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용기, 나이 든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용기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아주 조금 바꾸는 용기인지도 모릅니다. _ p.93 4장
다시 살아갈 용기"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최근 대형 검색 포털 사이트의 내리막을 실감했을 때였다. 길게 풀어서 돌려말할 것 없이
'네이버'는 한 시대를 풍미한 검색 엔진이었다. 서로의 지식을 나눈다는 의미로 누구나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는 '지식인'이며, 개인 '블로그'에
사진과 정보를 빼곡히 올려놓은 글들로 정보를 검색하고 얻은 경험이 구세대라면 당연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십대들은 이 정보의 창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초록창을 켜서 00하는 법 등을 검색했던 우리와 달리 구글과 유투브에 정보를 검색한단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서라도 특히 게시글, 사용 방법 등을 설명해놓은 글을 보는 것보다 유투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는 방법을 선호한단다. 읽는 세대에서
보는 세대로 변화한 것이다. 학교 교실에 우리가 생각하는 칠판이 사라지고 대형 스크린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변화는 분명하다.
덧붙여 과학시간에 공부한 뒤로 누군가 침을 튀기면 '아밀라아제 나왔어/묻었어' 하던 장난도 '아밀레이스'로 표기가 바뀌었단다. 그렇다면
'아이오딘'은 무엇일까? 구세대들이여, 세대차이를 느껴보라.
신체적인 노화는 사실 스무살이 넘어가면서부터 해가 다르게 작년이랑 차이가 남을 서서히 느껴온터라 조금씩 늙어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데,
정신적인 부분 요즘의 세태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느낄때면 타격이 크다.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쉽게 보편의
상황에서 어리둥절해지고 만다. 거리에서 어떤 여자가 혼잣말을 하길래 이상한 사람인가 생각했더니 줄이 없는 이어폰을 꼽고 있더라, 혹은 청소년들이
'문상' 있냐 가져왔냐 하는 말을 하길래 애들이 웬 문상을 하는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문화상품권의 줄임말이더라는 얘기는 우습지도 못한 일화가
됐다. 하다못해 편의점 간식도 'ㅇㄱㄹㅇ'이니 'ㅂㅂㅂㄱ'니 하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세상이니 더욱 그렇다. 세상의 속도에서 뒤쳐지며 생기는
이런 어리둥절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책에서는 좀 더 먼 삶의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어찌됐든
책의 제목과 가까운 나이이다보니 조금씩 멀어지는 것들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다.
마음의 준비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책은 시종 진지한 어조로 노화와 간병,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소 고루한 면도 있다. 인생을 계절에
비유한 표현도 지나치게 익숙해서 큰 위안이나 전환이 되기 어렵고, 본인이 늦은 나이에도 한국어 배우기에 도전하고 있다는 내용이나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의 재활에 대한 내용 등은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어쩐지 멀게만 느껴진다. 나도 소소한 도전을 해야겠다기 보단 '대단하시네요'
하고 말아버리게 된다. 거기에 부모님의 나이듦에 관한 내용은 인상적이면서 안타까웠다. 고령화와 핵가족화를 넘어선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심화될
노인 간병 등의 문제를 인생의 한 부분으로 다룬 점에는 공감되었다. 그런데 간병으로서 오는 어려움을 "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생겼다'라고
생각해보(p.162) "자는 맺음은 매우 아쉽다. 물론 매우 옳은 말이고,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는 그 시간조차 소중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실제적 간병 상황, 간병인에 대한 현실적 조언보다 못한 형이상학적인 위로의 말만 남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어지는 8장과 9장의 내용은 좀 더 계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쉬웠던 마음을 풀어가며 읽었다. 전체적인 내용보다
소제목들이 간결하고 핵심적이라는 인상이 남았다. 자기계발서여서인지, 일본저자 특유의 감성을 건드리려는 의미부여들 때문인지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큰 감흥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침 계절도 가을이고, 올해도 벌써 다 끝나가고, 나는 한 살 더
늙는거고, 혹은 이제 곧 마흔 즈음이 되가고, 아니 이미 넘은지 오래고, 어쩐지 마음이 우울하고, 문득 살펴본 부모님 얼굴에서 주름을 더
발견했고, 갑자기 한숨도 나오는 것 같고, 날은 또 왜 이렇게 빨리 어두워지는지 모르겠는 마음이 자꾸만 불쑥 솟아나는 사람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어른이 되니까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고 좋다!거나, 가을이 되니까 붕어빵 사먹을 수 있어서 이득!이라거나, 할로윈, 크리스마스, 눈오는 날
제일 좋아! 등 약간의 긍정적임이 남은 사람들보다 인생의 황혼, 가을과 겨울이라는 계절, 한 해의 마무리가 아쉽기만 한 사람들에게 어쩌면 조금
공감을 사지 않을까 싶다.