여자를 사랑했고, 심지어 아이까지 둘이나 두고 있다는 현실에 질렸던 게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자신에게 새로이 다가온 다른 인연을 만나도 괜찮다는 면죄부 또한 주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했다.

 

 사랑이란 것이 뭘까.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었던 이후로 -사랑이 너무나 취약하고 형편없는 지속성을 가졌음에도- 그것이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한 것이라 세뇌되었던 기억 때문에, 이에 지나친 환상과 무결함을 추구해왔던 것 같다. 현실이 그렇지 않을수록 더욱 이상적인 것에 매달리듯이. 때문에 에이미의 경우에도 사랑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폭력적이어서 읽으며 더욱 공감했었다. 그리고 그만큼 괴로웠다. 그녀가 오랫동안 사랑한 제임스를 과거로 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이언같은 사람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문득 이언이 없었더라면 그녀의 선택이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그래도 그녀는 사라진 약혼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혼자 자신의 인생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 점이 가장 아쉽게 남을 것 같다. 이언이라는 기댈 곳, 도피처가 없는 에이미의 행보가 미지수로 남아서. 어쩌면 속편이 그 아쉬움을 메워줄지 모르겠다. 속편은 없지만 이 책의 마지막이 다음을 예고하듯이 끝을 맺는다. 이 점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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